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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알레르기였으나 소설 속 표기와 통일하기 위해 알러지로 바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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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수사대는 오전부터 G구에 있는 사건 현장에 나와있었다. 사건 현장은 지식산업단지였고, 그 안에 있는 기숙사에서 사건이 발생했다. 지하철 역에서 내려 현장으로 나와보니, 출근 시간이라 그런가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가방을 멘, 오피스룩을 입은 사람들이 꽤 보였다. 사람들이 우르르 향하는 곳으로 걸어간 미기야는 입구에 서 있던 주차 관리원에게 기숙사가 어디인지 물었고, 주차 관리원은 기숙사로 가는 길을 알려줬다. 하지만 단지 내 길이 복잡해서 그 뒤로도 두어번은 더 물어본 후에야 괴담수사대는 겨우 기숙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이달로스가 산업 단지 설계했나, 더럽게 복잡하네. ”
“그러게요. 1005호실이 사건 현장이었죠? ”
“응. ”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으로 올라간 괴담수사대가 1005호를 찾아갔을 때, 사건 현장에는 감식반과 형사들이 와 있었다. 미기야가 밖에 서 있는 형사에게 신원을 밝히자, 형사는 미기야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는 얼굴은 멀끔했지만, 한 눈에 보기에도 요즘 개봉한 범죄 영화에 형사 역할로 나오는 배우와 비슷한 풍채를 자랑하는 건장한 사내였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한정훈 형사의 후배라는 말을 덧붙였다.
“피해자는 사망했나요? ”
“병원으로 실려갔는데, 그 뒤로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마침 감식반도 작업이 끝난 듯 하니, 안으로 들어가보셔도 됩니다. ”
방 안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고시원 방보다는 넓은 평범한 기숙사에는 필요한 가구들이 놓여있었다. 피해자가 아침까지 잠들었던 침실은 너저분했고, 그 옆에는 옷장과 가방이 놓여있었다. 책상 위에는 밤새 공부라도 한 건지 책이 펼쳐져 있었다. 그것 외에, 별다른 이상 징후는 없었다. 침실을 둘러본 미기야는 부엌으로 나오다가 테이블 위에 엎어져있던 음료수를 발견했다.
“응...? ”
테이블 위에 엎어져있던 음료수는 주변에 쏟아진 휘핑크림과 형태로 미루어보건대 초콜렛 프라푸치노였다. 휘핑크림은 초코시럽으로 범벅이 되어 얼룩져있었고, 얼음이 약간 녹아서 엎어진 음료는 거의 물처럼 변해있었다. 미기야가 라우드에게 프라푸치노가 있는 곳의 영상을 확인하게 하자, 영상에 보인 것은 프라푸치노를 먹고 괴로운지 목을 붙잡다가 쓰러진 피해자였다. 피해자가 쓰러지고 30분정도 후, 회사 동료로 보이는 사람이 기숙사로 찾아왔다가 놀라서 119를 부르는 모습이 보였다.
“이 음료에 뭔가 있나...? ”
“왜 그러세요? ”
“피해자가 이 음료를 먹고 쓰러졌어요. ”
“성분 분석은 감식반을 통해 국과수로 넘어가게 될 테니, 독이 있다면 거기서 밝혀질거예요. ”
홀더에 있는 카페 로고가 보이게 음료수의 사진을 찍은 야나기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음료를 파는 곳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카페가 한두군데가 아닌데다가, 출퇴근하기 바빴던 사람들은 대부분 모르는 눈치였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휘핑크림 위에 땅콩 분태가 올라가 있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한 군데를 가리켰다.
“어서오세요. ”
“초콜렛 프라푸치노 하나 주세요. ”
“잠시만요. ”
예의 그 카페로 간 야나기는 초콜렛 프라푸치노를 시켜서 한 입 먹었다. 하지만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휘핑크림에 땅콩 분태가 올라가는게 좀 특이하네, 정도였다. 먹고 좀 이따가 독기운이 올라오는건가 했지만, 그런것도 아닌 그냥 땅콩맛이 살짝 나는 평범한 초콜렛 프라푸치노였다.
“음... 특별히 이상한 건 없네. ”
현장 감식을 마무리한 괴담수사대는 근처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하고, 돈까스집으로 갔다. 테이블에 앉아 메뉴를 고르고 테이블에 놓인 태블릿PC로 돈까스를 주문하자 주문은 금방 접수됐다.
