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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 H] 11화 -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야!

시어하트어택, 2020-05-13 19:34:14

조회 수
128

“너, 케이타 아냐?”
세훈도, 주리도, 심지어 현애도, 바로 안다. 전형적인 사이드파트 머리를 하고, 입을 꽉 다문 이 얼굴은 분명, 같은 G반의 후지타 케이타. 체격이 다부진 편이고 과묵할 법한 축구부원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은 유쾌한 친구다.?
“그래. 이런 데서 다 만나고 말이야.”
하지만 어딘가 좀 이상하다. 분명, 축구부를 비롯한 운동부는 다른 부보다 조금 늦게 끝나, 이 시간쯤이면 막 학교에서 나오고 있을 시간인데?
“그런데 너 말이야.”
세훈이 궁금한 얼굴을 하며 묻는다.
“음, 왜?”
“지금 아직 거기 운동부 하고 있을 시간 아니야? 왜 이렇게 일찍 나왔어?”
“어... 음...”
케이타는 당황한 듯 잠시 시선이 다른 곳으로 향하더니, 이내 다시 입을 연다.
“오늘 좀 일찍 끝났거든. 그... 그래서 좀 일찍 나온 건데...”
“아, 그래? 큰일이 아니라니 다행이네.”
세훈은 다시 케이타를 위아래로 본다. 위로 보고, 아래로 봐도, 역시 케이타가 맞다. 괜히 의심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좋아, 그럼 내일 보자고.”
현애, 세훈, 주리는 케이타와 손을 흔들고는 헤어진다. 케이타가 사람들 속으로 사라진 것을 확인하자, 약 5초간을 멍하니 서 있다가, 주리가 말을 꺼낸다.
“자, 우리가 어디까지 했더라?”
“네가 나 먹을 거 골라 준다고 했잖아.”
현애가 세훈을 가리키며, 조금은 쿡쿡 찌르는 듯 말한다.
“아, 맞다!”
세훈은 사람들이 깜짝깜짝 놀라 돌아볼 정도로, 과장해서 손뼉을 짝 친다.
“그래, 그래. 여기 내 단골집이 하나 있거든. 나만 믿고 따라오라고. 주말에는 먹기 위해 줄을 서야 하는 데니까.”
세훈은 AI폰을 꺼내 현애와 주리에게 뭔가를 띄워 보여 준다. 현애의 얼굴이 금세 밝아진다.
“좋아! 가자고.”

