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to content
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영어가 아닌 한자어, 한자어가 아닌 영어

대왕고래, 2023-01-06 22:20:20

조회 수
132

예전에 "자타"를 사람 이름으로 햇깔렸던 걸 말한 적이 있었네요(링크).

지금 생각하니 어원을 햇깔린 단어가 그것만 있는 게 아니었어요.

  • 사이비
어릴 적에 "사이비 종교 조심해야한다" "가는 길 잡아세우고 이상한 거 권유하면 무조건 도망쳐라"하는 식으로 들었어요.

사이비 종교라는 말을 그렇게 처음 들었는데, 그때는 이렇게 생각했었네요.

"사이비? 어느나라 말이지? 혹시 영어인가?" 이렇게요.

 

그럴만도 한 게, 사이비, 사이코. 비슷해보이잖아요?

'사이비 종교는 이상한 거 가르치는 못된 종교라고 들었고, 이상한 거 가르치니까 사이코, 사이비, 사이비 종교구나!'

그 때의 저는 아마 이렇게 생각했던 거 같아요.


실제로 사이비는 닮을 사(似) 말이을 이(而) 아닐 비(非) 세 글자로 이루어진, "닮았지만 아닌"이라는 의미를 가진 한자어죠.

종교와 닮았지만 종교라고 할 수 없는 것... 이런 의미의 단어가 "사이비 종교"인 거네요.


  • 목업

저건 어린 시절에 있었던 해프닝이라면, 이건 좀 최근에 있었던 일이네요.

전 직장이 제조업을 했었는데, 그래서 흔히들 "무슨무슨 제품 목업 만들어야 하니까, 모델링 파일 업체에 보내." 하는 식으로 지시가 내려오고는 했죠.

근데 저는 목업이라는 단어를 그 때 처음 들었어요. 

그런데 이게 뭔지는 그 동안 일하면서 눈치껏 "샘플"하고 비슷한 의미라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머리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했죠.

'응? 목업은 왜 목업이지?'

'목업? 목? 나무?'

'그럼 나무로 한 작업이니까 목(木) 업(業)이네?'

'왜 나무로 한 작업이지? 아하, 아주 옛날에는 이런 샘플작업을 나무 깎아서 만들었겠네, 그래서 목(木) 업(業)이구나.'


나중에서야 깨달았는데... 이 목업은 영단어였어요.

mock-up. mock이라는 단어는 '모의의'라는 의미의 형용사이기도 하네요. 여기서 유래한 단어가 mock-up.

의미는 모형, 시제품이라는 의미에요. 실제로도 저 의미로 흔히 쓰이죠.

이걸 거의 30 가까이 먹고 나서야 알았네요. 하긴 저걸 직장에서 처음 들었으니...



일단 기억나는 건 이 정도네요. 이상하게 저는 단어의 의미를 이상하게 알아듣는 경우가 많았네요.

다른 한자어 같은 영어, 영어 같은 한자어는 또 뭐가 있을까요, 저는 또 어떤 단어를 착각하게 되는 걸까요?

대왕고래

저는 대왕고래입니다. 대왕고래는 거대한 몸으로 5대양을 자유롭게 헤엄칩니다.

대왕고래는 그 어떤 생물과 견주어도 거대하다고 합니다.

5 댓글

마드리갈

2023-01-06 22:31:22

재미있네요. 저는 두 단어의 어원을 혼동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경우를 보긴 했어요.

사이비를 유독 "싸이비" 라고 발음하는 사람이 있었죠. 왜 그렇게 발음하냐 물어보니까 영단어니까 그 발음이 맞을테니까 싸이비라고. 한자어라고 말해 주니까 그 자리에서 얼굴이 빨개져서 아무 말도 못하게 되더라구요.

목업의 경우는 자동차나 항공기 관련 정보를 주로 영어권 저널에서 자주 읽는 터라 그래서 알게 되었고 그래서 처음부터 그걸 영어라고 알고 있었죠. 대왕고래님의 경우는 확실히 재미있어요.


이런 것도 있죠. 바지선. 바지(barge)는 자체동력이 없어서 다른 배가 밀거나 끌어서 움직이는 식으로 운용되는 평평한 바닥의 배를 말해요. 이걸 하의의 한 종류인 바지와 혼동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한복의 한 종류인 스란치마 같은 것도 외래어라고 착각하기 쉬운 것이고.

대왕고래

2023-01-06 23:27:39

바지선이라는 단어 자체를 처음 들어보네요. 바지의 재봉선인가 했어요. 스란치마도 처음 들어보는...
의외로 처음 듣는 단어가 참 많았네요 제가.

SiteOwner

2023-01-07 14:50:46

예의 두 어휘는 정말 착각하기 쉽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에 대한 일화도 재미있습니다.


