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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문맹(漢字文盲), 즉 한자해득력이 없는 상태나 그러한 사람들이 한국어 언중의 대다수를 차지하다 보니 별별 일이 다 있습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여기서 하고 싶은 말은 기존의 것과는 다소 다릅니다.
이런 기사가 있습니다.
“무운을 빈다”… 이게 뭔 소리? 검색창이 난리 났다 (2021년 11월 11일 조선일보)
이 기사에서 보는 것처럼 한자 의무교육이 중단된 것도 큰 원인일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한자 의무교육을 부활시키면 이것을 완화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그러기에는 몇 가지 짚이는 게 있다 보니 그렇게 단언은 못할 것 같습니다. 정규교육과정에서 한문 교육을 받았던 사람인 저로서는 다른 이유를 들고 싶습니다.
그 이유는 세 가지로 요약가능합니다.
첫째, 팽배한 반지성주의.
둘째, 언어에 대한 전반적인 애착이나 고려 부재.
셋째, 현실과 유리된 교육.
팽배한 반지성주의라는 것은 이런 것입니다. 많이 아는 사람을 우대하기보다는 당장 "잘난 척 한다", "배웠다고 유세한다", "공부 잘해봤자 헛수고이고 돈이 장땡이다" 등등으로 폄하하는 태도. 이런 분위기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한자를 배운다 한들 설 자리가 없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니 배워봤자 쓸 수 없는 한자는 그냥 밀려버리는 이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습니다.
한국사회가 전반적으로 언어에 대해서 별로 애착을 가지거나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지도 않다 보니 이런 현상이 확산되어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 언론에서 저렇게 현실을 비판하긴 한데 정작 언론의 행태를 보면 속어를 무분별하게 유입해서 쓴 게 하루이틀이 아니니 누가 누구를 비판하는지 모를 노릇입니다.
또한 제도권에서의 한자교육이 별로 쓸모가 없습니다. 중학교 및 고등학교의 한문교과서는 한자에 대한 흥미를 잃도록 고안되었을 정도로 부실하고 현실적으로 어떻게 활용할까에 대해서는 해법을 전혀 제시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안그래도 한자에 험악한 환경인데 공부할 의욕까지 저하시켜 버리니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영어가 필수과목이라도 영어구사능력이 처참한데 한자라고 해서 달라질 게 뭐가 있겠습니까.
안타깝지만, 우리나라의 한자문맹 현상은 앞으로도 그다지 나아질 건 없어 보입니다.
한자를 많이 알면 섹시해진다고 하면 나아질까요. 아마 성인지감수성을 해친다고 반대당할 것 같습니다. 참고로 성인지감수성의 "성인지" 의 한자는 性認知입니다. 成人誌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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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카멜
2021-11-13 02:38:59
얼마전에 커뮤니티에서 읽은 글이 있습니다. 요즘 인터넷 커뮤니티 특성상 어조가 많이 거칠어 그대로 옮기진 못하지만, 제가 이해한 바로 요약하면 요즘 사람들은 굉장히 제한된 글을 읽고, 그 제한된 글을 토대로 무슨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리는 것 처럼 정해진 말만 반복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요즘 애들’ 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도 한자를 잘 모릅니다. 하지만 맥락으로 이 단어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다양한 텍스트를 접하지 않는것이 근본적인 문제가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요즘 애들 멍청하다 만큼 공허하고 오만하고 웃기는 말도 없는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이 너무 발달하여 요즘에서야 부각되기 시작한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요즘 사이에 반지성주의가 퍼지는것은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SiteOwner
2021-11-13 15:00:11
카멜님의 코멘트를 읽어보니 이런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생각하는 대로 살아라. 그렇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라는 경구가 얼마나 무서운지가 여실히 느껴진다고 할까요. 스스로의 외적한계를 정해버리기에 결국 그렇게 그 좁은 외연 안에서 점점 퇴화해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게다가 그렇게 형성한 한계를 굳이 벗어나야 할 이유도 없고...악순환이군요.
한자문맹의 폐해는 정말 오래 갈 것 같습니다. 이 현실이 나아지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이러한 반지성주의 풍조에 휩쓸리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관건이겠습니다.
Lester
2021-11-17 02:07:38
말씀하신 이유들 중에서 1번이 가장 크다고 봅니다. 정확히는 반지성주의라고만 하기엔 좀 더 심각한데, 이런 상황을 인터넷에서 역순으로 짚어나가면 더 명확해집니다. 게임 내에서든 인터넷 댓글에서든 '(지성을 사용한) 논리적인' 반박을 하면 '응 그렇게 화나서 부들부들하죠' 식으로 감정적으로 몰고 비판을 막아버립니다. 연륜이나 경험에 기초한 이야기를 하면 소위 '틀딱'이란 소리를 하며 막아버리고요. 이러한 현상들은 '돈이 최고다'라기보다는 '따지기도 귀찮고 그냥 내가 최고다' 식의 편의주의적인 사고가 원인이라고 봅니다.
SiteOwner
2021-11-20 16:37:35
말씀하신 것은 제가 상정했던 반지성주의보다도 더 심각하군요.
이제는 아예 편의주의적인 사고...정말 그런 사조가 팽배해 있다면 해결방법은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꽤나 잔혹하겠지만, 그런 사람을 가진 사람들이 더 이상 생존하지 않아서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상황이 아닌 이상 해소되지도 않고, 설령 그렇게 가능하다 하더라도 단지 문제현상의 해소는 가능하더라도 극복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전혀 없으니까요.
이제는 부조리가 구조화되는 것 같습니다. 그나마 앙코르와트는 유적이라도 남아 있지, 사조에 부조리가 뿌리내리면 그건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