다음 날, 5월 8일 목요일 아침 8시 40분, 하늘에는 구름이 조금 많이 껴 있고, 시원한 바람이 살살 분다. 거리에 다니는 사람들은 정장 차림을 제외하면 예외 없이 반팔을 입었고, 간혹 보이는 조깅하는 사람들은 민소매 상의에 짧은 바지를 입고 달린다.
지하철 미린대역 출구. 평소와 다름없이, 이곳은 등교하는 학생들로 붐빈다. 혼자 걸으며 AI폰을 본다든가, 아니면 자기 인공지능하고 대화를 하고 있다든가, 두 명 또는 세 명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든가, 이런저런 광경이, 지하철역 출구로부터 주택가를 지나, 미린고등학교 정문까지 이어진다. 모두 하는 건 다르지만, 활기찬 모습이다.
그 사이를, 현애가 걷고 있다.
“현애구나. 좋은 아침이야.”
같은 반의 ‘앙드레 블레즈’가 지나가며 인사한다. 운동부를 하는 건 아니지만, 훤칠한 키에, 체격도 좋고 외모도 준수한 편이라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
“아, 안녕. 오늘도, 잘 해 보자!”
앙드레가 잰걸음으로 먼저 학교로 향하고, 현애는 또 혼자 길을 걷고 있을 즈음.
“어... 저기!”
“아, 이번에 새로 오셨다는 선배님이시구나!”
한 무리의 중학생들이 현애에게 온다. 이들이 미린중학교 학생이란 건, 교복을 보면 척 알 수 있다. 미린고등학교와 미린중학교 모두 같은 재단 소속이므로 ‘흰 상의에 색깔 있는 하의’라는 디자인은 같다. 심지어 육각형 무늬의 미린교육재단 로고까지. 다른 건 한 가지, 배색뿐이다. 미린고등학교 교복은 자주색에 흰색 배색이지만, 미린중학교 교복은 짙은 초록색이 위주다. 덧붙여, 그 옆에 붙어 있는 미린초등학교는 남색 상의에 진홍색 하의고, 미린유치원은 하늘색 상의, 노란색 하의다. 아무튼, 현애로서는 처음 보는 중학생들이 대뜸 자신을 알아보고 오니 조금은 놀랄 수밖에. 그래서 조금 경계심이 든다.
“안녕하세요!”
“어... 그래, 반가워.”
현애는 겉으로는 눈웃음을 지으며, 중학생들에게 인사한다.
“그런데, 너... 너희들... 혹시 나를 아니?”
“당연히 알죠!”
그들 중 제일 앞에 선, 푸른 생머리의, 피부는 현애보다 더 창백한 여학생이 자신 있게 말한다. 분위기든, 외모든, 어딘가가, 다른 세 명과는 확연히 달라 보인다.
“남궁현애 선배님 맞죠?”
“아, 맞아. 내 이름까지 알고 있네?”
“네. 저도 어떻게 들어서 알았어요.”
푸른 머리의 여학생은 실실 웃으며 말한다.
“그 ‘어떻게’란 게 참 궁금하네. 참, 나도 너희가 누군지 알아야겠는데...”
“소개하죠! 저는 레아라고 해요. 풀네임은 ‘레아 테레미나리온 다모사’. 이레시아인이죠.”
“이레시아인? 그렇다면... 나하고는 다른 종족이겠구나? 수명도 10배나 길고...”
현애는 전에 교육센터에 있을 때 배웠던 걸 떠올리고 말한다.
“맞아요. 닮기는 매우 닮았지만요.”
레아라는 여학생은, 이어서 다른 친구들을 돌아본다. 그 친구들이 현애 앞으로 온다.
“어? 그냥 내 인공지능으로 보면 안돼?”
“에이, 어차피 이렇게 만난 거, 들으시죠.”
투블럭을 한 검은 머리의 남학생이 말한다.
“그럼, 인사할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류젠리츠인 하야토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류젠리츠인 하야토? 너... 혹시 RZ그룹 집안이니?”
“네... 맞아요.”
하야토는 쑥스러운 듯 대답한다. 다음은 연갈색 머리(끝은 거의 노란색이다)를 양 갈래로 땋고 오른쪽 눈에는 안대를 한 여학생의 차례. 현애가 한눈에 보기에도, 어딘가 정신없어 보인다.
“안녕하세요, 츠츠지모리 사이입니다! 선배님을 처음 딱 보니까, 우와, 마치 블리자드가 몰아칠 것 같아요!”
사이의 말을 들은 친구들은 모두 웃음을 겨우 참는다. 입꼬리는 올라가 있고, 얼굴은 벌게졌다. 현애도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며 말한다.
“하하하, 그래. 네 언니가 3학년에 ‘츠츠지모리 코하쿠’ 선배님이었던가? 그 아이돌을 하고 있는 선배님 말이야.”
“마... 맞아요! 어쨌든... 잘 부탁드립니다! 자주 만나요!”
현애도 그렇고 사이의 친구들도 그렇고, 모두 실컷 웃음을 터뜨린다. 한참 웃고 나자, 그때까지 가만히 친구들의 말을 듣고만 있던, 분홍색 머리의 남학생 한 명이 나선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어, 그래. 혹시 네 이름을 알 수 있을까?”
“아, 제 이름은 ‘바실리 파트루쇼프’예요. 저 방송 하니까, 많이 봐 주세요. 어쨌든, 만나서 반갑습니다, 선배님!”
레아만큼은 아니어도 바실리 역시 굉장히 자신 있는 말투, 자세다.
“오- 대단해, 자신감, 그 자신감이 읽혔어.”
”아, 사실 프로게이머 준비 중이거든요.“
”그래?“
바로 그때. 세훈이 지하철역 쪽에서 걸어오다가, 현애와 중학생들을 본다.
“어? 너희들 왜 여기 있어?”
현애와 레아, 사이, 하야토, 바실리는 말없이 웃기만 할 뿐이다.
“뭐야? 레아, 너희들 뭐 하는 거야? 현애가 너희 괴롭혀?”
말은 그렇게 하지만, 누가 봐도 세훈이 농담으로 그렇게 말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레아가 세훈에게 달려가며 말한다.
“아, 선배님. 안녕하세요? 다른 건 아니고,,,”
레아가 세훈의 귀에 대고 뭔가 속삭인다. 세훈의 밝았던 얼굴이 금세 일그러진다.
“아... 그랬구나. 알았어. 계속 수고해 줘.”
“왜 그래, 세훈아?”
“아, 그렇게 큰 건 아니니까 걱정 안 해도 돼.”
현애가 걱정스럽게 묻자, 세훈이 걱정 말라는 듯 손을 흔든다.
“참, 주리는? 아 참, 오토바이 타고 갔겠구나. 어쨌든... 알겠어. 다들, 또 보자!”
레아를 비롯한 중학생들을 먼저 보내고, 현애와 세훈은 계속 길을 걷는다. 길을 걷다 보니, 정원 딸린 주택들이 늘어선 주택가가 나오고, 익숙한 얼굴들이 이제 좀 많이 보인다. 알렉스가 보이고, 조금 걸으니 니라차가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한다. 그리고 교문이 보일 즈음.
“여- 너희들!”
목소리만 들어도 알겠다. 분명, 후지타 케이타다. 현애와 세훈도 손을 흔든다.
“좋은 아침이야!”
케이타는 평소처럼 운동화 가방을 어깨에 걸쳐메고, 한쪽 팔은 허리에 짚은 채 걷고 있다.
“요즘은 매일 책가방 말고 그런 가방만 메고 오네.”
“당연하지 않겠어? 이제 좀 있으면 고교축구 선수권대회 있잖아. 어제도 그거 때문에 밤 10시까지 공만 찼다고.”
케이타는 얼굴 가득 웃음을 짓는다.?
“잠깐...”
세훈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현애와 세훈, 주리는 어제 오후 6시경에 케이타를 RZ백화점 지하 1층에서 만났다. 그런데, 하루 종일 축구 연습만 했다고? 그러면 세훈이 현애, 주리와 함께 똑똑하게 보고 들은 건, 뭐란 말인가?
“너...”
“어? 왜?”
“분명히 어제 저녁 시간에 RZ백화점 지하에 있지 않았어? 나하고 잠깐 만나기까지 한 것 같은데...”
“응? 하하하,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케이타가 이상하다는 듯 머리를 갸우뚱하며, 웃음을 터뜨린다.
“말했잖아, 나는 어제 하루 종일 공만 차고 있었다고.”
“허... 그래? 이상하다. 그럼 내가 만난 사람은 누구지? 분명히 헤어스타일이며 체격은 확실히 너 같았는데.”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겠지. 혹 내 ‘도플갱어’를 만났을 수도 있잖아? 자!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가자고.”
케이타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어넘기며, 세훈의 어깨를 툭 친다.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세훈은 ‘이상하다’를 아주 조그맣게 되뇌며, 머리를 흔들며 교문을 향해 걷는다. 현애 역시, 한숨을 푹 쉬며, 조금씩 지끈거리는 머리를 매만지며 걷는다.