사이비는 한자로 표기할 때 손글씨로는 似而非라고 다 쓰지만 컴퓨터에서 입력할 때는 잘 안 씁니다. 일본어로는 "에세" 라고 읽는데 似非라고도 쓸 수 있어서 보통 저렇게 2글자로만 쓰거나 보다 대중적인 어휘인 "유사(類似, 일본어발음 루이지)" 로 바꿔 쓰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목업이라는 용어는 저는 일본어로 처음 접했습니다. 일본어 발음은 못쿠앗푸(モックアップ). 그래서 저는 처음부터 한자어가 아닌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만, 일본어에서도 은근히 혼동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어에서는 아예 키가타(木型, 목형)라는 어휘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사실 1972년에 타츠노코프로에서 제작한 애니인 카시노키못쿠(?の木モック)가 있습니다. 이것은 피노키오를 각색한 애니로 우리나라에도 수입되어 피노키오의 모험 제하로 방영되기도 했습니다. 못쿠(モック)라는 말은 최대한 충실히 번역하자면 "나무토막" 정도.

대왕고래

2023-01-07 23:19:04

루이지라는 용어도 있네요. 슈퍼마리오의 루이지가 생각나네요. 처음부터 2P캐릭터로 만들어지다 보니 마리오와 "유사"한 2P라는 이름으로 지어진건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일본어로 처음 접하면 햇깔릴 일이 잘 없겠네요, 애초에 목업 자체가 영어면 당연히 가타카나로 적을테니... 한국어로 적으면 영어발음을 받아적은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겠고요. 각 언어의 특징이 확실히 있네요.

SiteOwner

2023-01-08 15:19:09

루이지라는 이름은 이탈리아에서 잘 쓰이는 남성명이고 철자는 Luigi. 실제로 이런 이름이 많이 쓰입니다. 유명인 중에는 이탈리아의 항공엔지니어이자 오늘날의 터보팬 엔진의 기원인 인튜브 프로펠러를 창안한 루이지 스티파(Luigi Stipa, 1900-1992)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슈퍼마리오와 유사한 루이지도 말이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한자어를 정확히 기억하는 방법으로 일본어를 이용하여 교차검증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예전에 법학을 공부할 때 그런 식으로 접근한 적이 있고 그 작업 덕분에 일본어 한지읽기 능력이 대폭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Board Menu

목록

Page 36 / 295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SiteOwner 2024-09-06 168
공지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일단 보류합니다

SiteOwner 2024-03-28 172
공지

타 커뮤니티 언급에 대한 규제안내

SiteOwner 2024-03-05 189
공지

2023년 국내외 주요 사건을 돌아볼까요? 작성중

10
마드리갈 2023-12-30 360
공지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

612
마드리갈 2020-02-20 3863
공지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

2
  • file
마드리갈 2018-07-02 1001
공지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

2
SiteOwner 2013-08-14 5973
공지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하네카와츠바사 2013-07-08 6594
공지

오류보고 접수창구

107
마드리갈 2013-02-25 12088
5196

이름 자체가 스포일러인 캐릭터

6
  • file
마키 2023-01-12 159
5195

JR 출범후에 입사하여 JR토카이의 사장이 된 니와 슌스케

2
SiteOwner 2023-01-11 118
5194

2023년의 연간 프로젝트

4
  • file
마키 2023-01-10 157
5193

감시자는 누가 감시하는가?

7
Lester 2023-01-09 177
5192

옥토끼를 찾아 나서는 한국과 일본의 달 탐사 프로젝트

4
  • file
SiteOwner 2023-01-08 148
5191

간만의 이상한 꿈에 신경이 곤두서 있었습니다

5
SiteOwner 2023-01-07 159
5190

영어가 아닌 한자어, 한자어가 아닌 영어

5
대왕고래 2023-01-06 132
5189

선택적인 정의감과 비판의식에 대해서 몇 마디

4
SiteOwner 2023-01-05 138
5188

그러고 보니 국내 라면의 역사도 올해로 60년입니다

2
SiteOwner 2023-01-04 116
5187

대체 언제까지 노스트라다무스를...

4
SiteOwner 2023-01-03 137
5186

에코테러리즘이 내놓은 잘못된 해답

13
마드리갈 2023-01-02 210
5185

새해를 맞아 이것저것.

4
  • file
시어하트어택 2023-01-01 135
5184

2023년 신년인사

6
SiteOwner 2023-01-01 216
5183

2022년 송년인사

8
마드리갈 2022-12-31 264
5182

2022년 국내외 주요 사건을 돌아볼까요?

4
마드리갈 2022-12-30 359
5181

한 명의 반쪽이 인문학도로서, 새해를 앞둔 잠깐의 회고

4
Lester 2022-12-30 151
5180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에 대하여 2 - 개략적인 정보

2
  • file
SiteOwner 2022-12-29 131
5179

독서하다 보니 문득 드는 생각.

6
시어하트어택 2022-12-28 197
5178

올해는 건강 측면에서도 별일이 다 있었네요

2
마드리갈 2022-12-27 116
5177

북한은 끊임없는 대남도발만큼은 확실히 지킨다

9
마드리갈 2022-12-26 167

Polyphonic World Forum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