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게도 연평도 포격사태로 제가 퇴사하기까지 설치가 불투명했던 안타까운 뒷이야기를 가진 해병대 기념비 제작에 얽힌 에피소드를 말해보고자 합니다.

일단 전체적인 도안은 이런 식이었습니다.

사실 기념비라고도 하기 뭐한 초라한 구성이지만 이것을 디자인하기 위해서 피눈물날 정도로 고생을 한 뒷이야기가 있어 소개합니다.

일단 의뢰를 받은 그날부터 참으로 거시기한 기분에 시달렸었습니다.

왜냐하면....

이것을 의뢰한 재단측에서 주어진 자료는 마커팬으로 찍찍 그어진 전략 지도의 대략적인 도안과 전황지도....그리고 연표 몇장이 달랑이었습니다......일단 거기서부터 뭔가 잘못되었어! 라고 느꼈지만 이미 제가 받은게 아닌 사장님이 직접 받아온 의뢰라 그야말로 기절할 노릇.....

일단은 가장 복잡한 알고리즘을 가진 전략지도와 한반도를 걸쳐서 대략의 서킷을 이룬 전황을 나타내는 전황 지도의 완성이 가장 시급했습니다.  연표와 그에따른 데일리 서킷을 만드는건 도안이 간단하니까 관련 서적을 도서관에서 빌어오는 것으로도 해결할수 있었기에...

이 전황의 흐름 지도석판과....

전략내용을 구성하는 지도석판의 완성을 목표로 먼저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마카팬으로 찍찍 그어진 것을 어떻게 보기좋게 완성해볼까 해서 일단 요령을 피워서 한반도 부분은 유료 클립아트 사이트에서 Ai파일을 다운로드 받아서 쓰려고 했습니다만....제 그런 생각이 얼마나 안일했는지를 일깨워 주기라도 하듯 팔고 있는 한반도 지도의 클립아트는 대체로 대충 뭉뚱그려 그린 아주 조잡한 퀄리티의 것들이었습니다.

별수 없었습니다.

한반도 지도를 스캔해서 그것을 전부 라인툴로 따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지옥의 고행을 시작했고....지도에 들어가는 전함 클립아트와 프롭기 클립아트(한반도 전황 지도를 클릭해서 확대해보시면 보일겁니다)마저 전부 일러스트레이터 상에서 그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것들을 전부 완성하고 화살표 모양을 좀더 깔끔하게 해달라느니 위치를 좀 교묘하게 겹치게 해달라느니 이것저것 클레임에 시달리면서 컨펌을 받아낸것이 바로 저 위의 석판입니다.

둘째번으로 돌입했던 연표석판과 업적을 주욱 나열해서 보여주는 문장 석판의 완성은 대체적으로 손이 덜 가는 부분이었습니다

전투 요약 석판

업적 서술 석판

해병대 전투 도표 석판의 완성은 상기했다시피 손이 덜가는 작업이었지만 여러모로 서적과의 싸움이었습니다.

해병대의 창단시절부터 주욱 그 시절의 전투가 서술된 여러 서적을 읽고 엄청난 머릿싸움을 한 결실이었달까요..... 

모든 컨펌을 다 받고 완성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만 연평도 포격사태가 겹쳐서 완성을 지켜보지도 못하고 무기한 지연되다 결국 전 그 회사를 퇴사하고 완성또한 어떻게 되었는지 듣지도 못하게 되어서 매우 안타깝습니다만.

적어도 제가 그때 했던 디자인 소스들은 제가 소유하고 있던 지라 이런 자리를 빌어서 제대로 밝힐수 있게 되어 조금은 기분이 나아집니다.

보잘것없는 디자인이지만 그래도 참 여러가지 신경을 쓰고 기대도 많고 결국 실망도 크게 받았던 디자인 실무라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