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미망인 한국현대사의 침묵을 깨다 : 구술로 풀어 쓴 한국전쟁과 전후 사회
라는 제목의 저서를 찾아 보게 되었습니다.
소설이 아니라 실제 전쟁을 통해 남편을 잃은 전쟁미망인들의 구술을 중심으로 6.25 전쟁에서 미처 조명되지 못한 사회적 소외계층의 한 부분이었던 미망인들의 삶을 조명하고 있는 책입니다. 주로 전후사회에서 이들이 어떤 삶을 꾸려나갔는가에 대해 구술을 중심으로 서술하되 그 구술에 담긴 내용을 독자들이 읽기 쉽게 정리하고, 관련되는 배경 사건까지 설명하는 책입니다. 또한 단순히 구술자들의 구술이 중심이 될 뿐만 아니라 그 당시의 사회 모습을 알 수 있는 기사라던가.. 여러 이야기들을 수록하고 있기도 하지요.
주로 전쟁미망인 중에서도 재혼하지 않고 자식을 길렀던 미망인 할머님들의 말씀이 중심이 되면서..
그 할머님들의 자녀분들이 6.25 전쟁으로 인해 삶에서 어떠한 영향을 받았는가에 대해서도 서술이 되어 있습니다.
(당시 미망인 중 재혼한 여성들이 많았다고 합니다만.. 재혼했던 사람의 이야기를 담는 것은 어려웠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 전쟁미망인은 크게 세 분류로 나뉘어 지는데...
남편이 직업군인이거나 경찰이어서 전쟁이 터지자 나가 전사했거나 또는 강제징집으로 남편을 뺏기고 혼자가 된 군경미망인들..
또는 국민보도연맹과 같은 사건을 중심으로 하여 국가폭력이나 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로 인해 남편을 잃어버린 피학살자미망인들..
마지막으로 전쟁에서 남편을 잃지는 않았지만 전쟁으로 몸이 불편해진 남편을 통해 전쟁을 간접적으로 경험해야 했던 상이군인미망인들
전쟁으로 인해 자신의 삶이 상당히 변화했다는 것은 모두가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지만..
각 미망인들의 남편이 어떤 상황에서 죽음을 맞이했느냐에 따라 미망인들의 사회적 위치가 달라졌다고 하지요.
군경미망인들은 국가로부터 비록 한달교통요금밖에 안 되는 연금을 받으면서도 국가에서 주는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점이 있지만
(이 할머님들은 나중에 광주민주화운동의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연금지불을 계기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피학살자미망인들은 보상은 커녕 남편의 죽음을 입 밖으로 꺼내기만 하면 빨갱이니 하면서 손가락질을 받는 바람에
자식들에게도 기 한번 제대로 못 펴고, 남편의 죽음을 제대로 말 한번 꺼내보지도 못하고 그렇게 한을 쌓으셨다고 하지요.
아무튼 각자의 처지는 달랐지만..
이 책에서 나온 미망인들은 대체로 부재한 가장을 대신해 스스로가 경제활동의 주체가 되거나
아니면 몸이 아파서 경제활동을 못하는 가장을 대신해 경제활동을 대신해.. 사실상 집안가장이 되었다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행상을 나가거나 바느질을 통해 자식을 키우기도 하고..
또 공장에 나가서 단순한 노무직을 하면서도 돈 들어오는 재미에 일을 계속 나갔다는 말도 있고..
물론 피학살자미망인이나 군경미망인은 남편의 부재로 시가와의 연결고리가 상대적으로 미약했다지만
상이군인미망인들은 그런 것도 없이 아픈 남편이 끊임없이 윽박지르고 감시했다고 하니.. 가부장제를 벗어날 수 없었다고..
책을 읽으면서 또 인상깊었던것이
대체로 군경미이나 피학살자의 부인들은 자식들을 1~3명정도 두었는데
아들과 딸의 교육에 있어 크게 차별이 없이 대체로 균등하게 교육을 시켰다고도 하네요..
