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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 序

지난 글 #1 철도통계의 맹점

지난 글 #2 국가별 통계 A

지난 글 #3 국가별 통계 B


이번에는 철도시스템이 충분한지 부족한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도로와 비교를 해 보겠어요.

그런데 어떤 도로와 비교해야 할지의 문제가 있으니까 비교대상이 어떤지 그 속성에 대해서 정의를 해야겠어요.


사실 도로는 철도보다 많을 수밖에 없어요. 고정된 규격을 가진 궤도보다는 그냥 지면을 다지고 닦아서 만드는 도로가 더욱 만들기 쉽고 운영 면에서 손이 덜 가니 도로와 철도를 일대일대응시킬 수는 없어요. 그래서 철도와 대응되는 도로에는 다음과 같은 속성이 필요해요.

  1. 자동차만을 위한 도로일 것 - 철도 또한 궤도에 구속되어 달리는 전용차량이 필요.
  2. 간선교통체계를 담당하는 장거리 교통로일 것 - 철도는 기본적으로 중장거리 교통수단.
  3. 평균주행속도가 최저 80~130km/h 내외의 범위에 들 것 - 철도의 여객열차 운행속도와 거의 일치.
  4. 고정 교통량이 확보될 것 - 대부분의 철도는 정기 여객/화물열차가 있음.

이렇게 속성을 정리해 볼 때, 철도와 대응가능한 도로는 고속도로임을 알 수 있어요.


그러면 국가별로 고속도로 영업거리가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보겠어요.

일단, 세계적으로 경제가 발달한 나라들이 가입한 국제기구인 OECD의 고속도로 네트워크 총량으로 알아볼께요. 검은색은 고속도로, 파란색의 괄호 안은 철도의 영업거리가 되어요.  여기에서는 회원국 34개국 중 고속도로가 있는 회원국만을 다루어 볼께요.

  1. 미국 - 75,008km (224,792km)
  2. 캐나다 - 16,900km (46,552km)
  3. 독일 - 12,363km (41,981km)
  4. 프랑스 - 10,843km (29,640km)
  5. 스페인 - 10,286km (15,064km)
  6. 일본 - 7,383km (23,474km)
  7. 이탈리아 - 6,487km (24,179km)
  8. 한국 - 4,044km (3,557km)
  9. 영국 - 3,555km (16,321km)
  10. 포르투갈 - 2,647km (2,842km)
  11. 네덜란드 - 2,274km (2,896km)
  12. 폴란드 - 2,167km (19,627km)
  13. 터키 - 2,100km (12,000km)
  14. 벨기에 - 1,763km (3,513km)
  15. 스웨덴 - 1,740km (12,821km)
  16. 오스트리아 - 1,678km (5,927km)
  17. 스위스 - 1,361km (5,063km)
  18. 덴마크 - 1,340km (2,667km)
  19. 헝가리 - 1,335km (7,942km)
  20. 체코 - 1,050km (9,487km)
  21. 아일랜드 - 663km (1,919km)
  22. 슬로바키아 - 580km (3,658km)
  23. 노르웨이 - 194km (4,114km)
  24. 뉴질랜드 - 171km (4,128km)
  25. 룩셈부르크 - 147km (275km)

참고로, OECD 미가입국 중의 경제대국의 수치도 소개할께요.

  • 중국 - 95,600km (86,000km)
  • 브라질 - 약 200,000km의 포장도로가 존재하나, 고속도로 등급이 없음 (28,358km)
  • 러시아 - 31,318km(연방고속도로 총합) (87,157km)
  • 인도 - 1,186km (63,974km)


이상의 소개한 국가 중 철도가 고속도로보다 적은 나라가 몇 나라 있는지를 찾아보세요.

한국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예요.

이것은 무엇을 뜻할까요?


한국은 국토가 좁으니까 철도가 고속도로보다 발달하기 힘들다고 말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 주장을 만족하려면, 열거된 국가가 모두 한국보다 국토가 넓어야 한다는 전제가 만족되어야 해요.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네덜란드나 벨기에만 하더라도 한국보다 국토가 좁은데 고속도로보다 철도의 영업거리가 길어요. 심지어는 룩셈부르크조차도 한국과는 패턴이 같지 않은게 보이지요? 따라서 이 주장은 간단하게 논파되어요.

한국이 산악국가니까 철도에 불리하다고 주장할 수는 있어요. 영국, 네덜란드나 벨기에는 확실히 평지가 많으니까요.

그런데 과연 이게 사실일까요? 대표적인 산악국가인 스위스, 오스트리아, 체코 및 노르웨이를 보세요. 그런 주장 자체가 설득력이 전혀 없다는 것도 바로 드러나게 되어 있어요.

자동차생산국이니까 이렇다는 주장은 아예 고개조차 들지 못해요. 국적 자동차기업이 있는 OECD 국가인 미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일본, 이탈리아, 영국, 스웨덴은 물론, OECD 비회원국인 중국, 브라질, 러시아, 인도도 국적 자동차기업이 있는데 중국을 제외하면 고속도로보다는 철도의 영업거리가 더욱 길어요.


