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일본의 민속학자 무라야마 치쥰(村山智順, 1891-1968)이 조선총독부의 의뢰로 연구를 수행하여 1929년에 발간한 책 조선의 귀신(朝鮮の鬼神)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가 당시 국내에 막 완역본이 나온 1990년대 전반이었고 당시에 그 책이 꽤 비싸긴 했지만 구입했고,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이것을 요즘 다시 읽으면서 몇가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1989년이 저물어 가는 어느 겨울, 당시에 동네에서 전염병이 퍼졌던 적이 있었습니다.
전염병이라고 해도 그렇게 심각한 것은 아니고 동네의 어린이들 사이에 눈병 같은 게 번졌는데 이것을 본 어떤 동네 어른이 식칼과 바가지를 들고 다니면서, 저희집에도 찾아와서 막 욕을 하면서 식칼의 날을 자신 쪽으로 향하게 했다 튕겨내는 감각으로 던지고 칼이 떨어져 가리키는 방향대로 따라다니면서 귀신을 쫒는 의식을 수십분간 하고 갔습니다. 당시에는 무슨 일인가 멍하니 보고 있기만 했는데, 나중에 그 조선의 귀신을 읽어보니까 그런 의식이 무라야마 치쥰의 연구서에서도 이미 나온 의식이라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그렇게 긴 시간을 뛰어넘어 눈앞에 재현되었던 귀신쫓기 의식은 실제 유행하던 눈병의 치료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만, 옛 문서에만 기록되었을 뿐 어떻게 재현되었는지는 정말 보기 힘든 귀중한 사례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한센병 치료를 위해 어린이의 간이나 성기를 노린다는 소문이 파다했던 행색이 추잡한 부랑자 같은 건 전혀 반갑지 않습니다만. 참고로 예의 부랑자 관련 소문 또한 그 조선의 귀신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목록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
2024-09-06 | 168 | |
공지 |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일단 보류합니다 |
2024-03-28 | 172 | |
공지 |
타 커뮤니티 언급에 대한 규제안내 |
2024-03-05 | 189 | |
공지 |
2023년 국내외 주요 사건을 돌아볼까요? 작성중10 |
2023-12-30 | 360 | |
공지 |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612 |
2020-02-20 | 3863 | |
공지 |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2
|
2018-07-02 | 1001 | |
공지 |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2 |
2013-08-14 | 5973 | |
공지 |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
2013-07-08 | 6594 | |
공지 |
오류보고 접수창구107 |
2013-02-25 | 12088 | |
4196 |
편의점 매대의 허니버터칩과 마스크2 |
2020-08-05 | 129 | |
4195 |
스리랑카의 운송업자 고양이, 탈옥하다2 |
2020-08-04 | 136 | |
4194 |
요즘 창작활동 이야기+앞으로의 방향?3 |
2020-08-03 | 147 | |
4193 |
캐나다의 차기전투기 사업, 3파전으로2 |
2020-08-02 | 128 | |
4192 |
너굴너굴 너구리 - 성남시에 늘어난 너구리들2 |
2020-08-01 | 152 | |
4191 |
기묘한 계절감각2 |
2020-07-31 | 135 | |
4190 |
대학 구내에서 모금하던 외국인 학생들 이야기 |
2020-07-30 | 142 | |
4189 |
국어환경에서 정말 분개할 부분에는 침묵하는가 |
2020-07-29 | 123 | |
4188 |
특정 근현대사 사안의 언급을 금지해야 하는가... |
2020-07-28 | 121 | |
4187 |
"선택적" 이라는 말의 안쪽 |
2020-07-27 | 121 | |
4186 |
할말이 엄청나게 많은 애증의 게임 더 킹 오브 파이터 올스타6
|
2020-07-26 | 188 | |
4185 |
요즘은 비 오는 날에 우산을 쓴다고 비난하지 않지만... |
2020-07-25 | 136 | |
4184 |
간만에 폴리포닉 월드 이야기 - 석유 관련의 몇 가지 |
2020-07-24 | 125 | |
4183 |
이것이 진짜 전차도 게임입니다!5
|
2020-07-23 | 167 | |
4182 |
비오는 날 모스크바 시내의 살수차를 비웃기에는... |
2020-07-22 | 130 | |
4181 |
한국의 군사위성 보유와 영국항공의 보잉 747 퇴역 |
2020-07-21 | 134 | |
4180 |
아랍에미리트의 화성탐사선 HOPE, 일본에서 발사성공5 |
2020-07-20 | 187 | |
4179 |
조선의 귀신에서 읽었던 귀신쫓기 의식 목격담 |
2020-07-19 | 136 | |
4178 |
어떻게 지냈는지 모를 날을 마치며 |
2020-07-18 | 121 | |
4177 |
실수로 탄생한 이종교배 물고기2 |
2020-07-17 | 144 |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