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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 序

지난 글 #1 철도통계의 맹점

지난 글 #2 국가별 통계 A

지난 글 #3 국가별 통계 B

지난 글 #4 도로와의 비교


지금까지의 4회의 걸쳐 한국의 철도시스템의 문제를 양적인 측면에서 다루어 보았어요. 통계의 맹점 지적, 여러 국가와의 비교 및 고속도로와의 비교를 통해서, 한국의 철도시스템이 일단 규모 면에서 상당히 부실하다는 것은 이해하셨을 거예요. 게다가 고속철도 운영국이라는 타이틀이 극소수 국가에만 허용된 특권적인 지위도 결코 아니라는 것도 드러났구요.


그런데 여기서 반문을 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래도 한국은 2011년도 국제연합 통계상 GDP 총합 세계 15위의 국가니까 철도시스템의 양적인 요소는 부족하더라도 질적으로는 충분히 좋지 않을까, 게다가 수도권 전철 네트워크가 상당히 조밀하니까 그 점만큼은 높이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 KTX는 프랑스 본토의 것보다 더욱 좋으니까 이미 선진국 레벨이 아닌가 등의 논점을 예상하실 수도 있겠어요.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릴께요.

망상에서는 되도록 빨리 깨어나는 게 좋아요.


왜 이렇게까지 극언을 하냐구요? 무슨 근거로?

철도에서 어떤 열차를 운용하는가를 보면 바로 드러나고, 그 점에서 보았을 때 한국의 철도시스템은 차량의 기술적 특성, 열차편성의 패턴 및 수요에의 효과적인 대응, 한국적인 특수한 상황에의 이해 등의 어떤 측면에서도 준비가 불충분하니까요.


열차를 편성하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의 방법이 있어요.

엔진이나 전기모터를 탑재한 기관차가 여러 객차나 화차를 끄는 방법, 그리고 지하철처럼 자체에 동력을 탑재한 차량이 달리는 방법의 두 가지예요. 앞의 것을 동력집중식, 그리고 뒤의 것을 동력분산식이라고 말해요.

그런데 이 방식이 그렇게 중요할까요? 정작 중요한 건 인테리어나 접객수준 등이 아닐까요 하는 반문도 나올 수 있다고 봐요.

하지만 이게 정말 중요해요.


동력집중식은 이런 특징이 있어요.

장점부터 볼까요?

  • 객차, 화차를 저렴하게 조달가능하다.
  • 승차감이 우월하다.
  • 열차총중량을 줄일 수 있다.
  • 편성의 자유도가 크며, 객차/화차의 연결대수, 도중의 열차분합이 용이하다.
  • 동력이 집중되어 있어 고장 발생시 대처가 비교적 용이하다.
  • 대량수송의 경우 유지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 차륜의 레일에 대한 점착력이 크다.

단점도 볼께요.

  • 열차의 편성길이가 길어져 역의 플랫폼 길이 및 포인트 전환시간이 길다.
  • 기관차의 축중이 커서 운행이 불가능한 궤도가 있다.
  • 기관차의 조달비용이 높다.
  • 소규모 운송에 대응하기에는 유지비가 높다.
  • 방향전환운전에 약하다.
  • 감가속 성능이 낮다.
  • 기관차 혹사율이 높으며, 유사시 기관차 부족 문제에 시달릴 수 있다.


동력분산식은 이런 특징이 있어요.

장점부터 볼까요?

  • 열차의 편성길이를 짧게 할 수 있어 보다 많은 역에서 운용이 가능하고 포인트 전환시간도 짧다.
  • 감가속 성능이 탁월하여 운행시간 단축이 가능하다.
  • 축중이 낮아 운행가능한 궤도가 많아진다.
  • 전기식차량의 경우 회생제동 사용이 용이하다.
  • 대량수송 및 소규모수송 모두에도 대응이 가능하다.
  • 방향전환운전이 용이하다.

단점도 볼께요.

  • 열차총중량이 늘어난다.
  • 차륜의 레일에 대한 점착력이 낮다.
  • 동력원이 분산되어 있어 고장 발생시 대처가 어렵다.
  • 차량의 도입가격이 높다.
  • 엔진이나 전기장치 등이 객실하부에 있어 소음 및 진동으로 승차감이 나빠진다.
  • 편성의 자유도가 낮으며, 운전중 분합에도 불리하다.


대략 이런 장단점이 있어요.

