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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MOPOLITAN] #A1 - Random Encounter

Lester, 2019-09-01 21:48:04

조회 수
270

Random Encounter - 우연한 만남




레스터는 한가한 틈을 이용해 트와일라이트 시티 본토Twilight City Mainland(약칭 본토)의 언덕길로 드라이브를 하러 나왔다. 말이 언덕이지 거의 산중턱이나 되는 높이였기에 빌딩의 숲을 제외하면 도시의 풍경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다. 레스터는 산중턱에 있는 휴게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나와 근처의 난간에 기대서서 쑤시는 다리를 폈다. 평소에도 사무실에 구겨지듯이 앉아 있는데다 드라이브랍시고 운전석에 앉아 있으니 아픈 게 당연했다. 그나마 서서히 저무는 햇빛을 받아 빛나는 건물들과 높은 곳에서 부는 서늘한 바람을 맞으니 한결 편안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레스터는 한숨을 지으며 고개를 떨궜다.

"젠장, 뭐라도 써야 하는데..."

지금까지 몸담았던 연재처(The Headliners 참고)가 마피아가 한바탕 난리를 치는 바람에 날아가 버려서, 레스터는 새로운 연재처를 찾아야 했다. 하지만 무슨 이야기를 써야 할지도 모른다는 더 큰 문제가 남아 있었다. 아무리 문을 두들긴들 제출할 원고가 없는데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레스터는 난간에 기대서 멍하니 앞을 보다가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망할, 모르겠다고!!"

"뭐가 말인가?"

"네?!"


Random Encounter: Aaron Silverman


별안간 누군가가 옆에서 말을 걸어서 레스터는 화들짝 놀랐다. 공공장소에서 소리를 질렀으니 누군가 뭐라 할 줄은 알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하게 나지막한 목소리라는 게 더욱 놀라웠다. 그 남자는 계속 레스터를 쳐다보며 말했다.

"젊은 나이에 그렇게 고민하면 폭삭 늙어. 나처럼."

그는 보란 듯이 모자를 벗고 백발 더벅머리를 보여주더니 벅벅 긁으며 킬킬 웃었다. 레스터는 질색하며 가려고 했지만 막상 매몰차게 뿌리치진 못했다. 그는 얼굴부터 행색까지 전부 추레해 보였지만, 그렇다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노숙자에게선 느껴지지 않는 묘한 무언가가 있었다. 그는 다시 모자를 쓰고는 레스터처럼 난간에 기대며 물었다.

"왜, 안 좋은 일이라도 있나?"

"개인적인 일이라서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꺼져 달라'의 완곡한 표현이었다. 하지만 추레한 남자는 묵묵히 고개만 끄덕일 뿐 자리를 뜨진 않았다. 레스터가 어색한 침묵을 이기지 못하고 먼저 자리를 뜨려는 순간, 그 추레한 남자가 입을 열었다.

"나도 개인적인 일이 있는데."

"그래서요?"

"결정하질 못하겠어."

"그거 다행이네요. 선택지라도 있으니."

레스터는 부러움과 질투를 반반 섞어서 대답했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길이 보이지 않는 자신보단 확실히 나았으니까.

"만나는 게 좋을지, 안 만나는 게 좋을지."

"누구길래 그래요?"

문득 흥미를 느낀 레스터가 물어봤다. 먼저 다가와서 얘기를 하는 걸 보니 자신처럼 숨기진 않을 모양이었다.

"여자친구."

"호오."

뭐, 노숙자라고 사랑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하지만 그 남자는 딱히 누구라도 상관없는 듯 레스터가 아닌 먼 산을 보며 이야기했다.

"여자친구'였'지... 지금은 안 사귀니까. 벌써 10년인가? 남들처럼 서로 사랑하고 지냈지. 적어도 나는 진심이었어."

"그 말은..."

"그래, 그녀는 아니었지. 나라도 그랬을 거야. 먹고 살기 힘들어지면 자기부터 챙기는 게 인지상정이니까."

"그래서 차였나요?"

"차였어. 꾸역꾸역 벌어놓은 돈까지 다 뺏기고."

