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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이용규칙 게시판 제19조 및 추가사항의 직접적인 규제대상이 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각국의 국내법으로 명백히 위법성이 규정된 마약에 대한 사항이 다루어져 있으므로 이 글이 마약관련사항을 미화하거나 옹호할 목적이라고 오해해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게다가 이 글에 등장하는 각종 일화는 모두 주변인의 사례로 저는 마약을 철저히 반대하고 마약을 사용해 본 경험도 전혀 없습니다.


마약이라는 것이 흔히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먼 세상의 이야기로 치부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마약문제가 예상외로 심각하고 또한 생각보다 가깝다 보니 절대 방심해서는 안될 것이라는 것을 꽤 오래전부터 알게 되었습니다. 이 시점은 23년 전인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군복무 때 만났던 사람들 중에 마약복용 경험자가 꽤 있었습니다. 카투사에도 미군에도 골고루 있었습니다.
카투사 중에는 해외유학경험이 있는 사람들 중심으로 마약 경험자가 있었는데 주로 미국 유학파가 주종이었다 보니 당시 미국의 주류인 대마초나 코카인이 주종이었습니다. 그 중에는 대마초가 중독성은 없다면서 딱히 담배와 비교해서 나쁘다고도 할 수 없다는 의견을 펼치는 이도 있었습니다만, 담배에조차 냉담한 제가 대마초를 호의적으로 생각할 리가 있겠습니까. 참고로 대마초는 독성이 강한 대신에 중독성이 약하고, 담배는 정반대로 독성이 약한 대신에 중독성이 강한 특성이 있다 보니 국가기관의 정책상 대마초는 배제되고 담배는 보건상 환영받지는 못하더라도 재정상으로는 주요한 세원이 되기에 좋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미군의 이야기.
미군들 중에는 마약복용 경험자가 특히 더 많았습니다. 장교(Commissioned Officer) 계급에도 있기야 하겠지만 장교들과는 친밀한 이야기를 할 기회 자체가 거의 없다 보니 마약복용 경험자인 미군의 이야기는 대부분이 훈련병부터 원사까지의 계급을 망라하는 부류인 인리스티드 멤버즈(Enlisted Members)에 한정된 것입니다.

미군부대 내에서는 불시에 소변검사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로 새벽에 실시되는 소변검사로 개별 부대원들의 소변샘플이 모두 확보가 되고, 이 결과에 따라 정도가 가벼우면 대대장의 권한으로 선조치된 뒤에 상부에 보고되고, 정도가 심하면 헌병대로 이관되는 등 무겁게 처리됩니다. 군생활 중 몇번 있었던 소변검사에서 누군가가 마약을 사용한 게 적발되어 강등되기도 했습니다. 부사관이 아닌 상병(Specialist, E-4)이 일등병(Private First Class, E-3)으로 강등된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는 중사(Sergeant First Class, E-7)에서 병장(Sergeant, E-5)로 강등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 언급된 두 경우가 저의 일상과 매우 밀접했다는 것이었던 것.

첫번째 경우는 같은 중대원으로 업무상 하루에 매일 2번 이상 만나야 하는 입장인데다 개인적인 친분도 있었습니다. 약간 느긋한 성격의 영국계 백인으로 키는 저보다 많이 작은 5피트 6인치(=168cm) 정도 되는 단신이었지만 마약을 했다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부터 모자 및 군복에 달린 계급장이 달라진 것에 대해서 직접 물어본 적은 없습니다만, 다른 미군으로부터 그 경위를 들어서 알고는 있습니다.
나중에 그 미군에게 직접 사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비록 강등당하는 게 수치스럽고 급여도 깎이는 등의 문제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불명예전역보다는 낫다고. 불명예전역이 되면 미 연방정부와 관여된 일에 종사할 수 없게 되고 주 정부와 관여된 일이라도 결격사유가 있을 것이 사실상 확정이다 보니 강등 및 감봉을 선택하고 군에 남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두번째 경우는 훈련 때 같이 막사생활을 했던 히스패닉. 굉장히 다혈질인 인물로 필요이상으로 화를 내거나 하고 인종차별 발언도 꽤나 많이 했습니다. 입만 열면 백인을 위스키 탱고(Whiskey Tango, 백인쓰레기(White Trash)의 우회적 표현), 흑인을 니거(Nigger), 동양인을 칭크(Chink) 등으로 지칭하는 것으로 온갖 문제를 일으켰던 그는 훈련 도중에 갑자기 종적을 감추었습니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이전에 중사 계급이었다가 폭력 및 마약사건으로 2계급이 강등되고 훈련 도중에도 다른 사람들과 충돌이 있었다 보니 헌병대로 신병이 넘겨졌다고 합니다.
그 자가 저에게도 싸움을 건 적이 있었습니다만, 첫번째 경우의 그 강등된 상병과는 달리 한 눈에 봐도 정상이 아닌 듯한 것이 바로 보여서 그의 부정확하지만 알아들을 수 있는 영어와 무슨 뜻인지 모를 스페인어를 그냥 무시했더니 싸움을 걸다 말고 다른 상대를 찾아나서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훈련 도중에 갑자기 사라지는 것으로 모든 상황이 끝났지만 말이지요.

