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던전 장르 게임들을 대학때부터 지금까지 즐겨왔었죠.
죽으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구성은 전부 똑같지만, 약간씩 다른 특징들이 결국 각각을 다른 게임으로 규정지을 수 있게 해 줍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상한 던전 게임들의 특징을 나열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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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네코의 대모험 2 - "이상한 던전을 여행하는 플레이어를 위한 안내서" (제목 패러디 출처)
이 게임의 스토리모드 구성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 조금 이상한 던전 : 플레이 방법을 익히는 튜토리얼 던전
- 꼭두각시 던전 : 화살만으로 클리어하는 던전 (대부분 화살만 나옵니다. 이하 특정 아이템 테마 던전도 마찬가지.)
- 성의 지하 : 지팡이만으로 클리어하는 던전
- 묘지 던전 : 풀에 대해 배우는 던전
- 화산 : 두루마리가 나오는 던전
- 미로의 숲 : 상점이 처음 나오는 던전
- 토로 유적 : 신부NPC가 나오는 던전
- 이상한 던전 : 이 게임의 마지막 스토리 던전, 위의 모든 요소가 전부 나오는 이상한 던전의 "기본적인" 형식
전부 게임의 기본 플레이에 관계된 던전들이기에 스토리를 깨고 나면 이상한 던전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죠.
그리고 이어지는 2회차부터는 본 게임의 반입금지던전 "좀 더 이상한 던전", 이상한 던전 최초의 반입가능 극악던전 "시련의 관"을 들어갈 수 있게 되고, 열쇠방 등등에서만 얻을 수 있는 황금 아이템, 20개씩 모아서 아이템을 받을 수 있는 작은 메달 등의 파고들기 요소까지 추가되죠.
결국 황금 아이템을 전부 모았을 쯤에는 좀 더 이상한 던전을 몇번은 클리어하게 되고, 어느새 이상한 던전에 깊게 파고든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기초부터, 심화까지. 모든 것을 배울 수 있기에 톨네코의 대모험 2는 이상한 던전 안내서, 입문 교과서라고 해도 될 게임입니다.
(실제로, 후술할 이상한 던전 게임들과 비교하면 톨네코2는 상당히 쉬운 편입니다. 반입금지던전 난이도도 꽤 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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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래의 시렌 - "변칙 플레이가 만드는 무한의 가능성"
톨네코의 대모험이 "기본"에 충실하다면, 풍래의 시렌은 "변칙"적인 플레이에 충실합니다.
예를 들어보자면...
- 톨네코 시리즈와는 다르게, 풍래의 시렌 시리즈 몬스터들은 레벨업을 하면 성장을 하고 그 강함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합니다.?
- SFC판 1편 기준 예시 : 마무루(공2,방1) → 움막마무루(공3,방9) →?동굴마무루(공255,방78). 마무루는 1층에서 나오는 대표적인 잔챙이 몬스터인데, 레벨업을 2번만 하면 반쯤 무적인 괴물이 나타납니다.
- 따라서?일부러 레벨업을 노린 다음 어떻게든 처치해서, 단번에 엄청 레벨업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위의 동굴마무루를 고의로 1층에서 출현시킨 뒤에 어떻게든 잡아서 경험치 1000을 단번에 벌어들이는 방법이죠.
- 바닥에 떨어진 돈을 던져 몬스터에게 던지면 금액의 10%의 데미지를 줄 수 있습니다.?
- 공격력 255인 동굴마무루도 돈을 맞으면 죽습니다. 상대하기 힘든 강한 몬스터를 일격에 쓰러트릴 수 있는 비기입니다.
- 1편의 경우 몬스터의 고기, 2편의 경우 몬스터 항아리를 통해 몬스터의 특수능력을 직접 사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플레이의 경우수가 몬스터의 능력 수 만큼 늘어납니다.몬스터의 특수능력을 역이용하는 플레이도 가능합니다. 예를 들자면...
- 화살을 쏘는 보우야가 일부러 장애물쪽으로 화살을 쏘게 유도합니다. 화살은 낙템으로 드랍되고, 이걸 계속 반복해서 바닥에 잔뜩 떨어진 화살을 전부 주워 장비할 수 있습니다.
