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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쟁에서 북베트남은 소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서 전쟁을 수행했습니다.
그 중 미국을 충격에 빠트린 무기 중에 기관포가 주무장이고 6.25 전쟁 때에 비해서 외관상으로는 거의 달라진 게 없는 MiG-17이라는 전투기였습니다.
이전 글인 MiG-15와 두 영웅 이야기에 나오는 MiG-15를 보신 후에 아래의 사진을 감상하시면 대체 뭐가 다르지 하는 의문을 가지셔도 이상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래의 사진은 북베트남군의 MiG-17.
이미지 출처
사실 MiG-17은 MiG-15와 뭐가 다른가 싶을 정도로 닮았습니다만 실은 크게 다른 기체입니다.
MiG-15는 마하 0.92를 넘으면 상당히 불안정해지지만 후속작인 MiG-17은 그보다 높은 고아음속대에서도 조종이 확실하게 되도록 더욱 얇고 더욱 후퇴각이 큰 날개를 탑재한 기체입니다. 게다가 제트엔진의 터빈 뒤에 연료를 추가로 분사하여 추진력을 급격히 늘릴 수 있는 애프터버너(Afterburner)를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날개 위에 기체중심선과 평행한 윙펜스(Wing Fence)를 더욱 크게 갖추고 있는 데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이 MiG-17은 당시 미사일 만능주의에 빠져 있던 미군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보니 미 공군은 당시의 주력 제공전투기인 F-4 팬텀에 20mm 발칸포 포드를 탑재하는 것으로 대응하거나 아예 기체를 개수하여 기수 아래에 발칸포를 고정탑재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미 해군은 같은 기종을 쓰면서 월남전이 끝날 때까지 미사일만 장비하였습니다.
월맹군에는 톰 대령(Colonel Tomb)이라고 불리는 미군 항공기를 13대 격추했다는 전설적인 조종사가 있었습니다. 그는 구엔 툰(Nguyen Toon)으로 알려지거나 툰(Toon) 대령 등으로 알려지는 등 인적사항이 정확하지는 않으며 그가 마지막으로 등장했던 1972년 5월 10일 이후에도 정확히 누구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후에 밝혀지기로는 그런 이름의 대령은 없었다고 하고 미군 내에서 알려진 그의 이름 또한 베트남인의 인명이라기보다는 콜사인이 아니었나 하는 추측이 무성할 뿐입니다.
그 톰 대령이 조종한 MiG-17은 기수에 3020이라는 번호가 쓰여져 있었고 킬마크도 붉은 별로 그려져 있었다고 합니다. 그 기체가 마지막으로 등장한 것은 1972년 5월 10일. 미 해군의 F-4 팬텀이 그 기체를 격추하면서 그 톰 대령은 기체와 함께 사라졌습니다. 당시 팬텀 전투기의 조종사는 랜디 듀크 커닝햄(Randy Duke Cunningham, 1941년생) 대위, 레이더관제사는 윌리엄 P. 드리스콜(William P. Driscoll, 1947년생) 대위였습니다. 그 두 장교의 콤비는 미군을 곤혹스럽게 만들던 그 월맹군 조종사를 제거한 데에서 영웅적으로 빛났습니다. 그리고 두 조종사 모두 네이비크로스(Navy Cross), 은성훈장(Silver Star), 퍼플하트(Purple Heart) 및 에어메달(Air Medal)을 수여받고 중령으로 전역했습니다. 여기까지의 두 영웅의 길은 같았습니다. 그러나 드리스콜이 전역 후 탑건에서의 공중전 컨설턴트로 활동했고 이후에는 샌디에고의 부동산회사에서 일하면서도 군용항공 관련의 컨설턴트 및 강연자로서 평온히 살아가고 있는 것에 반해 커닝햄의 커리어는 과연 이래서 되는 것인가 싶을 정도로 급전직하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듀크 커닝햄은 전과자가 되었습니다.