한국의 경우, 동력분산식은 수도권전철 및 각 대도시 지하철의 여객전동차 전량에 적용되어 있고, 일반 간선철도에서는 통근형 기동차에만 적용되어 있고 운행대수도 많지 않아요. 그 이외에는 여객열차도 화물열차도 모두 동력집중식이예요. 새마을호 디젤동차의 경우도 사실은 동력분산식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 8량편성 중에서는 양단의 1, 8호 차량에만, 그리고 16량 중련편성 중에서는 1, 8, 9, 16호차에만 동력차가 있어서 진정한 의미의 동력분산식이라고는 할 수 없어요. 즉 한국은 동력집중식이 일반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어요.


반면에 일본에서는 동력집중식은 현행의 선라이즈 익스프레스나 과거의 583계 특급전차같은 침대열차를 제외하면, 장거리 침대열차 및 화물열차에만 적용되고 있어요. 그 이외에는 대도시권의 통근전차, 교외의 통근기동차부터 각종 재래선 급행, 특급열차는 물론 신칸센전차까지 모두 동력분산식을 쓰고 있어서 한국과는 달리 동력분산식이 일반적인 경향을 띠어요. 독일이나 프랑스 등의 유럽에서는 이 두 극단의 중간을 띠고 있어요.


자, 그럼 한국의 방식이 옳을까요?

전혀요. 한국의 방식은 철도차량의 편성에서만큼은, 단언하건대 완전히 틀렸어요. 일본이나 유럽의 방식이 모범답안이 아닐지라도, 한국의 방식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만큼은 확실해요.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 위의 동력집중식의 장점을 다시 보고 아래의 질문에 대답해 보시겠어요?

  • 신형 객차가 얼마나 자주 보이나요?
  • 승차감이 정말 좋은가요?
  • 왜 특정 시간대에만 미어터질까요?
  • 믿고 쓸 수 있을만큼 객차가 좋던가요?

위의 질문들에 자답을 해 보세요.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다음 회차에 공개할께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4 댓글

하네카와츠바사

2013-06-17 08:34:12

무궁화호 객차를 타면 가끔씩 과연 이 열차가 저보다 나이가 많은가 적은가를 생각해 보고는 합니다. 사실 낡은 객차를 다 밀어내서 무궁화호로 묶어 버린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마드리갈

2013-06-17 14:06:26

노후화된 정도가 정말 심각해요. 무궁화호 객차는.

보통 객실 안쪽에서 봤을 때 출입문 벽 왼쪽 위에 플레이트가 붙어 있어요. 거기에 차량제작사 및 연도가 나와 있어요. 이를테면 대우중공업 1980년 제작 이런 식으로요. 때로는 제작연도 대신 개조연도가 나오는 경우가 있기도 해요. 2007년 개조 이런 식으로...

하네카와츠바사님 말씀대로, 사실 노후객차를 모두 몰아서 묶은 것도 맞아요. 새마을호용 객차 중에 그렇게 격하되어서 쓰이는 것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무궁화호 객차에 이런 흑막이 있어요.

구 디자인리미트, 현 SLS 중공업이라는 회사가 바로 그 주범이예요.

http://weekly.donga.com/docs/magazine/weekly/2011/09/30/201109300500014/201109300500014_1.html


게다가 2003년 고모역 열차추돌사고에서는 그 문제가 현실화되었어요. 문제 기업의 납품차량 111량 중 안전강도 검증을 받은 적이 없었고, 54량은 차체를 분해하지 않으면 개수가 불가능할 정도의 제동장치 결함이 발견되기까지 했어요. 게다가 감사원 적발결과에 따르면 당시 철도청 보유 열차프레임을 제작업체가 제작한 샘플로 조작한 악질적인 사례도 있었어요.

처진방망이

2013-06-17 15:59:47

저는 KTX-산천의 잦은 결함이 연달아 나오는 뉴스에서 우리나라의 철도 시스템은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고,

좀 더 깊이 파내려가니 철도망 개설부터 서비스까지 전반적인 부분에서 여간 잘못되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거기에 마드리갈님께서 정리한 이 자료들을 보니 우리나라 철도 시스템의 그른 점에 대한 이해가 더 쉽네요.

마드리갈

2013-06-17 16:46:05

KTX-산천은 이야기할수록 머리아파질 정도의 결함이 누적되어 있어요. 일각에서는 돈 내고 베타테스트에 협력하는 거라고 말할 정도니까요. 더욱 심각한 것은, 그런 잘못된 차량에 대해서 근본적인 대책은 없다는 점이예요. 즉 중국에서처럼 대형사고가 터지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니까요.


한국은 동력집중식을 많이 쓰니까 기관차도 많을 것 같죠?

전혀 아니예요. 사실 기관차 자체도 태부족하고, 그래서 노후화도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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