"그건 도둑질이잖아요!"

"그렇지. 하지만 이상하게 쫓아갈 마음이 들지 않더라고. 그냥, 묘했어. 분명히 화는 나는데, 쫓아가고 싶지는 않았어."

"다들 그런 걸 '사랑'이라고 부르더군요. 이거나 먹고 떨어지라는 연민일 수도 있지만."

레스터는 그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정신승리란 표현은 쓰지 않았다. 남자는 동의하는 듯 쓴웃음을 지었다.

"그럴지도 모르겠군. 그런데 우연히도 최근에 소식을 들었는데, 그 훔쳐간 돈으로 잘 사는 듯 싶다가 그새 다시 망했다고 하더군."

"사필귀정이네요."

"뭐라고?"

남자가 되묻자 레스터가 괜히 아는 척을 했나 싶어서 부연설명을 했다.

"뿌린 대로 거둔다고요."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들어도 기분이 썩 좋진 않았어. 뭐 나도 알아, 이상한 거. 보통은 막 통캐하다고 여기지?"

"그렇죠."

레스터는 통'쾌'라고 고쳐주려다 넘어갔다.

"하지만 나도 어느 순간부터는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네. 나만 사랑인지 연민인지 모를 감정을 품고 계속 기다리기가 뭐했으니까. 그래서 이참에 그녀를 찾아가서 얘기를 들어볼까 했던 거야."

"왜 내 돈을 들고 튀었냐고요?"

"그것도 있지만, 그냥 얘기해보고 싶어. 나만 그렇게 생각했던 건지, 나를 사랑하기는 했던 건지."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그렇게 궁금하시면."

그제서야 그 남자는 레스터를 돌아보고 말했다.

"차가 없어서."

"아."


레스터는 애런Aaron이라고 뒤늦게 이름을 밝힌 남자를 태우고, 그의 '전' 여자친구가 살고 있다는 집으로 향했다. 도시 외곽에 있는 허름한 상가에서도 가장 변두리에 있는 작은 매춘굴이었다. 레스터는 애런을 돌아보았다.

"여기 확실해요?"

"확실해."

"굳이 만날 필요가 있을까 싶은데-"

"아니, 만나야겠어."

애런은 아까와 달리 단호한 표정을 짓고 말했다.

"실례가 안 된다면, 같이 가 주겠나?"

"딱히 뭐... 원하신다면야."

그는 이미 그 결과를 알고 있었지만 혼자서 감당할 용기가 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레스터는 애런의 생각을 눈치채고 동행했다. 아론이 매춘굴의 문을 두드리려는데 갑자기 안에서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당장 돈 벌어오라고 했잖아!"

"나더러 어쩌라고!"

"그 몸은 장식이냐!"

남녀가 다투는 소리가 나더니 현관문이 벌컥 열렸고, 레스터와 애런의 사이로 이불만 걸친 나체의 여자가 달려나왔다. 의외의 상황이라 모두가 얼어붙은 사이, 그녀가 먼저 황급히 웃음을 짓더니 말했다.

"안녕하세요! 두 분이신가요? 갑자기 이런 꼴을 보이게 되어서 죄송-"

"펄Pearl?"

애런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누구세요? 절 아세요?"

"나야, 애런. 10년 전의-"

애런의 말은 뺨을 맞는 바람에 끊기고 말았다. 예상치 못한 힘에 애런이 휘청거렸지만 펄은 쉴새없이 악담을 퍼부었다.

"너는 왜 이제 나타나서 X랄이야! 그 때도 도움이 안 되더니! 왜 나같은 여자 주변에는 이런 새X들만 꼬이는지!"

"너야말로 왜 밖에 나가서 지X인데!"

매춘굴 안에서 아까 펄과 싸운 듯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펄은 애런을 놔두고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유리 깨지는 소리와 온갖 욕설이 들려오는 사이, 레스터는 애런을 데리고 차로 돌아왔다.

"괜찮아요?"

"...괜찮아."

애런은 예상했다는 듯 덤덤했다. 애런은 아직도 싸우는 소리가 가득한 매춘굴을 한참 지켜보더니 말했다.

