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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인류역사상 가장 성공적으로 형성된 국가라고 할 수 있어요.
처음부터
공화국으로 건국된 최초의 국가이자 국토의 대부분이 온대지방에 위치하면서 천연자원도 풍부하고 인접한 강력한 적국도 없는 천혜의
환경을 지녀 독자적인 생존이 가능한 국가면서 인구도 많고 국내시장도 압도적으로 크다 보니 자국의 표준이 곧 세계표준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이기도 하죠. 이렇게 강점이 많은 국가에도 사실 약점은 꽤 있어요. 특히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발생했던 수차례의
치명적인 오류를 생각해 본다면 정말 이것밖에 없었을까 싶은 안타까움도 느껴지고 그러해요.
미국의 대외정책상 오류는 20세기 후반에 집중되어 있어요.
약간 외연을 넓히자면 제2차 세계대전에까지 확장가능하지만...
대략 요약하자면 이 정도가 되겠네요.
첫째, 공산진영을 너무 믿었다.
둘째, 이미 패망한 적을 너무 경계했다.
셋째, 적의 적이 반드시 친구로 되지 않음을 무시했다.
넷째, 대외정책에 일관성이 없었다.
첫째 오류에 대해서는 유럽의 독일과 이탈리아 및 아시아의 일본이 결성한 추축국 동맹체제에 대항하기 위해서라는 변명이 어느 정도 통하기는 해요. 그러나 추축국의 지배이념이 극우 전체주의였고 소련의 지배이념이 극좌 전체주의였던 것을 생각해 보면 소련과의 거리를 둘 필요도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그 결과 1948년을 기해 마각을 드러낸 소련의 정체에 대해서는 대응이 상당히 허술했고 이것도 모자라서 중소분쟁이 격화되면서 중국을 소련을 약화시킬 요소로 보았는데 중국에 힘을 너무 많이 실어줬던 것도 있어요. 결국 이것은 1971년에 대만을 국제연합(UN)에서 쫓아내자는 세계적인 움직임을 저지하는 데에 역부족이 되었고, 서유럽 국가들과 캐나다가 대만 축출에 찬성표를 대거 던지면서 결국 미국의 손을 벗어나는 결과로 이어졌어요.
둘째 오류 또한 물론 이해할 여지가 많아요.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많은 희생을 치르면서 유럽과 아시아에서 전쟁을 치루었고 독일에 대해서는 영국, 프랑스 및 소련과 4분할하는 식으로 견제를 한 것은 물론 일본에 대해서는 원자폭탄을 투하하면서 겨우 항복을 시켰으니까 그런 국가들이 다시 일어서서 미국에 다시 비수를 겨누는 상황을 막아야 했다는 필요성도 당연히 있었을 것이겠죠. 그래서 미국은 전후처리를 하면서 구적국들의 체제를 개혁하고 미국적 가치를 이식하는 방식으로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맹이 될 수 있도록 만든 것이죠. 그렇지만 이후의 조치 중에는 그러한 미국의 대외정책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도 상당히 많았으니까요. 대표적으로 1985년의 플라자합의같은 조치. 그나마 유럽 국가들은 지역기구를 통해 협력할 수 있었던 여지도 있었지만 일본의 경우는 집중적으로 공격받았어요. 이런 것들이 재팬 배싱(Japan Bashing), 즉 일본 때리기로 나타났고 이후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 담론의 제기의 단초가 되기도 했어요.
셋째 오류가 가장 뼈아픈 것인데...
공산진영의 양강인 소련과 중국은 한때 영원한 친구 운운하면서 경이적인 결속력을 자랑했다가 소련발 수정주의의 대두와 영토분쟁을 거치면서 험악하게 대립하게 되었어요. 그러자 미국은 소련을 약화시킬 수 있는 요소로 중국을 지목하고 중국에 힘을 실어주게 되죠.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소련에 적대하는 중국이 공산주의를 포기했을까요? 전혀 포기하지 않고 교조주의로 여겨질 정도로 마르크스-레닌주의에 경도되었어요. 즉 적의 적이라서 친구가 되라는 보장은 전혀 없어요. 즉 적의 적이 다른 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못한 것이었어요.
이 패착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소련군에 대항하던 무자헤딘을 지원한 것이라든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이미 반미 적성국이 되어 있었던 이란에 맞서 싸우던 이라크를 지원했다든지 하는 것으로도 이어졌어요. 그러면서도 적성국 이란과의 거래로 얻은 수익을 니카라과의 우익반군을 지원하는 데에 사용한 이란-콘트라 사건 등의 말도 안되는 모순을 일으켜서 결과적으로 이러한 분쟁에 미국의 각 정부기관이 얽혀서 미국의 정부기관끼리 싸우는 황당한 꼴로 이어져 버렸으니까요.
넷째 오류는 위의 3개에 비해서는 다소 대중적이지는 않긴 하지만 그래도 곱씹어볼 필요가 있어요.
