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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가 "진짜사나이" 를 매번 틀리는 원인의 안쪽

SiteOwner, 2020-12-16 20:34:43

조회 수
157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군가 하면 역시 진짜사나이일 것입니다.
이 군가는 현역군인, 전역자는 물론이고 한국인이라면 누구든지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여성이나 미성년자도. 그도 그럴듯이 학교 운동회 등의 응원가로서도 많이 쓰였는데다 미디어에 노출되는 빈도 또한 높아서 그럴 것입니다.

그런데, 참 기묘한 현상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유독 "산봉우리에 해 뜨고 해가 질 적에" 부분의 가사는 물론이고 멜로디마저 틀리게 됩니다.

영상을 보겠습니다.


분명히 가사가 "산봉우리에 해 뜨고 해가 질 적에" 입니다만, 이상하게도 이렇게 틀리게 부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말이지요. "산봉우리에 해가 뜨고 해가 질 적에" 로 부르고, 멜로디가 한 박자 늘어집니다. 그것도 "해가 질 적에" 부분의 멜로디에 거의 동기화되듯이. 아무리 고치려고 해도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 현상, 신기하지 않습니까?


저는 이것의 원인을 인간의 심리에서 찾습니다.

즉, 인간은 대칭을 좋아하고, 그래서 원래의 정보를 내용은 물론이고 형식조차 대칭화시키려는 경향이 있다고.

원래의 정보에서 짝을 이루는 것은 "해 뜨고" 와 "해가 질 적에" 입니다. 그런데 두 정보의 통사구조가 다른데, 후자에서 글자를 줄이자니 안 맞으니까 전자에 한 글자가 추가되어 "해가 뜨고" 로 달라집니다.


이 군가를 이렇게 잘 틀리는 이유가 이런 대칭화에 있다는 점을 이해하면 의외로 잘 풀리는 사회현상 담론이 있습니다.

바로 양비론적 사고방식입니다.

분쟁이 생겼을 때 분쟁을 제기한 쪽에 맞서 싸우게 되면 흔히 주변에서 들리는 말이 "저놈과 똑같은 놈이 되니 안 싸우고 말지" 라는 것이라든지, 강력범죄가 일어난 경우 피해자에게도 원인이 있다고 섣불리 말하는 심리라든지, 살인사건이 일어났는데 가해자와 피해자가 이성인 경우에 치정살인으로 몰고 가거나 이성혐오로 속단해 버리는 것. 이것도 역시 대칭화 경향으로 간단히 설명됩니다.


학자들이라고 예외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닙니다.

특히 냉전기에 대한 연구에 이런 논리가 횡행했습니다.

6.25 전쟁이 미국과 소련의 대리전이었고 단지 남북에는 각각의 강대국의 구미에 맞는 독재정권이 세워졌다는 구조주의적 담론이라든지, 미국식의 자유진영도 소련식의 공산진영도 아닌 제3의 길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든지, 세계 속 라틴아메리카의 정치경제구조를 착취와 피착취의 구조로 이해하는 종속이론의 풍미 등이 그러한 대표적인 사례였습니다. 그렇게 구조로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담론에서는 독자적인 행위자가 발생할 수 없는데, 실제로는 침략자도 혁명가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담론을 인정하자니 독자적인 행위자가 부정되고, 그들을 인정하면 담론 속에 갖히고...


대칭화 심리가 인류의 추론능력을 향상시켜 온 것 자체는 부정할 수 없습니다만, 이런 폐해도 있습니다.

그리고 대칭화 심리에 현혹되지 않는 것이 작게는 정보의 왜곡없는 수용에, 크게는 보다 합리적인 사고의 발전에 중요합니다.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대왕고래

2020-12-26 22:51:23

대학원 때 무선통신상에서 전송시의 메세지 코딩을 전공했었어요.

그 중에서는 정확도를 희생한 대신 속도를 얻기 위해 코딩 시스템 자체를 단순화시키는 방식도 있었죠.

그 경우 정확도는 10배 정도 나빠졌었나 그랬던 것으로 기억해요. 그걸 보완하기 위한 방식이 여러가지 있었지만 원래의 단순화 이전 코딩 방식을 따라갈 수는 없었어요.


마찬가지로 현상을 분석하는 것에 있어서 단순화하면 빠른 결론을 얻을 수 있고 빠른 대처가 가능하겠죠.

그런데 단순화해서 해석한 결과는 당연히 정확하지 않은 답일테고 대처를 할 때도 그걸 감안하지 않으면 안 되겠죠. 일반적으로는 그냥 그 결과는 무시하는 게 답이고요.

그런데 그걸 무시하고, 그냥 생각하기 편하니까 두쪽으로 나눠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에요. 실제로는 그렇게 하면 정확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거에요.

SiteOwner

2020-12-27 13:20:29

단순화한다는 것이 결국은 원래의 것을 상당부분 쳐낸다는 것이니 역시 양날의 칼임이 분명합니다.

대왕고래님의 전공분야에서 등장한 코딩 시스템의 단순화는 꽤나 곤란하군요. 정확도가 그렇게 희생되어서는 코딩의 의미가 반감되거나 부정되기 십상이니...

그런데 인간의 사고방식 중에서 이득을 실제보다 크게, 손해를 실제보다 작게 평가하려는 성향이 있어서 그것을 경계할 필요도 충분합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은 단지 두 성향의 산술평균으로도 구할 수 없고, 인간과 사물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해야 답이 나옵니다. 그렇지 않으면 "경찰과 범죄자가 화해해야 범죄가 없어진다" 라는 헛소리나 남발하게 되고, 이것은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게 됩니다. 이미 후회하면 그 시점에서는 늦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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