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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 H] 60화 - 그 카페 직원은 기묘하다

시어하트어택, 2020-10-30 07:11:28

조회 수
151

현애와 세훈이 앨런을 보니, 앨런은 평소의 잘 차려입던 복장과는 다르게, 검은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에, 왼쪽 어깨에는 가방을 걸쳐 메고 야구모자를 푹 눌러썼다.
“세훈이는 어떻게 나를 잘 알아보네.”
“얼굴 모양 보면 척 알아보죠.”
“하하하, 그런가?”
세훈은 주위를 한번 돌아보고, 목소리를 확 줄이고 말한다.
“그런데 혹시... 메이링 씨는 좀 괜찮으세요?”
“아... 변호사님?”
앨런의 얼굴이 조금 굳어지더니 목소리가 줄어든다.
“그 이야기는, 아이들 있는 데서 하기는 조금 곤란한 이야기잖아? 조금 사람들 없는 데서 하는 게 좋겠어.”
“그래요...”

민과 유, 료와 헤어진 다음, 일행은 카페 깊숙한 자리로 들어간다. 바깥의 카페거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숙한 자리다. 다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씩을 주문했다. 은근슬쩍 수영도 따라 들어가, 앨런과 마주 보는 자리에 앉는다.
“그런데... 이 분은 누구시지?”
앨런이 마주앉은 수영을 보고 묻자, 세훈이 수영을 소개하려는데...
“아, 안녕하세요. 저는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드릴맨’이라고 하면 혹시 아실는지요?”
“아...”
앨런이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이내 생각해 냈는지, 손뼉을 ‘짝’ 친다.
“아... 아... 아포칼립스 생활백서!”
확 높인 앨런의 목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바깥쪽에 앉은 사람들도 살짝살짝 옆을 돌아본다.
“맞습니다. 지금은 조금 쉬고 있지요. 일주일 휴재했어요.”
“어... 어째서...”
수영은 대각선으로 앉은 현애를 살며시 노려보며 이죽거린다. 다만 대놓고 얼굴을 일그러뜨리거나 한 건 아니라서, 앨런은 알아보지 못하고 그냥 웃기만 한다. 어색하다. 수영이 보기에는. 왜 저렇게 실없이 웃기만 하는 건가!
“하, 하하하, 손목을 좀 무리했거든요.”
수영도 앨런과 같이 김빠지게 웃으며, 적당히 둘러대는 것으로 대충 수습한다.
“그래요... 작가님,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요. 참! 제 소개를 안 했나요?”
앨런은 실없이 웃던 웃음을 싹 뺀 다음, 고개를 숙이며 말한다.
“앨런 에반스입니다. 만나 뵈어서 영광입니다, 작가님.”
“저는 주수영이라고 합니다. 이쪽이야말로.”
앨런은 다시 마주 앉은 세훈을 보고 말한다.
“우리가 아까 어디까지 했더라?”
“그러니까... 메이링 씨는 좀 괜찮은가 해서요.”
“변호사님? 걱정 마. 내가 말했잖아? 내 밑에 후배들이 잘 도와주고 있어.”
“그러면 혹시 여기 온 것도, 메이링 씨가 알고 계시는 건가요?”
“음, 밖에 조사하러 나간 것까지야 아는데, 여기 온 것까지는 아직 모르시지.”
“조사라면...”
앨런이 나서는 조사라면, 먼저 떠오르는 건 그것이다. 지난 금요일에, 앨런은 자비에의 행방을 쫓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혹시 그럼 여기도 자비에 씨를 찾기 위해 오신 건가요?”
“맞아.”
“저기... 저기요.”
수영이 목소리를 죽이고 말한다.
“‘자비에 씨’라니요?”
“아, 작가님은 잠시 다른 데 신경 쓰셔도 됩니다.”
앨런은 그렇게 말했지만, 수영은 신경이 쓰인다는 눈치다.
“그런데 앨런 씨, 자비에 씨의 행적을 알아보려면 우선 자비에 씨의 그 원룸 집에 가 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순서가 그게 맞을 것 같은데...”
“가 봤지.”
앨런의 목소리가 더 어두워진다.
“그런데 누가 그랬는지는 몰라도, 완전히 헤집어 놨더라고. 컴퓨터, 노트 같은 걸 싹 털어가서, 자료 같은 건 거기서 아무것도 건질 수가 없었어.”
“저... 정말요?”
현애와 세훈이 한목소리로 목소리를 낮춰서, 그러나 굵은 어조로 말한다.
“어... 어떤 녀석들이...”
“모르겠어, 아직. 그래서 이렇게 자비에가 평소 자주 다녔던 장소, 그리고 지인들을 수소문해 보고 있는 거야.”
“그래요? 그럼 혹시 여기에도 그런 지인이 있는 건가요?”
“맞아.”
앨런은 그렇게 말하지만, 그게 누구라고 콕 집어 지목하지는 않는다. 현애와 세훈, 그리고 수영의 이목이 앨런에게 집중되어 있을 때...
“주문하신 커피 나왔습니다.”
어느새, 앞치마를 입은, 은발에 키가 큰 남자 종업원이 쟁반을 들고 와서 커피를 한 잔씩 테이블에 내려놓는다. 앨런이 밖을 한번 보더니, 소곤대듯 매우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마침 잘 오셨습니다. 제가 한 번 물어볼 게...”
앨런이 말을 다 마치기도 전...
“어, 뭐야.”
그 종업원의 눈이 마주친 사람은, 앨런이 아닌 수영. 앨런은 당황했는지 수영과 종업원을 번갈아 본다.
“또 만났네.”
“그래.”
수영과 종업원은 서로 알고 있는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반가워하고, 저렇게 싱글벙글하는 얼굴일 수 있겠는가.
“글은 잘 쓰고 있는 거지?”
“그럼! 별걱정을 다 하고 그래.”

