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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나온 두 화제가 인연이 없어 보이지만 의외로 공통적인 게 있어요.
철도나 고속도로 등을 지하화하자는 주장이든 다른 진영에 있는 사람에 대한 추잡한 인신공격이든 공통적으로 "누가 지불하는가?" 에는 전혀 답을 하고 있지 않거든요.

우선은 지하화부터 이야기를 하죠.
철도나 고속도로가 지하에는 절대로 있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하고 싶지는 않은데다 실제로 지하공간을 굴착해서 만들어진 것도 있다 보니 전면반대는 불가능하죠. 그러나 지하화를 금과옥조로 여기는 사람들은 이런 전제를 깔고 있어요. 이미 2018년 상반기에 쓴 글인 철도지하화 공약은 과연 바람직한가에서 거론된 것처럼 지상에 철도시설이 있는 자체를 모종의 죄악이나 기피사항 등으로 여기는 것. 게다가 사업추진의 금원에 대해서도 아예 언급이 없거나 언급하더라도 너무 쉽게 넘어간다는 것. 물론 비용에는 공사비용 이외에도 있어요. 철도나 고속도로의 기존구간의 지하화는 기존교통망을 대체하는 프로젝트이다 보니 기존 교통상황에는 영향이 안 갈 수가 없으니까요. 이렇게 복잡한 사안을 편의점에서 음료를 살 때만큼의 고민도 안하고 지하화 담론부터 불쑥 꺼내는 건 무책임하기 짝이 없어요. 정치인에게는 그냥 그게 말 한마디겠지만 대부분의 국민에게는 현실의 문제거든요.

그리고 인신공격의 건.
아무리 생각이 다르고 몸담은 진영이 다르다고 해도 국민이고 인간인 점은 달라지지 않는데 요즘의 인신공격 난무상황은 그야말로 눈 뜨고 못 봐줄 레벨로 잔혹하기 짝이 없어요. 또 그런 걸 보고 즐기죠. 로마시대의 검투사 경기에서 검투사들이 칼을 휘두르고 싸우다가 몸이 베이고 토막나고 찢어지고 하며 죽는 것을 대환호하며 관전하는 것과 다를 게 뭔지. 그때의 사람들은 투기장이라는 제한된 공간 내에서 검투사라는 제한된 신분의 사람들의 난투극을 엔터테인먼트로 삼았지만 지금의 사람들은 진영논리에 근간한 인신공격에 참여하여 서로 죽고 죽이는 상황에 자신을 던져놓죠. 치자(治者)와 피치자(被治者)가 일치하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 맞게 가해자와 피해자가 일치하는 이런 진영논리에서 역시 비용의 문제는 간과되고 있어요. 이렇게 지출되는 비용은 무엇이고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누가 지불해야 하는지는 온데간데없거나 설령 있다 하더라도 네탓 남탓하여 전가하기 일쑤. 그러다가 일방이 지불하게 되는 상황에서는 또 어떻게 바뀌는지.

의도적으로 침묵하는 것인지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지하화와 인신공격에 대해 결과적으로 침묵의 카르텔이 형성되어 있어요. 그리고 그 침묵의 카르텔이 어떤 청구서를 누구에게 내밀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는 예측이 빗나가도 어쩔 수 없을 것 같아요. 지금의 우리나라 사회가 이 문제로 가치관 전도(転倒)의 대격변을 맞이할 시점은 머지 않아 오겠지만...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대왕고래

2021-11-27 01:44:55

비용에 대한 고려나 지하화에 대한 부작용 또는 지하화를 하지 않았을 때의 문제에 대한 생각은 일단 둘째치고, 말은 일단 내뱉고 보고, 지금 논의되고 있는 건보다 상대방을 일단 묵살시키는데 더 급급하다...

이거 지하화 건 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 현상 같아요. '이건 사람이 문제구만?' 싶은 느낌이 들 정도로...

마드리갈

2021-11-27 01:51:58

앞뒤 안재고, 누가 감당할지는 생각도 없는 채 그냥 그럴듯해 보이니까 내지는 상대를 후드려팰 수만 있으면 괜찮으니까 하는 무책임은 계속 누구 탓, 남 탓, 환경 탓 등 비용의 외부전가를 부르게 되어 있어요. 하지만 그게 영원할 수가 없어요. 그리고 말씀하신대로 사람이 문제. 이미 그걸 깨달았을 머리면 그런 행동을 하고 값을 치르지 않겠다는 어리석은 생각은 하지 않을텐데 세상이 그렇게 그들의 편의대로 움직여 줄리가...


결국 탓할 타인이 없어지면 자신 탓을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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