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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토마와 미아의 눈이 마주친 바로 그 상황. 그리고 민의 눈에는, 확실하게 미아의 온몸에서 초능력이 발동되려고 하는 게 보인다. 이 기세라면 토마에게 무엇이든 못 할 게 없을 것이다. 그러기 전에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 더욱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말이다.
“빨리... 이대로라면...”
민이 막 그렇게 중얼거리고서, 자신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는 미아를 향해 막 무언가를 하려는데.
“여기 좀 봐! 그건 그렇게 섞으면 안 돼! 다 방법이 있다고!”
미아의 입에서 나온 말은, 미아의 입장에서 보자면, 전혀 특별할 것도 없는 말이지만, 미아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잔뜩 긴장한 채로 보고 있던 만화부원들과 홈카페 동아리 부원들 입장에서는 잔뜩 들어갔던 긴장이 일순간에 바람에 불려 나가듯 사라져 버리니, 다들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허탈함이 앞선다. 무서운 기세로 뭐라도 할 참이었던 민 역시 마찬가지다. 막 이 상황을 어떻게든 말려 보려던 윤진도 예외는 아니다.
“뭐야, 나는 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처럼 저렇게 말하더니, 그런 게 아니었어?”
윤진은 허탈했는지 ‘하’ 하고 한숨을 내뱉더니, 미아가 뭘 하는지 지켜본다. 미아가 하는 건 무엇인지는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흰색과 잿빛이 섞인 혼탁한 음료수가, 마치 물과 기름이 분리되듯 2개의 층으로 구분되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완전히 위아래로 분리된다. 아래에는 투명하면서도 이따금 탄산 공기 방울이 올라오는 음료수, 위에는 짙은 잿빛의 크림으로 말이다.
“잠깐 와볼래?”
미아는 막 초능력을 다시 거두려는 민을 돌아보더니 손짓을 한다.
“아직 그 초능력은 거두지 말고.”
“어... 왜죠?”
미아는 민이 그렇게 말하자마자 토마의 앞에 있는 그 음료수 잔을 가리킨다. 그 옆에 있는 크림을 담는 조그만 그릇도 함께다.
“내가 왜 너한테 부탁을 하겠어?”
“아... 알겠어요.”
곧바로, 민은 그 음료수잔 위에 있는 크림만 딱 분리해서, 옆에 있는 그 작은 그릇 위에 놓는다. 마치 그 크림이 처음부터 음료수와 섞이지 않은 것처럼, 그리고 처음 토마가 그 음료수 잔을 받았을 때의 그 상태 그대로다.
“자! 토마,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이제 보라고! 이 음료수는 어떻게 마시는 거냐면...”
그렇게 말하더니, 미아는 어느새 가져왔는지 조그만 스푼을 손에 들고서, 그 크림을 조금씩 떠서 토마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걸 옆에서 보고 있던 한나가, 지금까지의 미아가 취한 행동을 의아한 표정으로 보고 있던 아이란에게 말한다.
“우리 매니저 선배님은 정말 저런 데에는 진심이야. 커피나 음료수, 디저트를 먹는 방식이 조금 이상하다 싶으면 곧바로 달려들지. 마치 거기에 뭐라도 달린 것처럼 말이야.”
“그래... 알겠어.”
아이란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윽고 한마디 한다.
“좋은 커플링의 소재야!”
“야... 또냐.”
“아니, 잘 들어 봐. 이건 충분히 건설적인 이야기라니까? 커플링을 만들더라도 충분히 요소를 잘 섞어서 만드는 거지! 예를 들어서 여기 있는 분홍색 디저트는 여기 보이는 이런 애들한테 대입하고...”
한나는 귀찮았는지, 한숨을 쉬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그런데 그 말을 듣던 미아는 아이란에게 시선을 돌린다. 때마침 토마에게 보여주던 그 음료수 시연도 다 끝났기에, 막 다른 화제거리를 찾던 중이었다.
