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편 사이에 짤막하게 후일담같은 것을 쓰는겁니다.
분량은 좀 짧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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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오후, 사무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안녕하세요, 저 예전에 의뢰 드렸던... 기억하시죠? "
"아, 지혜 씨. 오랜만이네요. 지훈 씨는 좀 어때요? "
"덕분에 괜찮아졌어요. "
"다행이네요. 지훈 씨는 여전히 취미생활로 심령 스폿을 찾아다니나요? "
"아뇨, 그 뒤로는 한번도 간 적 없었어요. 요즘은 다른 취미거리 찾아보면서 시험 공부도 하느라 바쁜가봐요. "
"그렇군요... "
다행히도, 지훈은 그 후로 괜찮아진 모양이었다.
그 때 난동부렸던 일을 기억하지는 못 하는지, 아끼던 개가 죽었다는 사실을 듣고 한동안 실의에 빠지긴 했지만 곧 새 식구를 들였다고 한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 사건 이후 그 집에는, 금줄을 거꾸로 친 것 뿐 아니라 아무도 다가가지 못 하도록 길을 막았다고 한다. 아예 아무도 찾아가지 못 하게, 철조망을 세웠다고도 한다.
애초에 혼불로도 날리지 못 할 원혼이 그 정도로 약해지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그 집에 가까이 다가가서 악령의 먹잇감이 되는 사람은 더 이상 나오지 않겠지.
<인과의 쇄>
뉴스에는 의문사로 나왔던 은정의 사인.
괴담수사대원 외에는 어느 누구도 주살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아침에 발견된 그녀의 변사체는 정말 참혹했다고 한다.
"저주를 할 때는 두 개의 무덤을 파라... 하지만 인간들은 잘 모르는 사실이야. 거기다가 더더욱 어린 나이라면...... "
파이로는 안타까운 듯, 혼자 중얼거렸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거 너희 인간들이 자주 하는 말 아냐? 그런게 모든 것에 적용된다는 걸 모를 뿐... 그런 정보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문제지만, 그런 당연한 것을 잊어버리는 것 역시 문제라고 생각해. "
파이로는 하늘을 올려다보고 한숨을 훅, 내쉬었다.
"뭐... 그래서 인간들은 재미있는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
"파이로 씨, 뭐 하세요? "
쓰레기를 버리러 나왔는지, 미기야가 쓰레기 봉투를 들고 있었다.
"그냥. "
"참, 오늘 저녁 회식인데 메뉴 뭘로 할까요? "
"이따 모여서 회의하자. "
"네. "
<벚꽃 날리는 교정>
현아의 일기장을 발견한 엄마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일을 의뢰했던 선생님 역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수사 현장에서 현아의 일기장을 읽고, 여섯 학생들의 얘기를 들은 현아의 엄마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한없이 울었다. 내 딸이 이렇게 힘들어하는데도 나는 몰랐구나.
"현. "
"네? "
"현아가 따돌림을 당해야 했던 이유는 궁극적으로 뭐라고 생각해? "
"글쎄요... 저는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니기때문에 잘 모르죠. "
"...맞는 말이네. "
파이로는 차를 한 모금 머금었다.
"...주변 학생들에게 물어본 결과, 현아는 별로 이렇다 할 게 없는 학생이었대. 여섯 아이들 말로는 재수없었다, 마음에 안 들었다... 라고 하지만, 다른 아이들이 보기에는 그렇지 않더라는거지. "
"그렇군요... 참 안타깝게 됐어요... "
"동감이야. 왜 인간들은 자기와 다르면 무조건 배척하고 보는걸까, 그리고... "
"...... "
"왜 그런 인간들을 이유를 만들어서 괴롭힐까. "
"글쎄요...... "
따돌림에 이유라는 건 없다.
당할 만 해서 당하는 것은 가해자의 변명에 지나지 않아, 사실은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마음에 안 들어서 이유를 만든 것 뿐이다.
...그렇게 현은 한 명의 얼굴을 모르는 후배를, 안타깝게 보내야만 했다.
왜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하는가.
그것은 누구의 문제일까.
...그것은 어느 누구도 정답을 낼 수 없다. 적어도 지금의 사람들은.
<어그러짐/감옥을 나가는 법>
"안녕하세요. "
"아, 혜연 씨. 얼굴이 많이 좋아보여요. "
"네, 덕분에요. 저, 오늘 처음으로 쇼핑이라는 걸 해봤어요. "
"우와, 잘 됐네요~ 아직도 가족들이랑은 연락 하고 지내세요? "
"아뇨. "
혜연은 집을 나와서, 다른 곳에서 지내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것저것 힘들어하던 혜연이었지만, 점차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집에서는 그렇게 억압하던 부모님의 간섭이 없어지자, 그녀는 지금까지 해 보지 못했던 모든 것들을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그렇게 되면서, 혜연은 점차 상현에게 집착했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됐다. 집이라는 감옥을 빠져나오기 위해 상현을 이용하려고 했던 과거의 자신.
