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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때 여러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어요.
국내 최대도시인 서울에는 전국 각지의 사람들은 물론 외국에서 온 사람들도 있었고 대학 내에서 들렸던 언어는 한국어 말고도 여러 다른 언어가 들리기도 했어요. 재미없다는 평이 있는 2학기 중의 교내 축제에서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출점해 준 덕분에 가본 적이 없는 나라의 요리를 맛보기도 했고 그랬죠. 도중에 휴학해야 할 사정이 있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전의 학교생활 기간을 합친 것보다는 확실히 더 나은 일이 많았던 게 대학생 때였어요.
그런데 산이 높으면 역시 골도 깊은 것일까요.
별의별 이상한 사람들의 존재를 광범위하게 확인할 수 있었던 기회도 되었어요.
그리고 그 이상한 누군가가 꿈꾸었던 세계도 확인할 수 있었어요.
그 누군가가 꿈꾸었던 세계는 대략 이런 것.
교내가 민족적 기풍으로 가득차서 외세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세계.
사상과 지역에 의한 차별이 정당화되어 수도권의 공산주의자들이 학내 서열의 정점을 차지하고 지방출신이거나 공산주의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은 학내의 저변이거나 적대세력으로 간주되는 세계.
성별에 의한 역할고정이 당연시되어 남성이면 예비 성범죄자이고 여성이면 예비 성노동자인 세계.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이 얼마든지 정당화될 수 있어서 다른 목소리를 내면 반동분자로 몰리는 세계.
도서관 앞에서 고출력 스피커를 동원하여 정치구호를 외치는 것이 당연한 세계.
그러면서 대동세상, 해방세상 운운하는 세계.
그런 세계의 모순을 지적하자면 밑도 끝도 없겠지만, 적어도 그 누군가가 꿈꾸었던 세계가 받아들여질 수 없었던 것만은 분명해요. 그리고 그런 세계에 확신을 가진 사람들 덕분에 저는 그런 세계와는 거리를 둘 수 있었어요. 이것도 어떻게 보면 행운일지.
지금도 간혹 그런 세계를 꿈꾸었던 사람들이 생각나네요.
그나마 그들은 멀쩡하게 보이면서 사람들을 그런 세계로 끌어넣고 통제하기 위해 오중십중의 은폐수단을 구사하던 사람들보다는 그나마 덜 못한 거라고 평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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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Lester
2021-11-28 18:36:25
아무래도 수도권이니까 방방곡곡에서 온갖 인물상이 모이기도 하고, 게다가 민주주의이기 때문에 저런 발언들이 허용되는 거겠죠. 그런데 저런 꼴들을 보면 딱 거기서 거기더라고요. 얼굴도 늘상 본 사람들이고. 다시 말해 실제로 동조하는 사람은 별로 없으니까 자기들만의 세상에 빠져 사는 거겠죠. 그러다가 도태되는 거고.
그것과 별개로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그렇기에 동조하든 동조하지 않든 언급하는 행위 자체가 저들에게 소위 '먹이'를 주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해요. 저 쪽에서도 '듣기는 한다 = (언젠가는) 받아들일지 모른다'라는 그네들만의 논리가 있어서 더더욱 난리를 칠지도 모르니...
마드리갈
2021-11-29 12:29:49
자유의 적도 자유를 누린다는 이 역설, 정말 씁쓸하지만 어쩔 수 없죠.
그런데 도태된다고 보기에는 아직은 이르지 않나 싶네요. 왜나면 그런 자들의 논리는 의외로 사회저변에 많이 포진해 있는데다 무비판적으로 동조하기 쉽거든요. 그렇다 보니 레스터님의 우려에 대해서도 저는 생각이 달라요. 물론 말씀하신대로 먹이주기의 위험은 충분히 있어요. 하지만 관심을 안 가지게 되면 독버섯처럼 번지는 것도 시간문제. 보수정당에 대한 시각이 진보정당에 대한 것보다 더욱 혹심하다든지, 중국과 북한의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적극옹호한다든지, 극단주의적 페미니즘이 이미 수면에 부상했다든지 하는 등의 소위 "의식화" 는 1980년대 이래 운동권들이 상당히 오랜 시간에 걸쳐 꾸준히 설파하고 적극적인 반론 없이 사실상 수용된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