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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7월 15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Jeddah)에서는 두 남녀의 공개처형이 집행되었어요.
남성은 레바논 주재 사우디 대사의 친척인 칼리드 알 샤헤르 물할랄(Khaled al-Sha'er Mulhallal), 여성은 사우드 왕가의 공주인 미샬 빈트 파드 빈 모하메드 알 사우드(Mishaal bint Fahd bin Mohammed Al Saud). 이 두 사람은 제다 소재의 궁전 근처의 공원에서 사형당하여 짧은 생애를 마감했어요. 게다가 공주는 불과 19세.
사형당한 이유가 꽤 경악할 만한 사안인데, 이들이 반역죄라도 저질러서 사형당했다면 그나마 이유가 성립하겠죠.
하지만 그런 것도 아니었어요. 간통을 저질렀다고 판단되어서.
그 둘은 집안의 허락없이 몰래 만났고, 그래서 그게 간통으로 인정되어서라고 하네요. 실제로 그런 걸 했다는 것도 아니고 인정되어서.
이슬람교의 율법인 샤리아에 따르면, 대체로 간통이 인정되려면 성관계 현장을 본 4명의 성인 남성 증인이 필요하거나, 법정에서 여성이 "간통을 저질렀습니다" 라고 3번 말하기만 하면 그걸로 충분. 그 공주는 후자를 강요당했고, 그 이후 유죄가 인정되어 신속히 사형이 집행되었어요. 공주는 왕족의 고위인사인 할아버지의 주관하에 총살당했고, 그녀의 연인은 공주가 죽는 모습을 강제로 보게 된 뒤에, 공주의 친척이 친히 잡은 칼로 5번에 걸쳐서 참수되었어요.
이 잔혹한 사건을 알게 되면서 들었던 의문은 2가지.
하나는, 대체 그 종교의 계율이 뭐길래, 그렇게 잔혹한 죽음을 강요해야 하는 것일까, 그 알량한 종교적 신념이나 있는지도 모를 명예가 개인이나 가족보다 더 중요한가 싶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어요. 그런 야만성을 정당화해서 얻는 게 뭐가 있을까요?
다른 하나는, 좀 비약일지도 모르지만, 왕가라도 예외가 될 수 없는 게 그나마 일관적인가 싶은 냉소. 하루가 멀다하고 진영논리로 소신이나 발언을 수시로 뒤집는 기회주의자들이 횡행하는 현대에, 그 사우드 왕가는 자신들이 정의라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요. 물론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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