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니, 왜요? 그 분을 구해야 하는 건 맞잖아요?”
메이링의 반문에, 키릴로는 다시 숨을 한번 길게 내쉬며 말한다.
“사실 진리성회에는 처단조라는 게 있는데,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꽤 악명이 높습니다. 정확한 인원수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만, 그자들이 관여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어쩌면, 아니 확실히, 그자들 중에는 초능력자가 있을 가능성이 크죠.”
“그러면 어떻게 하죠?”
“재단 협력자 중에 한 분이 뒤를 한번 캐볼 겁니다.”
“괜찮을까요?”
“아마, 시공업자로 거기 간다고 하면 괜찮겠지요. 마침 진리성회의 각 회당이 공사를 크게 벌인다고 하니 말입니다. 거기에다가 진리궁 확장공사 한다고 광고에 떠들잖아요?”
“정말 괜찮은 거겠죠... 그 분도 혹시 증발되는 건 아닌가 모르겠네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분은 진리성회와는 관계없으니까요.”
“그래도 걱정되네요. 납품업자였던 정보원도 소식이 없잖아요.”
“그분 역시 갑자기 사라져서 여러모로 저도 심란합니다. 두 분 다 무사했으면 좋겠습니다. 들어오는 소식 있으면 전해 드리겠습니다.”
전화가 끊어진다. 시계를 보니, 12시 15분이다. 평소 같았으면 메이링은 벌써 꿈나라로 가 있었을 것이다. 얼른, 잠자리에 들기 위해 머리를 베개에 파묻는다.
그 시간, 진리성회 세라토 중앙회당. 입구에는 ‘낙원으로 가는 새로운 길 지금 여기서’라고 쓰인 현수막이 붙어 있다. 바로 며칠 전 이곳 회당의 바로 앞에서 신도들과 피해자 모임 간의 충돌이 있기는 했지만, 지금 이곳에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출입구는 말끔하게 단장되어 있고, 계단은 말 그대로 빛이 나도록 닦여 있다. 자정이라 어두운 시간에도 빛을 내고 있는 것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니, 지역장이 강사들을 놓고서 무섭도록 질책하고 있는 것이다.
“서부회당, 그리고 키나리 회당! 주임 강사들, 왜 신도들이 이 모양 이 꼴이야!”
“무슨... 말씀이십니까?”
“장로님이 심하게 질책하셨단 말이다! 방송이나 인터넷 모니터링 안 했어?”
“죄송합니다. 배교자들 관리를 철저히 못 한 저희의 잘못입니다.”
“배교자들을 관리한다고? 믿음을 저버린 녀석들을 관리해? 가능한 철저히 처벌을 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 아니야!”
“그렇게 하겠습니다.”
지역장은 그렇게 두 강사를 질책하고 나서, 또 무언가 생각난 게 있는지, 눈을 돌리더니, 곧 그 시선을 다른 강사에게 고정한다.
“그리고 ‘벨시우스’ 강사, 유치장에 있는 아르툐모프는 어떻게 됐어?”
“죄송합니다. 그 자가 임무를 받은 유치장에서, 또 실패했습니다. 두 번이나 불편을 끼쳐 죄송합니다.”
“내가 그럴 줄 알았지! 당장에라도 파문을 하고 싶지만, 그 자에게 맡길 일이 있기에 지금은 보류하겠다!”
그리고 지역장은 또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윽고 생각이 난 듯 말한다.
“아, 그리고 후보전도자 로건 두셋, 아침이 되는 대로 나한테 좀 오라고 해. 아까 연락도 안 받고 말이야! 내가 이자에게 직접 할 말이 있다. 무슨 말인지 아나?”
지역장의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다들 모르는 게 아니다. 그 말에 강사들 모두 다른 말이 없다.
“아무튼 장로님 말 똑바로 새겨듣고, 각자 회당의 배교자들 명단 작성해서 제출할 수 있도록 해. 곧 총회장님이 배교자들에 대해 지시를 줄 거다.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그때까지 잔뜩 풀이 죽어 있던 강사들은, 지역장이 그렇게 말하자, 모두 잃어버린 생기를 되찾기라도 한 것처럼 눈을 크게 뜨고는, 두 손은 허리에 딱 붙이고, 우렁차게 대답한다.
