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중동지역을 세계의 화약고라고 칭하는 일이 많았는데, 이것 또한 옛 말이 되어가는 건가 싶네요.
이미 1973년과 1979년에는 두 차례의 오일쇼크가 있는 등 자원민족주의가 본격적으로 대두되었고, 이스라엘과 무슬림 월드의 대립으로 대표되는 중동의 끊임없는 전쟁은 물론이고 이란-이라크 전쟁, 걸프전, 이라크전, IS의 발호 등 온갖 불안요소가 있을 때마다 국제 석유가격은 크게 요동쳐 왔어요.
이제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들이 공격받아 불타는 일도 벌어지고 있어요.
일련의 사태에 대해 이란에 책임을 묻는 흐름이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번져가고 있고, 이란은 이전에는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등을 공언하다가 사건이 일어나자 극구 부인하고 있다는데...
관련기사는 아래의 링크에서 열람하실 수 있어요.
h Africa Two oil tankers attacked in Gulf of Oman (더 가디언 2019년 6월 13일 기사, 영어)
Saudi Prince Joins U.S. in Blaming Iran for Oil Tanker Bombings (블룸버그통신 2019년 6월 15일 기사, 영어)
그런데, 이례적으로 이번 사태가 있음에도 국제유가는 흔들리고 있지 않아요.
세계 각지의 석유가격 시세 차트를 봐도 이 점은 분명하게 드러나 있어요.
OILPRICE.com 차트(영어)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가장 큰 이유로 거론되는 것은 역시 미국의 에너지자급.
셰일가스(Shale Gas) 개발의 성공과, 그 부산물로서 얻어지는 셰일 오일(Shale Oil) 덕분에 미국은 세계 1위의 산유국 지위를 회복할 수 있게 되었어요. 게다가 캐나다에 특히 많이 분포한 오일샌드(Oil Sand) 등의 비재래형석유의 개발기술이 발달하고 개발규모 또한 확대되다 보니 전통적인 천연석유에의 의존 또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요. 또한 미 공군, 카타르항공 등은 천연가스로 제조하는 합성석유 사용량을 높여가고 있고, 미 해군은 해수에 녹아 있는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합성석유의 개발에 성공해서 생산량 확대를 노리고 있고, 이미 남아프리카의 사솔(SASOL)은 석탄을 원료로 한 합성석유 관련으로 반 세기 넘는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상태.
그러니, 원산지 측면에서도 중동의 독점적인 지위는 이미 미국발 셰일혁명을 시작으로 크게 흔들려 있고, 기술적으로는 셰일 오일, 오일샌드,합성석유 등의 비재래형석유의 입지가 높아져 40여년 전처럼 자원민족주의로 세계를 흔들 수만도 없게 되어 버렸어요. 이렇게 반 세기도 못 되는 시간 동안 석유 관련의 사정에는 큰 변화가 시작되고 있었고, 그래서 호르무즈 해협 위기의 영향도 예전보다는 제한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네요.
폴리포닉 월드처럼 합성석유가 액체연료의 주류가 된 상황이 아니더라도, 미국의 에너지 자급 및 비재래형석유 기술의 발전 덕택에 이렇게 리스크가 줄어든다는 게 다행이예요. 그리고, 자원민족주의는 과거만큼의 위력을 지니지 못할 것도 예상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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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대왕고래
2019-06-30 12:20:42
저런 일이 벌어져도 미국의 에너지자원으로 인해 유가에는 변동이 없다...
큰일이 날 사태도 이젠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게 되었다는 느낌도 들고, 세계가 제 생각보다도 더 빠르게 돌아간다는 느낌도 들고 그렇네요.
마드리갈
2019-06-30 14:01:42
이전의 상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만 않다는 게 이번 사태로 확실히 증명되고 있어요.
게다가 미국은 이전처럼 중동에 눈치를 안 봐도 되는 입장에 있다 보니 무슬림 월드의 맹반발을 무시하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대사관을 이전하기까지 했어요. 석유수출국기구가 이렇게 에너지 분야에서의 영향력을 급속도로 잃다 보니 러시아와 손을 잡는, 이른바 OPEC+ 구도가 형성되었는데 이것도 이것대로 문제인 것이, 이것은 OPEC의 영향력 자체를 키우지는 못하고 단지 러시아의 힘을 빌어올 뿐이니까요. 그러니 어떤 선택지를 택하더라도 OPEC의 자원민족주의는 약화될 수밖에 없어요. 게다가 러시아는 가스의 주요수출국이기도 한데, 이 분야에서도 미국 및 OPEC을 탈퇴한 카타르가 주요 패권국으로 버티고 있다 보니 러시아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많지는 않아요.
앞으로 세계가 또 어떻게 바뀔 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게 하나 있어요.
지금은 20세기가 아니라 21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