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1202_190454.jpg (5.88MB)
원래대로라면 스노우 브라더스 이전에 올렸어야 하는 그림이지만 어찌저찌 사정이 꼬이다 보니 뒤늦게 올리게 됐네요. 동명의 1984년작 영화의 마케팅을 위해 만든 게임입니다. 영화는 안 봐서 모르겠지만 게임의 스토리는 대강 '주인공 첩보원(그림 가운데)이 산업기밀을 빼돌린 괴도(그림 왼쪽)를 잡기 위해 그 부하들(그림 오른쪽)을 물리치고 폭탄이 설치된 지하기지를 돌파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각 스테이지마다 정중앙에 시한폭탄이 있고, 이 폭탄이 터지기 전에 스테이지를 돌파해야 합니다.
덧붙여 매 4탄마다 중간보스 격으로 지뢰밭이 등장하는데, 지도(그림에서 괴도가 들고 있는 S가 그려진 것)를 먹으면 지뢰밭을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는 길이 나타납니다. 문제는 각 스테이지에서 파일을 먹는 게 쉽지 않은데다가, 파일을 모두 먹어서 돌파구를 마련해도 적들의 공격과 지뢰 사이에 낑겨서 죽기가 일쑤라는 거죠. 가장 흉악한 건, 최하층인 33층에서 기밀을 챙기면 지금까지 지나온 32층을 다시 올라가야 합니다. 폭탄이야 터졌으니 시간제한은 없지만 그 지뢰밭을 다시 지나가야 한단 소리죠. 그래서 어렸을 때는 MAME로 해보다가 결국 포기했는데, 작년쯤에 클리어 영상을 보고 '이런 거였나'하고 허망해지더군요. 고전게임에 얼마나 큰 걸 기대하겠습니까만은...
그림의 구도는 딱 슈렉 1편의 포스터와 흡사한데, 애초에 염두에 두고 그린 겁니다. 다만 슈렉의 자세를 그대로 따라하려니 가방의 위치가 애매한데다 딱히 급박한 느낌이 들지 않아, 결국엔 위 그림과 같이 바꿨습니다. 다리 모양(특히 오른 발바닥)이 살짝 미묘하지만 원판보다는 도망가는 느낌이 더 강해진 것 같아서 이 정도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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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마드리갈
2021-02-08 20:53:02
Cloak & Dagger라는 영화의 마케팅을 위해 동명의 비디오게임이...
이건 또 신기하네요. 보통 영화가 유명해지고 그 영화에서 차용한 형태의 게임이 나오지 않았던가요?
그것도 1980년대에 그렇게 시도했다는 게 신선하게 보이고 있어요.
슈렉 포스터와는 구도는 비슷하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네요. 레스터님의 그림에서는 잘못되면 진짜 죽는다는 위기감 속에 급박하게 탈출하는 게 확연히 잘 느껴지는데, 슈렉 포스터에서는 드래곤이 내뿜는 용의 화염 따위는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듯 여유로움이 느껴지고, 달리는 것 같지만 단지 달리는 포즈같이 보일 뿐이죠. 생동감있게 나타낸 것에서는 레스터님의 그림이 훨씬 뛰어나다고 단언할 수 있어요.
Lester
2021-02-08 22:16:45
아타리 측에서는 원래 "에이전트 X(Agent X)"라는 이름으로 개발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영화 제작자들과 얘기하다 서로의 프로젝트에 대해 알게 되자 정식으로 협동하기로 했다고 하더군요. 마침 영화가 LA 올림픽 무렵에 나왔는데 목표층인 어린이들은 올림픽에 관심이 없고 당시 올림픽도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것 같아 내친김에 모험수를 둬본 게 아닐까 싶습니다. 나중에 트론 같은 영화 및 게임의 협업에도 영향을 줬다네요.
생동감 면에서 제가 훨씬 뛰어나다니 정말 과찬이십니다. 그래도 감사합니다.
SiteOwner
2021-03-07 22:44:53
도망가려다 예상보다 일찍 폭탄이 터져버려 그 풍압으로 등이 확 밀려버리는 것 같군요.
그래서 상당히 실감이 납니다. 특히 정면의 남자가 입을 벌리고 있는 표정이, "우왁, 진짜 망했다..." 라고 하는 것같이...
슈렉의 포스터에서는 "이미 계획대로 잘 되었고 나는 여기서 그만 실례하지!! 너나 실컷 발악하세요!!" 하는 여유로움이 진하게 느껴지는데 Lester님의 그림에서는 정말 제대로 위기감이 잘 느껴집니다.
저 또한 Lester님의 그림이 더 좋습니다.Lester
2021-03-08 01:40:44
그래서 그림 오른쪽의 악당 졸개(인게임에서 생긴 건 무지개빛 오징어)가 풍압에 밀려서 날아가고 있죠.
처음(2014년쯤?)에 고전게임 특집으로 그렸을 때는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일종의 로딩화면을 그리느라 주인공이 무작위로 보이는 자신만만한 태도를 그렸었는데, 지금 이 그림이 게임의 특성을 더 잘 드러내고 있죠.
한편으론 왼쪽에 있는 악당에 대해선 아무런 코멘트가 없는 게 좀 씁쓸하긴 하지만, 사실 저도 상관은 없습니다. 어차피 인게임에서도 괴도 루팡을 모방한 것이고 별다른 설정이 없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