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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수사대] XVII-2. 허상을 위해 실제를 바치다

국내산라이츄, 2023-11-02 00:00:04

조회 수
115

이번에 팀 반델을 찾은 것은, 갓 20대는 되어 보이는 젊은 남자였다. 군대를 전역하고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모든 것을 끊을 각오로 팀 반델을 찾은 남자는, 고키부리 사무실을 통해 리더와 접촉할 수 있었다. 도희의 연락을 받은 남자는 일단 무슨 사연인지 들어나 볼 요량으로 사무실을 찾아왔다. 

“그래, 이번에는 또 어떤 사연을 안고 오셨나? ”
“그러고보니, 저도 팀 반델에 의뢰를 하고 싶다는 얘기만 들었지 사연은 듣지 못했군요. ”
“미리 알아보고 연락한 거 아니었어? ”
“저희는 의뢰인이 얘기하기 전에는 조사를 하지 않으니까요. ”
“프로다운 신념이군... 미리 얘기하는데, 네 사연에 따라서 우리 팀에서 의뢰를 받아주지 않을 수도 있어. 이건 염두해 두시고... 일단 앉아서 네 얘기나 좀 듣지. ”

금색 가면을 쓴 남자는 젊은 남자의 맞은편에 앉았다. 

“이대로 가면, 전 살해당할지도 몰라요. ”
“살해? ”
“네... 부모님에게요. ”
“부모님에게요? 여기 오는 것도 부모님이 알고 계신가요? ”
“여기에 오는 건 몰라요. 대학에 다니면서는 자취를 했었는데, 지금은 자취방이랑 짐도 다 정리하고 친구네 집에서 얹혀살고 있거든요. 부모님은 그 친구가 어디 있는지도 몰라요. ”
“아니, 그 전에... 살해당한다니? 부모가 자기 배 아파 낳은 자식을 죽인다는 게 이해가 안 되는데? ”

남자에게는 형이 있었지만, 사고로 사망했다. 부모님은 사망한 형을 매우 끔찍이 아꼈고, 그는 형에 비하면 찬밥이었다. 옷이며 교과서며 교복이며 전부 형이 쓰던 것, 입던 것을 물려받았다. 하다못해 핸드폰마저도 형이 쓰던 것을 물려받곤 했었다. 지금 사용중인 핸드폰은 그가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해 벌어서 산 것이었다. 

“음... 뭐, 악마에게 제물로라도 바칠 심산인건가...? ”
“네... 맞아요. ”
“......! ”

가면 너머로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확실히 놀란 반응이었다. 보통은 자식을 잃은 상실감에 미쳐버리거나, 남은 자식에게 집착하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악마에게 제물로 바친다거나 하는 건, 확실히 비상식적인 일이다. 애초에 자기 배 아파 낳은 자식이고 모성애, 부성애가 있다면 제물로 바친다는 건 절대 고르지 않을 선택지였다. 

“악마에게 소원을 빌었는데, 죽은 아들을 살리고 싶으면 대신 죽을 사람 한 명을 바치라고 했대요. 그 뒤로, 저를 쫓아와서는 형을 살리기 위해 죽어달라고 했어요. 형을 위해서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냐면서... ”
“...... 막장이네. 좋아, 의뢰를 받아줄게. 우리 팀의 서비스는 확실하니까, 뒤탈 없이 네 신분을 완벽하게 바꿔줄 수 있어. 대신 우리 팀의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 네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지워질거고, 네 친구나 가족들도 더 이상 만나지 못할거야. 그럼에도 정말 우리 팀의 서비스를 이용할거야? ”
“네. 제가 필요없다고 말하는 가족은 저도 필요 없으니까요. ”
“좋아. 그럼 일단 아지트로 이동하지. ”
“저희 쪽으로 사람이 온다면, 저희도 모르는 일이라고 돌려보내겠습니다. ”
“부탁해. ”

금색 가면을 쓴 남자는 젊은 남자를 데리고 아지트로 향했다. 그리고 아지트에 도착하자마자 메모리에게 젊은 남자를 인계했다. 젊은 남자를 인계받은 메모리라는 남자는, 아날로그 시계 모양의 가면을 쓰고 있었다. 마치 오래 전 할아버지 댁에서 봤던 낡은 괘종시계를 보는 듯한 모습이었다. 

