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듯이 게임으로 예시를 들겠습니다만, 제가 해본 게임들 중에 "세인츠 로우 시리즈"의 2편(이하 세인츠 로우 2)과 "슬리핑 독스"에는 독특한 기능이 있습니다. 세인츠 로우 2에는 이미 완료한 미션을 다시 해볼 수 있는 기능(속칭 리플레이)이 있는데, 시리즈 중에서 유일하게 세인츠 로우 2만 각 미션을 클리어하면 보상을 획득하는 장면에서 신문 스크랩이 하나씩 추가됩니다. 이것은 해당 미션을 제3자, 즉 언론이 바라본 것으로 사진이 작아 내용을 읽어볼 수는 없지만 헤드라인을 통해 어떻게 판단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당연히 비판적이거나 조소적인 면이 많습니다. 리플레이 기능은 이 '스크랩'들을 다시 찾아서 읽어보는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리플레이로 들어가서 특정 미션의 스크랩을 선택하면 해당 미션을 다시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그 스크랩의 일부를 읽어볼 수 있습니다.
한편 슬리핑 독스는 경찰의 잠입수사관이 범죄조직에 들어가서 활동하는 내용을 담은 게임입니다. 그래서인지 스토리 미션인지 보조 미션인지를 따지지 않고 대부분 미션이 끝날 때마다 핸드폰으로 보고서를 작성해서 제출하며, 이 보고서는 핸드폰을 통해 직접 열람할 수도 있습니다. 위의 세인츠 로우 2에 비하면 게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점은 없지만, 서양인들에게 낯선 배경인 홍콩인 만큼 읽어보면 이해와 몰입을 도와준다는 측면이 강합니다.
일단 제 소설은 게임이 아닌 만큼 저런 기능을 활용하는 것은 힘들겠지만, 그래도 후일담 격으로 몇 줄 추가하는 것 정도는 괜찮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위의 두 사례 중 "세인츠 로우 2"에 착안하여 작중 스토리와 관계되는 짧은 후일담들을 참고자료라는 형식을 빌어 덧붙여 봤습니다. 현재까지 연재한 에피소드들은 그나마 무슨 내용인지 알고 있어서 그나마 바로바로 구상이 가능했지만, 앞으로 연재할 에피소드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살짝 막막하기도 하네요.
어쨌든 지금까지 연재한 추가 에피소드에만 덧붙였습니다(파일럿 에피소드들은 제외). 굳이 링크로 목록을 만들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그것과는 별개로 아예 추가 에피소드 분량 정도의 짜투리로만 소설을 연재할까 하는 생각도 있었고, 지금도 있습니다. 1회로 녹여내기엔 너무 무리인 훌륭한 소재들은 어쩔 수 없다는 게 문제이지만, 그렇다고 그걸 하나의 대형 에피소드로 풀어내자니 골머리를 적잖이 썩혀야 되는 상황이라 오도가도 못하는 상태네요. 그나마 너무 어둡거나 격렬하게 나가지 않으면 사건을 너무 키울 필요도 없다는 생각 덕분에 쓸데없이 고민하는 건 덜었지만, 그래도 정규 에피소드는 매번 연재할 때마다 힘이 드네요. 재미가 있다면 다행이지만, 정작 저로서는 재미가 있는지 없는지 도무지 자신이 없어서 말이죠. 참 복잡합니다.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목록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
2024-09-06 | 153 | |
공지 |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일단 보류합니다 |
2024-03-28 | 164 | |
공지 |
타 커뮤니티 언급에 대한 규제안내 |
2024-03-05 | 182 | |
공지 |
2023년 국내외 주요 사건을 돌아볼까요? 작성중10 |
2023-12-30 | 356 | |
공지 |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612 |
2020-02-20 | 3858 | |
공지 |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2
|
2018-07-02 | 995 | |
공지 |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2 |
2013-08-14 | 5967 | |
공지 |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
2013-07-08 | 6591 | |
공지 |
오류보고 접수창구107 |
2013-02-25 | 12080 | |
4383 |
이상한 사람이 있어서 위험할 뻔 했습니다2 |
2021-01-20 | 199 | |
4382 |
무협이란 대체 무엇일까요?6 |
2021-01-19 | 209 | |
4381 |
간단한 근황 및 앞으로 쓸 글의 소재2 |
2021-01-18 | 147 | |
4380 |
마키는 엄청난 것을 주문했습니다4
|
2021-01-17 | 203 | |
4379 |
19세기에 태어난 사람을 만난 경험담2 |
2021-01-17 | 138 | |
4378 |
유명인이 나온 꿈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2 |
2021-01-16 | 134 | |
4377 |
평온한 일상이 그리워지는 가운데 Happy Around Days2 |
2021-01-15 | 158 | |
4376 |
감기 때문에 휴가를 냈었어요3 |
2021-01-14 | 155 | |
4375 |
오리너구리의 특이한 유전자와 치와와 괴담2 |
2021-01-13 | 161 | |
4374 |
부동산시장 혼란상을 관통하는 의외의 한 논점2 |
2021-01-12 | 177 | |
4373 |
묘하게 잘못 읽게 되는 이름에 대한 이야기 |
2021-01-11 | 138 | |
4372 |
굳이 지방거주를 폄하해야 하나... |
2021-01-10 | 132 | |
4371 |
"탱커(Tanker)" 를 "유조선" 으로 번역할 수 없는 이유 |
2021-01-09 | 140 | |
4370 |
신년의 시작은 전집중 호흡4
|
2021-01-08 | 162 | |
4369 |
오래전에 썼던 핸드폰을 찾았습니다.4 |
2021-01-07 | 138 | |
4368 |
하나의 글 안에서도 오락가락하는 사이시옷2 |
2021-01-06 | 143 | |
4367 |
상선피랍이라는 대형 괴사건으로 시작하는 올해10 |
2021-01-05 | 188 | |
4366 |
5.18 민주화운동등에관한특별법에 의한 5.18 언급 전면금지 |
2021-01-04 | 662 | |
4365 |
아트홀에서 연재하는 소설에 짜투리 부록을 넣어봤습니다.8 |
2021-01-03 | 178 | |
4364 |
요즘 배우고 싶은 외국어에 대해서 조금4 |
2021-01-03 | 161 |
8 댓글
마드리갈
2021-01-04 16:08:22
추가된 후일담을 모두 확인했어요.
