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to content
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애니적 망상 외전 - 6억엔 상당의 황금변기

마드리갈, 2019-09-17 21:08:23

조회 수
247

이미 2년도 더 전에 썼던 글인 애니적 망상의 외전을 쓰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최근 영국에서 일어난 기묘한 도난사고에 대한 일본 언론의 보도를 보고 나서 안 쓸 수가 없게 되었어요.

문제의 사건은, 영국의 수상 윈스턴 처칠 경(Sir Winston Churchill, 1874-1965)의 생가에 설치된 미술품인 황금변기의 도난사건.
윈스턴 처칠의 생가인 영국 옥스포드셔(Oxfordshire) 소재 블레님 궁전(Blenheim Palace)은, 영국에서 유일하게 왕가의 궁전이 아니면서 궁전의 칭호가 붙은 시설로, 1722년에 준공된 이래로 말보로 대공(Duke of Marlbourough) 처칠 가문의 거소로 사용되어 왔고, 현재는 12대 말보로 대공인 제임스 스펜서-처칠(James Spencer-Churchill, 1955년생)이 처칠 가문의 당주로서 거주하고 있어요. 그 처칠 가문의 일원인 윈스턴 처칠 또한 이 궁전에서 태어났는데다, 1987년에 해당 궁전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더욱 유명해졌어요.

이 블레님 궁전에는 실제로 사용가능한 18K 금 재질의 변기가 있어요. 
정확히는, 이탈리아의 예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 1960년생)이 2016년에 제작한 아메리카(America)라는 이름의 황금변기. 이것은 원래 미국 뉴욕시 소재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의 화장실에 실제로 사용가능하도록 설치된 풍자작품으로, 올해 9월부터는 영국의 블레님 궁전으로 옮겨져 전시중이었어요. 물론 구겐하임 미술관과 동일하게, 하수관이 연결되어 실제로 용변에 쓸 수 있는 변기로도 작동되고 있어요. 그런데 이것이 영국 현지에서 9월 14일에 도난당한 것. 범인은 잡혔다지만 이 변기의 행방은 알 수 없어요.

그런데, 일본 지지통신의 보도를 보니까 여기에서 애니적 망상이 하나 떠오르네요.
「黄金のトイレ」盗まれる=6億円相当、英宮殿で展示中 (2019년 9월 16일 지지통신 기사, 일본어)
기사제목을 번역하면, "황금변기 도둑맞다, 6억엔 상당, 영국 궁전에서 전시중" 이 되는데...

6억엔? 변기?
죠죠의 기묘한 모험 5부에 등장하는 폴포의 비자금이 생각나 버렸어요.

작중의 이탈리아 마피아 조직 파시오네의 간부인 폴포가 몰래 은닉해 둔 재산은 원작에서는 6억엔 상당. 애니에서는 시대배경인 2001년이 아직 리라화를 쓰고 있던 때라 그에 맞춰 100억 리라로 바뀌었어요. 그 은닉재산은 브루노 부챠라티가 회수하게 되고, 그것을 상부에 바쳐 부챠라티는 간부로 승진하고 폴포가 생전에 가졌던 막대한 이권도 승계받게 되어요.
저는 원작을 모르는 터라 문제의 은닉재산을 찾는 것이 엄청난 모험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보관장소는 의외였어요. 카프리 섬의 공중화장실 내부, 그것도 남자화장실 내부의 소변기가 설치된 벽 안.

영국에서 실제로 일어난 도난사건이 참 기묘하게도 죠죠의 기묘한 모험 5부를 연상케 하다니, 역시 현실은 얕볼 수가 없어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5 댓글

마키

2019-09-18 00:32:38

등잔 밑이 어둡다 라는 속담은 딱 이럴 때를 위해 준비된 거겠죠.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도 바실리스크가 잠들어 있는 비밀의 방과 통하는 곳이 학교 내부 여자화장실(기억상 세면대였던가)인데요, 상식적으로 바실리스크 쯤 되는 괴수를 숨겨두는 곳이 여자화장실 따위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을테니까 톰 마볼로 리들(=볼드모트)이 호그와트 학생이던 시절 비밀의 방에 바실리스크를 몰래 숨겨둔 이래 비밀의 방의 정체가 밝혀진건 그로부터 수십년이 지나, 해리 일행이 호그와트에 입학해 사고를 치게 되는 해리포터 본편 시점의 이야기였죠.

마드리갈

2019-09-18 12:40:11

정말 그 속담이 정확하게 들어맞아요.


황금변기가 블레님 궁전으로 이전되어 전시가 개시된 날은 9월 12일. 그런데 그 문제의 황금변기는 이틀 뒤인 9월 14일에 감쪽같이 도둑맞고, 범인은 검거했지만 정작 그 도난품의 행방은 알 수 없게 되었죠. 게다가 죠죠의 기묘한 모험 5부에서는 거금이 남자화장실 내부의 소변기 설치벽 내부에, 그리고 해리포터에서는 괴수 바실리스크가 학교 내부 여자화장실에 숨겨져 있었어요. 현실에서는 전시된지 얼마 안된 미술품이 어이없게, 창작물에서는 의외의 장소에 엄청난 것이 숨겨져 있고...현실이든 창작물이든 지루하게 있을 틈을 주지 않네요.

