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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라는 허상에 대한 제언

마드리갈, 2022-05-17 14:13:02

조회 수
240

2008년 이래로 투자활동을 해 오면서 여러가지를 배우고 했는데 그 중 비트코인(Bitcoin)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 통칭 가상화폐도 있었어요. 저도 관심은 있었지만 알면 알수록 확실해진 것이 하나 있어요. "무가치" 라는 결론만큼은. 그리고 그 결론을 내자마자 그 분야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었고 당연히 투자대상에서도 처음부터 배제했어요.

최근 루나코인 사태라는 게 발생해 있어요.
정확히는 사업가 권도형(Do Kwon, 1991년생)이 2018년에 설립한 기업 테라폼랩스가 내놓은 암호화폐 루나(LUNA)의 대폭락 사태. 루나의 가치는 최소 99.99% 이상 떨어져서 사실상 쓰레기만도 못하게 된데다 이것의 세계적인 여파는 대략 257조원에 달하고 있어요. 게다가 암호화폐의 대장주 비트코인도 대폭락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되었어요.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이거예요. 처음부터 가치가 없었으니 무슨 변수를 곱하나 결과값도 0인 건 당연한 것.

암호화폐의 본질은 이거예요. "네티즌이 스스로 창출한 신용으로 만들어내서 화폐라고 주장하는 것" 으로 요약가능한데, 자연적으로 그 자체의 가치가 있어 인류가 애지중지해 온 금속인 금, 은, 구리 등의 천연자원을 기반으로 하거나 국가의 중앙은행의 신용도를 기반으로 한 각국의 법정화폐 같은 것과는 완전히 다른 제3의 화폐라고 좀 더 풀어쓸 수 있어요. 그렇다 보니 "네티즌이 스스로 창출한 신용" 이라는 것이 검증되어야 하는 전제가 있는데, 이것을 담보하는 것이 흔히 말하는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이라는 것이죠. 즉, 여러 사람들이 나눠가진 열쇠는 일거에 변조할 수 없거나 변조하더라도 세계의 모든 컴퓨터의 연산력의 총합 이상의 것이 필요해서 사실상 변조가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 암호화폐 담론에서 늘 언급되는 것이 블록체인 기술인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블록체인은 실물자산의 그 자체의 속성이나 국가의 중앙은행의 신용도에 해당되는 것으로 "네티즌이 스스로 창출한 신용" 의 존재기반이니까요. 그래서 블록체인 기술이 미증유의 혁신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기대도 컸고 그래서 암호화폐 시장이 이만큼 성장해 올 수 있었어요.

하지만, 정작 암호화폐를 말할 때 그 블록체인 기술이 밝은 미래만 중점적으로 다루어졌을 뿐, 암호화폐의 전제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았어요. 사실 말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지도 않아요. 결과적으로 그런 전제는 없었고, 블록체인 기술은 그 없는 전제를 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한 수단이었으니까요. 게다가 블록체인 기술의 안전성을 논하기 이전에 세계 암호화폐 거래소 사이트는 수시로 털리고 있는 것도 사실. 게다가 이번의 루나코인 사태로 보듯이, 시장내의 어느 거대행위자가 실패하면 그대로 연쇄타격을 받는 것이죠.

그러면 다시 실물자산 및 법정화폐 이야기로 돌아가죠.
실물자산의 문제는 결국 실물자산이 얼마나 시장에 풀리는가에 달려 있어요. 법정화폐의 경우도 이와는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고, "통화정책" 으로 조정되죠. 가령 시중의 통화량이 과소하다면 기준금리를 내려서 싼 값에 돈을 쓸 수 있게 하고, 반대로 통화량이 과다하여 나쁜 인플레이션이 유발된다면 기준금리를 올려서 시중의 통화량을 회수하는 방식을 쓰는 것. 물론 이에는 대가가 따르게 되어요. 최근의 기준금리 인상의 경우 변동금리대출을 받은 금융소비자들은 이자부담이 폭증하여 상당히 힘들어하고 있지만, 그래도 이것을 그냥 방치해 두다가는 결국 국가경제가 전반적으로 혼란스러워지거든요.
게다가 경제상황이 악화되면 이것은 정권에 대한 민심이반은 불가피해요. 사실 올해에 정권교체 10년 주기설이 깨지고 5년만에 정권교체가 된 주된 이유로 제기되는 것이 부동산 문제. 시장을 무시한 공급정책, 그마저도 충분치 않은 공급물량, 징벌적 과세 및 이에 대한 계급주의적 태도 고수, 현금부자들에게는 전혀 상관없고 실수요자들만 고통받는 대출 옥죄기 등의 결과가 바로 전 정권에 대한 불신임으로 나타난 것. 즉 경제정책을 집행하는 정부는 늘 리스크를 부담하는 것이죠.