이렇게 짤막한 기사, 증언 등으로 소설 속의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것이 상당히 신선하고 재미있어요. 뭐랄까, 기존에는 작품과 관객 사이의 제4의 벽이 투명하지만 확실히 존재했다는 게 인식되었는데, 이렇게 부록이 추가되면서 작품 속 사람들과 직접 만났다는 감각이 느껴져요.
참신하고 재치있는 시도, 최소한 저는 이 방식이 좋아지지 않을 수가 없어요.
Lester
2021-01-04 21:39:36
신선하고 재미있게 보셨다니 감사드립니다. 가능하다면 실제 자료처럼 보이게 포토샵, 하다못해 그림판으로라도 작업을 했더라면 좋았겠지만 그럴 여력이 없네요. 글로 표현하기로 한 이상, 어떤 '자료'들을 연출할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신문기사, 광고지, 여행안내서, SNS, 게시판...
'첨부자료'의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어떻던가요? 혹시 내용에 대해서도 코멘트해 주실 수 있나요?
마드리갈
2021-01-04 22:55:47
내용에 대해서는 각 게시물에 대해서 개별적으로 코멘트할께요.
이건 시간이 좀 더 걸릴 수 있으니까 내일부터 시작 예정이예요.
Lester
2021-01-07 05:17:50
감사합니다.
SiteOwner
2021-01-06 23:10:42
만들어 주신 것들을 둘러봤습니다. 모두 좋은 시도로 보입니다.
그러면 저도 추후에 감상평을 추가해 보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과거의 마이크로프로스(Microprose)에서 제작한 항공시뮬레이션 게임인 F-19 스텔스전투기, F-15 스트라이크 이글 등의 것들이, 임무 시작전의 브리핑, 그리고 귀환환 상태에 따른 각종 후일담을 보여주는 게 있는데 그게 생각났습니다. 성공적으로 귀환하면 기지에서 파티를 여는 장면이, 소련군에 잡히게 되면 소련의 언론인 프라우다에 보도되는 장면이, 비상상황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전사하면 장례식 장면이 나오고, 활동내역에 따라 계급이 추서되면서 추모 메시지가 나오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때의 기억이 소설에서도 되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Lester
2021-01-07 05:34:13
이것 말씀이신가 보군요. 저로서는 건설시뮬레이션도 빡빡해서 힘든데 항공시뮬레이션 같은 밀리터리 계열은 엄두도 안 나네요(...) 하지만 일견 딱딱하고 지루해 보일 수도 있는 시뮬레이션에 그런 자잘한 장면들을 넣은 것은 정말 좋은 선택이라 보고 있습니다. 정식적인 스토리가 있는 것은 아니더라도 그런 장면 하나하나가 스토리가 될 수 있다고 보거든요. 이전에 나무위키에서 스토리 문서를 수정하다 "극단적으로 보면 과거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1에서 마리오가 '적들을 해치우고' '공주를 구하는' 단 2가지 행동마저도 스토리로 볼 수 있다"고 서술한 적 있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맞는 판단이라 봅니다.
후일담이 재미있는 다른 고전게임으로는 로드 래쉬 3(Road Rash 3, EA, 1995)가 있는데, 일단은 오토바이 경주 게임이지만 경주 도중에 상대를 공격할 수 있는 아스트랄한 게임입니다. 그런 게임성 자체도 신기하지만 더 신기한 건 각 상황마다 연출이 다 다르게 나온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체력이 다 떨어졌을 때(오토바이 파괴), 경찰에게 체포됐을 때(경찰 공격), 꼴등으로 들어왔을 때, 1등으로 들어왔을 때 총 4가지 엔딩에 맞는 장면이 나온다는 것이죠(영상 참고 - 단, 원래는 음성이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가장 좋아했던 게임이기도 합니다.
SiteOwner
2021-03-09 19:20:23
결국 부가된 사항에의 코멘트는 이렇게 두 달이 넘은 지금 시점에 완성했습니다.
역시 또 다른 각도에서 읽는 묘미도 있고, 읽으면서 또 다른 것을 돌아보기도 하는 등 여러모로 유익한 경험이었습니다. 물론 돌아보게 된 경험담 모두가 행복하거나 감동적이었던 것도 아니긴 하지만, 문학이라는 게 바로 이런 것들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니까 Lester님께서 부가해 두신 사항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부족함이 없었다고 보고 있습니다.Lester
2021-03-10 18:54:29
옛날에 역사를 좋아했던 것도 그 자체로 스토리가 있고, 또 그런 스토리를 다른(이 경우 현대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매력이 있어서였죠. 사실 관계를 중시해서 그 외의 해석을 허용하지 않는 태생적인 완고함(?) 때문에 결국 손을 떼긴 했지만요. 반면에 문학(을 비롯한 예술)은 그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열어두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하나하나 구상해서 다는 것이 힘들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그 나름대로의 역할을 수행했다니 다행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