또한 고속도로는 대부분 철도보다 나중에 등장한, 자동차의 보급과 궤를 같이 한 새로운 교통로라는 점을 잊으면 안 되어요.

한국의 철도개통연도가 몇 년이었죠? 1899년이었어요. 그럼 고속도로개통연도는? 1968년. 두 세대가 넘지요. 해외의 경우도 다르지 않아서, 본격적인 개념의 고속도로는 상업철도 운전에서 1세기 이상 흐른 나치 치하의 독일의 아우토반으로 시작했어요.

게다가, 고속도로는 철도에 비해서 차지하는 면적이 넓은데다, 교차로가 차지하는 면적 등이 넓어서 이것을 무작정 확장하기에는 여러 난점이 있어요. 그래서 고속도로는 철도를 보조하는 간선교통로이자 역사가 짧고 부지매입, 교차로의 설계 등의 여러 문제가 있어서 확장하기에도 철도보다는 난점이 더 많이 존재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만 고속도로가 철도보다 많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철도에 아예 투자를 안 하니까. 이것으로 귀결되어요.

이렇게 절대적인 규모조차도 만족하지 못하는 한국의 철도시스템의 현실이 이런데 특정 국가의 전유물도 아닌 것으로 판명된 고속철도를 운영하는 국가라고 철도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것은 과연 정당할까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의 이 지론을 바꾸려면 철도시스템이 발전해야 해요.


그런데 열차운행방식을 보면 발전가능성이 있을지조차 의문이 들어요.

더욱 비관적으로 말하자면 한국은 철도의 불모지대같아요. 세상에 이런 데가 또 있을 정도로.



다음 회차에서는 열차운행방식을 다루도록 할께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13 댓글

대왕고래

2013-06-08 16:35:34

고속도로 길이도 순위가 내려갈수록 급격히 내려가는 거 같은데, 철도만큼은 어느 나라나 높은 수치네요... 우리 나라가 참 이례적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PS 잠시후에 계속이라는 것은, 아직 미완성이라는 것인가요;;;;

대왕고래

2013-06-08 19:53:28

보았습니다!

여러가지로 우리 나라는 기차 발전이 안 되어있네요. 저렇게 비교하니 확실히 보여요. 같은 조건의 타국보다도 발전이 없는...

마드리갈

2013-06-08 19:46:00

세계 각국의 통계를 보면, 유독 한국만큼은 세계적인 상식이 거의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보여요.

이게 건설적인 방향으로서의 특이성이라면 좋겠는데, 많은 경우에는 예측불허, 상식불통 등의 부정적인 문제로 귀결되기에 꽤 걱정되기도 해요.


조금 전에는 컴퓨터를 꺼야 해서 일단 저장했어야 했어요.

이제 완성해서 다시 올렸어요!!

하네카와츠바사

2013-06-08 20:04:06

한줄 요약 : 철마는 달리고 싶은데 달릴 길이 없네요.

마드리갈

2013-06-08 22:25:01

그렇죠. 달릴 길이 없어요.

더욱 상황이 안 좋은 것은, 그 철마조차도 급격히 늙어가서 언제 자연수명이 다할지도 모른다는 점이지요.

게다가 남아있는 길도 과도히 혹사당하고 있고, KTX에 밀려서 아예 관심의 대상도 되지 못하고 있어요.


확인사살 하나...의사결정권자들에게는 문제의식도 솔루션도 없어요.

처진방망이

2013-06-08 20:19:17

철도시설이 부족해서 겪는 불편함은 남의 이야긴 줄 알았는데 저도 간접적으로나마 겪어 봤지요.

대표적으로 지난 주에 작은누나의 내일로 루트를 주선해 주는데 열차 이용 거리와 버스 이용 거리를 비교해 보니 오히려 고속버스를 타는 것이 더 빠를 정도로 철도망이 매우 빈약했습니다.

특히 일반 열차를 기준으로 했을 때 긴 남북노선은 경부선과 호남선이라니 말 다했지요.

 

여담으로, 아버지께서의 증언에 따르면 저희 집에서 자동차로 10분 정도 있는 거리에 1960년까지만 해도 수원에서 출발하여 여주까지 이어지는 수려선을 이용할 수 있는 역이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영동고속도로 건설 등의 도로의 고속화 여파로 1972년에 폐선되고, 현재는 흔적도 없어졌지요.

 

http://film.ktv.go.kr/page/pop/movie_pop.jsp?srcgbn=KV&mediaid=806&mediadtl=6639&gbn=DH&quality=W

마드리갈

2013-06-09 00:05:20

네, 일단 수인선의 경우는 762mm 궤간 자체가 고속화에 불리한데다 차량의 수송력 자체도 상당히 약해서 일찍부터 한계가 보였어요. 1995년말까지 운용된 기동차는 시속 50km 전반이 한계였는데다 횡방향 진동이 꽤 불안정해서 탈선, 전복 등의 사고에도 자주 시달렸다고 해요.


