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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부가 수상하다!] 109화 - 오락실에서(2)

시어하트어택, 2023-08-02 07:22:46

조회 수
122

“어, 전에는 그랬다는 거야?”
민의 그 말을 놓치지 않은 토마가 실실 웃어대며 말하자, 그걸 놓치지 않겠다는 듯, 유가 중간에 토마가 말하려던 걸 가로채더니 입을 연다.
“맞아, 분명히 그랬다고! 며칠 전에 언주 누나하고 아오 누나하고 이거 했지? 맞지?”
“어... 그러기는 한데... 나도 겨우 이겼다고.”
민은 그렇게 말하면서, 뜨거움과 차가움이 동시에 엄습하던 그때가 떠올랐는지, 몸서리를 친다. 아오의 능력은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된 건지 모르겠다.
“뭐, 좋아. 토마 네가 그렇게 이야기를 꺼내 주니, 초능력을 가지고 에어하키 대결을 한번 벌여 보는 건 어때?”
유가 그게 재미있었는지, 마치 자신도 한번 끼어 보겠다는 듯, 은근히 손에서 스파크를 내보이며 말한다.
“한번씩 이런 거 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고...”
“됐어. 여기 사람들이 다 보잖아. 그거 보고 여기저기 찍어 올린다든가 하면 더 귀찮아져.”
민이 그렇게 말하자, 토마는 이내 하려던 것을 멈춘다. 어딘지 모르게 아쉬워하는 입 모양은 덤이다.
“그래, 안 하기를 잘했지. 했다가는 너 또 뭘 했을지 몰라. 안 그래?”
“아니, 그건 내가 그런 것을 하려고 했던 건 아니고...”
토마는 부정해 보려고 하지만, 친구들의 눈에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괜히 기분이 좋아서 뭐라도 해 보려고 했던 게, 민과 친구들의 눈에는 다 보인다. 주위에 안개 같은 게 희미하게 낀 게 그렇다.
“그래, 사람들이 마침 여기 다 보려고 했네. 안 하기를 잘했다고.”
민의 그 말을 듣자, 토마는 입을 삐죽 내민다. 나름대로는 뭔가 거창한 것을 생각했는데, 그게 다 되지 않을 판이니 말이다. 그런 토마가 ‘불쌍해’ 보였던 건지, 민은 또다른 제안을 한다. 물론 그게 진짜로 불쌍하다든가 하는 건 아니다.
“그러면, 언제 우리 집에 한번 오면, 네가 하고 싶은 게임은 마음껏 하게 해 줄 테니, 지금은 다른 거나 찾아서 하자고.”
“그런 다른 즐길 만한 게 어디 있지...”
토마의 말을 듣고 보니 또 그렇다. 어느새, 오락기에는 또다시 사람들로 꽉 차서, 할 만한 게임이 없게 되었다. 에어하키도 포함해서 말이다.
“차라리 아까 그 에어하키나 하지 그랬어.”
“자리가 이렇게 빨리 차 버릴 줄을 어떻게 알았냐?”
그렇게 말하고서 다른 곳을 찾아가 보려는데, 마침 에어하키 쪽에서 민과 친구들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여기!”
누군가 하고 돌아보니, 민과 친구들을 부른 사람은 홈카페 동아리의 매니저 미아다. 마침 때맞춰 미아와 에어하키를 하고 있던 상대방도 민과 친구들을 보더니, 바로 아는 척을 한다. 그 상대방 역시, 아는 얼굴이다.
“이런 데에 있을 것 같지는 않게 생겼는데...”
“맞아. 딱 봐도 좀 많이 튀어 보이지?”
아까 봤던 미아와 아이란, 언주, 그리고 아오 네 명 그대로 여기 다 온 것이다. 그러고 보니 아까 입었던 그 복장에서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채로 이곳으로 온 것이다. 아무리 봐도 아이란이 입을 만한 복장은 아니기는 하지만, 얼굴을 보면 바로 알 것 같다. 거기에다가 어깨에 메고 있는 가방에서 삐져나온 책의 표지만 봐도 그렇다. 그런데 언주와 아오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미아는 좀처럼 어울리지도 않아 보이는데 이렇게 에어하키를 한다는 게 조금은 어색해 보이기도 하다.
“그런데,.. 선배님은 아무리 봐도...”
민이 막 뭐라고 하려고 하니, 옆에서 보고 있던 남학생이 불쑥 입을 연다.
“아, 나하고 몇 번 해 보니까 실력이 꽤 되던데?”
“응...?”
얼굴을 보니, 만화부의 안젤로다. 안젤로가 그렇게 말하자, 민과 친구들은 의외라고 생각했는지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윽고 민이 앞으로 나선다.
“좋아, 그럼 형은 나하고 한판 해 보는 거다?”
“어... 글쎄. 내가 하는 것보다는...”
안젤로는 아무래도 민과 직접 대결하는 걸 꺼렸던지, 슬금슬금 곁눈질하더니 미아를 지목한다.
“여기 선배님의 실력을 한번 테스트해 볼 겸, 친선경기라도 한번 해 보는 건 어때? 그게 더 나을 것 같은데...”
안젤로가 그렇게 말하며 옆으로 빠지자, 민은 곧바로 안젤로를 불러세운다.
“잠깐만, 안젤로 형은 이렇게 우리보고 알아서 하라고 해 놓고, 정작 형은 그냥 가 버리는 거야?”
“에이, 그렇게 섭섭하게 말하면 안 되지!”
안젤로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어느새 슬그머니 발걸음을 옮겨서는, 오락실 출입문 쪽으로 가 있다. 그리고 마치 다들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말한다.
“나는 집에 일이 있어서 이만 들어간다! 나도 한번 구경하고 싶은데 아쉽게 됐네! 내일 보자고!”
그러고서 안젤로는 오락실을 나선다. 그냥 도망치는 모습은 아니고 나름대로 당당한지, 아니면 태연한 건지는 몰라도, 손까지 흔들어 가며 나름대로 ‘나는 뭔가 했다’라는 걸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 오락실을 나선다. 하지만 이미 안젤로의 꼬드김에 경기를 할 준비까지 마친 민과 미아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하고서 오락실 출입문 쪽을 잠시 돌아본다.
“안젤로라는 애는... 원래도 저랬나?”
“글쎄요... 안젤로 선배님은 원래 알 수 없는 성격이기는 한데...”
지켜보던 아이란은 당황했던 건지 머리를 긁적거리며 더듬거리며 말한다.
“오늘같이 갑자기 떠나 버린 적도 몇 번 있었고요.”
“오, 그래? 좀체 알 수 없는 성격인데... 나하고 잘 맞는 건가?”
미아는 그렇게 말하더니, 곧이어 에어하키 필드를 다시 돌아보며 말한다.
“뭐, 어쨌든, 좋아. 이렇게 된 이상, 해 보자고.”
민 역시도 갑자기 하게 된 경기이기는 하지만, 그냥 아무데나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이게 더 낫다고 생각했는지, 하키채를 잡아 미아에게 들어 보이며, 마치 출정식을 하는 운동선수라도 되는 것처럼 말한다.
“네, 좋아요. 그럼 후회 없이 갑니다.”