- 요괴주먹밥변화는 아이템을 큰 주먹밥으로 변화시키는데, 따라서 위 방법대로 화살을 늘리고 그걸 전부 큰주먹밥으로 바꾸는 플레이도 가능합니다. 아예 "오니기라이즈"라는 고유명사로도 칭해지는 기본 공략입니다.
- 1편의 귀신무는 2칸 앞의 플레이어에게 독초를 날려 힘을 다운+속도를 느리게 합니다. 그리고 원거리 몬스터는 (유도공격을 하지 않는다면) 자기와 플레이어 사이에 적이 있어도 투사체를 날려 괜한 적이 맞는 일을 벌입니다. 따라서, 위의 파밍에 적합한 적들을 약화시켜 플레이어가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 2편의 마제룬은 정말 대표적인 케이스. 아이템을 받아먹으면 합성을 해 주는데, +2 창에 +3 검을 합성하면 검의 속성을 지니는 +5 창이 되기 때문에, 플레이만났을 때 가장 반가운 몬스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여러 특성 덕분에, 단순히 아이템을 합성해서 적을 물리로 때리고, 위험한 몬스터는 지팡이로 상태이상을 걸어 제끼는 플레이에서 약간의 가지치기를 할 수 있게 되고, 따라서 은근히 "컨텐츠 풍성한"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덕분에 풍래의 시렌은 플레이할때마다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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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볼로의 대모험 - "디아볼로의 기묘한 장비(스탠드)" (제목 패러디 출처)
이상한 던전의 장비 아이템은 쉽게 4가지로 분류됩니다.
- 무기 : 공격력 및 공격 특수능력에 연관됨
- 방패 : 방어력 및 여러 내성에 연관됨
- 팔찌 : 플레이를 편하게 해주는 서포트 능력, 시리즈에 따라 1개 또는 2개만 장비 가능.
- 화살 : 원거리 공격용
이 게임에선, 안에 스탠드가 깃든 스탠드DISC들이 이 게임의 무기/방패/팔찌/화살 역할을 합니다.
근데 이 덕분에 보통 이상한 던전과는 다른 특징을 갖게 되었습니다.
- 디아볼로의 대모험에서는, 무기=방패=팔찌입니다.
- 즉 스탠드를 어느 위치에 장비해도 상관없습니다. 스탠드에 공격력과 방어력이 동시에 존재하기에 경우에 따라서는 검을 방패로 쓰는 게 더 나은 경우도 존재합니다. (참고로 +2 강화되면 공격력과 방어력이 각각 +2 됩니다.)
- 정확히는, 공격용으로 장비했을 때만 특수능력을 띈다던지 하는 등으로 무기/방패/팔찌 제한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 스탠드를 방어에도 장비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이상한 던전보다는 제한이 프리한 편입니다.
- 어느 정도로 프리하냐면, "+10 칼에 +10 방패를 합성하고, 거기에 +9 팔찌를 합성해 +29 칼을 만든다! 그리고 이걸 이제 방어에 장비해야지."하는 플레이가 그냥 기본입니다.
- 이렇게 합성에 제한이 많이 없고 쉽게쉽게 강해질 수 있는 시스템 때문인지, 합성 아이템의 드랍율이 매우 빈약한 편입니다.
- 따라서 풍래의 시렌 2편에서 나온 "양손장비" 개념이 사라졌습니다. 스탠드 하나만 강화해서 공격력과 방어력 둘 다 이득을 보면 엄청 이득이잖아요?
- "사격스탠드"는 "화살+지팡이" - "화살"을 계승한 개념이라 줍는 즉시 합쳐지지만, "지팡이"의 개념까지 계승합니다.??
- 지팡이는 상태이상을 걸기 위해서 쓰는 경우가 많은데, 서로 그냥 합쳐지지 않기에 인벤토리에 약간 부담이 가고, "합성"을 거쳐야만 했었죠.
- 그런데 여기서는 그런 지팡이조차 화살과 함께 "사격스탠드"로 합쳐졌기에, 줍는 즉시 합쳐진다는 이점을 갖게 되었습니다.
