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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쌉가능", 정부기관은 "UBD"...?

SiteOwner, 2020-05-06 22:03:03

조회 수
186

이 게시물의 제목 및 본문에 인용된 각종 속어는 이용규칙 게시판 제10조 및 추가사항을 따라 최소한으로 인용해 둔 것임을 먼저 밝혀드리겠습니다.


작금의 언어생활사정이 참으로 굉장합니다.

게다가 인터넷 밈 남용을 친근함의 표현으로 잘못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확대재생산되었습니다.


작년 하반기에는 LG CNS가 입사지원자에게 안내문자메시지를 발송하면서 "쌉가능" 이라는 표현을 써서 큰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 어원에 대해서 추적을 해 보니 크게 2가지로 약칭됩니다. 여성의 성기를 속되게 이르는 말인 "씹" 이 변형된 것일 수도 있고, 쓸데없는 행동을 뜻하는 속어 "삽질" 에서 와서 발음이 거세져서 "쌉" 이라는 접두어가 생긴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것이 진짜 어원이든 간에 좋은 표현은 절대로 못되는 것임은 분명합니다.

결국 이 사건은 공론화되어 파장이 꽤 커지게 되자 LG CNS 측이 사과하기도 하였습니다('친근함의 선을 넘었나' LG CNS 인사팀, 쌉가능 표현 사과, 2019년 9월 18일 한국금융 기사).


그런데, 올해에는 결국 정부기관마저 제대로 사고를 쳤습니다.

통계청의 공식 유튜브 계정으로 가수 비의 뮤직비디오 "깡" 에 대해 39.831UBD이라는 코멘트를 하면서 이것이 논란을 촉발했습니다(비 '깡' 영상에 댓글 단 통계청, 결국 사과 "UBD 언급 반성", 2020년 5월 6일 YTN 기사).

처음에 뭔지 몰랐는데, 이것은 비가 주연을 맡았던 2019년작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이 흥행에 처참하게 실패하면서 관객동원실적 17만명이 엄복동의 로마자 표기에서 유래한 UBD 단위로 표현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것을 통계청 공식 유튜브 계정 관리자는 친근함의 표현으로서 그 표현을 썼다고 해명은 했는데, 이런 인터넷 밈을 몰랐던 저로서는 상당히 당황스러웠는데다, 알고 나서는 인터넷 밈을 남발하면서 특정인에의 비하 등의 표현을 쓰는 게 친근함의 표현이라고 착각하는 태도가 기분나쁘게 보입니다. 즉 알든 모르든 간에 예의 표현이 불쾌한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앞으로는 대체 뭐가 새로이 등장할지 모르겠습니다.

관보도 저렇게 작성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니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지나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4 댓글

카멜

2020-05-07 23:20:28

영문학을 공부하면서, 빅토리아 시대상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소위 ‘진지함의 중요성’이 팽배하던 때였죠.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엄격하고, 근엄하며, 진지했어야만 하는 시대였어야 했습니다. 이런 세상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만. 

요즘은 일명 ‘선비’ ‘진지충’ 이라는 멸칭아래서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상대방에 대한 예의나, 진지함이 희석되는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것같네요. 

친구랑 술자리에서 이야기 하는게 아니잖아요. 아무리 재미가 대세라고 해도. 국가기관과 기업이 최소한으로 가져야할 진지함은 있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SiteOwner

2020-05-09 20:48:58

카멜님, 오랜만에 잘 오셨습니다. 그리고 좋은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그렇습니다. 예의나 진지함 따위는 우습게 여기거나 아예 없는 것으로 여기는 잘못된 가치관이 팽배한데다 애초에 동일선상에 놓을 수도 없는 개념인 친근함과 무례를 한 선에 놓고, 그 두 가치를 대칭관계로 여기는 오류에서 벗어나지 않기에 앞으로도 문제가 벌어질 위험은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두 사례 모두, 사과는 했지만 결국 무엇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어떠한 반성도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 사건은 다시 다음의 희생양을 찾을 때까지는 잠복해 있을 것입니다.

대왕고래

2020-05-10 03:10:23

진지해야 할 자리에서는 진지해야죠. 그렇지 못하면 욕을 먹게 되죠.

무엇보다 공인은 언제나 진지하지 않으면 안 되죠. 그렇지 않으면 욕을 먹겠죠.

저도 아는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걸가요?


사실 이해는 할 수 있죠.

"아니 이런 상황에서 진지하게 굴면 사람들에게 가까이 갈 수가 없잖아요!"라는 이유겠죠.

근데 그것도 어느정도 바운드라인이 있고, 그걸 넘어서는 순간 무슨 진지한 일을 하더라도 더 이상 진지하게 바라볼 수가 없을텐데...

SiteOwner

2020-05-12 20:18:30

잘 지적해 주셨습니다.


요즘 이상하게도 최소한의 기본적인 예의와 형식조차도 하등의 쓸모가 없는 가식 취급을 하거나, 다 아니까 그냥 넘어가도 된다고 안이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예의 사태가 연이어 벌어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특히 기업의 인사부나 정부기관의 경우는 요즘 사회의 이른바 "갑" 이니까, 어떻게 하든간 "을" 따위가 뭘 어쩌겠느냐는 교만한 인식이 체화될 위험이 큽니다. 그렇게 볼 때, 탈권위를 주장하면서 오히려 타인에 대해서는 더욱 권위주의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그렇게 갑질이 대중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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