아마도 할머님들 스스로가 남편의 부재로 경제활동의 주체가 되면서 시가와의 연결고리가 끊어지니 가부장제의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기에 교육에 있어 그런 면을 보이셨을수도 있겠고.. 할머님들이나 자녀분들 말로는 못 배워서 남편이 죽었다는 생각에 딸들이라도 다른 삶을 살기를 바라 교육을 시킨 할머님들도 계셨다고 합니다. 덕분에 시가에서 다른 아이들은 아들이라도 초등학교까지만 보내고 바로 일을 시키는데 뭣하러 떠날 딸들을 중고등학교까지 보내느냐고 호되게 들은 할머님도 계셨다고...
아무튼 기존의 교과서에서나 보던 6.25 전쟁의 모습과는 다르게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하고 이야기를 전해듣지 못했던 사회적 소외계층, 그 중에서도 미망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6.25 전쟁의 다른 면을 볼 수 있기도 하고, 미망인 할머님들 스스로의 전쟁경험을 전해 들으면서 6.25 전쟁의 비극을 더 깊게 공유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진 책이기도 합니다.
(이 점이 구술의 가장 좋은 점이라고 생각해요. 경험을 전해 들으면서 더 많은 면을 접할 수 있다는 것..)
더군다나 전쟁의 부산물, 희생자, 도덕적으로 경계해야 할 대상이라는 이미지의 미망인에서 벗어나..
그 할머님들의 각 개인의 삶을 들으면서 미망인들이 전후사회에서 어떻게 갖은 고난을 극복하고 가족들을 키워냈나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으니까.. 이 책에서 할머님들의 인생을 엿볼 수 있기도 한데 정말 여러모로 할머님들의 인생에 많은 감명을 받기도 했습니다. 아마 삶에 대한 지혜도 조금이나마 얻을 수 있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리고 국가에서 자행된 폭력이나 전쟁으로 인해 희생된 피해자들이 어떻게 억압받고 살았나에 대해서도 느낄 수 있더라구요..
단순히 6.25 전쟁의 피해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거대한 폭력으로 희생된 개인에 대한 억압이나 희생 등을 생각해 볼 수 있기도 합니다.
여러모로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이렇게 글을 쓰게 됩니다.
단순히 성별의 문제나 사상의 문제를 떠나서.. 이렇게 상대적으로 연구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다룬 책이었다고 생각해요.
책을 읽어보면 글에 나와있지 않은 할머님들의 더 많은 이야기를 읽을 수 있기도 합니다.
아마 상대적으로 최근에 나온 책이다 보니 앤간한 도서관에는 다 배치되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이것저것 여러가지 좋아하는 여대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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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마드리갈
2013-05-02 02:09:40
전쟁이란 인간의 존엄에 많은 영향을 주어요.
특히 여성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끼쳐요.
국토가 전쟁에 휘말리지 않은 2차대전의 미국에서는 여성들이 산업 일선에서 총 없는 군인으로 불리면서 활약하며 지위를 높였고 20세기 여권운동의 초석을 다졌어요. 그러나 전쟁이 벌어진 지역이나 패전국에서는 여성들이 성욕 해소의 대상으로 전락하면서 아주 비참한 삶을 강요당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전쟁에 이기든 지든, 가족이 전사한 여성의 삶은 그 이전과는 확연하게 다르게 되었어요.
그래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억지력을 갖춰야 할 거예요.
유명한 라틴어 격언인 Si vis pacem, para bellum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에 대비하라), 그리고 구 동독국가 2절에서 어머니가 그의 아들을 추모하지 않도록 하자는 가사를 되새겨 봐야겠어요.
좋은 책의 소개 및 감상에 대해 감사드려요.
고트벨라
2013-05-02 22:57:17
저도 긴 댓글로 제 글에 감상을 적어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말을 드리고 싶어요.
저도 반전주의자이기도 하고.. 앞으로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