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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어느 화창한 날 아침. 대정 공화국의 수도 ‘강영’ 북구의 대정 경비대 ‘수도경비사령부 북부대대’. 이등경부터 상등경까지의 전 병사들은 아침 일찍 점호를 마친 후 아침밥을 먹고 일과를 시작하려 하고 있었고, 간부들은 거의 모두 출근을 마쳤다. 저 멀리서 간부 한 명이 영문을 통해 들어온다. 영문 경비는 외부 업체가 맡고 있었다. 그들은 그 간부의 간단한 출입사항을 적고는 들여보냈다. 그는 헐레벌떡 대대장실로 뛰어 들어오며 경례를 했다. 최태우 대대장은 그 간부의 경례를 받았다.
"아, 이민우 1등위. 왔나?"
"예. 저 왔습니다."
"자네 오늘 10분이나 늦었군."
"죄송합니다. 중간에 열차가 고장 때문에 멈춰서..."
"아니, 죄송할 것까지는 없어. 자네는 언제나 작전에서 아주 좋은 모습을 보여 주었고, 자네의 그 모습은 자네의 직속상관인 나와 다른 모든 상관들과 자네의 부하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고 있지. 이번만은 특별히 봐 주겠네. 내 권한으로 말이지."
"감사합니다, 대대장님."
이민우 1등위는 언제나처럼 자기 중대로 가서 부하들과 인사하는 것으로 하루 일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경례하는 이는 경험이 많은 2등사 조준호였다. 그 외 소대장들과 병사들도 그에게 경례를 했다. 왠지 그날따라 부하들의 목소리가 더욱 우렁차게 들렸다. 기분이 좋아진 이민우는 일일이 경례를 받아 주었다. 중대장실에 들어가기 위해 행정실에 들어가니, 행정사무원들이 인사를 했다. 행정사무원들은 모두 경비대원이 아닌 외주업체 직원들이었다. 그는 기분이 좋아져 또 반갑게 인사를 받아 주었다. 오늘은 특별히 어디 나가서 교육하는 것 없이 그냥 오전에 정신교육 같은 걸 한다고 했다.?
‘참 그 때가 생생하군...’
그는 중대장실 의자에 앉아 지난 날을 회상했다. 훈련을 받고 정식으로 경비대에 입사한 지도 2년이 넘게 흘렀다. 그간 대학을 졸업하고 2년 동안 훈련을 받은 시간이 아직도 어제 일어난 일 같이 느껴졌다. 수많은 훈련을 받았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2년째에 4개월 동안 받은 비밀 훈련이었다. 그것은 정말 ‘비밀’이라 할 만한 것으로, 동기들도 그가 4개월 동안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몰랐다. 동기들에게는 파견 교육을 간다고 했다. 2년째에 여러 가지 조사를 했는데, 신체 조건, 정신 조건 등에 모두 최적 판정을 받았기에 그가 뽑혀간 것이다. 가서 한 것은 명상, 최면 같은 것이었다. 누구인지 모르는 교관은 분노의 순간을 떠올리라고 했다. 그런 것들을 가시 에너지로 극대화하여, 그 에너지를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밀 훈련 때 되뇌인 문구가 아직도 떠올랐다.
‘내 마음은 내가 지배한다... 나는 나의 분노의 주인이다...’
그 때에는 그것만 반복했는데, 솔직히 혼자서 코웃음을 칠 때도 가끔 있었다. 밥 먹고 화장실 가고 자고 쉬고 하는 것 말고는 내내 그것만 했다. 하루 종일을 그것만 반복한 것이다. 이렇게 지루한 것이 훈련이었단 말인가? 그만두고도 싶었지만 어디인지도 모르는지라 묵묵히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비밀 훈련 중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어쨌든, 예정된 시간이 되자, 그는 정신교육을 하러 대대 내의 강당으로 갔다. 부하들은 이미 와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졸려 보이는 병사도 있었고 각잡고 있는 병사도 있었다. 그는 자기 자리에 앉았다. 주위를 보니 대대장이나 참모들, 다른 중대장들은 아무도 없었다. 다른 중대장들은 모두 그의 선임들이었다. 이윽고 대대장이 들어왔고, 그는 경례를 했다. 대대장은 경례를 받아 주었다. 중대장들이 한 마디씩 했다.
“아, A중대장? 너 여자친구 사귄다며?”
“몇 달 됐다는데? 이야, 니 나이 치고는 너무 늦은 거 아냐?”