그 시간, 치히로는 히어로 동아리 부원들과 헤어져서, 일단 자기 집으로 향하고 있다. 집에 갔다가 짐을 놔두고 다시 나와서, 그 문제의 마왕성을 찾아다닐 생각이다. 막 자기 집이 있는 아파트 동에 들어가려는 참인데...
“어, 치히로냐?”
그때, 치히로는 누군가를 마주친다. 그 마주친 사람이란 다름 아닌 윤진. 윤진 역시 막 자기 집으로 가려던 참이다.
“윤진이 너... 집에 가는 길이지.”
“맞아.”
윤진은 그렇게 말하고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다가, 잠시 멈춰서더니 치히로를 돌아보고는 다시 뭐라고 하는데, 치히로에게는 그게 잘 들리지 않았는지, 다시 윤진에게 다가가서 뭐라고 하는 건지 물어본다.
“야, 뭐라고 한 거냐? 잘 안 들렸는데!”
“그러니까, 너희하고 하는 교류행사를 기대하고 있는데, 이제 드디어 해 보겠다고.”
“아... 그렇지! 이렇게 빨리 기회가 올 줄은 몰랐는데.”
치히로 역시도 저번 주에 윤진과 만난 바로 그때가 떠올랐는지, 어색하게 웃으며 말한다.
“아무튼, 우리는 준비하고 있다고. 그때도 말했지만, 기대해도 좋아.”
“그래? 뭐, 그렇게 자신감이 붙은 걸 보니, 우리도 긴장하지 않을 수는 없겠어. 그런데, 뭐 하나만 좀 물어보자.”
윤진은 내심 치히로의 반응을 기대하며 그렇게 말한다. 윤진 역시 지금 히어로 동아리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치히로가 윤진이 하는 말에 어떻게 반응할지가 궁금하다.
“그게... 뭔데?”
“어, 그러니까...”
윤진은 잠시 말을 머뭇거리더니, 이윽고 다시 입을 연다. 아무래도 시험해 볼 목적도 있으니만큼, 질문은 조금 신중하게 고르기 위해서다.
“너희 지금 빌런 쫓는 건 잘 되어 가냐?”
윤진도 나름 생각을 하고 꺼낸 질문이기는 하지만, 막상 입에서 나온 질문이 별로 그렇게 파급력이 있게 들리지는 않는다고 생각하자마자, 윤진의 머릿속에서 마치 여러 갈래의 실이 배배 꼬여 버린 듯,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아니... 질문이라고 던진 게 이렇게 밋밋하면 어떡하자는 거지? 나는 그래도 나름대로 생각을 하고 물어보는 건데, 이렇게 싱거운 질문이 입 밖에서 나오면 어떡하지?’
하지만 그 질문을 받은 치히로는 윤진의 그 질문에 조금은 당황한 듯, 말이 없다. ‘왜 이런 질문을 다 주냐’는 듯한, 윤진을 곁눈질로 자꾸만 보는 미묘한 시선은 덤이다. 치히로는 잠시 대답하기 힘든 듯 머리를 긁적이더니 이윽고 어렵게 입을 뗀다.
“그래... 네가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는 나는 정확한 답은 어렵지만, 하나만 말해 줄게. 내일 2시에 있을 내 답을 기대하라고. 알겠지?”
“어... 그래.”
윤진은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리고 자기 집으로 향하는 치히로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치히로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휴’ 하고 한숨을 내쉰다.
“내가 못 할 말을 한 건 아니겠지... 치히로 녀석, 꽤 진지하게 대답하는 것 같은데, 나는 비록 좀 생각해서 말을 꺼내기는 했어도 꽤나 가벼운 질문인 것 같은데... 뭐, 저렇게 진지하게 반응을 보일 정도면, 나도 답을 기대해 봐도 될 정도인 건가...”
그렇게 중얼거리고서, 윤진 역시 몸을 돌려 자기 집으로 향한다.

