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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기묘한 식당브랜드 사정

마드리갈, 2020-05-24 20:40:06

조회 수
157

예전에 일본을 여행했을 때 보게 되었거나, 직접 본 적은 없어도 여행의 사전조사로서 알게 된 식당브랜드 관련 이야기를 간단히 해볼까 싶네요.

일단 오사카의 경우, 카페 에이코쿠야(カフェ英國屋, 공식사이트)라는 체인이 있어요.
표기에서 보듯이, 상호의 의미는 영국집.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각지에서 잉글랜드 양복점, 독일빵집 등등의 상호를 볼 수 있다 보니 이것 자체는 그다지 이상하지는 않은데, 이름 자체가 카페라기보다는 대중식당의 작명방식인데다 영국 하면 흔히 생각나는 홍차 대신 커피가 주력이라는 게 더욱 기묘하게 여겨지죠. 참고로 이 회사의 지점에는 도쿄의 카페 후랑스야(喫茶館仏蘭西屋)가 있는데, 글자 그대로 이건 프랑스집이라는 의미.

또 한가지 기묘한 것이 메리켄야(めりけんや).
이전에 썼던 글인 우동 관련으로 몇 가지에도 언급된 곳으로, 카가와현 타카마츠시를 중심으로 한, JR시코쿠 철도회사가 대주주로 있는 우동식당체인인데, 상호의 의미가 미국집. 우동 자체는 미국과는 관련이 없지만, 이런 이름의 유래는 일본이 쇄국정책을 풀고 대외개방을 한 이후 들어온 미국산 정제밀가루의 압도적인 고품질이 보여준 문화충격에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당시 그런 고급밀가루를 부르는 말이 메리켄코(メリケン粉)니까, 이 상호는 그만큼 품질에 관해 타협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한 것이죠.

후쿠오카를 대표하는 향토요리 중 내장탕 요리인 모츠나베(もつ鍋)로 유명한 식당이라면 오오야마(おおやま), 쇼라쿠(笑楽), 마에다야(前田屋), 야마야(やまや) 등 여러 곳이 있어요. 그런데 이름으로 꽤나 특기할만한 것이 케이슈(慶州). 한자를 보면, 우리나라의 그 경상북도 경주시라는 것이 보여요.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지만 그 케이슈가 원래 도쿄에서 시작한 한식당이었던 역사를 감안하면 창업자가 경주와 관련이 있는 건가 하는 추측만 가능할 뿐이예요.

위에서 언급한 것 이외에도, 상호와 공식 웹사이트 주소가 묘하게 다른 것도 있어요.
나고야식 장어덮밥 전문점체인인 히츠마부시 빈쵸(ひつまぶし備長)의 공식 웹사이트는 www.hitsumabushi.co.jp이지만, 의외로 히츠마부시라는 단어 자체는 원조로 불리는 나고야의 아츠타 호라이켄(あつた蓬莱軒)이 1987년에 등록상표로 출원한 적이 있어서 고유명사가 될 뻔 했던 역사가 있어요. 그렇다 보니 이런 경우도 가능한 것.
또한, 나가사키의 카스테라 전문점 후쿠사야(福砂屋)는 공식 웹사이트가 www.castella.co.jp인 것도 특기할 점이죠.

다시 또 일본여행이 가능해지면 또 어떤 기묘한 브랜드의 식당을 접하게 될지, 그것 또한 기대되고 있어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마키

2020-05-25 08:31:33

개인적으로 생각나는 기묘한 상호라면 역시 어릴때 봤던 "잭슨부대찌개"네요.

원래부터 부대찌개가 전쟁의 혼란기에 미군부대의 식재료로 태어난 요리이고, 그래서 영어 이름도 Korean Army Stew 정도로 번역되기도 한다곤 하지만, 토속적인 한국음식의 접두사에 서양인명인 잭슨이 붙은 잭슨부대찌개라는 상표가 어린 마음에도 굉장한 컬처쇼크였죠.

마드리갈

2020-05-25 12:42:38

확실히 그런 상호, 기묘하죠. 본문에 언급된 메리켄야를 보는 것처럼...

마키님과 비슷한 컬처쇼크, 저도 느낀 적이 있어요.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할 때 서울 및 주변의 경기도 지역을 다니다가 존슨탕이라는 요리를 파는 식당을 본 것이죠. 대체 뭐가 유래이길래 존슨탕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인지 생각하다가 혼돈상태에 빠지기도 했고...


식당은 아니고 잡화점이긴 했지만 이런 간판도 본 적이 있어요.

요코하마 중화가에서도 본 적이 있는 잡화점 체인 와모노야 카야(倭物やカヤ). 와모노야는 "왜나라 물건 가게" 라는 의미. 우리나라로 치면 "조선방물상" 정도 되는 걸까 싶기도 해요. 게다가 이 상호를 처음으로 본 데가 요코하마 중화가였다 보니 아무리 일본 속이라도 차이나타운에서는 중화가 주이고 일본이 객이구나 하는 감각이 확연히 다가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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