그런데, 암호화폐 문제로 돌아가 보죠.
이렇게 대형사고가 터졌어요. 그런데 그 네티즌이 스스로 창출한 신용은 어디 갔나요?
개발자는 후회한다고 했다가 또 새로이 암호화폐를 출시하겠다고 하는 등 입장이 오락가락하고, 참여한 투자자들은 자신의 손익을 생각할 뿐이지 원칙적으로는 각자도생할 뿐 발생한 문제에 대해 스스로 뭔가를 하는 건 없어요. 이게 무슨 네티즌이 스스로 창출한 신용인가요. 이득이 있으면 모이고 이득이 없으면 떠나는 그게 신용이라면 신용의 정의가 잘못된 것이죠. 최소한 경제정책이 잘못되면 선출된 정부는 권력을 잃고 경제관료들은 패군지장이 되어 역사에 기록되어 두고두고 비판의 대상이 되고, 새로이 선출된 정부는 최소한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이라도 하는데.


사정이 이런데도 암호화폐에 미래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돈 버리지 마세요. 버리려면 저에게 주시고, 싫다면 은행에 맡기세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10 댓글

시어하트어택

2022-05-17 22:44:20

루나 폭락 사태는 저도 몇몇 인터넷상의 기사로만 봐서 자세한 전말은 잘 모르지만, 어느 유튜버의 시간 단위의 표정 변화(?) 영상이 올라와 있길래 그걸 봤죠. 그 유튜버가 누군지는 여기서 밝힐 수는 없습니다만, 많은 걸 느끼게 해 주는 영상이었습니다.

마드리갈

2022-05-18 00:47:54

사실 달러와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 어쩌고 하는데 그럴 것 같으면 달러를 가지지 스테이블 코인이다 뭐다 할 이유가 전혀 없어요. 게다가 그것들이 사용가능하려면 어차피 법정통화와 교환되어야 하는데 교환을 수행하는 거래소가 그만큼의 지급준비액을 갖추지 못하면 그때부터는 부도난 것이죠. 1929년의 뱅크런이 그러했고, 2차대전 후에는 달러 금본위제에 대해 프랑스가 보유한 달러를 토대로 미국에 예치해 둔 금의 지급을 요구하자 미국이 불태환선언을 했고 결국 1973년에는 브레튼우즈 체제가 붕괴되어 오늘날의 변동환율제 체제에 이르게 된데다 2007-2008년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Subprime Mortgage Loan)의 부실한 기초자산 문제로 촉발된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여러 글로벌 금융회사가 휘청였죠. 그뿐만이 아니죠. 한때 나스닥(Nasdaq)의 대표였던 버나드 메이도프(Bernard Madoff, 1938-2021)가 저지른 금융사기는 650억 달러의 규모였고...제도권에서도 이런 문제는 비일비재한데 있는지도 없는지도 모르는 가공의 개념인 "네티즌이 직접 창출한 신용" 에 의존하는 자체가 언어도단이죠.


그 유튜버의 표정변화도 아주 처참했겠어요.

하지만 아직 이번의 루나 사태는 아직 반의 반도 시작하지 않았어요. 앞으로 벌어질 일은 정말 여러 사람들을 루나틱(lunatic)하게 만들 것이라는 것만 말할 수 있겠어요.

대왕고래

2022-05-17 23:04:59

코인 관련해서는 이런저런 말이 있어도, 확실한 건 한가지였어요. 저한테 들려오는 소식은 코인 사서 망했다는 소식 뿐이었다는 것.

그래서 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코인에 인생을 걸다가 망하는건지 이해를 못하고 있죠. 망했다는 소식밖에 안 들리던데 대체 왜 아직도...

