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to content
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몰고 온 기묘한 역설

SiteOwner, 2019-11-21 21:25:38

조회 수
210

역사 속에서는 별의별 역설적인 상황이 생겨 왔는데, 올해 하반기에 국내를 강타해 버린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약칭 ASF)이 몇 가지 기묘한 역설을 만들어 버린 것도 이 역설적인 상황을 추가하는 사례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이름 그대로 아프리카가 기원인 이 ASF는 유입된 경로부터가 기묘합니다.
아프리카에서 유럽, 그리고 중국을 거쳐 국내로 유입되었는데, 이것은 중국의 아집의 결과입니다.
아주 간단하게 말하자면 대략 이런 것입니다.
돼지고기 소비량이 단일국가로서 부동의 세계최대일 뿐만 아니라 전세계 연간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은 국내생산 이외에 수입으로도 수요를 충당하는데, 미국산 돼지고기는 정치적인 이유로 거부해 왔고, 이미 ASF에 감염되어 병원체를 지니고 있던 러시아산 돼지고기 등을 수입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중국내에서 수억마리의 돼지에 ASF가 대량으로 퍼져서 살처분밖에는 답이 없는 판데믹(Pandemic).
중국은 돼지고기 부족에 직면했는데다 하필이면 이 시점이 건국 70주년인 국경절이라서 돼지고기 부족은 자칫하면 민심이반으로 돌아설 수도 있는 위기였습니다. 그래서 개인당 일별 구매량 제한을 두는 배급제가 등장한 한편, 상당히 불리한 조건으로 미중 무역분쟁에 임한 중국은 결국 미국산 돼지고기를 대량수입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비싼 가격에.

게다가, 이 기묘한 역설은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2018년 9월 19일, 남북한은 군사합의를 통해서 다방면으로 적대행위와 경계를 해제하기로 했는데, 휴전선을 넘어 온 멧돼지가 ASF에 감염되어 있고 이것들이 넘어와서 ASF를 옮기는 것이 확인되어 버렸다 보니, 이제는 멧돼지의 이동을 막는다고 울타리를 세우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높은 경계수준을 유지했으면 문제되지 않았을 것을, 군사합의다 어쩌다 하면서 초소를 철거하고 철책을 걷고 한 뒤에, 1년이 지난 시점에서는 다시 비용을 들여서 광역 울타리를 친다고 하니 이것 또한 기묘한 역설입니다.

앞으로 또 어떤 역설이 발생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것만큼은 확실히 말할 수 있겠습니다.
순리대로 처신하지 않으면, 순간적으로는 현명하게 처신한 것 같지만 결국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 생긴다는 것.
그리고, 이런 역설의 대가는 아주 크다는 것.


여기에서 얼마나 배울지는 의문입니다.

중국을 높은 산봉우리에, 우리나라를 작은 나라에 비유한 데에서부터 이미 중국보다 더 낫게 처신하기는 틀린 것 같으니까요.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대왕고래

2019-11-23 20:51:22

북한과 군사협의를 해서 초소 철거하고 철책 거두는 건 솔직히 겉보기 행정으로밖에 안 보이는게, 북한은 어차피 그걸 깨고 뒤통수를 칠 애들이니 초소 철거나 철책을 거두는 건 평화유지에 효과가 없다는 게 확실하죠. 게다가 그게 영 좋지 않은 결과를 끌고 왔네요.

중국의 사례는 괜한 선택지를 골라서 재앙을 뿌려댔으니 에휴라고밖에 할 말이 없어요.

SiteOwner

2019-11-24 11:24:28

유연성이 결여된 경직된 진영논리의 폐해가 이렇게 심대합니다. 게다가 그 진영논리에 기반한 문제는 이중삼중으로 비용을 증대시켜,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보다도 더욱 못한 결과를 낳게 됩니다.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이 많다는 말이 정말 제대로 공감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북한을 상대로 한다는 것이 어떤 리스크를 얼마나 안고 있는지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 결과가 좋을 가능성은 아예 처음부터 제거되어 있습니다.

Board Menu

목록

Page 99 / 295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SiteOwner 2024-09-06 168
공지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일단 보류합니다

SiteOwner 2024-03-28 172
공지

타 커뮤니티 언급에 대한 규제안내

SiteOwner 2024-03-05 189
공지

2023년 국내외 주요 사건을 돌아볼까요? 작성중

10
마드리갈 2023-12-30 360
공지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

612
마드리갈 2020-02-20 3863
공지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

2
  • file
마드리갈 2018-07-02 1001
공지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

2
SiteOwner 2013-08-14 5973
공지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하네카와츠바사 2013-07-08 6594
공지

오류보고 접수창구

107
마드리갈 2013-02-25 12088
3935

근황 및 기타 이야기

4
Papillon 2019-12-01 173
3934

[음악리뷰] 코론바와 그가 만든 흐름에 대해

2
대왕고래 2019-11-30 165
3933

이른 아침에 두서없이 몇 마디.

2
마드리갈 2019-11-29 122
3932

독일어 어휘는 아주 정직하게 재미있습니다 2

4
SiteOwner 2019-11-28 184
3931

뭔가 기묘한 징크스

2
마드리갈 2019-11-27 235
3930

편도에 종양이 있었습니다.

4
국내산라이츄 2019-11-26 154
3929

지구에 설탕이 내려왔다!

2
마드리갈 2019-11-26 250
3928

현명한 처세라...

2
마드리갈 2019-11-25 192
3927

메리야스라는 말이 생각날 때

SiteOwner 2019-11-24 251
3926

보람없이 어두워진 토요일

2
마드리갈 2019-11-23 199
3925

위가 북쪽, 아래가 남쪽?

6
SiteOwner 2019-11-22 198
3924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몰고 온 기묘한 역설

2
SiteOwner 2019-11-21 210
3923

역사지식이 또 크게 달라질 때

2
마드리갈 2019-11-20 210
3922

간혹 동생과 지리지식 테스트를 하며 놀고 있습니다

4
SiteOwner 2019-11-19 180
3921

로그 원: 피를 지불한 가치가 있었던 희망

4
마키 2019-11-18 167
3920

자신의 이름을 쓸 수 없는 마크 레빈슨

2
마드리갈 2019-11-17 142
3919

테라리아 칼라미티 모드의 OST들

4
대왕고래 2019-11-16 178
3918

창작활동 관련 이야기들.

5
시어하트어택 2019-11-16 240
3917

금요일 밤의 냉기

4
SiteOwner 2019-11-15 190
3916

이란의 새로운 유전은 제2의 어느 나라로 가는 길일까

3
마드리갈 2019-11-14 205

Polyphonic World Forum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