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제목이 "신성한 국방의 의무" 가 아니라 "실성한 국방의 의무" 로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이 아닙니다.
정말 그렇게 썼으니까 그렇게 보이는 것입니다.
이런 사례가 있습니다.
이 언론보도를 보시면 전말을 알 수 있습니다.
[단독] “예비군 훈련은 출석 인정 안 돼”… 성적 1등 하고도 장학금 깎였다 (2023년 6월 8일 조선일보)
소개된 전말을 요약하면 대략 이렇게 되었습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외국어교육센터의 교수가 예비군훈련을 다녀온 학생에게 결석처리를 했습니다. 그 결과 최종성적은 1등이었으나 예비군훈련이 결석으로 처리되어 1등 장학금을 놓치게 된 것. 그리고 그 학생이 이의를 제기했지만 담당교수는 성적정정을 거부하고 "정규수업이 아닌 교내 비교과 프로그램에는 예비군법보다 센터 규정이 우선한다" 라고 주장한 것. 이 사건에 대해 한국외대 측에서는 "해당 학생에게도 1등 장학금은 아니지만 소정의 장학금이 지급될 예정이었다" 라고 언급하고 유고결석 불가가 학생들에게 충분히 공지되었고 숙지한 것으로 알고 있고 얘기가 끝난 것으로 안다는 것.
법정에서도 예비군법보다 센타 규정이 우선한다는 그 지론이 통할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그런 발상으로 가한 불이익이 정당한 사유가 될지 법정에서 잘 증명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각 대학이 국방의 의무를 이따위로 취급하니까 국방의 의무는 더 이상 신성하지 않고 해봤자 불이익만 가져다 주는 실성한 짓거리로 전락했습니다. 그렇게 국방의 의무를 수행한 사람들을 천하게 여기는 대학도 배제되지 않고 국방의 수혜자가 되니 이건 또 무슨 아이러니인지. 태어나기 직전에 자신의 스테이터스를 자유로이 설정할 수 있다면 한국인 남성을 선택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학생사회 일각에서는 군필자를 파쇼정권의 앞잡이 등등으로 매도하고 카투사 출신은 미제의 앞잡이를 자처한 민족반역자 운운하며 매도하긴 했지만, 적어도 저런 교수는 만나지 않았아서 정말 다행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이건 이것대로 행운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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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ter
2023-06-11 00:15:40
이런 사례(링크)처럼 국가유공자가 됐더니 더더욱 힘든 생활로 몰아넣는 것부터 봐도 국방에 대한 인식은 끝장났다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한 댓글 말마따나 군사독재정권에 대한 혐오가 군인 그 자체에 대한 혐오로 바뀌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만, 그것과 상관없이 군인들을 지켜야 할 정부가 나몰라라 해도 되는 걸까요. 이럴 거면 아예 미국의 51번째 주로 들어가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의료체계 같은 게 미국식으로 바뀌어 더더욱 지옥이 될테니 안 될 말이겠죠.
p.s. 문제의 한국외대는 어딘가로부터 고발을 당했고 박민식 국가보훈부 초대 장관까지 참전했다(링크)고는 하는데, 군인이 아닌 사회인이니만큼 사회로부터 더욱 거센 비판을 받고 시정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군인이었으면 내부 일처리에 의해 축소 혹은 은폐됐을지도 모르니까요.
SiteOwner
2023-06-11 13:55:58
이번 기회로 이런 악관행이 확실히 뿌리뽑혔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비판하려면 밑도 끝도 없겠지만, 교육계의 부패상은 정말 심각합니다. 투명한 회계도 이루어지지 않는데다 사립학교가 부정축재의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고, 국공립대조차도 여러모로 부패상이 만연해 있어서 눈먼 돈은 먼저 빼먹는 사람이 임자이고 못 먹으면 바보 소리를 듣습니다. 또한 국립대 로스쿨조차도 연령차별을 일삼는 일이 흔히 있습니다. 그러니 예비군 훈련 같은 것도 아주 우습게 여기는 풍조가 근본적으로 고쳐지지 않고 있었던 것입니다. 학교행정이나 교수 사회도 이런데 학생사회라고 다른 게 있겠습니까. 한국 대학가의 운동권들이 유독 시대에 뒤떨어진 소리나 하고 있는 것도 이런 구태의연한 시스템의 연장선이라고 해도 좋을 듯합니다.
그런데 과연 과거 정권에의 혐오가 군인에의 혐오로 바뀌었을지는...
현재의 분위기를 설명할 수 있는 한 요소는 될 수 있겠지요. 그것 말고도 생각할 수 있는 요소는 여럿 있습니다. 문약(文弱)에 빠져 있었던 역사라든지 실무종사자에 대한 뿌리깊은 천대, 제대로 처우받지 못하는 실태의 악순환의 결과 등일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유신시대에는 헌법에 이중배상금지를 명문화하면서 군인에 대한 처우 자체를 제도적으로 차별했고 그게 민주화된 시대 이후에도 현행헌법에 아무런 비판 없이 계승된 사례도 있습니다.
이중배상금지라는 게 간단히 말하면 이렇습니다.
군인이 국가로부터 배상이나 보상을 받아야 할 경우 기존에 받는 것에 얹어서 받는 게 아니라 하나만 선택하게 강제하는 것. 나라를 구하든 말든 결과의 평등을 강요하는 이런 것은 왜 그렇게 과거 정권을 비판하던 역대 정치가들이 바로잡지 않았는지. 할 말은 상당히 많지만 일단은 여기까지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