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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방미인(八方美人)이라는 말에의 감상.

마드리갈, 2024-03-27 00:33:49

조회 수
112

팔방미인(八方美人)이라는 한자숙어를 보면 어떤 것을 느끼시나요?
여러 방면에서 유능한 사람이라는 좋은 의미로 쓰이는 게 보통이고, 이 성어가 생긴 중국이나 이것을 받아들인 한자문화권에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죠. 그런데 일본에서는 이 표현이 꽤나 다르게 쓰이죠.

역시 내 청춘러브코미디는 잘못되어 있다(やはり俺の青春ラブコメはまちがっている。)에서 주인공 히키가야 하치만(比企谷八幡)이 같은 반의 여학생이자 같이 봉사부원으로 활동하는 유이가하마 유이(由比ヶ浜結衣)에게 하는 말이 있죠. "팔방미인은 그만두든가?" 라고. 타인의 심리를 잘 읽지만 그와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늘 의식하고 호감을 받으려고 좌고우면하는 유이의 태도에 대해서 하치만이 그렇게 심드렁하게 말하지만, 유이는 그것에 대해 "미인?!" 이라고 감탄하면서 오히려 좋아하는 반응을 보여서 하치만을 어이없게 만들어 보이죠. 즉 이런 데에서도 일본어에서의 팔방미인은 반어적인 용법으로 쓰인다는 게 보여요.

그리고 또 하나.
슬프고 담담한, 인생에의 응원가 시오리(栞, 길잡이)에서도 이미 소개한 뱅드림 잇츠 마이고(BanG Dream! It's MyGO!!!!)의 엔딩곡인 시오리(栞, 길잡이)에도 팔방미인이라는 어휘가 사용되어요. 역시 여기서도 상술한 것과 동일한 의미. 해당 부분인 "気弱で八方美人 嫌われることを恐れている" 를 저는 "소심하고 모나지 않으려고 미움받는 걸 무서워해" 로 번역했어요. 

사실 이런 용법이 요즘의 미디어믹스에서 갑작스런 현상은 아닌가 봐요. 이미 한 세기 전에도 있었다고도...

팔방미인이라는 말이 일본에서도 꼬인 의미로 통용되기보다 원래의 의미로 통하게 될 날은 과연 언제 올지 모르겠지만, 어휘가 한번 변질되면 좀처럼 바로잡히기 힘들다는 것도 느껴지네요. 그게 팔방미인이라는 말에의 감상이었어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DDretriever

2024-04-05 18:50:35

다른 문화권에선 극찬의 표현인게 일본에선 비꼬는 말이 된게 묘하면서도 일본스러운 느낌이네요.

일본은 본심을 감추고 돌려말하는 문화가 있으니 그게 안 좋게 표출된게 팔방미인의 일본식 용법인 것 같습니다.

특히 일본에서도 교토가 그런 문화가 강하다고 하죠.

마드리갈

2024-04-05 19:35:55

좋은 표현을 굳이 저렇게 써야 하는 게 참 그렇죠.

그러고 보니, 좀 오래된 애니인 2012년작의 가난뱅이 신이!(貧乏神が!)의 엔딩곡인 연애폭동(恋暴動, 니코니코동화 바로가기/일본어)에도 팔방미인이라는 표현이 나오죠. 1분 8초에서 1분 12초 사이의 가사가 "거짓말쟁이 내숭떠는 팔방미인(噓つき猫かぶり八方美人)" 인데 여기에도 부정적인 시각이 있어요. 이것은 작중 주인공 사쿠라 이치코에 대한 평가인데 딱히 주변인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눈치를 본다든지 이런 건 아니고 상당히 거만한데다 능력치가 꽤 높다 보니 주변에서 뭐라고 반대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지도 않아요. 그나마 이게 원래의 의미에 가깝지만 동시에 여전히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진 것에서도 자유롭지가 않아요.


교토의 경우는 그래서 여러모로 말이 많아요. 이중적이라는 평가도 상당히 많은데다 특히 이케즈이시(いけず石)라는 심술을 배려 운운하는 데에서는 정말 진심으로 그러는 건가 하는 생각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어요. 길모퉁이를 지나가는 자동차를 손상시킬 목적으로 설치해 둔 커다란 돌인 이케즈이시를 "안전운전을 하라는 교토 사람들의 배려" 라고 궤변을 늘어놓는 현지인들도 꽤 있어요. 교토시에서는 위법한 노상적치물로 판단하고 철거를 권고하거나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강제집행을 하기도 하는데 여전히 뿌리가 안 뽑히고 있어요.


팔방미인의 원래 의미를 가진 용어로서 일본어에서 널리 통하는 용어는 영어의 올라운더(Allrounder). 일본어에서는 "오-루라운다-(オールラウンダー)" 라고 정확하게 8음절로 발음하면 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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