다음 날 아침 7시가 조금 넘은 시간. 민은 집에서 일찍 나온다. 평소에 나오는 시간이 아니라서 공기도 평소와는 달라 보이고 길거리에 사람도 많이 없어 보인다.
“역시 이 시간에는 사람들이 많이 없네...”
청소용 로봇, 일찍 출근하는 직장인들, 그리고 가끔 몇 명씩 보이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 정도다. 더군다나 초등학생이라면 더더욱 보이지 않을 것이다. 시간은 7시 30분이라고는 했지만, 약간의 시간 정도는 있다.
“그래, 빵이나 사 가야지.”
‘블랑코 제과점’이라는 곳이 보인다. 평소에 자주 가는 빵집이라, 오전 7시부터 연다는 걸 알고 있다. 역시 예상대로 빵집은 열었다. 얼른 들어가서, 샌드위치 몇 개를 집는다. 그런데, 또 익숙한 무언가가 보인다.
“어제 봤던... 그 인형?”
민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이번에는 검은 터틀넥에 청바지를 차려입은 봉제인형이 민의 발밑에서 기웃거리다가, 민을 보자마자 얼른 어디론가 숨으려 한다.
“어딜 가!”
잽싸게 그 인형을 낚아챈다. 민의 손이 더 빨랐다. 아니, 빠르다고 할 것도 없다. 그저 염동력으로 끌어오면 그만이니까 말이다. 그렇게 해서 인형을 끌어와서 보니, 어제 봤던 인형들과 마찬가지로, 바지주머니에 키링이 매달려 있다.
“이런 것도 다들 유행인 건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 봉제인형을 봉지에 넣고서, 민은 계속 발걸음을 옮긴다.
그렇게 해서, 약속한 시각에 교문 앞으로 와 보니, 한 사람이 아닌 몇 사람이 와 있다. 그것도, 미린중학교 교복을 입을 재연을 빼고는, 다들 초등학생들이다. 그것도, 다들 민이 아는 친구들인데, 보아하니 다들 재연의 연락을 받고 온 것 같다. 민이 바로 알아본 친구만 해도, 유, 리카, 토마, 타냐, 카일이 있다.
“이야- 다들 왔네.”
민은 일부러 친구들을 보고 큰 소리로 말한다. 그러자 카일이 돌아보더니, 민을 보고 ‘왜 숨기느냐’는 듯한 표정을 한다.
“뭐야, 너 알고 있었어? 저 형이 왜 불렀는지 말이야!”
“그래. 사실 다 짜고 우리를 여기로 부른 거 아니야?”
“아, 그런 건 아니라고! 나도 뭔지도 모르고 오늘 여기 온 거니까.”
“그래, 그래! 올 만한 애들은 다 왔나 보네.”
재연이 민과 친구들을 보더니 말한다.
“내가 너희들을 왜 불렀는지, 짐작은 하고 있겠지?”
잠시 다들 말이 없이, 서로를 번갈아 본다. 약 몇 초를 그러다가, 유가 더듬더듬 말한다.
“어... 당연하죠! 그... 봉제인형 때문에 부른 거 아니었나요?”
재연은 기다렸다는 듯 말한다.
“그래, 맞아! 그래서 오늘 재미있는 걸 하나 보여주려고 하는 거거든.”
그렇게 말하며, 재연은 자신이 잡아온 인형의 바지주머니에 있는 키링을 보여준다. 그 인형은 어제 보던 인형들과 꽤 다른 복장을 하고 있는데, 만화나 영화에서 보는 광대를 연상하게 하는 붉은색과 푸른색, 노란색이 적절히 섞인 옷을 입고, 모자와 신발 역시 그렇게 디자인되어 있다. 재연은 거기서 키링을 들어서 보여준다.
“바로 이거야.”
“어, 그거 제가 잡아온 인형에도 있는데...”
민 역시, 자신이 잡은 그 인형을 꺼내서 보여준다. 그 인형을 보자, 재연은 ‘그럼 그렇지’라고 말하는 듯한 헛웃음을 짓는다.
진리성회 본부. 세라토 근교 ‘토라노’시에 있다.
