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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에 등장하는 실제의 지명은 어디까지 허용될까

마드리갈, 2023-08-27 23:56:56

조회 수
150

치악산이라는 영화가 9월에 개봉을 앞둔다는데 여기에 대해서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에서 반발이 상당히 크네요. 게다가 법적대응까지 불사하는 방침이라서 곱게 지나갈 가능성은 이미 없어졌어요.

자세한 것은 이 언론보도를 참조하시면 되어요.

불편할 것은 예상되지 않는 것은 아닌데, 그러면 앞으로 이런 종류의 사안에 대해서는 어디까지의 실제의 지명을 사용해야 하는가의 문제와 앞으로는 이런 문제를 처음부터 만들지 않으려면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가상의 지역을 배경으로 해야 하는가도 분명 문제될 수 있겠죠. 또한 관객이 창작물과 현실의 구분을 어디까지 할 수 있고 양자를 어디까지 결부시킬 것인가에 대해서도 분명 생각하지 않으면 안될 거예요.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겠죠.
그러면 창작물에서 언급되는 실제의 지명에 좋은 이미지가 덧씌워질 때에는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의 문제도 분명 발생가능해요.
그 경우 동일한 논리로 그 과실을 포기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득실에 초점을 맞춰 득이 되면 환영하고 실이 되면 배척하는 것이 옳은가. 상당히 어려운 문제인 데다가 현실세계에 기반한 대안세계를 만드는 콘월딩(Conworlding) 프로젝트인 폴리포닉 월드를 만들어 가는 사람으로서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고 있어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6 댓글

Lester

2023-08-28 00:34:42

실거주민이 아니어서 함부로 말할 수는 없겠지만, 범인 이춘재가 잡혀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으로 명칭이 바뀌기 이전까지 경기도 화성시 주민들은 엄청난 고통에 시달렸을 것입니다. 영화도 아니고 실제 사건의 무대였으니까요. 그렇다보니 허구의 사건을 소재로 삼은 영화에서 실제 지명이 등장한 것을 가지고 꽤나 민감하게 군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히려 스트라이샌드 효과에 의해서 영화를 홍보하려는 고도의 전략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비슷한 예가 실제로 존재하는데, 전남 곡성군에서 촬영한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입니다. 당연히 주민들은 안 좋은 이미지가 씌워질까봐 난감했고 감독 또한 '그 곡성군의 곡성(谷城)이 아니라 곡소리(哭聲)입니다'라는 의미로 한자를 달아뒀습니다. (나중에 팬들이 연구한 결과 고려시대 당시 哭聲을 쓰는 곡성군이라고 불렸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당시 유근기 곡성군수는 위기를 뒤집으면 기회가 된다며 직접 칼럼(링크)을 써서 곡성에 오라는 홍보를 했고, 그 영향인지 개봉 시기와 비슷했던 곡성 장미 축제가 대박을 쳤다고 합니다.


오히려 우리나라가 불필요하게 요란스럽다는 생각도 듭니다. 당장 미국의 경우 영화산업의 중심지인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지는 재난영화 같은 것들을 보면 동해안의 뉴욕에서 서해안의 LA에 이르기까지 (확인사살격으로 랜드마크를 파괴하면서) 날이면 날마다 박살이 나는데, 거기에 대해 지역비하라고 언급하는 것은 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일상생활에 만연한 인종차별이나 지역별 선입견 같은 게 더 문제죠.


지방의 관청으로서 소극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이 분야에 따라서는 합리적일 수도 있지만 좀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는 후자라고 생각해요. 게다가 영화 제작진이 특정 지역을 대놓고 비하하려고 찍은 것도 아니고, 엔딩 크레딧에 '실화와는 관련이 없습니다'라고 넣은데다, 관객 또한 그 문구를 보고 '영화는 영화지' 하고 암묵적으로 동의하는데 왜 시청은 물론이고 현지 업체들까지 도리어 일을 키우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마드리갈

2023-08-28 00:47:14

역시 말씀해 주신 영화 곡성의 사례가 생각나다 보니 확실히 저 대응이 옳은가 하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네요. 그리고 외국영화는 언급해 주신 것처럼 미국의 여러곳이 허구한 날 부서지고 털리기 일쑤라든지 하는 것도 늘 있는데 말이죠. 그리고 영화를 보고 원주의 치악산이 나쁜 곳이구나 하고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사람이 얼마나 있고 정말 그렇다면 그런 사람은 일상생활이 가능한가 하는 의문마저도 들어요.