그 뒤로는 마약복용 경험이 있다고 직간접적으로 알려진 사람을 만나지는 않았습니다만, 마약문제가 완전히 상관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1999년부터 알았다 보니 간혹 보도되는 유명인들의 마약사건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데다 상품명이나 상호에 "마약" 이란 수식어를 쓰는 자체에 특별히 거부감을 느끼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마약이 왜 무서운지를 나타내는 한 문장이 있습니다.
"마약은 모성애를 이긴다."
그리고 마약과는 인연이 없어야겠지요. 직접적으로도, 간접적으로도.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Lester

2022-06-11 21:50:22

저도 의외의 장소에서 마약복용자(중독자는 아니겠지만, 중독자일수도)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예전에도 얘기했는지 모르겠지만 전주에 있을 때 번역과 별개로 영어는 구어체라도 계속 해봐야겠다 싶어서 언어교환 모임을 찾아다닌 적이 있고, 그래서 2명과 '딱 한 번(모임을 주도하는 성격이 아니라서요)' 만난 적이 있습니다. 베트남에서 온 여대생과 미국 살았던(혹은 유학?) 경험이 있는 남자(혹은 대학생, 기억이 안 나빈다)였는데, 이 중 후자가 마리화나 애호가였죠. 페이스북 프로필 이미지도 Legalize Weed로 붙여놓기도 하고, 대화 중에 드물게 킁킁대거나, 잠깐 자리를 비우는 일이 많은 등... 그렇다고 허황된 얘기 등의 이상증세를 보일 만큼 심각하진 않았습니다. 그럭저럭 얘기도 잘 통했고. 그 때 마지막으로 듣기론 부산 쪽으로 간다고 들었는데, 연락처를 정식으로 주고받은 게 아니라서 그 이후의 소식은 알 길이 없습니다. 잘 지내고 있겠죠 뭐. 걱정할 만큼 친하지도 않고.


제 소설 세계관에서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온 동양 학생들 중에 일부가 동아시아보다 훨씬 낮은 마약의 문턱을 쉽게 넘고 망가져서 돌아가는 내용을 구상한 적이 있습니다. 기왕이면 행복하고 즐거운 이야기로 쓰자고 몇 번 비공식으로 분류하기도 해놓고, '학생들이 미국에 대해 (상대적으로) 긍정적 환상이나 동경의 허와 실' 정도는 다뤄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 계속 망설이고 있네요. 뭐 마약은 소재로만 써두고 에피소드의 줄거리나 결말은 우스꽝스럽게 묘사하는 방법도 있고 실제로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그냥 요새 개인적으로, 사소한 일에도 (저 자신에게) '이게 우습냐' '네가 뭔데' 하는 식으로 진지해지는 일이 많아진 것 같아서 피곤합니다.

SiteOwner

2022-06-11 22:49:40

역시 마약이 의외로 많이 퍼져 있는 게 Lester님의 사례로도 입증되는군요.

모골이 송연해집니다. 게다가 20세기나 21세기나 역시 사람의 본성은 거의 그대로라는 것도 알 수 있겠습니다.

구상하신 그 내용은 역시 꽤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학을 다녔던 시기에도 그런 사례를 언론보도에서 꽤 접할 수 있었고 군복무 때에는 접점이 있는 사람들도 마약 경험자였는데다 해외유학 도중에 마약으로 신세를 망친 사람도 있었다는 것을 들었으니...


자신에게 진지해질 수도 있고 가벼워질 수도 있는 게 인생 아니겠습니까.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고 적절한 균형점을 찾으면 되는 것이니까 너무 크게 걱정하시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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