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별별 이유로 싸운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건 나이를 가리지 않는 터라 어려도 나이가 들어도 근본적인 것은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도 그렇게 행동하게 되면 온갖 법적, 경제적 제약이 가해지니까 어릴 때처럼 누군가에게 욕을 하거나 소지품을 훼손하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식의 직접적인 가해의 빈도는 크게 줄어들게 되기 마련입니다.
저는 싸우는 것을 싫어하는 터라 누구에게 먼저 싸움을 건 적은 없습니다.
대신, 가만히 있는 저에 대해 별별 이유를 대며 싸움을 거는 경우가 꽤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죠. 전학온 아이니까 얼마나 센지 시험해 봐야겠다고, 키가 작으니까 힘도 약하고 만만할 것 같아서 등의 이유같지 않은 이유들로 싸움을 거는 경우가 줄이었고, 그때마다 저에게 여러 방법으로 혼난 아이들은 저를 비겁하다고 뒤에서 욕하기 바빴습니다.
중학생 때 일이었는데, 아침 조회 때 J군이라는 남학생이 시비를 건 적이 있습니다.
이유인즉, 1학년 때는 J군이 장신그룹, 제가 단신그룹에 속했는데, 2학년 때에는 상황이 바뀌어서 제가 학급 내 최장신이 되어 버렸길래 그게 마음에 안 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아침부터 욕하고 시비를 걸고 그랬습니다.
저는 아주 운동을 잘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몸의 유연성만은 꽤 좋은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이용하여 그 J군의 얼굴을 발로 차 버렸습니다. J군은 얼굴을 맞고 그대로 쓰러졌고, 그 다음부터는 J군에게 "불량품" 이라는 별명이 붙고 말았습니다.
그 사건 뒤로 중학교를 졸업하는 날까지 저에 대해서 더 이상 시비를 거는 학생은 나타나지 않게 되었지만, 그 당시에도, 그리고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떨떠름한 기분은 떨칠 수가 없습니다.
왜 그렇게 억지스러운 이유를 만들어서까지 타인에게 시비를 걸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역시 싸움을 싫어하더라도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제압할 필살기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사이좋게 살더라도 인생 전체에 걸쳐 얼마 주어지지 않아서 부족하기만 한 그 어린 시절.
그런 시절에 누구에게 시비를 걸기 위해서 온갖 생각을 쥐어짜내는 것, 정말 큰 낭비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