마드리갈

2022-05-18 01:13:47

사람의 심리에 참 요상한 게 있어요.

"돈 있으면 그 돈 나한테 줘" 라고 누가 말을 건네잖아요? 이 경우 100이면 100 모두 "꺼져 미친놈아" 라고 반응하고 더 이상 상대하지 않겠죠. 상대가 칼이나 수상한 액체가 든 주사기나 총 등의 위험한 물건을 갖고 협박하지 않는 이상. 그런데 온갖 감언이설로 띄위주고 하면 기분좋아서 지갑을 열고 그러하거든요. 게다가 이런 것도 있어요. "내 것이니 손해를 봐도 내 소관이니 간섭하지 마" 하는 태도. 사기꾼들은 그런 것을 노리고 접근하기 마련이예요. 게다가 온갖 기술이나 수식 등으로 무장하면 그것만으로도 세상을 앞서 사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하고...이미 8년 전에 쓴 글인 영구기관 속 주판알에서 지적한 신용사회의 적은 더욱 교묘하게 진화했어요.


결국 암호화폐 시장의 최종승자는 거래소였어요. 이 와중에도 예외없이 징수되는 수수료 현금수입은 충실히 쌓이는 중이거든요.

국내산라이츄

2022-05-18 02:25:27

제 인생 신조중에 주식은 여윳돈으로, 코인은 하지 말자가 있습니다. 주식은 배당주 두 개(포드꺼 샀습니다) 가지고는 있지만 그냥 잊어버리고 있다가 아 맞다 주식! 하면 들어가서 주가 확인해보는 정도고, 코인은 아예 손도 대지 않았습니다. 너무 허황된 것 같아서요. 그래서 이번 루나코인 사태 때도 '와 이거 만든 사람 진짜 큰일났다' 정도였고요.


주식은 휴지조각이 되면 X이라도 닦을 수 있지만(종이니까 쓸모는 있겠죠...), 비트코인은 망하면 데이터 쓰레기에 불과하더군요.

마드리갈

2022-05-20 21:39:07

아주 올바르게 생각하셨고 또 그대로 실천하고 계시네요. 좋아요. 그리고 현명해요.

암호화폐는 허황된 것 같은 정도를 이미 넘었어요. 허구 위에 쌓아올렸으니 당연히 허황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죠. 이것이 필연이었다고 보고 있어요.


그렇죠. 실물이 아니니 아무 의미없는 데이터 쓰레기...그걸 대체 뭘 믿고 투자하는 건지 말이죠...

마키

2022-05-18 10:13:49

커뮤니티에서는 이미 "탈중앙국가화 화폐 운운하더니 돈 잃을때만 국가의 손을 빌리냐"는 싸늘한 반응이더라구요.

사실 금은 과거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역사라는 신용이, 신용화폐는 국가라는 보증인이 있으니까 돌아가는건데 한낮 데이터 쪼가리에 뭘 믿고 투자를 해달라는건지......

마드리갈

2022-05-20 21:47:29

이득일 때는 탈중앙국가화 운운, 손해일 때는 국가에 호소...참으로 한심한 태세전환이 아닐 수가 없어요.

당장 지폐나 동전으로 발행되는 법정통화는 경제생활의 전영역에서 모두 쓰이고 금, 은 등의 실물자산은 귀금속점에서, 부동산은 중개업소에서 취급하죠. 그런데 비트코인 등의 암호화폐가 통용되는 곳은 아직도 실제로 본 적이 없어요. 이미 여기에서도 끝났죠. 아무짝에도 못 쓸 데이터에 무슨 믿음이 가길래...


이런 비유를 본 적이 있어요.

화려한 언변을 뽐내며 온갖 거짓말을 하는 저개발국의 엉터리 여행가이드를 마음에 들어한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고 들었어요. 이유인즉 재미있고 자신에게 친절한데다 들이는 돈도 적어서 별 부담 없다고...

