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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부가 수상하다!] 127화 - 동아리 교류행사 7일차(6)

시어하트어택, 2023-10-04 07:40:34

조회 수
118

셰릴은 자기 나름대로는 할 말도 많고 화가 다 가라앉지는 않았는지 계속 씩씩거리며 조르주를 노려본다. 그래봤자 조르주가 갑자기 미친다든가 해서 촬영을 허락한다든가 하지는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지금의 상황을 만든 게 왠지 조르주가 한 것 같아서 더욱 감정을 숨기지 못하겠다.
그리고 이 상황을 탐탁치 않게 보는 건 다름아닌 슬레인과 준후다. 나름대로의 할 일이 있는데, 셰릴이 이래서는 곤란하다. 그 길로 또다시, 둘은 셰릴에게 달려든다.
“에이, 선배님, 잠깐... 잠깐만...”
“아니, 너희들은 왜!”
“저희도 미치겠다고요! 지금 이를 갈면서도 이렇게 가만히 있는데, 선배님이 더 그러면 어떡해요! 저희도 좀 생각해 주시면...”
그제야 셰릴은 뭔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후’ 하고 한숨을 크게 내뱉는다. 그리고 잠시 이 언짢은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물론 그게 항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편 그 시간, 미술 애호가 모임 동아리방.
모두의 시선이 알렉스에게 쏠려 있고, 알렉스는 방금 뭔가 큰 과제를 마치기라도 한 듯 보람에 가득 찬 미소를 짓고 있다. 놀람을 감추지 못하는, 알렉스를 제외한 방 전체의 사람들은 덤이다.
“알렉스, 다시 봤다고. 나는 그저 영화에만 빠져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건데 말이야.”
나타샤는 마치 무엇에 홀린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입을 다물지 못하고 감탄사를 연신 내뱉다가, 마치 그 홀린 것에서 빠져나오기라도 한 것처럼, 힘겹게 입을 열고 말한다.
“언제 한번 내가 너희 동아리를 우리 집안 행사에 초대해 줄 수도 있거든? 그러면 거기 영화 컬렉션이 한가득이야. 거기를 한번 보여주지.”
“뭐야...”
알렉스는 지금 나타샤가 하는 말이 믿기지 않은 건지, 아니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 건지, 고개를 흔들며, 반신반의의 표정을 얼굴에 가득 띄운다.
“너희 그런데... ‘미술 애호가 모임’ 아니었냐? 그런데...”
“아, 그건 말이죠.”
옆에서 듣고 있던 모모가 입을 연다.
“물론 저처럼 어려서부터 이런 일에 관심이 많은 케이스도 있지만, 선배님도 알겠지만, 우리 동아리에는 일종의 ‘특별관리 대상’이 좀 많이 있잖아요? 이런 말을 쓰면 좀 그렇기는 하지만요.”
“아... 그래. 맞네.”
알렉스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 없다는 게 이상하네.”
거기에까지 생각이 미치자, 알렉스의 얼굴은 마치 마왕을 죽이는 모험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 용사라도 되는 것처럼, 일종의 ‘성취감’이 얼굴에 가득 나타난다.
“좋았어! 거기 그런데 혹시 이용권 같은 건... 없겠지?”
알렉스의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나타샤는 곧바로 깨닫는다. 그리고 얼굴은 ‘굉장히 난감하다’라는 말이라도 하려는 듯,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리고 약 1분 뒤, 겨우 나타샤의 입이 열린다.
“어... 우리가 1년에 몇 번 개방행사를 하거든? 그때 우리 영화 컬렉션 같은 것도 그때 오면 너도 충분히 그 자료들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하는 나타샤도, 옆에서 걱정스럽게 지켜보는 레오도, 알렉스의 말이 좀 많이 난감한 건 마찬가지인 듯하다. 그리고 나타샤는 난감한 표정을 하고서 잠시 천장을 올려다본다.
“왜 그래? 갑자기 말하다 말고.”
“아... 아니야.”
나타샤는 금세 다시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어색하게 웃으며 말한다. 하지만 속으로는 부담감이 여간 큰 게 아니다. 일단 말은 했는데, 알렉스의 호기심이 과연 행사에 국한될까 하는 그런 걱정이다.