대략 이런 것입니다. 2005년에 그의 부정이 드러났습니다. 2003년 당시 듀크 커닝햄은 방위충당소위원회(Defense Appropriations Subcommittee)의 일원이었고 방위 및 첩보관련 솔루션 제공업체인 MZM의 대표인 미첼 웨이드(Mitchell Wade, 1963년생)와 부정한 거래를 한 것이었습니다. 웨이드가 듀크 커닝햄의 자택을 167만 5000달러에 매입한 뒤에 그의 회사는 수천만 달러가 넘는 큰 계약을 수주했고, 이후 그 부동산을 97만 5000달러에 내놓았습니다. 즉 그 차액인 70만 달러는 바로 거래의 형태로 공여된 뇌물이었습니다. 듀크 커닝햄 본인은 정당한 거래라고 주장했지만 그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연방수사국(FBI)이 커닝햄의 자택과 MZM의 사무실과 웨이드의 자택을 동시에 압수수색했고 다른 비리도 계속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2005년 11월에 연방법원이 그에게 조세포탈, 수뢰, 사기 등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부동산을 비정상적으로 부풀린 가격으로 거래했다든지 요트, 롤스로이스 자동차, 고가구, 보석 등을 무상으로 사용하거나 공여받았다든지 방위산업체 측에 딸의 대학 졸업파티에 기부금을 내게 했다든지 하는 등의 온갖 비리가 쏟아져 나온 것이었습니다. 최대 징역 10년을 선고받을 수도 있었지만 255만 달러 상당의 집과 180만 달러 이상의 현금과 사치품 등을 압류당하는 것은 물론 다른 방위산업체의 뇌물스캔들에 대한 정부수사에 협력하는 조건으로 8년 4개월이 선고되었습니다. 2006년에 수감되기 직전에 당시 91세였던 어머니와의 면회를 요청했지만 거부되었고 결국 2013년까지 복역했습니다.
2013년에 사회복귀프로그램을 거쳐 조기석방된 그는 태어나고 자란 주인 캘리포니아(California)를 떠나 동남부의 주인 아칸소(Arkansas)로 이주했습니다. 미 해군에서의 21년 복무 및 의회에서의 14년 근무경력 덕분에 연금은 나오고 있었지만 그것도 압류당했고, 아칸소에서는 월 1700달러로 생활할 것이고 수렵을 하고 싶다고 총기소유허가신청을 냈지만 전과자인 그는 그 신청을 거부당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아칸소에서 생활중입니다.
그리고 2020년대가 되어서는 당시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1946년생)의 사면령 덕분에 2021년 1월 13일에 사면받았습니다.
캘리포니아 출신의 두 해군조종사가 한 팀을 이루어 월맹군의 MiG-17을 격추하고 그 전설의 적은 다시 나타나지 않게 된데다 전역후에도 그 두 영웅은 캘리포니아로 돌아왔지만, 듀크 커닝햄은 이전의 명예를 모두 잃어버리고 전과자로 전락한 채로 타향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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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대왕고래
2023-02-20 18:19:29
영웅으로 살더라도 악당으로 타락하면 악당으로 남는 법이죠.
언제 좋은 일을 하게 되더라도, 나쁜 일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또 주의해야겠네요.
SiteOwner
2023-02-21 14:11:11
명예라는 게 얻기는 참으로 어렵고 잃기는 너무도 간단합니다.
과거의 전쟁영웅이 부정부패의 화신으로 타락해 버리고 명예를 잃은 채로 곤궁하게 타향살이를 하고 있는 듀크 커닝햄의 행태는 그 자신은 물론 그의 가족, 전우 등 관련된 모든 사람에게도 불행 그 자체입니다. 그렇게 타락하지 않아야겠지요. 이런 사례는 듀크 커닝햄이 마지막이 되어야 할 것 같고, 이걸 계승해서는 안되겠지요.
여러모로 씁쓸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