Lester

2022-05-18 11:56:43

사실 암호화폐라는 건 하나부터 열까지 자기모순과 불합리가 넘쳐나는 바닥인지라 문제점만 열거하는 게 더 빠를 정도더군요. 제가 코인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반례로 드는 게 전후 이탈리아에서 난립하던 지방은행에서 발행한 소액권 지폐 및 그것들의 위조지폐거든요. 얼핏 맥락이 달라 보여도 '통용화폐 소액권이 부족해서 지방에서 자체발행하고 그것을 위조하려는 시도'와 '비트코인 등 유명한 암호화폐와 그에 편승하려는 스캠코인'의 구조가 딱 비슷합니다. 게다가 둘 다 국가화폐에 비하면 신용도나 보증이 전혀 부족하다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그것 말고도 문제점은 이미 언급하셨듯이 많습니다. 특히나 '달러랑 연동되면 그냥 달러를 가지면 되지 않냐'는 것보다 더 큰 문제점이 바로 암호화폐가 '발행과 보증을 동시에 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국가화폐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주식은 (인수합병에 의한 매매차익을 노리고 스스로 유령회사를 세우지 않는 이상) 발행하는 회사와 외부의 작전세력이 분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발행, 보증, 거래 모두 자기들이 하고 있죠. 누구 하나 법적으로 책임지지 않고 도망가거나 회피하면 끝장인데 '사회적 신용'이라는 이름하에 돈을 갖다 바치는 게 정말 웃길 따름입니다.


더 답답한 것은 역시 다른 분들이 말씀하신 소위 자칭 투자자(심하게 비하하면 '코인충')들입니다. 이 사람들은 투자와 (한탕주의적) 투기의 차이점도 모르는 것 같아요. 특히나 비트코인조차도 언제 어디서나 거래될 정도로 통용되지 않는데, 하물며 이번에 문제가 된 루나코인이니 뭐니 하는 것들은 어떻겠습니까?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가치'가 없는데 어디서 '신용'을 찾는 거죠? 그냥 다들 '아직은 괜찮아'라고 고무줄마냥 금방 끊어질 믿음의 벨트로 묶어놓은 거 아닌가요.


제가 자주 인용하는 바이블급 만화 "검은 사기"에서는 (투자고문이다가 세계구급 쇼크로 인해 의도치 않게 사기꾼으로 전락한) '투자고문 사기'에 대해 이런 말이 나옵니다. "FX든 뭐든 이런 거래는 모두가 도박이다." 그리고 이 만화가 암호화폐가 도입되기 이전에 연재된지라 암호화폐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으나 캐시리스 사회(Cashless Society, 현금 없는 세상)에 대해서 언급하기를 "(전략) 신용카드라면 번호 외의 정보가 정확하면 그걸로 결제된다. 더 나아가 익명성이 높은 전자머니라면 누가 과연 의심하겠는가." 쉽게 말해서 SNS에서 가짜 썸네일과 프로필을 써놔도 알아채지 못하는 것처럼 전자화폐도 '(믿을 만한) 얼굴'이 없는데 어떻게 믿느냐는 거죠. 이 만화를 정독할수록 세상에 대해 더 알게 되는 듯하면서 한편으론 점점 더 무서워집니다.

마드리갈

2022-05-20 21:54:51

현대의 확립된 통화정책하에서도 사실 지역화폐는 문제점이 있는데, 인용하신 전후 이탈리아 지방은행의 은행권 난립상황이라면 정말 답이 없을 것이라는 게 훤히 보이네요. 그때의 문제점을 첨단기술로 확대재생산해 놓은 게 암호화폐이니, 정말 인류가 지혜롭게 되었는지도 의문이 안 들 수가 없어요.


말씀하신 발행과 보증의 일원화에서 생각나는 라틴어 법언이 있어요.

Nemo judex in causa sua. 누구도 자신의 재판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인데, 암호화폐는 그것을 거부하면서 블록체인 기술을 금과옥조로 여기죠. 그리고 블록체인은 사실상 위변조가 불가능하다는데, 오늘날의 보급형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의 성능이 반세기 전의 최고성능의 수퍼컴퓨터와 최소한 동등하거나 더 위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것은 현재에 시점을 고정하면서 자신의 사안에 자신이 재판관이 될 수 있다고 억지를 부리는 것이 해피엔딩일 수가 없죠. 사실 말씀하신 믿음의 벨트라는 것도 의제된 개념에 지나지 않다고 보여요. 문제는 그 의제가 논거있다고 보기에는 반례투성이지만.


역시 검은 사기는 불멸의 고전이네요.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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