"부탁 하나만 더 해도 될까?"

"뭐죠?"

"집으로 데려다 주게."

"네, 가서 쉬시죠."

레스터는 이제 창문을 뚫고 나오는 가재도구가 날아올까 싶어서 얼른 차를 몰았다.


애런이 집이라고 한 곳 근처에 도착했을 땐 이미 해가 지고 어둠이 드리워진 상태였다.

"고마워. 그리고 미안하군, 다짜고짜 이것저것 시켜서."

애런이 감사를 표했지만 레스터는 마다했다.

"뭐... 됐습니다. 고생은 그 쪽이 다 하셨는데요, 뭐."

"아니... 나도 예상했다네. 이 정도일 줄은 몰랐지만."

"오늘은 그냥 똥 밟았다 치세요. 그나저나... 여기인가요?"

레스터는 애런의 말대로 차를 길가에 세우다가 놀랐다. 애런이 가란 대로 가다보니 어느새 고급 주택가에 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레스터가 계속 놀라는 사이 애런이 차에서 내리자, 건물 안에서 누군가가 달려나왔다.

"아니, 사장님! 그 몰골로 대체 어딜 다녀오신 거에요? 그리고 그 뺨자국은?!"

"별 거 아냐. 그냥 소풍 다녀왔어."

"장난치지 마세요!"

젊은 하녀가 진심으로 걱정하는 듯 법석을 떨자 애런은 그녀를 바라보다 피식 웃었다.

"왜, 왜 그러세요? 제가 무슨 실수라도...?"

"아냐, 그냥. 고마워서."

애런은 몸둘 바를 모르는 하녀를 놔두고 레스터에게 말했다.

"오늘 정말 고마웠네. 이건 콜택시 비용이라 하고 받아두게."

"아... 감사합니다. 실례지만, 성함이...?"

"이 분을 모르세요? '은빛 황제'라 불리는-"

"됐어, 그만 가지."

애런은 하녀를 데리고 들어가다가 레스터를 돌아보며 웃었다. 어려운 고민을 하나 해결했다는 듯 후련한 웃음이었다.


[ 오피니언 프라임 (4월 21일) ]

독자 투고란 - "악착같이 사세요"

저는 하루살이같이 날품팔이로 먹고 사는 여자입니다. 제 인생은 어디서부터 꼬인 건지 모르겠어요. 이래뵈도 젊었을 때는 남자가 많이 꼬였는데 지금은 정말 하루하루가 지옥같네요. 그나마 애인 하나 잘 만나서 살아가나 싶었는데 제 전재산을 갖고 튀더라고요! 평생을 같이 살아가자고 입을 털 때는 언제고! 요즘 남자들은 다 이렇다니까요! 그나마 지금은 (후략) //


[ 오피니언 프라임 (같은 날짜) ]

부분 광고 - "진흙 속의 진주가,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당신만을 바라봐 줄 여자를 찾으십니까? 이 똥구덩이 같은 세상에서 당신을 위로해 줄 여자를 찾으십니까? 지금 찾아오세요! 펄 그리드웰Pearl Greedwell, 에드나 스윈들Edna Swindle 등 여러 미녀들이 당신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소 : 트랜지스터 고속도로 근처 러스트 벨트 빌리지Rust Belt Village 2240번지


(추가 에피소드 1화 完)


-----------------------------------------------------------

도저히 글이 안 써져서, 중간중간에 문법이나 전개에서 문제가 있는 줄 알면서도 완성을 목표로 하고 써 나갔습니다. 단편도 이렇게 애를 먹을 정도면 확실히 제가 필력이 죽었네요. 중간중간에 '이게 아닌데' 하고 지운 게 몇 번인지... 건강 상태를 떠나서 정말 진도가 안 나가네요. (의미없는 내용으로 분량을 채우려고 한 것일 수도 있지만.) 차라리 본 작품은 확실히 연재 중단을 하고 다른 작품의 팬픽을 쓰면서 휴식기라도 가져야 하나 싶습니다.