“아이란? 마침 잘 됐어. 무얼 이야기하려던 거였지?”
아이란은 아까 미아를 두고 ‘대학가의 정신없는 아이들’에 비유하던 것이 떠올라서 그랬던 건지, 미아가 그렇게 묻자마자 어쩔 줄을 몰라하며 변명거리를 찾으려고 한다.
“왜 그렇게 겁을 먹었어. 토마처럼 음료수를 이상하게 마시려고 한 것도 아니잖아?”
“그러니까, 저는 단지, 이 만화책에 보는 것과 같이...”
아이란은 옆에 있는 만화책 한 권을 집어 들어 보여준다. ‘그렇고 그런’ 만화의 하이라이트가 미아의 눈에 훤히 보인다. 그리고 그걸 탐탁지 않게 여기는 나디아의 반응도 물론이다. 그런데 미아는 그런 것에는 개의치 않는지, 아니면 무언가 다른 게 있는 건지, 아예 아이란의 옆에 딱 자리를 잡고 앉는다.
“아니, 선배님, 제가 그런 의도로 말한 건 아닌데...”
“다 알아, 알지.”
미아는 다 알고 있다는 듯, 곧바로 준비해 온 무언가를 아이란의 앞에 꺼낸다. 아이란에게 맞춰 딱 준비하기라도 한 것 같은 분홍색과 검은색의 디저트다.
“오, 선배님, 뭘 이런 걸 다...”
“네가 디저트를 좋아한다는 건 다 알고 있지. 오늘은 나한테 한수 배우라고. 그리고 너는 이따가 내게...”
미아의 그 말을 듣자, 아이란의 표정이 확 펴지는 게, 한눈에 봐도 확연히 보인다. 그걸 본 나디아의 표정이 또다시 일그러지지만, 옆에서 보고 있던 한나가 얼른 나디아를 앉히며 말한다.
“왜, 말썽 안 부리잖아? 그러면 되는 거 아닌가?”
“어... 그렇기야 하지만...”
그리고 시간은 지나, 오후 5시. MI스터리 부원들은 옹기종기 모여서 교문을 나서고 있다. 도서부원들의 반응 때문에 좀 많이 당황하기는 했어도, 아까 도서부와의 교류 행사는 나름 기억에 남았던 건지, 다들 한마디씩 하고 있다.
“어떻게 된 거지. 우리가 준비한 이야기에 저런 반응읇 보이는 애들도 있다니... 안 믿기지 않냐? 웬만하면 다들 우리 이야기 관심있게 듣던데...”
“야, 이정도쯤 되면 우리 동아리 이름 바꿔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차논이 농담을 좀 섞어서 그렇게 말하자, 다들 ‘장난하지 말라’는 듯한 시선으로 차논을 돌아본다. 그러자 차논은 금세 손을 내젓는다.
“에이, 얘들아! 설마 내가 동아리 이름을 바꾸자고 하겠냐! 그냥 장난으로 해 본 말이지!”
“선배님이라면 할 만도 한데요.”
“에이, 아무리 그래도...”
라인하르트와 지우가 한마디씩 하자, 차논은 금세 다시 아까의 농담을 던지기 전의 표정을 돌아온다. 그리고 막 교문에서 발걸음을 떼자마자, 차논이 멈춰서더니, 뒤따라오던 MI스터리 부원들을 돌아보며 말한다.
“호오, 그게 오늘은 어디쯤 나타나려나?”
“그 마왕성 말하는 거죠?”
후배들 중 라인하르트가 대답하자, 차논은 잘 됐다는 듯 말한다.
“그래, 좋아. 말 나온 김에 한 번 물어보자. 라인하르트, 너는 만약 오늘 다른 곳에서 마왕성이 나타난다면 대략 어디쯤 될 거라고 생각하지?”