“인사하지요. 저는 ‘비토 카스텔리’라고 합니다. 이곳의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죠.”
세훈이 보기에, 인사를 하는 비토라는 종업원에게서 뭔가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고 보니, 피부도 창백하고, 호흡도 보통 사람과는 약간 다르다. 짚이는 게 하나 있다.
“저기, 혹시 비토 씨는...”
“뭐죠?”
“비토 씨는 이레시아인인가요?”
“아니요, 이레시아인 같은 그런 종족은 아닙니다.”
비토는 딱 잘라 말한다.
“혹시 그건 어째서 물어보시는 거죠?”
“어... 왠지는 모르겠지만...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느낌상으로 다른 사람들과 너무 달라서요. 제 착각인 거겠죠?”
“착각만은 아니죠.”
그렇게 말하며, 비토는 묘한 웃음을 보인다. 세훈이 살짝 보자, 비토는 세훈 앞의 커피잔을 손가락으로 슬며시 가리키고 있다.
묘한 직감이 든다...
주위가 좀 더운 것 같다. 아무래도 냉방이 깊숙한 데까지는 잘 들어오지 않아서 그런 건가? 아이스커피 잔을 좀 쥐고 있으면 나을 것 같다. 커피잔을 쥔다.

그리고 세훈의 그 직감은 헛되지 않다!

머리가 핑핑 돈다... 핑핑 돈다.
분명히, 분명히 정신이 말짱했는데, 더할 나위 없이 또렷했는데...
왜 이러지... 왜 이러지?
돈다... 돈다...
흐려진다...
흐려...
진다...
으...
으...

