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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등수형원자로가 소형모듈형원자로로 진화중

마드리갈, 2024-01-23 23:33:14

조회 수
117
여러 원자로 중 보통의 물을 냉각재로 쓰는 경수로에는 크게 2가지 방식이 있어요. 비등수형원자로(沸騰水型原子炉, Boiling Water Reactor) 및 가압경수로(加圧軽水炉, Pressurized Water Reactor). 두 방식은 증기터빈을 구동시킬 증기를 어디에서 생성하는지에 따라 나뉘는데, 비등수형원자로는 노심에서 직접 증기를 생성하는 데에 반해 가압경수로는 열교환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생성된 증기를 터빈으로 보내는 방식이죠. 대체로 후자의 것이 방사능 피폭 문제에서 더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의외로 비등수형원자로에도 장점이 있어요.

일본의 히타치제작소와 미국의 제네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의 합병회사인 GE히타치 뉴클리어에너지에서는 이하의 일러스트에서 보이는 소형모듈형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 약칭 SMR)를 개발하여 빠르면 2028년부터 캐나다에 1호기를 건설할 예정이고 이후 미국이나 폴란드에서 수주를 받을 것을 계획하고 있기도 해요.

https __imgix-proxy.n8s.jp_DSXZQO4337512018012024000000-1.JPG
이미지 출처
(히타치, 소형원자력발전소로 세계전개 앞을 막아선 경제성의 벽, 2024년 1월 22일 일본경제신문 기사, 일본어)

소개된 일러스트 속의 원자로 시스템이 얼마나 큰지 일러스트 자체에는 나오지 않지만, 가운데의 원자로 왼쪽의 발전기 설치공간과 오른쪽의 통제실의 크기로 대략 가늠할 수 있어요. 보통 원자력발전소 하면 떠올리는 거대한 콘크리트 돔이 아닌 것만큼은 확연히 보이죠.
현재 GE히타치 뉴클리어에너지에서 개발중인 이 시스템인 BMX-300은 미리 공장에서 제조된 원자로를 현장에서 조립하여 설치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대형 원자력발전소보다는 공사기간의 단축 및 건설비용을 대폭 삭감할 수 있어요.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게 경수로이고 그것도 노심에서 직접 증기를 생성하는 비등수형원자로라는 것이죠. 열교환기가 불필요하니까 그것은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 부품이 덜 필요하다는 것이고, 이전의 방식과는 다르게 격리밸브와 압력용기를 일체화시켜서 배관손상에 의한 냉각재 유출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크게 줄이는 구조가 채택되어 있어요.

물론 아직 주장하는 경제성이 입증된 건 아닌데다 실제로 2023년 11월 상순에 미국 아이다호주에서 추진중인 뉴스케일 파워-닛키홀딩스-츄부전력 주관의 프로젝트가 중단된 사례도 있어서 여러모로 상황이 좋지는 않아요. 게다가 이 분야에 러시아의 국영기업 로사톰(Росатом)이 이미 부유식 원자로인 아카데믹 로모노소프(Академик Ломоносов)를 2020년부터 상업가동중인데다 2028년에는 시베리아의 사하공화국에 육상형 SMR을 가동할 것을 추진중인 한편 중국의 국영기업인 중국핵공업집단(中国核工業集団)이 2021년부터 해남성(海南省)에 실증용 SMR 영룡1호(玲龍1号)를 건설하는 등 러시아와 중국의 행보가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큰 도전이기도 해요.

세계 각지에서 80개 이상의 프로젝트로 진행중인 SMR에, 의외로 오래된 기술인 비등수형원자로가 간단한 구조라는 장점이 접목되어 진화가 가해지고 있어요. 역시 오래된 기술이라고 해서 무시하거나 도태대상으로 섣불리 간주해서는 안될 거예요.
마드리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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