“그동안 쭉 구청 공원에서 나타났다가 그저께 동구 해변공원, 어제 강변공원... 오늘은 아마도 마리나 센터 차례 아닐까요.”
라인하르트는 일부러 주위 사람들이 다 들으라는 듯 크게 말한다. 마치 마왕성 능력자인 그리핀이 주위에 있으면 들으라고 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물론 라인하르트는 그 능력의 장본인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걸, 라시드를 만나기 위해 나와 있던 그리핀이 듣는다.
“어... 뭐야, 설마 알고 있나? 어떡하지? 내가 오늘 마리나 센터로 갈 예정이었던 건... 어떻게 알아낸 거야?”
그리핀은 불안했는지 다리를 벌벌 떨며, 거칠게 숨을 내쉰다. 그리고 라시드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야, 라시드, 내 메시지 보는 대로 소공원 입구로 와]
[이따가 마리나 센터로 가려고 했던 건 바꿔야겠어]
그리고 이 메시지를 라시드와 옆에 있는 토오루가 보게 된다. 물론 둘은 그리핀이 교문 앞에 있는지는 모르고, 자기들끼리 쑥덕거린다.
“그리핀 녀석, 왜 갑자기 장소를 바꾸자는 거야?”
“그러게. 자기 나름대로 머리는 있겠지만, 왜 갑자기 이러는 건지 모르겠네.”
그리고 그걸, 옆에서 걷고 있던 슬레인이 놓칠 리가 없다.
“야, 라시드, 토오루, 또 너희들이냐? 정말 가지가지 하네.”
그 순간 라시드와 토오루는 뭐라고 변명을 하고 싶지만, 그러면 슬레인과 준후, 그리고 셰릴까지 합세해서 또 뭐라고 할까 봐 그냥 곧장 대답한다.
“아, 아니죠, 선배님! 저희는 단지...”
“몇 번이고 말하는데, 허튼짓하지 마. 우리는 그런 짓이나 하려고 모인 동아리가 아니라는 것, 명심해.”
“그런 게 아니라니까요...”
“내가 모를 것 같지? 너 어제 학교 가기 전에 뭘 했길래 나한테까지 그런 소리가 다 들리는 거야?”
“......”
라시드는 말이 없다. 정확히는 대답하기를 회피하는 것이다. 마치 자신은 처음부터 그런 건 하지 않았다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런다고 슬레인이 모를 리가 없다. 뭔가 더 말해 주고 싶지만, 지금 슬레인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다.
“뭐, 시간이 없으니까 한마디만 하겠는데, 내가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아. 나는 이제 갈 거야. 내일은 또 이상한 소리가 내 귀에 들려오지 않기를 바라겠어.”
그렇게 말하고서, 슬레인은 다시 자기 갈 길을 가고, 라시드와 토오루는 잠시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다가, 토오루가 이윽고 한마디 한다.
“에이, 또 우리를 쫓아오든지 할 것도 아니잖아. 오늘은 그냥 선배님들 다 무시하고, 그리핀이 하라는 대로 한번 해 보자. 오늘은 또 무슨 말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그 전에...”
라시드가 말한다.
“그리핀한테 어디로 가면 되는지 물어봐야 하지 않나?”
“그것도 그러네...”
“오늘은 이상한 사람들 혹시 없나...?”
그리고 그 시간, 법률사무소 스텔라 사무실. 메이링은 평소와는 달리, 조금 일찍 퇴근하려고 자리에서 막 일어난 참이다.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는 건 덤이다.
“어, 변호사님, 오늘은 일찍 가시네요?”
한참 소송 문서를 검토하던 치라유가 메이링을 보더니 말한다.
“오늘도 좀 늦게까지 일할 것처럼 하시더니...”
“아, 오늘은 또 내가 가 봐야 할 데가 있어서.”
메이링의 그 말에 치라유는 바로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메이링이 굳이 먼저 가 봐야겠다는 데에는 의구심이 들었는지, 문서를 만들다 말고 다시 한번 메이링을 보며 묻는다.