픽 하고, 세훈은 테이블에 코를 박고 쓰러진다.
‘쿵’ 하는 큰 소리는 안 난다. 그냥, 사뿐히, 조용히.
“뭐야.”
큰 소리는 안 났음에도, 놀랐는지, 마주 보고 앉아 있던 현애가 살짝 뒤로 등을 기댄다. 그건 앨런도 마찬가지다. 입을 다물지 못한 채로 쓰러진 세훈과 살며시 미소짓고 있는 비토를 번갈아 본다. 비토가 초능력을 쓴 것이 확실하다. 그렇다면 이 웃음의 의미는 무엇인가.
설마...
설마!
“이봐, 당신!”
앨런이 테이블을 꽝 치며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무슨 수작을 한 거야!”
“아니, ‘수작’이라니요. 말을 좀 심하게 하시는 것 같습니다만.”
“지금 하는 그 말이, 내 의심을 더욱 증폭시켜 준단 말이다!”
앨런은 일어난 그 자리를 나와서, 비토와 마주 보고 선 다음, 노려본다. 앨런의 키도 충분히 크기는 하지만, 가까이서 보니, 비토의 키는 앨런도 목을 조금 굽혀야 할 정도로 크다.
“당신, 당장 지금 한 이상한 수작이 뭔지 밝히지 않으면...”
“아니, 처음 만난 건데 이러시는 건 예의가 아니죠.”
비토의 예의 바른 말, 그리고 고분고분한 얼굴. ‘한 대 치고 싶을 정도로’, ‘재수 없다’. 대놓고 비웃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분이 안 나쁜 것도 아니고...?
앨런은 주먹을 지그시 쥔다. 그리고 팔을 올리려는데...
안 올라간다.
주먹을 쥐었던 손도, 어느새 펴졌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처음 만난 건데 예의는 좀 지켜 달라고 했잖습니까.”
“이 자식, 뭐야!”
다시 한번 주먹을 쥐고 팔을 올리려는데...
안 된다.
이번에도.
어느새 팔은 원위치, 주먹도 펴졌다.
“뭐...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그러니까, 좀 제 말을 들어 주셨어야 하는데, 왜 성급하게 그러시는 건지...”
“지금 이 꼴을 보고도 내가...”
앨런이 막 격한 말을 꺼내려 할 때.
“아, 하나를 까먹었군요.”
“또 무슨 수작을...”
“저기를 보시죠.”
난데없이, 비토가 손가락으로 바깥쪽을 가리킨다. 돌아본다. 보이는 것은 벽뿐.
또냐... 또!
앨런의 속이 다시 끓어오른다.
하지만...
이상하다...
이상하다?
몸에 힘이 쭈욱 빠지는 것 같다. 팔은 축 늘어지고, 다리에도 힘이 없어지고, 등은 어딘가에 기대고 싶어지고...
의자에 털썩하고 앉는다. 앨런의 의지가 아니다. 다시 일어서 보려고 한다. 하지만 일어서지지가 않는다. 몸이 마치 의자에 붙어 버린 듯, 엉덩이를 의자에서 떼 보려고 해도, 안된다. 안된다. 안된다! 손도 움직일 수는 있지만, 주먹을 쥐거나 손을 비토 쪽으로 향할 수가 없다. 전혀 움직일 수 없는 것도 아닌데!
“어... 어째서... 어째서... 내게 이런...”
“그러니까 말입니다.”
비토는 얼굴색 하나 바뀌지 않은 채, 여전히 태연한 목소리로 말한다.
“좀 제 이야기를 들어 달란 말입니다. 설레발 좀 치지 마시고요.”