그리고 도서관 한쪽에 마련된 테이블에서는, 도서부원들과 취미로 요리하는 모임 부원들이 옆에 놓인 푸딩을 하나씩 먹으며 책을 보고 있다. 푸딩은 모두 도나텔라와 후배 부원들이 만들었는데, 즉석에서 만든 것이라고 말하면 믿지 못할 만큼 맛과 식감 모두 괜찮다.
“그런데 선배님...”
세훈이 앞에 놓인 분홍색 푸딩을 한 입 먹다가 뭔가 궁금했던 건지 도나텔라를 돌아보고 말한다.
“이거 혹시 초능력으로 만들었다든가 하는 거 아니죠? 이렇게 빠른 시간 만에 만들었다는 게 안 믿기는데요.”
“야! 설마 내가 그랬겠냐? 재료도 다 너희가 준비해 준 거잖아! 여기 있는 카즈라면 또 모르겠지만.”
“저기...”
세훈의 그 말을 듣자마자, 카즈는 뭔가 좀 언짢아지는 구석이라도 있는 건지, 볼멘소리로 말한다.
“제가 지금 선배님이 들고 있는 책으로 한번 요리를 만들어 볼까요?”
“야! 카즈!”
카즈의 그 말을 듣자마자, 도나텔라가 곧바로 카즈를 제지한다.
“너 그런 이상한 말은 안 하기로 나하고 약속하지 않았니? 그런 말 하면 다른 애들이 우리 동아리를 더 이상하게 본다고. 무슨 말인지 알겠어?”
“에이, 알겠어요.”

그 시간, 방송실은 제법 분위기가 무르익었는지, 미아가 만든 음료를 한 잔씩 마셔 본 방송부원들은 다들 그 맛에 만족했는지 고개를 끄덕이고, 몇 명은 한 잔 더 달라고까지 한다. 아무튼,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멜리에게 툴툴대던 조셉과 다른 방송부원들까지 음료수에 빠져드는 모습을 보이자, 아멜리는 그 모습이 꽤나 만족스러웠는지, 방송부원들의 반응을 살피고 있던 미아를 은밀히 곁으로 불러서 귓속말을 보낸다.
“혹시 네가 아는 음료 몇 가지만 더 만들어 줄 수 있어? 우리 애들이 꽤 좋아하고 있는데.”
“어... 그게요, 선배님, 재료가 소진되었네요.”
아멜리의 예상과는 달리 미아는 난색을 표한다.
“뭐야, 정말?”
아멜리가 보니, 정말 오늘 미아가 가져온 재료가 다 바닥난 건지, 음료 병이 텅 비어 있다.
“아, 그러면 좋아. 이제 ‘홈카페’에 어울리는 분위기의 음악을 좀 틀어 봐야지. 누가 좀 선곡을 해 줬으면 좋겠는데.”
그러자마자, 홈카페 동아리의 한나가 손을 들더니 일어나서 말한다.
“선배님! 제가 한번 선곡해도 될까요?”
“어, 그래. 학교 전체를 홈카페 분위기로 만들 수 있다면 더 좋고!”
아멜리의 호응에 한나는 바로 알겠다는 듯 노래 하나를 고르더니, 곧바로 재생한다. 곧바로 전자음이 가득 섞인 노래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마치 그 틈을 놓치지 않겠다고 하는 듯, 한나는 곧바로 미아를 옆에 두고 말한다.
“선배님, 안 잊었죠? 경품 이상한 거 주면 안 된다고요!”
“어, 그런 건...”
아멜리는 머리를 쥐어짜며 또다시 괴로워하기 시작한다. 이러려고 후배에게 선곡을 맡긴 게 아니건만.