“와... 꽤 힘든 삶을 살았네. 부모님이 그 모양인데 정상적으로 큰 게 신기할 따름이야. 군대도 무사히 갔고... 보통은 이 정도면 본인의 멘탈에도 뭔가 하자가 생기게 마련인데, 너는 전혀 그렇지 않네. 아마도 조부모님 덕분이겠지? ”
“...... ”
“여기까지 왔다는 건 정말 전부 다 정리할거라는 얘기겠지... 그래도 그 핸드폰은 남겨줄게. 너한테는 꽤 특별한 기기니까. 제로한테 이 정도는 일도 아닐거고... 일단 여기에 서명하고 있어, 모델러랑 퍼펫 불러올게. ”
“아, 네. ”

젊은 남자가 전네받은 서류에 사인을 할 동안, 웃는 가면을 쓴 남자와 화려한 가면을 쓴 남자가 왔다. 

“메모리 통해서 대충은 들었어. 사인 다 하고 이쪽을 따라가서 임시로 지낼 몸을 고르고 나한테 다시 와. ”
“아, 네... ”

서류에 사인을 전부 한 젊은 남자는 화려한 가면을 쓴 남자를 따라갔다. 그리고 인형으로 잠깐 몸을 옮긴 그는, 화려한 가면을 쓴 남자와 함께 웃는 가면을 쓴 남자를 만나러 갔다. 웃는 가면을 쓴 남자는 화려한 가면을 쓴 남자를 퍼펫이라고, 화려한 가면을 쓴 남자는 웃는 가면을 쓴 남자를 모델러라고 불렀다. 

“근데... 동년배면 모습을 바꾼다고 해도 얘네 부모님한테 노려지는 거 아냐? ”
“그러네... 아예 한국을 떠버리지 않는 이상은 그렇겠지... 혹시 외국어 잘하는 거 있어? ”
“음... 아, 어릴 적부터 서양쪽 판타지 소설을 좋아해서 원서를 종종 읽곤 했어요. 그것때문에 영어시험은 항상 만점이었고, 말하기 수행평가도 만점이었고요. ”
“오, 취미가 확고하네. 뭔가 퍼펫이랑 잘 어울릴 것도 같고... 한국에서 지내고 싶더라도 당분간은 한국을 떠 있는 게 좋을거야. 너네 부모님이 집착을 포기하던가, 아니면 너네 부모님이 더 이상 집착할 수 없는 상태가 될때까지는... 그래도 영어를 잘 하면, 그 능력은 남겨서 외국으로 유학 보내면 될지도 모르겠네. ”
“그거 좋네요. 저도 돈만 있었으면 외국으로 떠나고 싶었고... ”
“좋아, 조형 방향은 어느정도 잡혔어. 그럼, 이제 어떻게 소거할지를 정하러 가도록. ”
“모델러와의 볼일은 여기까지 하고, 이제 제로를 만나러 가자. ”

컴퓨터와 모니터 두 대가 있는 공간에는 금색 동그라미가 그려진 검은 가면을 쓴 사람이 있었다. 퍼펫은 금색 동그라미가 그려진 사람을 제로라고 불렀다. 그리고 말 그대로, 존재하는 모든 것을 정리해줄 사람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메모리 통해서 듣긴 했는데, 어지간히 막장인가보네. 모델러랑 회의할 동안 정리할 게 있나 알아봤는데, 저쪽에서 자체적으로 SNS 외에는 싹 정리를 마쳤고 핸드폰도 이미 해지된 상태야. 그러니까, 이 휴대폰은 완벽한 공기계라 이거지. USIM마저 깔끔하게 제거해버려서 인터넷이 없으면 긴급통화 외에는 아무것도 못 해. ”
“정리할 게 줄어든거라고 봐도 돼? ”
“그렇지. 지금 찾은것만 정리하는데도 족히 3시간이면 끝날걸? 은행 계좌도 하나밖에 없는 듯 하고... 그쪽 부모 하는 짓을 봐서는 살해당한걸로 꾸며도 될 것 같지만, 그쪽 부모를 말려죽일거면 단순 실종처리하는 게 나아. ”
“예...? 말려죽이려면...? ”
“간단해. 제물로 쓸 자식이 죽었다고 하면, 부활을 단념하거나 다른 제물을 찾거나 둘 중 하나의 선택지가 나오잖아? 하지만 네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있는 너를 찾으려고 할 거란 말이지. 악마에게 제물로 바칠 요량이라면 최대한 온전한 형태로 말이야. ”
“......! ”
“이 핸드폰은 안에 있는 데이터 전부 지우고 줄게. 연락처나 다른 앱같은 게 남아있으면, 그거 통해서 추적할지도 모르고... ”

