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to content
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통일의 횃불" 에서 "괴뢰 반동분자" 가 된 사연

SiteOwner, 2019-05-27 22:15:09

조회 수
235

서울에서 대학진학을 한 저는 방학중에 지방의 집에 있다가 정체불명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자주 있었습니다. 그 중, 많은 것들이 운동권 단체들의 회유 및 협박전화.
나이에 비해서는 목소리가 낮고 굵은 편이라서, 당시 20대가 갓 된 저의 목소리는 수화기 너머에서는 40대 이상으로 들렸나 봅니다. 비슷한 사례로서 "에가오데스" 라는 대사로 유명한 일본의 남자성우 타케우치 슌스케(武?駿輔, 1997년생)를 연상하셔도 좋은 레벨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걸즈 애니 영상 참고).

아무튼 듣고 있다 보니 가관입니다.
"아버님, 부디 통일의 횃불이 될 ○○○군을 민족의 이름으로 조국에 바쳐 주십시오." 같은 소리가. 이게 방학 때에는 굉장히 자주 왔습니다.

저는 답했습니다.
"이보세요, 저는 누구의 아버님이 된 적도 없는 사람이고, 통일의 횃불 어쩌고 하는 ○○○ 본인입니다. 죄송합니다만, 이런 전화 사양합니다."

전화너머의 목소리가 돌변합니다.
"뭐라고, 이 괴뢰 반동분자 따위가, 죽창으로 찔러 죽이겠다!!"

전화 너머라도 욕은 별로 듣고 싶지 않았지만, 최대한 화를 참고 이렇게 대꾸해 주었습니다.
"통일의 횃불에서 괴뢰 반동분자로 전락하기는 참 쉽구려. 그런데 기억하쇼. 당신네들도 지금은 뭐 완장차고 그래도, 용도폐기되면 숙청대상 되는 거 금방이라고."

그 뒤로도 한동안은 욕설전화가 오는가 하면, 동생이 받으면 이상한 신음소리를 내는 등의 음란전화도 왔다고 합니다.
한번은 이렇게 대처해 본 적도 있습니다.
전화를 받았는데 통일의 횃불 어쩌고 하는 것을 듣자마자 옆에 있는 동생에게 대답하게 했습니다. 전화 너머에서 어린 여자아이 목소리가 들리니까 금방 음란전화로 돌변하더군요. 그걸 제가 받고, 굵은 목소리로 무슨 짓이냐고 소리를 지르니까 황급히 전화를 끊습니다.
역시 그들의 태세전환 속도만큼이나 지쳐 나가떨어지는 속도도 빨랐습니다. 그 해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그런 전화는 오지 않았으니까요.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7 댓글

마키

2019-05-27 22:45:35

전화로 이상한 짓 하는 사람 참 많죠.

저는 뭐 기본 앱에서부터 일단 거르고 시작하니까 모르는 번호는 뭔가 물건을 주문했거나(이 경우 높은 확률로 택배기사님), 혹은 공공기관 등이 아닐 경우에는 그냥 벨소리 울리자마자 끊어버리네요.


그와는 별게로 타케우치 슌스케는 목소리만 들으면 연장자의 품격이 느껴지는데 정작 신데렐라 걸즈 애니메이션 녹화 당시에는 참여 성우중 가장 어린 축에 속한다는게 놀라웠죠. 그럼에도 아이돌의 직속 상관인 동시에 아이돌의 가장 가까운 서포터라는 어려운 캐릭터를 가진 프로듀서 연기를 능숙하게 소화해내는 것도 그랬었죠.

SiteOwner

2019-05-27 23:13:52

얼굴이 안 보인다고 아무 말이나 막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요즘은 그나마 발신번호 표시기능 덕분에 좀 낫지만, 예전의 유선전화는 그런 것도 기대할 수 없었으니 악질적인 전화가 횡행했습니다. 특히 당시 신문에서 보도된 사회문제로서 전화를 받는 사람이 성인 남성만 아니면 음란전화를 시도한다든지 하는 것도 있었고, 예전에 쓴 글인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전반의 옛 전화사기에도 드러나듯이, 기술적으로 부족한 환경이라도 작정하고 사기를 치려면 가능하기도 했습니다.


타케우치 슌스케는 정말 처음에 듣고 저보다 더 연장자인가 싶었습니다만, 동생이 그 성우가 1997년생이라는 것을 알려줘서 깜짝 놀라서 넘어질 뻔 했습니다. 그런데 저도 20대 때 목소리가 중년같다는 평을 들었다 보니 충분히 납득했습니다.

앨매리

2019-05-31 09:36:47

옛날에도 어떻게든 개인 정보를 알아내서 사기 전화를 걸었군요. 명색이 사회를 위한다는 운동권 단체가 스팸 전화나 하고 있으니 한심하네요.