- 대신 벽에 쏘면/빗맞추면 낙템으로 떨어지던 화살과는 다르게, 쏘는 즉시 적에게 맞든 맞지 않든 소모됩니다. 이 점은 지팡이를 계승한 부분입니다.
- 스탠드의 강화치 (사격 스탠드는 소모량) 1을 소모하는 "발동" 개념이 존재합니다.
- 다른 이상한 던전으로 치면 소모해서 특수한 버프기/디버프기/딜을 가하는 두루마리/풀 계통을 계승한 것인데, 특이하게 장비의 강화치를 댓가로 사용하게끔 되어있습니다.
- 따라서 공격력/방어력이 강하지도 않고, 특수능력도 별로인 스탠드, 오로지 발동능력을 사용하기 위해 강화되는 일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공격력은 7인데 툭하면 이상한 방향으로 공격하는 퍼플 헤이즈의 경우, "발동"능력이자 방 전체 공격기인 "바이러스 공격"을 쓰기 위해 강화됩니다.?
- 발동은 장비하지 않아도 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위의 퍼플 헤이즈처럼 장비하기 애매한 경우, 그냥 들고만 다녀도 충분합니다.
다른 이상한 던전에서는 찾을 수 없는 독특한 특징이 있죠. 덕분에 디아볼로의 대모험을 좋아합니다.
더 나아가 다른 이상한 던전과의 차이점이라면, "최면계통 몬스터는 없는데 아이템 파괴 몬스터가 엄청 많다", "무기를 보호하는 '도금'에 대응되는 '칠흑의 의지'가 의외로 쓸모가 크게 없다" (깔쭉이/안깔쭉이의 영향이 큽니다. 4부에 나오는 쥐 있잖아요.), "맵 전체를 스캔하는 투시팔찌가 여럿으로 쪼개져있는데 드랍율마저 매우 낮다" 등의 특징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난이도는 꽤 어렵지만, 앞서 나열한 특징들 때문에 플레이하는 재미가 있어서 손을 놓을수가 없죠.
저는 대왕고래입니다. 대왕고래는 거대한 몸으로 5대양을 자유롭게 헤엄칩니다.
대왕고래는 그 어떤 생물과 견주어도 거대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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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SiteOwner
2019-12-19 23:13:08
이상한 던전 장르의 게임에는 상당히 재미있는 특성이 많군요.
역시 명실상부히 이상한 던전입니다.
특히 재미있는 부분은 돈이 무기가 되는 것.
흔히 자금력을 비유적으로 실탄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풍래의 시렌에서는 아예 그 돈이 정말 상대를 죽일 수 있는 실탄같은 무기가 되는군요. 재미있습니다.
방패가 무기로 사용가능한 것도 재미있습니다.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방패를 무기로 쓰기에는 효율이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역발상 덕분에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는 게 이렇게 느껴집니다.
마드리갈
2019-12-20 12:47:50
이상한 던전이라는 말 자체에 게임의 여러 요소가 놀랍도록 간명하게 축약되어 있다는 것을, 이렇게 설명으로 알게 되었어요. 그 던전 자체도 이상할 뿐더러,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에게도 이상할 정도로 몰입되게 만들어 버리니...
풍래의 시렌은 변칙이야말로 게임을 즐기는 데에 놓아야 할 정석이고, 디아볼로의 대모험에서는 역시 기원이 되는 죠죠의 기묘한 모험 덕분인지 다른 이상한 던전류와는 비슷한 듯 또 다른 특성이 있어서 확연히 구분되고...이상한 던전은 그 자체로도 진화하고 있어요.
재미있는 컨텐츠를 소개해 주신 데에 깊이 감사드려요.
대왕고래
2020-01-07 21:49:24
이상한 던전이 전부 같지가 않고, 각각의 특징이 있어 즐길거리가 있다는 건 매우 좋죠.
게다가 본 글에서 설명하지 않은 다른 이상한 던전들에도 이게 마찬가지고요. 시간을 내서 다른 게임도 즐겨볼 수 있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