메모리가 새로운 기억을 부여할동안, 제로는 신변을 전부 정리했다. 그리고 새로운 몸을 받은 남자에게 깔끔하게 초기화된 핸드폰과 통장, 그리고 체크카드를 건넸다. 

“이건 네 계좌에 들어있던 돈, 그리고 이건 할아버지 쪽에서 너에게 남겨준 유산이야. 뭐, 이제는 모르는 사람에게서 받은 돈이 되겠지만... 이 돈이면 일단 유럽권으로 가서 몇 년은 지낼 수 있을거야. 이걸 정착 자금으로 쓰도록 하고, 우리 쪽에서 연락할때까지는 한국에 들어오면 안 돼. ”
“네. ”

새로운 몸을 얻은 남자는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이전에 저금해두었던 돈과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유산으로 작은 집을 얻어서,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기 시작했고 몇년 후에는 독일에 번듯한 직장을 얻었다. 그리고 한국에 있는 지사로 발령이 나게 되었을 때, 팀 반델 측에서 연락이 왔다. 

그는 그 길로 한국에 있는 지사로 건너와 그 곳에서 일하게 되었다. 한국 지사로 아예 오게 되면서 독일에 있는 집은 정리하고, 한국으로 와 새로 집을 얻어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번듯한 직장에 예쁜 여자친구까지 얻은 그는, 결혼을 전제로 여자친구와 만남을 갖고 있었따. 그리고 그 날도, 여느때처럼 여자친구를 만나러 나가기 위해 준비하면서 아침 뉴스를 보고 있을 때였다. 

‘네 전 부모님이 사망했어. 악마에게 소원을 빌기 위해 사람 한 명을 죽였다가, 그 악마에게 끔찍하게 죽임당했지. 그 악마는, 두 사람을 비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해. ‘바보같기는.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건 신이라고 해도 금지인데 말이야! 거기다가 네 아들은 제물을 찾는 동안 벌써 썩어서 흙이 되었는데 어떻게 되돌릴건데? ’-팀 반델’
국내산라이츄

엄마가 고지고 아빠가 성원숭인데 동생이 블레이범인 라이츄. 이집안 뭐야 

2 댓글

SiteOwner

2023-11-05 15:48:00

어질어질하군요. 자기가 낳은 자녀들을 차별하는 것 자체도 몰인정하고 불합리하기 짝없는데 죽은 장남을 되살리기 위해 차남을 그렇게 희생한다니, 오한이 들고 있습니다. 그 남자가 가족으로부터 도망치려는 것도 충분히 이해됩니다.

그러고 보니 고등학생 때 어떤 선배가 매일 부모에게 나가 죽어라고 악담을 들은 끝에 농약을 마시고 자살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 일이 벌써 30년도 넘었는데...


최소한 악마는 인간만큼 어리석지는 않았군요. 

마드리갈

2023-11-05 17:08:09

미쳤다는 말조차도 부족하네요, 이 상황은. 대체 무슨...

살기 위해서는 가족으로부터 도망쳐야 한다는 저런 상황이 만일 저에게 있었더라면 그 뒤의 것은 상상하고 싶지도 않네요. 절대로 있어서는 안되는 상황이니까요. 없는 것만도 못했던 부모는 결국 악마에게 죽었네요.


악마가 의도치 않게 선행을 했다고 봐야 할까요. 역시 악마는 인간의 상대가 안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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