세라토에서 차로 30분 정도 가면 나오는, 산기슭 강가 경치 좋은 곳에 자리 잡은, 면적 10㎢ 정도 되는 곳이다. 신도들은 이곳을 ‘제1성지’로 많이 부른다. 40여년 전 총회장이 이곳의 땅을 사들인 이후로 점점 면적이 늘어나 지금과 같이 되었다. 산기슭에는 세라토의 황궁을 연상케 하는, 자칭 ‘진리궁’이라고 불리는 궁전을 연상케 하는 흰색의 건물이 있고, 그 아래쪽에는 각종 부속건물과, 신도들이 사는 마을, 그리고 교단에서 세운 큰 규모의 공장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공장에서 만드는 물품들을 집하하는 공간과 큰 규모의 주차장도 마련되어 있다.
아침 7시의 진리궁은 햇빛을 가득 받아 마치 천상에 있는 낙원의 궁전을 연상케 할 만큼 그 위용을 뽐내고 있다. 사이비종교의 본부라는 걸 빼면 그 누구라도 감탄할 만하다.
하지만 그 진리궁 아래의 지하 공간은 마치 고대의 감옥을 방불케 할 정도로 퀴퀴하다. 그곳에서는, 지금 누군가가 심문을 당하고 있다.
“말해라, 웨이신. 누가 네게 이런 첩자 노릇을 하라고 시켰지? 그리고 배교라니 용감하기도 하군. 섭리를 저버린 녀석들의 말로가 어떤지 모르나?”
얼굴을 복면으로 가린 건장한 남자 몇 명이, 가운데에 포승줄로 묶인 사람 몇 명을 앞에 놓고서 말하고 있다.
“곧 알게 될 거다. 배교도 모자라 적극적으로 방해를 한 자들은 어떻게 하라고 했는지, 총회장님의 지시가 내려왔다. 너희들이 아마 본보기가 되곘지.”
“......”
웨이신은 별말이 없다. 아마도 자신이 이제 어떻게 될 것인지, 대략은 예감하고 있는 것 같다.
“할 말 없나? 한때 강사씩이나 했는데 그 입을 이제 한번 네 녀석의 명줄을 늘리는 데 한번 놀려보지 그러나?”
“......”
웨이신은 역시 말이 없다. 다만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그 건장한 체격의 남자들을 노려볼 뿐이다. 남자들은 잠시 서로를 돌아보며 눈짓을 나눈다. 그리고 그 중 한 명이 말한다.
“이 녀석 건방지군.”
그리고 그 시간, 진리궁 1층. 대리석으로 조각된 화려한 양식의 건물은 햇빛을 받아 더욱 빛나고 있다. 그리고 정문 앞에서는 작은 소란이 벌어지고 있다. 파란색 야구모자를 쓴 한 남자가 손가방 하나를 들고 택시에서 내린 참이다. 그는 곧장 출입문으로 저벅저벅 걸어가는데, 무언가 전하려는 게 있는 듯하다. 그 남자의 움직임을, 문 앞에 선 경비가 막아선다.
“여기는 진리성회의 신성한 제1성지, 그 중에도 가장 신성한 진리궁입니다. 외부인은 들어와서는 안 됩니다. 무엇 때문에 여기에 왔는지는 모르는데, 돌아가시죠.”
경비는 그 남자를 단순한 관광객쯤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그러자, 그 모자를 쓴 남자는 자신의 전도자 수첩을 보여주며 말한다.
“저는 후보전도자 로건 로널드 두셋입니다. 총회장님을 뵈러 왔습니다.”
경비는 적대적인 말투에서 평범한 경비의 말투로 바뀌지만, 로건을 막으려는 건 여전하다.
“로건 두셋 형제, 총회장님은 지역장 이상이 아니면 승인이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직접 말도 없이 찾아오는 건 곤란합니다.”
“세라토 교구 지역장의 비리와 기타 교리 위반 행위에 대해 보고하러 온 것입니다.”
다른 간부들도 이 광경을 보고는, 바로 그쪽으로 와서 말한다. 나이가 조금 있어 보이는 강사가 말한다.
“후보전도자? 안된다. 여기는 총회장님이 살아서 섭리를 주관하시는 신성한 곳이다. 로건 두셋 형제, 어서 돌아가지 못하겠느냐?”
“그래도 저는 뵈어야 합니다.”
로건은 여기서 돌아가면 죽겠다는 각오로 온 것이라 자못 비장하다. 물론 다른 선택지를 찾기도 힘들다. 마침, 로건의 눈에 장로 한 명이 보인다. 장로들은 특유의 배지를 달고 있어서 눈에 잘 띈다. 그리고 로건과 그 장로의 눈이 마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