안성선은 원래 사설철도였던 조선경남철도주식회사의 철도로 천안에서 장호원에 이르는 노선으로 경기선이라고 불렸어요. 이것은 1944년에 태평양전쟁 때에는 전시물자 징발로 선로가 철거되어 버렸어요. 이 때에 경북선의 예천-안동 구간도 철거되는데, 이후 경북선은 구간이 바뀌어 예천-영주간이 신설되어요.

그 안성선은 결국 1985년에 운행이 중단되고, 1989년에는 전 구간이 폐지되었어요. 천안-안성간의 도로가 고규격화됨에 따라 더 이상 그 구간만의 운전으로는 수지가 맞지 않아져 버렸으니까요.

진삼선은 원래 1960년대의 내륙종관철도 개발계획은 대삼선(대전-진주-삼천포)의 일부로 시작해서 우선 진주-삼천포 구간이 먼저 계통되었어요. 이것은 개통 당시에도 버스에 수요를 줄곧 빼앗긴 점이 문제가 되었고, 게다가 속도에서도 처져서 결국은 폐지되고 말았어요.

처진방망이

2013-06-08 22:40:09

수려선뿐만 아니라 안성선, 수인선, 진삼선 등도 도로의 고속화로 인해 폐선되었나요?

마드리갈

2013-06-08 22:37:09

그나마 경부선 연선지역은 나은데, 호남선 쪽으로 가면 굉장히 열악해요.

사실 서울에서 광주로 갈 때에는 고속버스는 거의 5분마다 1대 있어서 편한데, 열차는 안그래도 호남선이 2계통으로 나누어져서 광주역에서 내릴 것인가, 송정리역(現 광주송정역)에서 내릴 것인가를 사전에 결정해야 하니까 실질적으로 운행본수는 반토막나는 게 되어서 상당히 불편해요. 서울은 그나마 낫지 대구에서 광주, 전주, 순천 등지를 가려면 열차로는 못가요.


수려선, 안성선, 수인선, 진삼선이 20세기에 후반에 폐선된 철도예요.

수원발은 모두 762mm 궤간이고 안성선과 진삼선은 1,435mm 궤간이었어요.

군단을위하여

2013-06-08 21:07:54

확실히 2000년대에 고속도로가 집중적으로 지어졌죠. 그런데 철도는 영...

옆나라 일본 철도 문서를 작성하다 보니, 그곳은 아예 마을전철(...)수준으로 노선이 깔려 있는데, 폐선한다 만다 아직도 논쟁이 일어나는 걸 보면...

마드리갈

2013-06-08 22:52:32

철도는 아예 완전히 작정하고 버린 게 아닐까 정도로 투자하지 않았어요.

게다가 지역기반의 사설철도는 한국에서는 전혀 일어나고 있지 않아요. 법률은 있는데 그 적용대상이 없어요. 사실 일본의 사설철도 회사들을 보면 자본금이나 자산규모, 매출액 등을 봐서 국내 대기업들보다 결코 큰 편도 아닌데...

이쯤 되면 한국은 아예 본능적으로 철도를 싫어하는 건가 싶기도 해요.

HNRY

2013-06-09 08:55:03

마드리갈님의 글 잘 읽고 있었습니다. 확실히 통계부터 시작해서......문제가 많은 것 같군요. 그러고 보니 만약 누군가와 이거에 관해 이야기를 할 때 상대가 타국보다 국토가 좁아서란 논리를 들고 오면 무엇을 반례로 드는 것이 좋을까요?


ps. 우리나라에서 철도는 주요 교통수단이 아닌 보조 교통수단으로 취급받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ps2. 인식에 대한 생각 하니 어쩌면 철도를 싫어하는 수준이 아니라 두려워 하는 수준인 것도 아닐까 싶습니다. 이유는 글쎄요......생각하면 할 수록 복잡해지는군요.

마드리갈

2013-06-09 15:21:47

한국보다 국토가 좁고 지형이 더 험하면서 철도가 더 발달된 국가는 이런 곳이 있어요.

이미 3번 글에서 언급된 오스트리아나, 그보다도 훨씬 작은 산악국가인 스위스가 있어요. 특히 스위스는 바젤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의 라인강 수운을 통해 석유 등의 에너지자원을 수입하지만, 수력발전에 의한 전력 자체수급을 통해 전기철도를 아주 잘 발달시키는 방법으로 구조적 문제를 극복하고 있기도 해요.

또한 면적이 작은 반도국가의 경우라면 덴마크의 예도 적절해요. 덴마크의 국토면적은 한국의 40% 수준에, 인구는 5백만명을 근소하게 넘는데다 국토도 유틀란트 반도 북부와 덴마크해협의 크고 작은 섬이라서 철도 발달이 상당히 어려운 편이지만, 그래도 철도영업거리가 2,667km로, 면적 대비로도 인구 대비로도 한국보다는 보다 충실해요.


사실 철도는 효과에 비해 시현효과가 낮아요. 그러다 보니 표심잡기의 수단은 거의 되지 못하죠. 그래서 지방자치 시대가 되면서 특히 더 버려진 게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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