“혹시 그 가겠다는 곳이, 혹시 그 ’미린역 2호 소공원‘은 아니겠죠? 거기서 마왕성이 나올지 안 나올지도 확실하지 않은데.”
메이링은 고개를 저으며, 바로 치라유의 말에 대답한다.
“아니지. 거기는 확실히 아니라고. 그런 조그맣고 다니는 사람만 다니는 공원에서 누가 그런 장난을 치겠다고?”
“변호사님답지 않게 말씀하시네요. 변호사님은 항상 조그만 곳에도 다 꿍꿍이가 있을 거라고 하시더니 말이죠. 물론 저는 한 달밖에 안 있어서 잘 모르지만, 변호사님 말버릇이나 성격만큼은 마스터했다고 봐도 된다고요.”
듣고 있던 다른 직원들 중 아냐가 그렇게 말하자, 메이링은 그런 말 정도는 예상하기라도 한 것처럼, 곧바로 아냐의 말에 대답한다.
“잘 들어, 아냐. 요즘 속을 썩이는 녀석들이 꼭 그 마왕성을 만들어내는 그 누군지 모를 고약한 녀석만은 아니거든.”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5 댓글
마드리갈
2023-07-27 18:08:48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는데 의외로 원만하게 수습되어 다행이네요.
그런데 여기까지 이야기가 진행되니 미아의 성격도 묘하게 이상한 데가 있긴 하네요. 워낙 토마의 전력이 안 좋다 보니 이상한 짓을 하려는 줄로만 알았지만...역시 미아는 지뢰계인 게 맞는 것인지...
확실히 메이링이 말하는 게 이전과는 꽤 다르네요.
무슨 확실한 증거를 잡은 것인지, 게다가 속을 썩이는 녀석들이 더 있군요. 마왕성을 만들어내는 자들 이외에도.
시어하트어택
2023-07-30 22:13:06
작중에서 미아는 마치 한 몸에 두 인격이 들어 있는 것 같은 성격 변화를 여러 차례 보여 줬죠. 미아가 말한 것처럼 정신병이 있다든가 하는 건 아니지만, 다른 쪽으로 이상하다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
아무래도 메이링은 그리핀이나 자동차 연구 모임만 신경 쓰는 건 아니고, 계속해서 제보도 들어오고 있을 테니까요.
SiteOwner
2023-08-22 00:37:13
그나마 저렇게 수습되어서 다행이긴 한데, 미아가 많이 위험한 것도 부정은 할 수 없겠습니다.
그런데 가장 천하태평할 것같던 아이란도 커플링이니 뭐니 이상한 소리를 했다가 미아가 반응을 보이니 겁을 먹는군요. 사실 이 장면에서 안 웃을 수가 없었습니다.
문제의 마왕성 소동에 대해서 리하르트의 블러핑 전략이 의외로 먹혔군요. 역시 도둑이 제발 저리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저 빌런들이 애써 변명하는 모습은...이 부분도 상당히 웃겨서 간신히 참고 있습니다.
트러블메이커는 마왕성을 만드는 자들 이외에도 또 있군요. 현실세계에서처럼 강력범죄의 다발은 아니면 좋겠습니다.
시어하트어택
2023-08-27 21:18:31
아무래도 미아의 성격이 다른 사람들이 보면 '이중인격'이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로 극단적인 탓도 있죠. 물론 아이란은 그것도 '두 인격끼리의 그렇고 그런 이야기'를 만들지도 모를 일입니다만...
참고로, 리하르트는 도서부장이고, MI스터리 부원은 라인하르트입니다.
SiteOwner
2023-08-30 21:54:56
이런...리하르트와 라인하르트를 혼동했군요.
다시 읽고 보니 그 블러핑을 한 MI스터리 부원은 라인하르트...지적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