SiteOwner

2019-05-31 18:06:20

당시 대학 행정실의 정보보안수준이, 그냥 과 대표다, 학생회 간부다 하고 찾아가서 학생명부를 요구하면 발급해 주는 수준이었으니까 꽤나 허술했습니다. 그러니 학생의 자택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그렇게 전화를 거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었습니다.


그러한 사기전화는 그 자체로도 기분나쁜데, 동생이 전화를 받으니 음란전화. 정말 추잡스럽기 짝이 없어서 지금도 떠오르면 화가 안 날 수 없습니다.

사회를 위한다는 미명이 사실은 그들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타인에게 불행을 강요하는 것. 그래서 그들의 위선이 더욱 같잖게 보일 따름입니다.

Lester

2019-05-31 14:14:36

괴뢰 반동이니 죽창이니 하는 걸 보니 딱 그 쪽인 모양인데, 그런 소리를 아무리 전화라고 해도 그렇지 드러내놓고 할 수가 있었나요?

SiteOwner

2019-05-31 18:14:16

그 운동권들은 살인도 버젓이 했는데 욕설전화라고 마다할 이유가 있었겠습니까. 게다가 당시에는 일반인 레벨에서는 유선전화의 발신자를 특정하는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보니 협박전화는 아주 편리한 도구였습니다.

운동권들이 저지른 범죄 중 살인범죄만 하더라도 1989년의 설인종 살해사건, 1997년의 이석 살해사건, 이종권 살해사건 등이 세간에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것 이외에도 납치고문, 방화 등의 범죄행각은 더욱 많습니다.


확실한 것은, 현재 정계에 진출한 운동권 인사들의 대부분은 아무리 젊어도 1980년대 학번들입니다. 1990년대 학번의 운동권들은 별로 안 보이는데, 철저히 이용되고 용도폐기되었다 보니 당연한 귀결이겠지요.

Lester

2019-06-01 00:15:04

찾아보니까 참 할 말을 잃었습니다. 역시 극과 극은 통하는 데가 있네요. 자신들이 원하는 진실을 요구하는 목적에서부터 그 수단에 이르기까지 전부...

Board Menu

목록

Page 109 / 295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SiteOwner 2024-09-06 171
공지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일단 보류합니다

SiteOwner 2024-03-28 174
공지

타 커뮤니티 언급에 대한 규제안내

SiteOwner 2024-03-05 200
공지

2023년 국내외 주요 사건을 돌아볼까요? 작성중

10
마드리갈 2023-12-30 362
공지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

612
마드리갈 2020-02-20 3865
공지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

2
  • file
마드리갈 2018-07-02 1003
공지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

2
SiteOwner 2013-08-14 5975
공지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하네카와츠바사 2013-07-08 6598
공지

오류보고 접수창구

107
마드리갈 2013-02-25 12092
3738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운전면허 외

8
YANA 2019-06-12 234
3737

혐오의 인터넷

8
카멜 2019-06-11 215
3736

탈중공업의 현실화?!

2
SiteOwner 2019-06-10 155
3735

어릴 때 읽었던 소설에서 느꼈던 악마의 편집

6
SiteOwner 2019-06-09 188
3734

10년의 세월을 함축한 만족스러운 팬서비스

6
  • file
마키 2019-06-08 167
3733

[황금의 바람] 과거의 악연

3
  • file
시어하트어택 2019-06-08 181
3732

[작가수업] 도시 이야기

8
Lester 2019-06-07 236
3731

무적의 영웅

4
SiteOwner 2019-06-06 207
3730

괴물투수 류현진, 새로운 역사를 쓰다

5
SiteOwner 2019-06-05 144
3729

한자는 쉬워 보이는데 잘못 읽기 쉬운 일본지명

4
마드리갈 2019-06-04 201
3728

막상 추워진 6월

4
마드리갈 2019-06-03 196
3727

토요일이 통째로 증발했습니다.

6
Lester 2019-06-02 162
3726

실로 스펙타클한 일주일이었습니다.

8
국내산라이츄 2019-06-01 231
3725

[황금의 바람] 콜로세움으로

3
시어하트어택 2019-06-01 136
3724

쉬어가는 날

2
SiteOwner 2019-05-31 128
3723

다뉴브 강의 비극

5
마드리갈 2019-05-30 180
3722

[작가수업] 호오, 명대사 제조력이 올라가는군요?

10
Lester 2019-05-29 249
3721

자동차사고에서의 무조건 쌍방과실 적용 축소

4
SiteOwner 2019-05-29 148
3720

중국이 불편해 하니까 파로호를 개명하자?!

4
마드리갈 2019-05-28 216
3719

"통일의 횃불" 에서 "괴뢰 반동분자" 가 된 사연

7
SiteOwner 2019-05-27 235

Polyphonic World Forum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