8시 57분, 1학년 G반 교실. 수업 시작 3분 전이다. 이제 거의 모든 학생들이, 교실 안에 들어와 있다. 현애와 세훈, 주리도 각자 자리에 앉아서 책을 펴고 수업 준비를 하고 있다.
문득 세훈은, 창가 쪽을 본다. 한 자리가 비어 있다. 저 자리는 분명, ‘영화부의 알렉스’, 알렉산더 페페를레의 자리다. 지금쯤이면 와 있을 텐데, 왜 비어 있지? 세훈은 앞자리로 가서 갈색 머리의 안경 쓴 남학생을 툭툭 친다.
“저기...”
“아.., 왜?”
이 남학생의 이름은 앤드루 카슨. 평소 세훈과 친한 편으로 상담도 많이 해 주었다. 두 달 전에는 세훈의 일에 휘말려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알렉스 말이야, 왜 아직도 안 왔지?”
“‘아직도’라니? 오늘 오전엔 안 올 건데.”
“아니, 왜? 아까 분명히 등굣길에 본 것 같았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오늘 영화부 단체로 ‘봉태일’ 감독 팬미팅 갔잖아?”
“뭐, 뭐...”
이게 뭐지? 분명히 아까... 봤을 텐데... 분명 그 금발의 남학생... 알렉스가 맞을 텐데...
“왜 그래? 너.”
“아... 아니야.”
세훈은 얼굴이 벌게져서 자리에 가서 앉는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케이타도 그렇고, 알렉스도 그렇고...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된 거야... 세훈은 머리를 흔든다. 선생님이 들어올 때까지.