한편 이곳은 오락실.
“오, 또다시 비기네?”
에어하키 필드의 점수판을 보는 민의 친구들은 지금 벌어지는 상황이 나름대로 흥미가 있는 건지, 벌어진 입을 다물지도 않고서 점수판에서 눈을 떼지 않으려고 한다. 점수 차는 크게 벌어지지 않는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더니, 또다시 동점 상태가 됐다. 지금의 점수는 17대 17.
“후... 뭐 이렇게 어렵지...”
민은 거칠게 숨을 쉬고 있다. 미아는 무슨 수를 쓴 건지는 몰라도, 민이 유효타를 넣은 것 같은 것들을 대부분 잘 쳐내며, 그냥 평범한 에어하키 경기처럼 보이게 만들고 있다. 이전에 아오와 에어하키를 했을 때도 꽤나 고전한다고 생각했지만, 이건 그때와는 결이 다른 어려움이다. 그때가 마치 ‘초능력을 가지고 전면전을 벌이는 두 능력자의 싸움’과 같은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마치 ‘모든 초능력을 먹어 버리는 괴물과의 외로운 싸움을 하는 초능력자’와도 같은 기분이다. 물론 이것은 미아가 자기 능력으로 민의 염동력과 퍽을 분리해 버려서 그런 것이다.
“어떻게 해야 이기지, 이거... 이번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그렇게 민이 중얼거리는 사이, 퍽이 민의 쪽으로 날아온다. 이번에 민이 해 보기로 한 건, 미아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방향으로 날려 보기로 하는 것이다. 고답로 한다. 미아는 지금 오른쪽을 보고 있으니, 왼쪽으로 바로 날린다. 그러면 또다시 역전이 가능할 텐데...
하지만 민의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미아는 어떻게 민이 퍽을 날릴 방향을 알아채고 거기로 몸을 날리다시피 해서 퍽을 쳐낸다.
“으앗! 또 들어갔어!”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3-08-04 00:37:58

즐거우려고 하는 게임에서 저런 상황이 일어나면 싫죠. 게다가 미아의 능력은 꽤 강력하네요. 민의 염동력과 퍽을 분리한다...역시 혼합된 것을 분리하는 속성인 것일까요? 뭔가 지저분하게 뒤섞이고 하는 것을 상당히 싫어하는 듯...


윤진의 질문도 치히로의 반응도 꽤나 미묘하네요.

저런 분위기, 정말 말을 꺼낸 사람도 무안하고 들은 사람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하고...

윤진이 질문한 상태가 베로니카나 올리버라면 상황은 좀 더 나아졌으려나요?

시어하트어택

2023-08-06 22:51:30

정확히 보셨습니다. 미아의 능력은 바로 그런 거죠. 물론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요. 아무래도 홈카페 동아리를 운영할 정도로 음료수에 조예가 있다 보니까 그런 걸수도요.


질문이나 답이나 저렇게 어색하게 나와 버리면 곤란한 법이죠...

SiteOwner

2023-08-31 00:54:12

역시 한번 나빠진 평판은 제대로 되기가 지극히 힘들기 마련입니다. 토마는 확실히 의심받고 있고...

안젤로의 저런 태도를 보니 대체 뭐라고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게 반응의 전부입니다. 아무튼 민과 미아가 경기를 속행하고 있는데 역시 미아는 강하군요.


윤진의 질문은 왜 저런가 싶고 치히로의 반응은 또 뭔가 정확한 답변인 듯 아닌 듯...

그나마 치히로가 윤진의 입장을 헤아려 준 것 같습니다.

시어하트어택

2023-09-17 22:57:22

안젤로의 목적은 어찌보면 그냥 싸움을 붙이고 재미보기, 그것뿐인지도 모릅니다. 안젤로의 성격상 저런 일을 하는 것도 전혀 이상한 것도 아니죠.


윤진과 치히로의 저 문답은 매우 이상하게 되었죠. 말이 꼬이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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