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세계를 대하는 관점 중 보수주의와 진보주의는 모두 필요합니다.
그런데 특히 조심해야 하는 것으로 진보주의가 있습니다. 그리고 진보주의 쪽에 덫이 매우 많습니다.
그 이유는 대략 이렇게 요약가능합니다.
보수주의의 경우 관점은 축적된 경험의 소산이고 가치판단 또한 대체로 귀납적인 경험칙에 의존합니다.
그런데 진보주의의 경우 관점은 일종의 사고실험이고 가치판단 또한 그 사고실험에 의한 연역적인 논리전개에 의존합니다.
이 둘은 동전의 양면이면서 또한 동전의 각 단면입니다. 전자의 동전의 양면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이고, 후자의 동전의 각 단면은 두 단면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보면 됩니다.
여기서 생기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면 진보주의의 사고실험은 과연 무엇에 근간하는가입니다.
여기에서 덫이 있습니다. 이것 또한 축적된 경험의 소산이라는 것에 있습니다. 지식이든 논리이든 사실 축적된 경험이 없으면 불가능한데 이 전제를 오해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즉 보수주의의 근간은 축적된 경험이고 진보주의의 근간은 사고실험이라고 이분법적으로 나누게 되면 그 순간부터 진보주의는 덫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각종 사조(思潮)가 인간의 고유능력인 지식축적과 추론의 상호작용을 근간으로 하는데 이 전제를 무시하고 보수는 어떻고 진보는 어떻다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규정하고 대립한다고 보는 데에서 온갖 문제가 생깁니다. 그리고 그 문제는 그냥 관점의 차이가 아니라 사안의 정오(正誤)까지 뒤집어놓기 마련입니다.
그러면 다음에는 인간의 이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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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Lester
2023-10-02 11:53:59
애초에 '진보'라는 개념 자체가 너무 포괄적, 정확히는 너무 모호하고 아전인수적으로 쓰이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보수라는 단어와 붙여놓으면 상대적으로 '자유'와 '개혁'이라는 의미와 상상을 내포하고 더 나아가 보수를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시대에 뒤처진 것'이라고 상대적으로 격하하는 느낌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진보 하면 1차원적으로 '좋은 것'이란 인식이 박혀 있고, 역사상의 사례에서도 '성공하면 혁명, 실패해도 운동' 정도로 기본적으로 좋게 봐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게다가 진보주의는 말씀하신 것처럼 부작용을 감안하지 않고 '일단 저지르는 것'이라는 이미지도 있네요. 위에서 '성공하면 혁명, 실패해도 운동'이라는 해석이 등장한 것도 이러한 '의도는 좋았다' 같은 가치관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문제는 이건 어디까지나 역사라는 큰 흐름 속에서 여러 요인과 환경을 토대로 분석하고 나서야 나온 결론인데, 오늘날에는 '역사가 판단할 것이다'라며 은연중에 혹은 노골적으로 '우리는 옳다'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어쩌면 정말로 그럴지도 모르죠. 사학계의 주류 의견이 아닐 뿐이지 반사회적 행동일 뿐인 것을 운동이니 혁명이니 하고 치켜세운 사례도 전혀 없지 않으니까요. (굳이 사례를 들자면 글쎄요, 미 문화원 방화 사건들?)
어디까지나 저의 생각이라서 정확하다고는 말씀드리지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진영논리, 더 나아가 흑백논리 자체가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것은 맞는 듯합니다.
SiteOwner
2023-10-03 13:55:02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사실 진보의 기치 아래에 기존의 것에 반대하면 모두 진보 이런 식으로 대책없이 진보로 규정된 것도 많았고, 그래서 결국은 자기모순에 빠져서 스텝이 꼬이고 서로 내분에 싸우고 하다가 흐지부지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특히 진보주의가 많이 지지했던 정체성 정치는 실제로 인간의 행위가 정체성에 기하지 않는다는 반례가 많이 드러났고 구성주의 세계관으로는 세계의 구조가 인간의 사고를 지배한다면서 어떻게 인간이 구조변혁을 지향할 수 있는지가 설명되지 않았는데다 해체주의는 결국 반문명주의의 정당화로 이어지는 등의 문제점을 초래하여 이제는 별로 진보적이지도 않습니다.
말씀하신 미 문화원 방화사건 같은 것도 진보주의의 덫의 좋은 사례입니다.
그리고 그런 덫에 얽혀 있으니까 더더욱 진영논리에서 탈각하기 힘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