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경험에서 예기치 못하게 발달한 감각이 몇 가지 있어요.
최근의 것으로는 혈당측정을 위한 채혈과정에서 발달한 게 대표적이겠죠.
지난해 말의 갑작스러운 투병생활에서 알게 된 게 내분비계통의 문제. 입원중에는 하루에 혈당검사 7회에 인슐린 투여 4회 실시되는 날이 20여일간 지속되다 퇴원을 1주일 남짓 앞두고 그게 하루 혈당검사 4회로 줄었던 적이 있었어요. 그때의 경험이 누적된 덕분인지 2024년 들어 혈당검사기를 구매해서 직접 검사를 할 경우 손가락 끝을 찔러 나오는 혈액의 상태라든지 손가락에서 느껴지는 통각 등을 보고 혈당치를 예측하는 게 가능해졌어요. 물론 측정기기만큼의 정밀한 값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이번에는 기준치를 넘겠다" 내지는 "음, 조금만 더 먹었으면 초과할 뻔..." 정도는 추정이 가능해졌고 대부분의 경우는 들어맞고 있어요.
요즘에는 혈당검사는 하루 4회 페이스로 주2회/월8회 실시하는 것으로 줄었고 입원했을 때처럼 채혈할 손가락이 남아나지 않다든지 인슐린 주사자국이 팔이며 배며 다리며 할 것 없이 남아서 보기 흉했던 상황과는 확실히 달라져 있어요. 그래도 관리를 게을리하지 않기 위해서 그때를 상기하고 있고, 그러다 보니 그렇게 이전에는 없었던 감각이 묘하게 발달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이달의 마지막날은 퇴원 반년이 되어요.
벌써 이렇게 시간이 흐르고 있는 것에 놀라고 있고, 그동안 전에 없던 감각이 발달한 것에 또 놀라네요. 그리고 이런 것도 궤도수정을 위해 필수적인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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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Lester
2024-06-19 00:14:35
자기 몸 상태를 파악하는 것도 하나의 능력이고, 어느 의미에서는 매우 중요한 능력이죠. 분명히 아픈데도 자신 혹은 타인을 의식해서 괜찮아 괜찮아 하다가 망가진 사람이 한둘이 아니기도 하고... 다만 저는 저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서 꽤나 둔감한 것 같아 걱정입니다. 그나마 허리와 등이 자주 그리고 많이 굳는 것 같아 스트레칭을 해서 풀어주고 있기는 한데, 정신적인 면은 괜찮은 건지 모르겠어요. 그것만큼은 남의 의견과 비교하지 않고선 분간할 수가 없거든요.
어느새 퇴원 반년차시군요. 대개는 퇴원 1주일만 돼도 쾌차했다고 합니다만 만약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완치되셔서 더 이상 손가락을 찌르실 일이 없기를 기원합니다.
마드리갈
2024-06-19 16:08:27
역시 말씀하신 것처럼 그렇게 몸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건 매우 중요해요. 그리고 그게 항상성 유지의 좋은 방법이기도 하죠. 상황을 모르는데 대비할 수 없는 것처럼. 역시 의료기관을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게 매우 중요해요.
벌써 이렇게 퇴원 반년이 다가왔어요. 이렇게나 빨리...
그런데 혈당검사는 앞으로도 당분간은 해야 할 듯하네요. 기술이 혁명적으로 발전하지 않는 이상 이건 감수해야죠. 매번 번거롭고 채혈한 직후에는 기분이 안 좋은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많이 익숙해져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