“현장은 어떻게 됐어요? ”
“바닥에 엎어졌던 음료를 가져간 것 말고는 딱히 없었어요. ”
“그 프라푸치노, 아까 하나 먹어봤는데 별다른 이상은 없었어. 그냥 평범한 프라푸치노였는데, 휘핑크림에 땅콩 분태가 올라가있었어. 땅콩버터를 넣고 만드는건지 땅콩맛도 났고... ”
“그렇다면 범인이 프라푸치노를 사서 거기에 독약을 넣었을지도 모르겠네. ”
“땅콩 맛이 난다라... 초코 프라푸치노에 땅콩버터라도 들어가나? ”
“메뉴 설명같은건 디테일하게 안 봐서 모르겠어. ”
“그럼 제가 이따가 한번 가서 여쭤볼게요. ”
점심을 먹은 현은 야나기가 갔던 카페로 가서 초코 프라푸치노를 주문했다.
“사장님, 여기 혹시 땅콩버터가 들어가나요? ”
“네. 땅콩버터가 들어가요. ”
“혹시 땅콩 알러지가 있는 손님이 주문하면 땅콩버터를 빼줄수도 있나요? ”
“가능하죠. 자주 오시는 손님중에도 땅콩 알러지때문에 땅콩버터를 빼고 시키는 분이 계세요. 여기, 주문하신 초코 프라푸치노 나왔습니다. ”
한낮, 초코 프라푸치노를 비우면서 사무실로 돌아온 현은 빈 컵을 물로 한 번 헹군 다음 재활용 쓰레기 봉투에 버렸다.
“땅콩버터 들어간대? ”
“네. 그런데 알러지가 있는 사람은 빼고 주문하는것도 가능하대요. 그 카페 단골중에도 땅콩 알러지때문에 땅콩버터를 빼고 주문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고... ”
“그렇지, 알러지 중요하니까... 잠깐만. ”
“예? ”
“야나기, 엎어졌던 음료 사진좀 보여줘. ”
“여기. ”
야나기가 찍은 음료의 사진에는 휘핑크림 위에 땅콩 분태가 없었지만, 현이 찍었던 음료 사진에는 휘핑크림 위에 땅콩 분태가 있었다. 음료가 엎어진 지 오래라 잘은 모르겠지만, 파이로는 뭔가 감을 잡은 듯 했다.
“왜 그래? ”
“미기야, 피해자는 아직 소식 없어? 감식반은? ”
“감식반은 며칠 걸릴거고, 피해자는 아직 소식이 없어요. 왜요? ”
“그럼 그 형사양반한테 연락해서 피해자한테 알러지 없는지 물어봐. ”
“알러지요? ”
“어. 피해자한테 땅콩 알러지가 있다면, 아마 그 음료를 마신 것 자체로도 아나필락시 쇼크가 왔을거야. 그리고 가해자는 그걸 노리고 피해자를 죽이려고 한 거지. ”
“현장에 있던 음료는 휘핑에 땅콩 분태가 없었는데요? ”
“땅콩버터가 들어간 걸 시킨 다음 분태만 빼달라고 했거나, 땅콩버터가 들어간 걸 시킨 다음 땅콩 분태만 덜어냈을거야. 카페에서 기숙사까지 들고오다가 모양이 망가졌다고 핑계 대면 그만이잖아. ”
파이로의 말을 들은 미기야가 형사에게 연락해 피해자의 알러지 여부를 묻자, 형사는 피해자가 땅콩 알러지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피해자는 겨우 깨어났지만 당장 일할만큼의 컨디션은 아니라는 것과 SD라는 사람이 와서 돌보고 있다는것까지 덧붙였다.
“파이로씨 말대로예요. 피해자에게 땅콩 알러지가 있었어요. ”
“역시... 그 사람, 어디서 일해? ”
“그 산업단지에 A 바이오라고 있는데 거기서 일한대요. 피해자가 쓰러져있던 걸 신고한것도 회사 동료였고... ”
“그럼 우리가 할 일은 크게 두 개야. 일단 한쪽에서는 A 바이오로 가서 탐문수사를 하면 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 카페로 가서 초코 프라푸치노에 대해 물어보면 돼. 사건이 있었던 날, 특별한 주문을 한 사람은 있었는지 말이야. ”
“알겠습니다. 라우드씨는 저랑 같이 A 바이오로 가시죠. 현, 야나기씨랑 같이 그 카페로 가 줘. ”
“네. ”
미기야와 라우드, 현, 야나기는 다시 G구의 지식산업단지로 갔다. 미기야와 라우드가 A 바이오에 가서 탐문수사를 할 동안, 현과 야나기는 오전에 갔던 카페로 다시 갔다. 카페에 오전중에 갔을 때 있었던 직원은 잠시 자리를 비운 모양인지, 3~40대는 되어 보이는 여자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서오세요~ ”
“사장님, 저희 초코 프라푸치노 두 개 주세요. ”
“잠시만요~ ”
초코 프라푸치노가 나오자, 현과 야나기는 컵을 하나씩 나눠들고 빨대를 꽂았다.