“뭐, 여자친구랑 결혼할 거면 빨리 하는 게 좋아. 본사에서 결혼 수당도 나오고 하니까, 잘 생각해 보라고.”
선임 중대장들은 모두 한 마디씩 건넸다. 사실 그에게는 여자친구가 있다. 사귄 지는 6달 정도 되었다. 사실 그는 자립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를 고려하고 있었는데 선임 중대장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니 더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자립하려면 수입도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지금의 수입으로는 부족하다. 여자친구는 자기 말로는 무슨 일을 한다는데, 그녀가 정사원인지는 알 수 없다. 여자친구는 일단 신경 끄고, 일단 자기 자신부터 좀 살펴야 한다. 그래야지 연금 혜택도 누릴 수 있고 하기 때문이다.
저쪽에서 병사 한 명이 “강사님 들어오십니다.”하자, 모두들 웅성거림을 멈추고 자리에 앉았다. 40대로 보이는 강사가 들어왔다. 강사는 본사의 ‘인프라기획부’ 소속이라고 간단히 소개하고는 강연을 진행했다. 강연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랬다. 요즘 ‘타타리아’라는 나라는 ‘브루넬 파슨스’라는 독재자가 집권하여 군비를 확장하고 공공연히 호전적인 태도를 취하여 이웃한 나라들을 불안에 빠트리게 하고 있다. 그들은 국민들을 대상으로 비인간적인 실험을 자행하고 저항하지 못하도록 세뇌시킴으로써 자신들의 야욕을 실현시키고자 한다. 하지만 우리는 전 우주에서 가장 진보되고 합리적인 체제의 나라다. 우리가 비록 인구는 적을지라도 전 우주를 위험에 빠트리려 하는 저들에 맞서 언제 싸워도 이길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할 것이다. 강사가 강연을 마치자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이어졌고 강사는 그 박수소리 속에? 조용히 퇴장했다. 곧이어 전 대대의 전 병력들이 질서정연하게 자기 중대로 돌아갔다. 이민우도 역시 중대장실로 돌아가 털썩 앉았다.
‘이제 오늘 일은 다 끝났군. 그런데 이제 뭘 하지... 전화나 해 볼까...’
바로 그 때였다. 전 중대 내에 비상음이 울렸다. 비상사태 아니면 출동을 의미한다. 바로 뒤이어 방송이 나왔다.
“출동, 출동이다. 북구청 주변에 대규모 시위 발생. A중대 전원은 시위 진압을 위해 신속히 출동하라.”
그는 뭔가 심각함을 느꼈다. 그는 즉시 중대장실에 있는 헬멧을 꺼냈다. 밖에서는 병사들의 한숨소리가 흘러나왔다. 곧이어 소대장들이 중대장실로 들어왔다.
“중대장님. 이번에도 저번처럼 3방향 포위작전으로 합니까?”
“그렇다. 이번에도 저번과 똑같다. 3개 소대는 적당히 시위대를 사거리로 유인해라. 그러면 나 혼자 앞에 나서서 그들을 상대하겠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인원이 훨씬 많습니다. 중대장님 혼자서 상대하는 건 안됩니다.”
“내게도 다 생각이 있으니, 그대로 따라 봐.”
“아...알겠습니다.”
“그럼, 너희 애들 데리고 바로 연병장 앞으로 나와. 차가 이미 대기 상태일 테니.”
“예, 바로 가겠습니다.”
소대장들은 자기 소대로 가고, 그는 헬멧을 쓰고 통신병, 작전병과 함께 먼저 나와서 기다렸다. 곧바로 소대장들이 병사들을 이끌고 나왔다. 그는 짧게 몇 가지 지시사항을 하달하고는 곧바로 중대장 차에 올라탔다. 그는 옆에 탄 작전병에게 물었다.
“현장에 몇 분이면 도착하나?”
“1~2분이면 갑니다. 눈 깜짝할 새에 도착할 겁니다.”
“흠... 자네, 나 같은 중대장 만나서 참 이것저것 고생이 많군.”