“저기... 비토 카스텔리 씨라고 했나요?”
그때까지 가만히 듣고 있던 현애가 비토를 돌아보며 말한다.
“제가 생각해 봤는데, 이런 건 ‘예의’하고는 거리가 좀 먼 것 같은데요.”
“남궁현애 양이었죠.”
“비토 씨, 저는 또 어떻게 알아요?”
현애는 비토를 지그시 노려보며 투덜거린다.
“내가 무슨 연예인인가, 왜 처음 보는 사람들마다 내 이름을 알아.”
“처음부터 알게 된 건 아닙니다. 저도 어제 알았죠.”
“그럼 설마...”
현애는 마주앉은 수영에게 눈을 돌린다. 수영은 애써 앞에 있는 커피를 보며 시선을 피하려고 하지만, 이미 눈에 들어온 걸 피할 수는 없다...
“잘나신 작가님.”
“아니, 나보고 또 왜!”
“설마 네가 그사이에 또 방방곡곡 떠벌리고 다녔냐?”
“아니야, 아니야!”
수영은 오른손목이 찌릿거리는 것도 잊은 채 급히 손을 내저으며, 강한 어조로 말한다.
“나는 떠벌리지 않았어! 또 그럴 만한 이유도 없고!”
“안 믿기는데.”
“아니, 진짜라니까! 사람 못 믿냐!”
현애가 눈은 그대로 수영을 노려본 채, 오른손으로 주먹을 쥐고 머리 위로 높이 들고는 벌떡 일어서며 소리 지른다.
“그러니까, 애초에 내가 믿을 수 있게 행동했어야...”
“현애 양, 잠깐만요.”
옆에서 예의 바르면서도 은근히 사람 속을 뒤집어놓게 하는 비토의 목소리가 들린다. 말을 막으며 끼어든 비토를 막 돌아봤을 때.
갑자기.
주먹을 쥐었던 손이 펴진다.
잔뜩 일그러졌던 얼굴이 스르르 펴지는 것도 느껴진다.
“이보세요, 비토 씨. 저한테는 또 뭘 한 거죠?”
“일단 제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야 할 것 아닙니까.”
변한 것 없다. 비토의 표정, 말투 모두 다.
“다들 좀 차분해지시라고 그러는 겁니다.”
“아, 그러면 비토 씨는 왜 저희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 거죠?”
“아니, 저는 충분히 존중해 드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래요? 그럼 더 존중하셔야 하겠는데요.”
비토는 얼른 다시 오른손을 들어 보이려고 한다. 하지만...
어느새...
차갑다!
한겨울이 된 것만 같이 차갑다!
비토의 손 주변만!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0-10-30 14:54:32

사실 말이 인종이지 별개의 종으로 분화되지 않은 경우에도 외모나 문화가 다르다면 크게 다르다는 느낌을 받기 쉬운데, 초능력자 H의 세계처럼 완전히 다른 종족이 공존하는 세계라면 그 차이는 정말 상상 이상일 거예요. 비토 카스텔리라는 카페 종업원에서 받는 느낌이 그래서 꽤나 이채롭게 보여요. 그런데, 그가 "이레시아인같은 그런 종족은 아닙니다' 라고 답한 것이 꽤나 마음에 걸리네요. 이레시아인과는 적대관계의 다른 종족인지는 지금 상황에서는 알 길이 없지만, 이레시아인이냐는 질문에 대해 심기가 거슬린다는 것을 최대한 억누르고 대답하는 것만큼은 짐작이 되니까요.


혹시 그 질문이 이번에 전개되는 사건의 스위치가 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그렇다면 무엇을 위해...

시어하트어택

2020-11-02 23:32:46

조금 추가해서 설명드리자면, 이레시아인과는 적대 관계는 아닙니다. 저기서 비토가 하는 말도 '외계인은 아니다'라는 뜻이지요.

SiteOwner

2020-12-05 21:31:51

유명인도 아닌데 자신의 이름을 생면부지의 타인이 알고 있다면 정말 당황스럽겠습니다. 현애가 상당히 날선 반응을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 같습니다. 게다가 수영과 카페 종업원 비토 카스텔리가 아는 사이인 것을 확인한 이상, 현애의 판단 중 가장 합리적인 것은 역시 수영이 저 비토에게 뭔가 자신의 신상을 떠벌여댄 게 아닌가 하는 것이겠습니다.


본인 또한 초능력자인 비토가 진정하라 한 것도 아무래도 초능력자들끼리의 충돌은 매우 위험하니까 미연의 사태를 막기 위해서이겠습니다만, 정중한 태도가 무례한 태도보다 더욱 도발적으로 느껴지는 역효과가 나고 있습니다. 

시어하트어택

2020-12-05 23:24:51

때로는 저렇게 정중한 태도가 더욱 사람 속을 뒤집어 놓는 경우도 있지요. 의도적으로 그러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비토의 경우는 적어도 그런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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