“사장님, 혹시 잠깐 시간좀 내실 수 있나요? ”
“지금은 괜찮아요. 무슨 일로 그러시나요? ”
“저희는 괴담수사대에서 왔어요. ”
“오전중에 여기서 사람이 쓰러져서 병원으로 실려갔는데, 여기서 파는 초코 프라푸치노를 먹고 쓰러졌거든요. ”
“앰뷸런스 소리가 들린 것 같았는데, 이 쪽에서 사고가 났군요... 가만, 저희 가게의 음료를 먹고 쓰러졌다고요? ”
“네. 저희쪽에서는 피해자가 땅콩 알러지가 있다는 걸 알고 일부러 땅콩버터가 있는 초코 프라푸치노를 먹였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혹시 어제 저녁에서 오늘 오전 사이에 초코 프라푸치노를 주문할 때, 땅콩버터는 넣고 휘핑크림에 있는 분태만 빼달라는 주문을 한 사람이 있었나요? ”
“보통 땅콩 알러지가 있으면 땅콩버터랑 분태를 다 빼고 제조하지, 음료를 그런 식으로는 제조하지 않아요. 그리고 그런 식으로 주문하는 사람도 없었고... 그건 왜요? ”
“사건 현장에 있던 프라푸치노의 휘핑크림에는 땅콩 분태가 없었거든요. ”
야나기가 음료 사진을 보여주자, 카페 주인은 한참동안 사진을 확인했다.
“이건 확실히 우리 가게 프라푸치노가 맞는 것 같은데... ”
“아마 여기서 초코 프라푸치노를 시킨 다음 땅콩 분태만 덜어냈나봐요. 수사에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아니예요. 누구인지는 몰라도, 꼭 무사하셨으면 좋겠어요. 범인도 잡혔으면 좋겠고요. ”
카페를 나온 현과 야나기는 A 바이오가 있는 동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이 막 들어갔을 때, 입구 로비로 나오는 미기야와 라우드가 보였다.
“소득은 좀 있었나요? ”
“있긴 있었지. 그쪽은? ”
“이쪽도 나름 있었어요. ”
“일단 여기는 듣는 귀가 많으니까, 사무실로 가죠. 파이로씨도 같이 들어야 하고... ”
“네. ”
파이로는 사무실로 들어온 네 사람을 맞았다.
“뭐 소득 좀 있었어? ”
“일단은요. ”
“이쪽도 그래. 너희들이 나가있는 동안, 금 형사한테서 연락이 왔는데 피해자가 어느정도 컨디션을 회복했다고 했어. SD가 곧 이쪽으로 온대. ”
“그럼 보고는 그 분이 오시면 하는걸로 하죠. ”
다섯 사람이 테이블에 둘러앉고 잠시 후, 새부리 가면을 쓴 사람이 사무실로 들어섰다.
“금방 오셨네요. ”
“피해자가 방금 퇴원했거든요. ”
“피해자 몸 상태는 괜찮아요? ”
“신고자가 에피펜을 놓아줘서 망정이지, 안그랬으면 죽었을지도 몰라요. ”
“피해자가 쓰러진 이유는, 알러지로 인한 아나필락시 쇼크가 맞나요? ”
“네. 음료 속 성분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 조사해봤는데, 딱히 독극물이라고 할만한 게 들어있지는 않았어요. ”
“역시... 카페에서는 뭐라고 하던? ”
“땅콩버터를 넣되 땅콩 분태만 빼는 주문은 안 받는대요. 땅콩버터랑 분태를 아예 빼거나, 아예 넣거나 둘 중 하나예요. 휘핑을 빼더라도 땅콩 분태는 올라간대요. ”
“그렇다면 음료에 있는 땅콩 분태를 어떤 방법으로든 최대한 교묘하게 치웠을거야. 땅콩이 들어간 음료인 줄 모르고 먹었던 피해자가 아나필락시 쇼크로 쓰러졌겠지. ”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여쭤봤는데, 딱히 원한을 살 만한 행동을 한 것도 없었대. 일도 잘 하고 성격도 좋고... ”
“피해자가 쓰러진 걸 발견하고 신고했던 사람 얘기로는, 평소에는 출근시간 10분 전에는 도착하던 사람이 안 나와서 기숙사로 가봤더니 쓰러져 있었다고 했어요. ”
“기숙사라... 피해자는 가족들과 떨어져서 지내시는건가요? ”
이야기를 마친 바실리스크는 목이 타는지 물을 마셨다.