Lester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10 댓글

마드리갈

2019-09-02 16:22:28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높은 언덕에서, 하류사회의 홍등가 골목으로.

그리고 10년 전 애런의 돈을 들고 도주했던 펄이 결국 현재에는 비참한 꼴로 살고 있는 모습이 되었으니, 바뀐 풍경의 시선의 높이만큼이나 정말 잘 대조되네요. 이래서 사람의 앞일은 아무도 모른다고 한 것인가 싶기도 하네요. 게다가 그 10년 전의 도주는 무엇을 위해서였나 하는 냉소마저 불러일으키고 있어요.


완전히 일치하는 사항인 것은 아니지만, 12년 전 오빠가 장기투병했을 때 오빠를 인신공격하며 외면했던 그 여자가, 저에게 "넌 인생을 좀 현명하게 살아야겠다. 나처럼 현명한 처세까지는 아니더라도." 라고 빈정거렸던 게 떠오르네요. 그 현명한 처세의 결과가 겨우 플레이보이에게 농락당한 것인가를 생각하면 그저 쓴웃음을 지을 뿐이죠.


이번 회차는 이야기 그 자체도 인상적이지만, 공간감각의 묘사가 생생한 점이 특히 좋았어요.

Lester

2019-09-02 17:35:03

사실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일단 초안과 많이 달라졌는데 원래는 로맨스에 원래 초점을 두지 않았습니다(오히려 자산가이면서도 관대함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잠깐이지만 펄이 뒤늦게나마 애런에게 매달리며 데리고 가달라고 애원하는 것으로 쓸까 고민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러면 이야기가 너무 뻔하거나 늘어지고, 말씀하신 것과 비슷한 상황을 고려하다 보니 그냥 지금의 내용으로 쓰기로 했습니다. (정확히는 이 글에서 SiteOwner님의 댓글을 참고했습니다)


그런데 공간감각의 묘사가 생생했나요? 막상 제가 써놓고도 잘 모르겠네요;;;

마드리갈

2019-09-05 23:06:13

영상을 보는 것 같이 아주 또렷하게 묘사된 게 인상적이었어요.

게다가 처음의 풍경과 나중의 풍경이 크게 대조되어서 그 서술만으로도 분위기 연출에 성공했으니까요. 그래서 특히 좋았어요.

Lester

2019-09-06 02:22:49

흠, 그렇군요. 생각보다 엄청 큰 효과가 있었군요. 당분간은 추가 에피소드로 글쓰기 감을 되찾을 생각이겠다, 추가 에피소드는 짧아서 어려운 이야기를 풀어낼 것도 없으니 배경 묘사나 천천히 해 봐야겠습니다.

SiteOwner

2019-09-03 20:29:49

교제상대를 배신하고 떠난 사람과의 재회, 그다지 접하고 싶지 않은 상황인데, 인상깊게 잘 묘사되어 있군요.

게다가 동생이 말한 것처럼 높은 곳에서 도시를 내려보고, 그 이후 도시의 어두운 구석에 들어가서 구체적인 모습을 접하게 된 상황의 묘사가 이야기와 잘 어울려서 영화의 한 편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제 연애잔혹사를 동생이 조금 밝혀놓긴 하였는데, 저는 그 12년 전에 많이 분노하기도 했고 동생은 여전히 한을 품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 사건을 겪었던 저에게는 요즘은 그것이 그냥 남의 이야기같습니다. 분명 저에게 일어난 일인데도. 그렇다고 해서 그 여자를 용서했다는 건 아닙니다. 어차피 용서한다고 해도 지난 날의 상처가 없어지지도 않고, 용서하지 않는다고 해도 지금 따로 어떻게 할 방법도 없어서 그렇습니다. 그냥 감정 자체가 그 사안에서는 통채로 배제되었다고 할까요. 저에게는 그 12년 전의 일이 뉴스 프로그램의 사건사고 소식보다도 더 멀게 느껴지고, 그리움도 미움도 없고, 그 여자가 어떤 꼴을 당했는지를 알아도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그냥 제 동생과 좋아하는 것들에 집중해서 살아갈 뿐이지요.