프랑스의 달러-금 태환요구에 대한 미국의 불태환 선언 덕분에 50년 전인 1973년에 금본위제를 근간으로 하는 브레턴우즈 체제가 붕괴하고 현재의 변동환율제가 성립되었다든지, 플라자합의에서 미국 이외의 선진국들, 특히 일본을 약체화시키는 등의 조치로 일본의 고도성장을 방해했다든지 하는 등 미국의 선진국 대상의 대외정책은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라면 타 동맹국을 얼마든지 약체화시킬 수도 있다는 면모를 보였죠. 그리고 그러한 조류는 일본의 보통국가화 담론의 부상이라든지,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 개전에 대한 독일과 프랑스의 반대 및 러시아와의 연대라든지, 안미경중이라는 용어로 약칭되는 우리나라의 미국에의 안보의존 및 중국에의 경제의존 구도 고착 등으로 이어지면서 미국의 리더쉽을 약화시켰죠. 즉 미국적인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에게는 잔혹한 면모도 꽤 많이 보였던 것이죠.
그런데 미국적인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중국,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및 파키스탄에 대해서는 굉장히 관대했어요. 중국의 경우는 위에서 언급된 것처럼 소련에 대한 소모전 강요수단으로서 힘을 실어준데다 이스라엘의 중국에 대한 보은외교를 계속 허용하여 이스라엘이 서방권 기술의 대중국 공식 루프홀로 기능하게 만드는가 하면, 터키는 사이프러스를 침공하여 괴뢰국을 설립했지만 일단 에르도안 정권의 친러행보 이전까지는 계속 포용해 왔고, 사우디아라비아는 1970년대의 두 차례의 오일쇼크를 주도한 주범이었는데도 미국의 당시 최신예 전투기인 F-15를 수출하는 등 이상할 정도로 높은 수준으로 미국이 지원해 왔었죠. 파키스탄은 제3세계의 수장으로서 위상이 급상승하던 인도에 대한 대항마로서 미국이 지원했지만 파키스탄은 번번이 미국을 배신하고 친중노선으로 가고 있는가 하면 탈레반과 내통하는 못 믿을 행보를 지속하고 있기도 한데 결국 그렇게 미국적인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들에 대해 미국은 단호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요.
물론 이것으로 반미주의로 가야한다고 말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돼요.
미국은 세계를 선도하는 세계제일의 국가이자 세계 자유진영의 표상인 터라 앞으로도 미국이 초강대국으로 있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니까요. 하지만 미국의 이런 대외정책상 오류는 20세기 후반부터 많이 누적되어 왔고 그 결과 미국의 수많은 정책들이 자충수가 되어 미국적인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들의 강대국화 및 미국적인 가치를 공유하는 선진국의 약체화라는 기현상이 지속되고 있고 따라서 이제부터는 미국이 이러한 오류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는 위기의식도 느꼈으니까 이렇게 정리를 해 본 것이었어요.
그리고 2020년대도 이미 4년째인 올해인 2023년.
지금이야말로 미국이 과거의 대외정책상 오류를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요.
코로나19 판데믹에서 드러난 중국의 무책임과 폭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미국적인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제3세계 주요국가들의 친중노선으로의 경도, 무역을 통한 변혁시도의 실패 등은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연구되고 또한 궤도수정에 참고되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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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대왕고래
2023-04-12 00:32:30
제가 이해한 게 맞는지 한번 정리해봤어요.
첫째, 셋째 오류에서는 같은 편으로 둔 자들이 오히려 자신에게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는 비수를 꽂아도 뭐라 할 수가 없게 된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둘째 오류는 이미 이긴 적을 경계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 과정에서 형평성에 어긋난 부분이 존재하네요. 넷째 오류도 형평성의 오류...
많이 요약하면 손을 신중하게 잡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형평성에 어긋났다는 것이네요.
이미 지나간 역사에 뭐라 할 수는 없겠죠, 그저 이런 일이 있었으니, 다음에는 제대로 해야지 라고 할 수 밖에 없네요.
마드리갈
2023-04-12 13:38:51
잘 요약해 주셨어요.
미국의 그러한 패착은 2차대전 이후 미국이 재편한 국제질서를 스스로 부정하는 결과로 일어났고 그것이 바로 오늘날의 미국의 외교가 다액을 소비하며 세계 각지에서 전쟁수행을 하고 전술적 승리를 거듭하면서도 그 전술적 승리의 의미를 전략 단위에서 뭉개버리는 위기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어요. 미국식 자본주의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컨설팅회사들이 코로나19 판데믹 비상사태의 종료가 다가오면서 더 이상 호황을 누리지 못하고 이제는 회사의 사이즈를 줄여야 할 정도로까지 위기에 몰린 것도 다르지 않아요. 멀리 내다보는 것은 도외시하고 단기간의 실적개선에만 천착하다가 그렇게 된 것은 관민 할 것 없이 똑같은데다 실제로 미국의 관가에는 컨설팅회사에서 경력을 쌓아서 들어간 사람도 많다 보니 미국의 관가는 컨설팅회사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안고 있는 것이고 이게 대외정책에서는 연속적인 패착으로 대내경제에서는 실리콘뱅크(SVB) 파산, 테크기업의 혼란 및 컨설팅회사에의 한파 직격 등으로 나타나는 것일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