“네. F시에서 올라와서 혼자 지내고 있다고 했어요. ”
“땅콩버터가 든 음료를 위장해서 먹였다는 건, 피해자가 땅콩 알러지가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얘기... 즉, 주변 사람이라는 얘기예요. 피해자가 땅콩 알러지가 있다는 사실은 회사 구성원들이 전부 알고 있나요? ”
“워낙 중요한 사안이라서, 아마 전부 알고 계실거예요. ”
“회사에 피해자랑 사이가 안 좋은 사람은 없어? ”
잠시 무언가를 생각한 파이로는, A 바이오 구성원중에 피해자와 사이가 안 좋은 사람은 없는지를 물었다. 그녀는 피해자가 땅콩 알러지가 있다는 것을 알만한 건 주변 사람이고, 분명 피해자를 죽이려고 할 정도면 피해자를 어떠한 이유를 들어서든 싫어할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한 분 있었어요. ”
“어떤 사이야? ”
“피해자랑 입사동기인데, 들어보니까 이번에 피해자는 진급하고 그 사람은 진급 누락이 됐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구성원들 말로는, 그 사람이 피해자한테 ‘알러지는 편식이다’라면서 땅콩이 든 음식을 일부러 먹이려고 한 적이 몇 번 있었다고 했어요. 그럴때마다 미리 귀뜸해주거나 회사 내에 공론화시켰던 사람이 피해자를 신고했던 사람이고요. 사무실에서 한동안 그러다가 잠잠해졌다는 걸 보면, 아마 사람들이 있어서 사무실에서 땅콩이 든 음식을 먹이기는 힘들거라고 생각했을거예요. ”
“허... 그런 놈이 생물학쪽에 몸담고 있단 말이야? 피해자가 무사한게 기적이네. ”
“피해자를 신고했던 사람도 복숭아 알러지가 있어서 에피펜을 상비하고 있었다고 해요. 그 덕분에 무사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고요. ”
“그거랑 별개로, 이과라고 다 논리적일거라는 생각은 버려. ...응? 오너, 금 형사님 전화예요. ”
미기야는 라우드에게서 핸드폰을 건네받고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 너머로, 금 형사가 범인을 잡았다면서 그 범인이 같은 회사에 다니는 입사 동기였다고 했다. 괴담수사대와 계속 연락을 하면서, 피해자가 땅콩 알러지가 있다는 사실과 그걸 알고 땅콩버터가 든 프라푸치노를 먹여서 죽이려고 했다는 것을 알게 된 금 형사는 미처 처리하지 못 한 쓰레기 더미에서 휘핑크림이 묻어있는 빨대와 땅콩 분태를 발견했다. 그리고 땅콩 분태를 덜은 다음 초코 프라푸치노를 피해자의 기숙사 앞에 놓고 가는 CCTV도 입수했다.
“범행 동기는 뭐라고 하던가요? ”
“똑같이 입사해서 똑같이 열심히 일했는데, 피해자만 진급하고 피해자만 칭찬받는게 꼴보기 싫었다고 합니다. ”
“...... ”
범행 동기마저, 괴담수사대가 생각했던대로였다.
똑같이 입사동기였던 두 사람은 A 바이오에 입사해서 이 회사에 뼈를 묻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월급을 받았지만 한쪽은 진급해서 직급이 생기게 되었고, 한쪽은 진급이 누락되었다. 물론 이는 당연한 처사였다. 일머리가 있었던 피해자와 달리 가해자는 일머리가 없어 늘 혼나기 일쑤였고, 입사 동기라는 이유로 피해자와 비교당했다.