한편, 만화부실.
“오, 오늘 의외로 재미있었는데요.”
재연이 만화부실 안을 날아다니던 자기 드론을 다시 잡고서, ‘후’ 하는 거친 숨을 내쉬고는, 역시 거친 숨을 내쉬고 있는 안젤로에게 말한다.
“꽤 난해한 능력이긴 했는데... 그래도 저를 이길 수는 없었죠?”
“어... 그랬지.”
안젤로 역시도 자신이 어떻게 드론에 자기 능력을 투사했는지 믿기지 않았는지 자신의 앞에서 여전히 날아다니는 드론을 보고 가만히 앉아 있다. 지금까지 드론에 자기 능력을 투시시켜서 재연을 가만히 앉아 있게 한다든가 갑자기 높이 점프하게 한다든가 한 건데, 두 번은 이런 건 못 하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그런데도 어떻게 드론을 조종해 내는 걸 보면 너도 참 대단하다.”
“이래야 히어로죠.”
“뭐야...”
안젤로는 실실 웃음을 흘리며 말한다.
“그럼 지금까지 널 상대한 나는 빌런이라고?”
“하, 하하하! 아니죠! 그건 당연히 아니죠! 그저, 어제 그 말썽을 피우던 선배들을 잡았을 때 제가 이걸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고 말하려는 거였죠!”
“응? 드론으로 뭘 한다고?”
옆에서 듣고 있던 토마가 끼어들더니 말한다.
“드론이라면 나도 자신있는데...”
“야, 토마! 너는 왜 끼어드냐. 네가 끼어들 데가 아니야.”
듣고 있던 민이 재빨리 토마를 제지하며 말한다.
“너 또 사고치려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
“에이, 정말 아니라니까. 나는 드론으로 뭘 한다길래...”
“그냥 가만히 있어. 너 가만히 안 있으면 또 사고 칠 것 같아. 무슨 말인지는 네가 더 잘 알 것 같은데.”
“아... 그래.”
그렇게 토마가 민의 말에 일단 수긍하는 모양새를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불만이 없던 건 아닌지, 주위에 수증기가 모여들어 구름이 만들어지려는 게 보인다.
“또 허튼 생각은 하지 말고.”
“아... 알았다니까. 이거 천식 때문에 그런 거라고!”
“그걸 어떻게 믿어?”
“아니, 그러니까...”

한편 그 때쯤, 한쪽에서는 베로니카와 아이란, 나디아가 일어나서 가운데에 있는 테이블 쪽으로 오고 있다. 마침 스탭롤이 올라오고 있는 <유명한 듯 유명하지 않은 듯 슈퍼히어로>가 나름 보기 괜찮았던 건지, 다들 만족스러운 미소까지 짓고 있다.
“사실 별로 기대는 안 했는데, 왜 다들 평이 괜찮은지 알겠네.”
베로니카가 그렇게 호평하자, 옆에서 같이 가던 아이란은 바로 기다렸다는 듯 베로니카의 그 말에 맞장구치며 말한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괜히 평이 좋은 게 아니라니까? 콜피와 시렌의 케미가 얼마나 좋은데? 너도 이번에 확실히 봤으니까 잘 알겠지?”
“어... 어?”
베로니카는 아이란의 그 말을 좀 이상하게 생각했던 건지, 잠시 멈춰서 다음 말을 떠올려 보려고 하는데, 나디아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혀를 차며 말한다.
“왜 또 그래? 하루라도 그걸 말하지 않으면 혓바늘이라도 돋아?”
“아, 아니, 그러니까, 나는 그냥 내가 생각난 걸 말했을 뿐이라고! 그리고 너도 봤잖아! 그 장면은 누가 봐도 케미가 최고였어! 그것도 못 말하냐!”
“무슨 말이지? 너 아까 수첩에다가 뭘 열심히 써내려가고 있었지? 거기에는 네가 말한 그 이상의 무언가가 적혀 있었지.”
“야, 나디아! 네가 보긴 뭘 봐! 증거 있어? 내가 그 이상의 무언가를 적었다는...”
아이란이 그렇게 나오자, 나디아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자신이 찍은 사진을 보여주기 위해, 주머니 안에 손을 넣으려고 하지만, 베로니카가 바로 제지한다.
“야, 아이란 말이 맞아! 둘이 얼마나 괜찮은 콤비였는데.”
“베로니카, 네가 뭘 몰라서 그래. 저 애는 항상 그 너머를 생각한다고. 네가 감히 생각하기도 힘든 그 무언가 말이야.”
“어... 그런가?”
베로니카가 믿지 못하겠다는 듯 되물으려는데, 별안간 윤진의 큰 목소리가 만화부실 전체에 들려온다.
“자, 자! 여기 주목!”
어느새, 윤진은 옆에 치히로와 같이 서서, 한껏 목소리를 키우고는 만화부실 안의 시선을 끌어모으고 있다.
“오늘도 좋은 시간을 만들어 주어서 다들 감사하고.”
윤진이 손뼉까지 쳐 가며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키고는, 옆에 나온 치히로를 돌아보며 잠시 눈빛으로 신경전을 벌이다가, 귓속말을 한다.
“야... 구호 외쳐도 되냐?”
“구호...? 우리 그런 거 없어!”
“그럼 즉석에서 만들어!”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3-10-04 13:47:05