그리고 그녀는 소원대로 집을 나오게 되면서, 부모님과의 연락을 끊었다. 가장 친한 친구 몇 명과 언니에게는, 부모님에게 알리지 않는 조건 하에 그녀의 주소와 바뀐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고 있었다.
"언니가 그러는데, 엄마가 언니를 통해서 제 연락처를 알아가려고 핸드폰 암호를 몰래 풀려다가 걸렸대요. 그래서 언니도 지금 집을 나오려고, 다른 동네에 집을 알아보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
"아아... "
"언니도 이젠 자유롭게 하고싶은 거 다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저도 언니도, 집이라는 감옥을 벗어나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한 마리의 새이고 싶어요.. "
"그런데, 상현 씨랑은 아직도 연락 하세요? "
"아뇨. 제가 미안해서 못 하겠더라고요... 오빠도 저도, 각자 좋은 사람 찾아가야죠. "
<은/구발>
"세베루스 씨도 파이로 씨와 같은 류인가요...? "
"아, 예. 저도 파이로 씨처럼 이미 죽은 사람입니다. "
"그렇군요... "
"그나저나, 세베루스 씨도 여기에 계신 줄은 몰랐습니다. "
"...그보다 파이로 씨가 존댓말을 쓰는 사람...은... 처음 보네요... "
"명계에서는 자기보다 강하면 무조건 존대해야되거든. "
파이로보다도 강하다면 대체 어느 정도인거지? 세 사람은 경악했다.
"뭘 그렇게 경악하냐. "
"...... "
"그보다 세베루스 씨, 특별히 지내시는 곳이 없으시면 같이 여기서 지내는 건 어때요? "
"아, 저는 이미 거처가 있습니다. 대신 제 전화번호 드릴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연락 주세요. "
"알겠습니다. "
파이로는 세베루스의 연락처를 저장했다.
세베루스가 돌아가고 난 뒤, 파이로는 자리를 정리했다. 테이블에 널려있던 서류 뭉치를 정리한 그녀는, 다 식은 차를 들이켰다.
"세베루스 씨, 꽤 최근에 나온 것 같네... 그래도, 거처는 구하셨다니 다행이네. "
"최근...에요? "
"응. 무엇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
<오르페우스>
다음날.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다.
"비가 오는군. "
"그러게. "
"참... 현, 너는 오르페우스 이야기의 원래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어? "
"음... 잘 모르겠어요. "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를 데리고 저승에서 나오던 중, 빛이 보이자 뒤돌아봤어. 그리고 에우리디케는 다시 저승으로 떨어졌지. "
"저런... "
"그 얘기로 끝이 아냐. 그 뒷얘기가 더 있어. "
나이트메어는 과자를 와삭, 깨물었다.
"그 뒤로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만을 그리워하며 노래를 불렀어. 다른 여자들의 구혼도 모두 거절하고... 그러다 결국, 여자들에게 맞아 죽었지... 그의 머리는 리라와 함께 강을 떠내려가면서도 노래를 불렀어. "
"그럼... 나중에 둘은 다시 만났겠군요? "
"응. 엘리시온에서 행복하게 지냈다고 하더군. "
"그런가요...... "
"뭐, 지금의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도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
나이트메어와 파이로, 현은 TV를 보고 있었다.
그 때, 화면 아래로 짤막하게 속보가 나왔다. 수감돼 있던 에우리디케가 옥중에서 자살했다는 소식이었다.
"...... 이번에도 결말은 같을까... "
"글쎄, 아마도 그렇겠지... "
엄마가 고지고 아빠가 성원숭인데 동생이 블레이범인 라이츄. 이집안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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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마드리갈
2018-07-19 23:55:17
이렇게 각 에피소드의 후일담이 정리되어 있는 것, 좋네요.
그나마 잘 마무리된 것은 <어그러짐/감옥을 나가는 법>의 건이군요.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되어 죽은 사람이 돌아오지 않는 것이 안타깝기 그지없지만...불가항력이니 체념할 수밖에 없는 걸까요.
이미 죽은 사람 하니 예전에 봤던 일본드라마 유성왜건이 생각나기도 하고, 에우리디케의 옥중 자살에 대해서는 죄과가 있다 보니 할 말이 없네요.SiteOwner
2020-03-22 21:04:54
여러 창작물을 접하다 보면, 이 이야기의 후일담은 어떻게 되었을까에 목마른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 주신 인터미션이 아주 좋은 후일담 정리 회차가 되는군요. 이렇게 반추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드신 것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모든 일은 지나가게 되고 지나간 것은 그리워지게 된다는데, 열거된 이 후일담은 그렇게 분류될 수 있을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