앨매리

2019-09-18 16:46:58

죠죠의 시작점인 1부의 배경이 영국이고 죠스타 가문도 영국의 귀족 가문이었다는 점, 그리고 죠죠 1부의 모티브가 된 드라큘라 역시 주인공이 영국인이라는 점과도 연결지어서 생각해보면 기묘하네요.

그나저나 황금이라고 해도 변기를 훔치다니... 역시 돈과 탐욕이 앞서면 사람은 뭐든지 감수할 수 있나 봅니다. 전 누가 준다고 해도 속이 안 좋아져서 안 받을 것 같네요.

마드리갈

2019-09-18 18:06:35

장소를 생각해 보니 더욱 기묘하게 여겨지네요.

죠죠의 기묘한 모험 1부는 영국, 2부는 미국 및 이탈리아, 5부는 이탈리아가 배경으로 나오고, 위의 사건은 미국의 미술관에 이탈리아 예술가가 만들어 전시한 미술품을 영국에 이전 전시했다가 일어난 것이고...


황금변기를 만든 의도 중에, 비싼 음식을 먹든 싼 음식을 먹든 대변은 같다는 사실에서 과소비를 비판하는 것이 있다고 해요. 이것을 토대로 생각해 보면, 돈이 된다 싶으면 무슨 짓이든 한다는 인간의 탐욕은 여전하다는 것도 드러나네요. 미술가의 의도가 이렇게 역설적으로 빛나기도 하네요.

창작물도 기묘하지만, 현실은 더욱 기묘...

마드리갈

2023-11-09 16:27:24

2023년 11월 9일 업데이트


영국의 블레님 궁전에 설치되었던 황금변기를 훔친 자들이 체포되어 기소되었어요.

범인은 마이클 존스(Michael Jones, 38세), 제임스 쉰(James Sheen, 39세), 프레드 도우(Fred Doe, 35세) 및 보라 구쿡(Bora Guccuk, 39세)의 4명의 남성으로 존스와 쉰은 강도죄로, 도우와 구쿡은 장물죄로 기소되었어요. 이렇게 범인은 잡혔지만 문제의 18K 금으로 만들어진 변기 아메리카(America)의 행방은 여전히 알 수 없어요.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Four men charged over Blenheim Palace gold toilet theft, 2023년 11월 7일 BBC 기사, 영어

Board Menu

목록

Page 99 / 292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 new
SiteOwner 2024-09-06 47
공지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일단 보류합니다

  • update
SiteOwner 2024-03-28 147
공지

타 커뮤니티 언급에 대한 규제안내

SiteOwner 2024-03-05 159
공지

2023년 국내외 주요 사건을 돌아볼까요? 작성중

10
마드리갈 2023-12-30 348
공지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

612
  • update
마드리갈 2020-02-20 3835
공지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

2
  • file
마드리갈 2018-07-02 970
공지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

2
SiteOwner 2013-08-14 5942
공지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하네카와츠바사 2013-07-08 6554
공지

오류보고 접수창구

107
마드리갈 2013-02-25 11060
3871

오늘의 휴식에서 느낀 여러가지

6
SiteOwner 2019-10-04 161
3870

닌텐도 스위치를 샀습니다.

8
국내산라이츄 2019-10-03 191
3869

다음주 여행을 계획했는데... 어디로 갈지 갈피를 못 잡겠군요

6
시어하트어택 2019-10-03 179
3868

요즘은 감정이 그다지 없습니다

4
SiteOwner 2019-10-03 239
3867

지소미아(GSOMIA) 종료의 청구서

2
SiteOwner 2019-10-02 169
3866

지금이 정녕 4분기의 시작인가...

4
마드리갈 2019-10-01 214
3865

조금 더 하게 된 수염 이야기

SiteOwner 2019-09-30 154
3864

캐릭터의 작명방식 4 - 일정한 규칙으로 수치가 등장

2
마드리갈 2019-09-29 161
3863

최근 알게 된 어떤 사이트 이야기.

5
시어하트어택 2019-09-28 177
3862

세기의 끝과 시작 5 - 1990년대의 논리왕

SiteOwner 2019-09-27 145
3861

세르팡(Serpent) - 뱀을 닮은 목관악기

4
마드리갈 2019-09-26 225
3860

4컷만화를 한번 그려볼까 생각중입니다.

8
시어하트어택 2019-09-25 208
3859

간단한 논리퀴즈로 보는 진영논리의 맹점

2
SiteOwner 2019-09-24 129
3858

평창올림픽 유치의 공신 김연아는 훈장을 받지 못한다

2
마드리갈 2019-09-23 141
3857

재난방송에 등장하는 수치에 대해 몇 가지

2
마드리갈 2019-09-22 201
3856

핸드폰: 주인! 나는 작동을 그만두겠다!

4
앨매리 2019-09-21 184
3855

앉아서 조는 일이 많은 가을날

2
마드리갈 2019-09-20 136
3854

간접투자상품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

211
마드리갈 2019-09-19 1187
3853

한국철도 120주년 및 미 공군 창설 72주년

4
SiteOwner 2019-09-18 167
3852

애니적 망상 외전 - 6억엔 상당의 황금변기

5
마드리갈 2019-09-17 247

Polyphonic World Forum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