점심시간. 세훈은 교문을 나와 주택가에 있는 공원을 향해 걷고 있다. 머리가 지끈지끈할 때, 시끄러운 곳을 떠나 한적한 주택가 사이에 있는 공원에서 쉬면 복잡했던 머릿속이 금세 맑아진다. 세훈만 아는 비밀의 장소 정도는 아니어도, 이런 시간에는 나름 한적해서 좋은 곳이다. 공원으로 들어가, 조그만 장미원 가운데의 분숫가에 마련된 벤치에 앉는다. 머리가 다 비워지는 느낌이다. 결코, 나쁜 의미가 아닌, 좋은 의미로.
“음?”
세훈은 오른쪽을 돌아본다. 바로 옆에 누가 앉아 있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어? 앤드루, 네가 왜 여기 와 있어?”
“네가 여기 있을 것 같아서.”
“너... 그런데 아까 학생회실에 회의 때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어?”
“아, 그게 일이 좀 있어서.”
그런데... 이상하다. 왠지 모를 좋지 않은 예감. 그리고 지끈거리는 머리. 뭔가 있다. 뭔가 있다... 세훈은 침을 꿀꺽 삼키고 앤드루에게 말한다.
“어서 돌아가. 이제 막 그 회의 시작했을 거 아니야. 빨리 돌아가.”
“훗. 왜-?”
앤드루가 말한다. 하지만, 앤드루의 목소리가 아니다.

“널 보러 온 거라고오오오, 조세훈!”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SiteOwner

2020-05-13 21:11:42

평온한 일상이 어째 오래 간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의외의 방법으로 끝나는군요.


이제 타인의 모습을 하는 특수능력이 사용가능한 사람들이 있는 것인지...

처음에 등장한 후지타 케이타는 물론이고, 영화부의 알렉스의 건에 이어 목소리가 다른 앤드루 카슨까지, 생각해 보니 정말 오싹해집니다. 지금 밤 기온이 섭씨 18도라서 그리 낮지만은 않지만 느낌은 꼭 영하같기도 합니다. 특히 이번 회차를 읽고 나서 그런 생각이 짙어졌습니다.

시어하트어택

2020-05-14 23:37:45

제 의도가 잘 읽힌 것 같아 다행입니다.

저 장면 쓰면서 처음에는 페이스오프 같은 영화를 떠올리기도 했고, 또 이런저런 공포영화의 모티브에서 많이 차용했거든요. 그래서 약간 더 오싹했을 겁니다.

마드리갈

2020-05-13 22:48:36

만나는 사람이 자신이 알던 평소의 그와는 다르다...확실히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은 상황임에 틀림없겠죠.


다른 창작물의 경우가 몇 가지 생각나네요.

슬로우 스타트에서 토쿠라 에이코의 여동생 미키가 닮아서 에이코의 친구들이 착각했고 미키가 그것을 역이용해서 일부러 언니의 도플갱어 연기를 한 건 그나마 귀여운 상황이지만, 죠죠의 기묘한 모험 3부의 오잉고의 스탠드 크눔신 같은 것은 얼마든지 악용될 여지가 있는데다, 아마기 브릴리언트 파크에 등장하는 변신수트 또한 악용되어서 트러블을 일으키기도 했으니...


대체 이런 것을 누가 꾸미는지...뭔가 큰 배후가 있을 것 같네요.

시어하트어택

2020-05-14 23:39:35

누가 음모를 꾸미는지는 아마 시간이 좀 지나 봐야 나올 겁니다. 지금은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이런저런 떡밥도 쌓아 가고, 또 주인공의 이런저런 면모도 드러내는 단계니까요.

아마 생각도 못 한 인물이 나올 수도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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