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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은 국내외 할것없이 큰 사건이 많이 터졌고, 지금도 여전히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그 여파가 심대했습니다.

대략 떠올려 보면 이런 것들이 대표적이겠습니다.
1월 17일에는 일본에서 한신아와지 대지진이 발생하여 효고현 고베시에 큰 인적, 물적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2월 26일에는 80일간의 세계일주에도 등장하는 233년의 역사의 영국 베어링스 은행이 파산했습니다.
3월 20일에는 일본에서 도쿄 지하철 독가스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4월 19일에는 미국 오클라호마주 청사에서 폭탄테러가, 28일에는 대구에서 지하철 공사 도중 상인동에서 가스폭발이 일어났습니다.
6월 29일에는 서울에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났습니다.
7월 23일에는 여수 앞바다에서 씨프린스호 사고로 남해안이 석유에 오염되는 대참사가 있었습니다.
8월 21일에는 용인에서 경기여자기술학원 기숙사 방화사건이 발행했습니다.
9월 19일에는 당시 유나바머라고 알려진 시어도어 카친스키의 "유나바머 선언" 이 미국의 주요 일간지에 게재되었습니다.
10월 24일에는 부여에서 무장간첩이 발견되어 교전이 발생했습니다.
11월 4일에는 이스라엘에서 당시 수상인 이츠하크 라빈이 암살당했습니다.
12월 20일에는 아메리칸항공 965편이 추락했습니다.

이렇게 매달 자연재해, 파산, 테러, 사건사고가 국내외에 끊이지 않았던 1995년.
그리고 지금 2020년은 그 시점으로부터 딱 4반세기, 즉 25년 뒤의 시점입니다.
게다가, 4반세기가 지난 현재는 중국에서 발원한 코로나19의 판데믹으로 전세계가 고통받는 한편, 한국 여권은 사실상 쓸모가 없어져 버리는 상황에까지 위상이 추락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4반세기 전의 그해나 올해나 계속 우울한 나날이 지속되는 것입니다.

당시 미국의 방송으로 옴진리교의 도쿄 지하철 독가스 테러 뉴스를 접했던 저는, 국제법으로 화학무기의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고 해도 일단 사태가 일어나고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고 나서는 위법성 등을 논해봤자 그게 무슨 소용인가 하는 회의론, 그리고 갑작스럽게 외부요인으로 생을 마감해야 할 정도로 인간의 삶이란 덧없는 것이었나, 이래서 뭐가 천부인권이고 인간의 존엄성인가 하는 허무주의에 많이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최소한 스포츠 경기 같은 경우는 비록 1라운드에서 패하더라도 패자부활전이라도 기대할 수 있지만, 인생은 그냥 패자부활전이고 뭐고 없는 잔혹한 현실에 불과한 건가 싶은 생각에도 빠지기도 했습니다. 당시 대입수험생으로서의 신분상 그런 생각은 마이너스가 되면 되었지 플러스가 될 리는 없었지만, 일단 그러했습니다.

그리고, 25년이 흘렀습니다. 1세기의 1/4가 흐른 지금을 돌아보고 있기도 합니다.
역시 그랬습니다. 갑자기 삶이 끝날 기회는 몇번 더 찾아왔습니다.
대학생 때에는 길을 가다가 갑자기 날아온 주먹에 머리를 맞기도 하고, 없는 소리를 만들어서 저를 파렴치범 등로 몰아 매장하려던 시도도 있었습니다.
군복무 중에는 훈련병 시절에 숙영중에 막사가 침수되기도 하였고, 미친 조교가 취침중인 저의 머리를 걷어찬다든지, 저의 머리에 실탄이 장전된 총을 겨누기도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직장생활 중에는 갑자기 병으로 쓰러져 하반신을 쓸 수 없게 되었고 잠시나마 시한부 인생이 되기도 하였고, 누군가로부터 살해 협박을 몇 차례 받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저의 곁을 떠나갔습니다. 일부는 고인이 되어서 더 이상 만날 수도 없고, 일부는 그들이 먼저 배반하고 떠났다 보니 처음부터 알지 않았던 것보다도 더욱 못한 상태이고...

그런데, 불안하고 위험투성이인 세계가 그냥 이대로만 가는 건 또 아니었나 봅니다.
2018년 여름에는 옴진리교의 교주 및 주요 관계자들이 사형되면서 조금이나마 정의가 세워졌고, 바다 건너의 외국에서 일어난 무차별 테러사건에 충격을 받고 무상감에 빠졌던 그 소년은 어느새 불혹의 나이를 넘는 동안 숱한 위기를 거쳤지만 끈질게 살아남을 수 있었고 또한 무상감에서 벗어나서 어떻게든 끈질기게 살아남아야 한다는 의지도 강해져 오늘날에 이르고 있습니다. 또한, 살아남아야 이후에 정의가 세워지는 상황에 뭐라도 보탬이 되는 것이고, 그렇게 살아남는 것은 먼저 간 사람들의 생명을 의미있게 만들기 위한 의무가 있어서는 아닌가 싶은 생각에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

그 끔찍한 사고가 일어난지 4반세기가 된 오늘.
여전히 대참사는 일어나고 있고, 다시금 무상감이 커집니다.
게다가 어제는 당시 테러사건에 피해를 입었던 당시 31세의 아사카와 사치코(浅川幸子, 56세)가 피해 이후 정확히 25년간의 투병생활 끝에 타계하기도 하는 등, 지금도 큰 상처로 남아 있기도 합니다(地下鉄サリン25年後の死者 浅川幸子さ歳56歳, 2020년 3월 20일 닛칸스포츠 기사, 일본어).
안전한 사회, 예측가능한 사회를 희망함과 동시에,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추모,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으로서의 의무를 다시금 깊이 생각하며, 이 세계 속에서 악착같이 살아남아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일말의 힘이나마 더 보탤 수 있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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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마키

2020-03-20 21:24:19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피해자와 유족의 인터뷰를 수록한 "언더그라운드", 그리고 당시 옴진리교 소속이었던 인물들의 인터뷰를 수록한 "약속된 장소에서"라는 두권의 논픽션 책을 써서 출판했었죠. 약속된 장소에서 겉표지 뒷면에 본문 내용 일부를 발췌해 실은 "우리의 일상생활과 위험성을 내포한 컬트 종교 사이에 가로놓인 한 장의 벽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얇을지도 모른다."라는 서술이 압권...

SiteOwner

2020-03-21 19:01:15

"판자 한장 밑은 지옥(板子一枚下は地獄)" 이라는 일본 속담이 있는데, 이게 단지 선원들의 삶에 한정된 게 아닌 것 같습니다. 그것이, 세계 역사상 극히 드문 사례인 도심의 대중교통시설에의 무차별테러인 도쿄 지하철 독가스 테러로 이미 나타나 있는 이상, 살아 있는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 같습니다. 아니, 판자보다도 더 얇은, 진짜 종이 한 장 차이(紙一重) 정도도 안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천국과 지옥이 완전히 별개의 장소가 아니라 항상 동시에 있고 우리의 삶이 그 계면에 있어서 언제든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생각마저 하게 됩니다.


인용하신 그 표현의 무서움이 크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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