땅콩 알러지가 있다는 것은, 회식날 수끼를 먹으러 갔다가 알았다. 유난히 땅콩소스만 깨끗해서 다른 팀원이 물어보니, 땅콩 알러지가 있어서 땅콩 소스를 먹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 뒤로 땅콩 알러지가 있는 피해자를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쟤만 예쁨받는다’고 생각했다. 몇 번, 사무실에 땅콩 쿠키나 땅콩빵같은 걸 사와서 먹이려고 한 적도 있었지만 그럴때마다 후배에게 들키고 상사에게 혼나기 일쑤였던 가해자는 사무실에서 죽이는 건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와중에 피해자가 즐겨 마시던 초코 프라푸치노에 땅콩버터가 들어간다는 사실과 피해자가 그것때문에 땅콩을 빼고 시킨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그 카페의 프라푸치노를 아침마다 기숙사로 배달시킨다는 것도 알게 된 가해자는 땅콩버터가 든 프라푸치노를 산 다음 땅콩 분태를 제거하고, 피해자의 문 앞에 놓여있던 초코 프라푸치노와 바꾼 것이다.
“회사도 어떻게 보면 이익을 추구하는 곳인데, 일머리 없으면 혼나는거야 당연하지. 막상 나도 당사자였으면 어땠을지는 모르겠지만. ”
“그건 그래요. ”
“뭐... 그거랑 별개로, 이 사건은 궁변호사가 맡게 됐으니 가해자 입장에서는 큰일이겠군요. ”
“궁변호사요? ”
“어떤 사건이든, 맡는 사건에서 단 한번도 패소한 적이 없다고 알려진 변호사예요. 궁변호사가 변론을 맡았다는 이유로 상대 변호사가 변론을 포기하기도 할 정도죠. 아마 이번 사건, 알러지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일부러 땅콩버터가 든 음식을 먹였으니 최소 살인미수... 잘 하면 살인죄까지도 나오겠네요. 민사쪽으로도 소송걸면 위자료 꽤 나올거예요. ”
다른 사람들과 달리, 궁변호사에 대해 알고 있었던 파이로는 ‘궁변호사가 사건을 물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파이로씨는 궁변호사에 대해 아세요? ”
“왜 전에 애아빠가 왔던 사건 있지? 꿈 속에 죽은 애가 나왔던. 그 사건 조사할 때, 도희씨가 아이 아빠한테 전해달라고 궁변호사 명함을 주면서 이 사람이라면 지금까지 아빠가 뜯긴 양육비 그 이상으로 받아내고 이 세상에 발붙일 곳 하나 없게 만들어줄거라고 했거든. 엄청난 실력자라 한번 맡은 사건에서 절대로 패소하는 법이 없댔어. ”
엄마가 고지고 아빠가 성원숭인데 동생이 블레이범인 라이츄. 이집안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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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마드리갈
2024-08-25 17:05:19
읽고 나서 정말 속이 타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건 물론, 요즘 복용하는 약 덕분에 완화되고 있는 신경통이 다시 심해지는 듯한...저도 몇 가지 알레르기가 있어서 늘 조심해야 하지만, 땅콩 알레르기처럼 아주 위험한 건 없다는 데에서 감사하고 있어요. 제 경우는 복통을 일으키고 구토와 설사를 한 뒤로는 진정되는 정도니까요.
위험은 정말 어디든지 도사리고 있네요. 그리고 저런 이유로 사람을 죽일 생각을 잘도 하네요. 역시 악마를 탓할 게 아니예요.
국내산라이츄
2024-08-25 22:13:38
알러지가 사이다 썰에서 가끔 다뤄지는 주제기도 해요. 본문처럼 알러지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일부러 알러지원을 먹이는건데, 대부분 알러지를 편식이라고 생각해서 고쳐주려고 했다는 식으로 변명합니다. 알러지는 살면서 먹어서는 안 될 게 하나 더 늘어나는건데 말이죠...
SiteOwner
2024-08-30 00:49:56
세계는 넓고 빌런은 많은 법입니다. 게다가 음식에 못된 짓거리를 하는 것은 정말 추잡하고 치졸한 짓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저런 짓을 자행한 자는 아주 크게 혼나 봐야 합니다. 정말 악마는 따로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시험 시작 직전에 제 얼굴을 때리기까지 한 라이벌을 자처하던 그런 빌런도 생각납니다. 그래도 그 빌런은 저를 못 이겼습니다만.
아무튼, 그런 테러를 저지른 자에 대한 동정심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