“이런 나라에서 저 같은 보직이 아직도 있으니 그것도 다행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작전병 같은 보직은, 사실 지금같이 데이터 분석이 고도화된 때에는 딱히 필요한 보직은 아니다. 하지만 때로는 컴퓨터, 인공지능이 분석할 수 있는 범위 외의 상황도 있는 법. 그런 상황을 위해 작전장교, 작전병 같은 보직은 있어야 하는 법이다. 그리고 그런 우려는 수십 번의 상황들을 통해 증명되었다. 효율을 추구하는 대정 체제에 만족하는 사람들 중 한 명인 이민우도 여기 대해서만큼은 충분히 동의하고 있었다. 아니, 그는 검증 안 된 것을 매우 싫어했다.
“그것도 그래.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달해도, 인공지능만으로 커버할 수 없는 게 있지.”
“이제 도착합니다. 저기 보이는 건물 옆입니다.”
인공지능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쪽은 시위대의 예상 이동 경로 중 하나다. 병력 수송 버스를 바리케이트로 하고, 그 뒤쪽에 세워라. 통신병, 각 소대 탑승 버스에 연락해라.”
“알겠습니다.”
이민우가 중대장으로 있는 A중대는 주로 시위가 일어났을 때 시위 진압에 투입되었다. 전 중대장들이 시위 진압 경력이 상당한 것도 이유 중 하나였지만 무엇보다도 이민우의 시위 진압에 필요한 능력은 아주 특별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능력은 시위 진압뿐만 아니라 여러 작전에서 유감없이 발휘되었고, 그 능력은 그가 다른 동기들보다 6개월이나 먼저 1등위로 진급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였다.
이윽고 모든 병력 수송 버스가 제 위치에 도착했다. 수송 버스들은 시위 진압이나 전투 시 바리케이트 기능을 상정하여, 앵커를 박아 고정하는 기능이 있다. 건물이 있는 도로에 이것을 사용하면 버스를 부수지 않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곧이어 모든 병력이 하차했다. 그는 명령을 하달하기 시작했다.
“A소대, 시위대를 유인해라. B소대, 나와 함께 있어라. C소대, 만약 내가 실패했을 경우, 후방에서 제압하라.”
이윽고 ‘공룡기업, 악덕기업 GT 타도’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적은 시위대가 행진을 하여 이민우의 부대가 있는 곳까지 왔다. 그는 이런 건 몇 번이고 겪어 봤기에 흔들림이 없었다.
“흔들리지 마. 평소처럼 하면 된다. 흐트러지지만 않으면 돼.”
그는 위치 유지를 지시하며 부하들을 독려하였다. 새로 들어온 병사들을 빼고는 모두 시위 진압에는 베테랑이라고 할만했다.
시위대가 저 쪽에서 오고 있는 걸 보고 그는 또 다시 훈련받을 적의 생각에 잠겼다. 명상 과정도 끝났고, 그는 야외의 넓게 트인 장소에 세워진 흰 벽 앞에 섰다. 명상을 할 때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인간의 능력은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 네가 저 앞의 벽을 의지만으로 쓰러트릴 수 있다면 믿겠는가?”
그는 의아해했다. 머리를 갸우뚱했다. 목소리가 또 다시 들려왔다.
“의심하면 이룰 수 없다. 너를 믿어라. 그리고 그것을 폭발시켜라. 믿으면 가능하다!”
그가 생각에 빠져 있는데, 시위대를 유인하고 있던 A소대장의 교신이 들려 왔다.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2 댓글
마드리갈
2019-05-13 19:51:05
시위라는 게 집단이 모여서 한 소리를 내는 정도의 것을 넘어서서, 폭력사태로 번지면 정말 곤란하죠. 집단은 개인의 단순합을 넘어서는 완전히 다른 유기체 같은 것이라서, 개인의 의지를 넘어서 폭주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런 것들은 유혈사태를 낳기도 해요. 시위를 절대로 있어서는 안되는 절대악으로 보는 입장은 확실히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위의 모든 면모가 정당화되어야 한다는 입장도 아니다 보니 항상 상황에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보는 제 입장으로서는 우려가 안 될 수 없네요.
전 중대장들이 시위진압 경력이 많다는 것에서 불안한 사회상이 보이네요.
SiteOwner
2019-05-20 21:45:01
Tycoon이라는 단어는 레일로드 타이쿤 게임을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일본어의 大君에서 온 말로, 재계의 거물 등을 뜻하는 말이지요. 이 제목에서도, 소요사태가 잦은 것에서도 뭔가 불길한 감이 엄습해 오는 것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분노의 순간을 떠올려서 에너지를 조종하는 것에서, 스타크래프트의 하이템플러의 특수기술인 사이오닉 스톰이 연상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