Lester

2019-09-04 01:43:50

공간 묘사 부분이 그 이야기였군요. 다짜고짜 길거리에서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는, 일단 연재 자체가 되지 않는 제 상황에 맞추다 보니 '드라이브라도 가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나서 그대로 반영했습니다. 특별히 의도하지 않았지만 결과가 좋게 나왔네요.


사실은 그러한 태도가 (부정적인 사건에 대해선) 가장 좋지 않은가 싶습니다. 구태여 억지로 기억해가며 끄집어내서 곱씹고 분노하는 것보단, 그냥 잊어버리고 살아가는 것이 에너지 낭비도 덜 되어 건강에도 좋으니까요. 저도 예전에는 하나같이 엎어버리고 싶은 일들 투성이였는데, 나이를 먹으니 '인생에는 더 중요한 일이 있다' + '그때그때 심하게 화내고 잊어버리자' 가 되어서 꽁해있는 일은 줄어들었습니다. 그래도 가끔씩 소설에다 그대로 담아내서 분풀이라도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너무 옛날 일이라서 결과조차 바꿀 수 없으니 소용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마드리갈

2021-01-05 23:58:58

추가된 오피니언에 대한 코멘트.


읽고 있다 보니, 지역내의 각종 생활정보지가 떠오르고 있어요.

그리고 씁쓸함과 기묘함을 동시에 느끼면서, 조금 전에 마셨던 호지차의 향기가 왜곡되는 듯한 느낌도 받았어요.

물론 독자투고와 부분광고는 독립적인 것이지만, 뭐랄까, 광고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네요. 투고한 사람에게 "그러니까 여기로 와서 취업하면 돈도 벌고 좋은 남자도 만나게 해줄께, 윈윈 아니겠어?" 라고...


그리고 작중의 펄의 현재의 인생이 바로 그 독자투고와 부분광고의 합작품같기도 하고...

이렇게 장면이 보다 생생하게 부각되고 있어요.

Lester

2021-01-07 06:29:56

1. 오피니언 프라임Opinion Prime은 트와일라이트 시티에서 대규모 언론사 중 하나라는 설정입니다. 원래 프라임 시티Prime City라는 가상도시에서 써먹을 작정이었으나 해당 도시가 트와일라이트 시티에 비해 특색이 없는 관계로 결국 통으로 삭제(...)됐는데, 이 언론사 설정은 이름이 나쁘지 않아 그대로 수입했습니다.


2. 사실은 두 번째 의견에서 정답을 짚으셨습니다. 문제의 (익명의) 독자투고를 올린 사람이 바로 펄이고, 부분광고에 나오는 '펄 그리드웰'이 그녀의 본명입니다.

SiteOwner

2021-03-09 19:18:44

부가된 사항에 대한 코멘트 1.


악착같이 사세요 제하의 그 독자투고는...

그렇습니다. 광부처럼 악착같이 살아야겠지요. 금광의 광부처럼. 저런 부류의 여자들을 골드 디거(Gold Digger)라고 부르지요. 그래도 쿠거(Cougar)보다는 나은 것 같습니다. 쿠거는 동물이고, 골드 디거는 일단 최소한 사람이니까. 원해서 그 삶을 사는 데에 누가 뭐라고 할 구석은 추호지말도 없는 것 같습니다.

부분광고에 등장하는 펄 그리드웰의 이름이 재미있군요. 진주(Pearl)+욕망(Greed)의 우물(Well)...


세상을 사는 방법, 참 여러가지인 것 같습니다.

Lester

2021-03-10 18:12:30

본문과 반대로 사설을 써서 징징거린다는 걸 눈치채셨군요. 옛말에 '신문에 나오는 걸 그대로 믿지는 마라'처럼 일방적으로 떠도는 주장들을 그대로 반영한 측면도 있습니다. 그리드웰이라는 성씨는 그냥 어느 고전게임에서 가져다 쓴 건데 우연찮게 이름이랑 같이 묘한 조합이 되었네요.


골드 디거가 세상을 사는 방법 중에 하나이긴 하죠. 사람다운 방법이느냐고 하면 아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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