우리나라가 선진국 중에서 유독 검열이 심하고 만연한 것도 이런 게 원인이 아닌가 싶어요.


또 하나의 현실세계를 표방하는 폴리포닉 월드에서는 현실세계의 문제를 피하기 위해 아예 지구 자체가 평행세계의 지구,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태양계가 속한 은하의 다른 쪽 한 팔에 있는 또 다른 태양계에 있는 지구이고 지형이 현실세계의 것과 거의 비슷하지만 다소 차이가 있는 것에 이어 중요한 장소는 아예 가상의 지역으로 해 두고 있어요. 세부설정에서도 현실세계에서 일부러 개발이 안된 나대지라든지 상주인구가 없는 지역을 선택하고 있고 장소 또한 국내는 최대한 배제해 두는 방향으로...

문제의 풍조가 하루아침에 해소될 리는 없으니 역시 처음부터 문제를 만들지 않아야겠죠.

마드리갈

2023-09-05 14:12:43

2023년 9월 5일 업데이트


공포영화 치악산의 제목과 내용에 대해 영화제작사 도호엔터테인먼트와 원주시가 갈등상황에 있는 가운데 제작사측이 영화의 제목을 바꿀 수 있다고는 밝혔어요. 하지만 치악산이 포함된 대사의 삭제나 묵음처리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어요.

1980년에 있었다고 알려졌지만 허구인 문제의 치악산 토막살인 괴담을 소재로 한 이 영화가 정말 원주시와 치악산의 이미지를 나쁘게 하는 것일까요. 그러면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하는 범죄영화나 공포영화는 매국노 영화라는 것인지...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공포영화 '치악산' 제작사 "제목 변경 가능…대사 손질은 무리"(종합), 2023년 8월 31일 연합뉴스 기사

마드리갈

2023-09-07 15:46:52

2023년 9월 7일 업데이트


공포영화 치악산에 대해서 1천여명의 원주시민들이 영화 시사회가 열리는 원주시 무실동 롯데시네마에서 오늘 18시 30분부터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했어요. 제작사 측에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 라는 입장을 밝혔을 뿐 더 이상의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아요. 상영금지 가처분이 인용될지 기각될지 알 수 없는 현시점에서 오늘 개최될 규탄대회가 위험한 사태로 흐르지 않기를 바랄 뿐이예요.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뿔난 원주시민 1000명 시사회장 규탄대회...‘치악산’ 측 “입장 無”, 2023년 9월 7일 스타투데이 기사

마드리갈

2023-09-11 21:37:57

2023년 9월 11일 업데이트


공포영화 치악산에 대한 상영여부가 9월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에서 판가름날 예정이예요.

원주시와 제작사측의 입장은 첨예히 맞서 있어요. 원주시에서는 원주시민들이 치악산에 대해 긍지를 갖고 있고 허위사실에 의한 노이즈마케팅으로 원주시민의 인격권 및 재산권의 침해를, 사찰 및 협동조합에서는 상표가치침해에 따른 손해 등을 우려한다고 한 데에 반해 제작사는 제권리의 직접침해내용이 없고 상표가치에 따른 손해도 추상적이라고 반박했어요.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치악산’ 운명 내일 결정…토막살인 괴담 영화, 개봉 예정은 모레인데, 2023년 9월 11일 매일경제 기사

마드리갈

2023-09-14 13:59:24

2023년 9월 14일 업데이트


공포영화 치악산에 대해 서울지방법원이 원주시 및 구룡사의 상영금지가처분소송을 기각했어요. 그렇게 가처분 기각은 이루어졌지만 잡음이 컸던 탓인지 개봉 첫날인 9월 13일의 예매율은 개봉작 중 20위인 0.8%를 기록하고 있어요.

상영금지는 이루어지지 않게 되었지만 이 영화는 강원도내에 소재하는 극장에서는 일절 개봉되지 않아요.


관련보도를 둘 소개할께요.

법원, 영화 ‘치악산’ 상영금지 가처분 기각… 13일 개봉 가능, 2023년 9월 12일 조선일보 기사

잡음만 남긴 영화 '치악산', 초라한 예매율...0.8%로 출발, 2023년 9월 13일 YTN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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