격투기 동아리에서 위험한 사태가 벌어질 뻔 했는데 그나마 불상사 없이 수습되었군요. 비록 이게 미봉책이라도 폭발해 버린 것보다는 확실히 나을 거예요.


다른 곳은 상황이 덜 심각하지만 상황이 참 묘하네요.

알렉스에는 의외의 면모가 있네요. 역시 누군가에게서 의외의 면모를 발견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지만 걱정도 안된다고는 말할 수 없겠어요. 아멜리의 선택은 바로 후회를 동반했고, 만화부실 내에서는 드론이 날아다니거나 구름이 만들어지려 하거나 하고, 아이란과 나디아는 또 반목하고...

그런데 난데없이 왜 구호를 외치자고 한 걸까요? 이해불능이네요. 그런데 그걸 왜 해야 하는지는 되묻지 않고 그런 게 없다는 대답이 나오는 것인지.

시어하트어택

2023-10-09 23:00:14

셰릴의 방송장비가 작동하지 않고 또 압수된 건 차라리 다행입니다. 안 그랬다면 사태는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갔을 겁니다.


교류 행사에서 여러 학생들의 숨겨진(?) 능력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겁니다. 물론 묘사된 상황과 같은 부작용이 없는 건 아닙니다만...

SiteOwner

2023-10-14 20:37:11

위험한 상황은 일단 회피할 수 있었다는 게 천만다행이지만...

셰릴같은 성격의 사람은 상황이 자기에게 유리하다 싶으면 언제든지 돌변할 수 있습니다. 저기서 물러선 것은 자신이 불리해서지 잘못되었다고 깨달아서는 결코 아닙니다. 

카즈의 말은 장난이라도 불쾌하군요. 애초에 제대로 된 식재료로 만든 것이 아니면 요리가 아니라는 것을 그렇게도 인정하기 싫은지...

방송실은 그런대로 분위기가 괜찮지만 그래도 아멜리의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이 그녀를 고민하게 만드는군요. 뭐 이런 것도 단체활동의 면모라면 면모겠지만 말이지요.


만화부 부실의 상황은 격투기 동아리방의 상황보다는 덜 못하지만 그래도 어수선하군요.

그나저나 아이란과 나디아는 이 참에 미운정이 들어서 사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좋지 않습니까, 백합커플도.

시어하트어택

2023-10-15 22:15:26

예전에 <죠죠의 기묘한 모험> 3부 연재 때 아라키가 보잉고에 대해 '사람이 그렇게 쉽게 바뀌면 아무도 고생하지 않는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죠. 방향과 케이스는 조금 다르지만 셰릴도 그렇습니다.


아멜리는 꽤 많이 난감할 겁니다. 경품 준비도 그렇고, 거기에다가 당첨이 안 된 사람들도 잘 추슬러야 할 테고... 여러모로 좋은 기분에서 시작한 경품 추첨 행사지만 압박은 그 이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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