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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고 싶은 일상

Papillon, 2020-02-09 21:17:03

조회 수
128

오랜만에 포럼에 찾아오게 되었네요. 이럴 때 즐거운 이야기를 하면 좋겠지만, 그렇기에는 제가 느끼는 삶이란 것이 지나치게 무거운 것 같습니다.


몇 개월 다닌 직장은 분명 좋은 직장입니다. 직원 복지나 대우라는 면에서는 분명 이전 회사와는 비교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저에게는 맞지 않는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평생 살아온 것과 정반대의 감성이 중요한 업무를 해야 하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거기에 직업 특성 상 야근은 물론이고 메신저로 지시를 받으며 집에서 근무를 하는 경우도 있다 보니 화수분에 스트레스를 넣은 듯 스트레스가 쌓여가는 것을 느낍니다. 결국 스트레스가 쌓이다가 아무 생각 없이 벽에다가 머리를 박고 있는(약한 힘이긴 했지만) 모습을 깨닫게 되어서 결국 미루던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예상과는 달리 정확하게 무슨 병이라고 설명해주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불안이 가장 위험한 수준이고 그 다음은 우울이라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결국 약을 타와서 복용하게 되었습니다. 우울해서 불안해진 것인지 불안해서 우울해진 것인지는 모르겠군요.


솔직히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남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도 상당한 스트레스로 다가오네요. 병이 생겨서 스트레스가 증식하는 것인지, 스트레스 때문에 병증을 보이는 지는 도저히 판단할 수 없습니다. 그저 일상이 무겁다고 느끼고, 그것을 털어놓을 상대가 없다고 느낄 뿐입니다.


다음에 왔을 때는 조금 더 즐거운 이야기를 쓸 수 있으면 좋겠네요. 이만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Papillon

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

2 댓글

마드리갈

2020-02-09 21:27:50

오랜만에 포럼에 와 주신 점에 깊이 감사드려요.

이전 글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셨고...


잘 하셨어요. 그리고 그렇게 내리신 결정이 좋았다고 보고 있어요.

누구나 몸이나 마음이 항상 건강할 수는 없죠. 아플 때가 있기 마련이고, 혼자서는 치유되지 않을 경우도 있고, 그래서 타력본원으로 이겨내기도 하고 그렇죠.

저 또한, 구체적인 사안까지 동일하지는 않겠지만, Papillon님께서 느끼셨던 것과 비슷한 감정을 느낄 때가 있어요. 지금 하고 있는 것은 무엇을 위해서인가, 안 맞는데 억지로 몸을 끼워맞춘 것은 아닌가, 지금까지 살아온 길과 방식은 잘못되었던 걸까 하고 자기부정을 반복하고 하루하루의 일상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든지...


죄송해 하시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여러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포럼이니까요. 호전을 믿고 있어요.

SiteOwner

2020-02-13 20:38:32

안녕하십니까, Papillon님. 잘 오셨습니다.

삶은 희로애락과 함께 합니다. 그리고 포럼에서의 삶도 그러합니다.

그러니, 죄송해하시기보다는, 이렇게 와 주셔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더욱 좋습니다. 그러니 환영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포럼을 방문해 주셔서 근황을 말씀해 주시는 결정을 해 주셨으니, 앞으로의 상황도 그 의지로 잘 호전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다음에도 또 찾아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언제나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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