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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24년 전이 자꾸 생각납니다

SiteOwner, 2020-12-04 21:35:52

조회 수
169

24년 전은 1996년.
첫 서울생활을 한 그 해를, 저는 "청운의 꿈을 안고 시작한 첫 해" 이자 "환멸의 첫 해" 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 그리고 안 좋은 일도 많았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직면해야 할 일들을 만난 그 해. 정확히 24년 전이니까 그해도 올해도 쥐의 해에 해당됩니다.

그때 서울의 대학가에서는 외자계 패스트푸드 체인이 국내에 들어오는 것을 미국계 총자본의 음모 운운하면서 경계하기도 했습니다. 맥도날드, 파파이스 등의 외식체인이 대학가를 점령하고 세계화를 촉진하여 대학생들을 친미파로 만든다고. 그때의 그 이야기를 라이트노벨 등으로 썼더라면 2011년에 처음으로 나온 알바뛰는 마왕님보다 10여년은 더욱 일찍 히트를 쳤을텐데 하는 후회도 남습니다.
뉴스를 보니 파파이스가 이제 국내에서 철수한다는군요. 그때 파파이스를 경계했던 대학생들은 1980년대 후반에 태어난 조기입학자가 아닌 한은 모두 불혹의 나이를 넘겼을 터입니다만 이제는 그 프랜차이즈의 퇴장을 환영할 것인지. 아마, 자신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고 있을 것입니다.

1996년에는 열사정국이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여기저기서 분신자살이 잇따르고 열사 어쩌고 하니까, 나중에는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죽어도 열사라는 비꼬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그런 것과 비슷한 게 하나 보이는데, 과연 어떻게 될지...

그러고 보니, 대학가의 이른바 "사회과학서점" 은 이제는 없어진 것 같습니다.
24년 전에도 이미 퇴조중이었는데, 지금 존속을 바라는 건 사치같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사회과학분야의 서적을 두루 다루는 게 아니라 철저히 당파성에 기초하였다 보니 고객층이 넓어질 수가 없었고, 이미 운명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또 할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대왕고래

2020-12-06 00:21:42

미국에 대한 불신. 학창시절에 그런 불신을 가진 선생들을 만난 적이 있었죠.

대한민국을 두쪽나게 만든 건 미국과 소련이었다고 말이죠.

그리고 한 나라 민족인 북한을 좋아해야한다고 말했었죠.

그 선생 나이가 그 당시 얼추 30대였으니까 그 시절 사람이었겠네요 아마.

꼭 미국에 대해 불신을 가진 사람은 북한에 대한 호의를 갖고 있더라고요. 편견인건지 아니면 진짜 전부인건지.


저야 뭐 그 당시에는 선생 말이면 다 옳은 줄 알았던 학생이었어요.

북한이 연달아서 우리나라를 공격하고 참사를 일으켜 그게 뉴스에 나오기 전까지는요.

그러고 보면 그 때부터, 어쩌면 그 이전부터 북한에 호의적인 의견은 배척받게 되었네요. 북한은 알아서 자기들을 고립시키고 있어요.

미국 이야기에서 북한 이야기로 빠졌는데... 제가 말하고 싶은 건, 그 시절 사람들이 진보적인 선생이라는 이름으로 교단에 있었다는 거에요.

SiteOwner

2020-12-07 20:15:06

6.25 전쟁이 미국과 소련의 대리전이라는 시각...

한때 참 유행했었지요. 그리고 그게 가장 학술적이고 객관적이라는 믿음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북한 옹호론은 학술의 힘을 입어 설득력이 높아졌고, 북한을 비판하면 지성인답지 못하다든지 극우적이라든지 하는 기류가 대학가에 널리 퍼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논리에는 심각한 흠결이 있었습니다.

두 세력의 대립이라는 양비론은 제2차 세계대전의 양상이었던 연합국과 추축국의 교전 이유를 희석하는 등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가 생깁니다. 그리고 현상을 타파하려는 행위자의 존재를 설명할 수도 없게 되고, 미완의 혁명 운운하여 현상타파를 주장하지만 이미 세계관 자체가 구조주의에 기반하기에 여기에서 갖가지 모순이 발생하여 결국은 누구를 위한, 그리고 무엇을 추구한 담론인 것밖에 안되는 담론입니다. 미국 시카고대학의 브루스 커밍스(Bruce Cumings, 1943년생)를 필두로 한 그런 수정주의적 담론은, 소련 붕괴와 기밀문서의 해제 등으로 여지없이 무너졌을뿐만 아니라 중국의 패권주의를 등에 업은 북한의 각종 도발로 반증되었습니다. 아직도 그런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면 두뇌가 업데이트되지 않은 것이겠지요. 이게 진보일 리가 없습니다.


아버지 스탈린의 살해위협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스탈린의 딸 스베틀라나가 한 말이 있습니다.

"책으로 공산주의를 배우면 공산주의자가 되고, 몸으로 공산주의를 배우면 반공주의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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