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너무 더워서 그런건가, 아니면 최근 감기가 있어서 그런건가, 며칠간 잠만 푹 잤어요.
오늘도 12시간을 잤네요.
이런 힘빠지게 더운 날에, 오히려 더 힘빠지는 BGM을 들고 왔습니다.
긴장 완화에는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죠죠 5부 하이라이트 파트 전용 BGM인 il vento d'oro (원곡)
적들을 박력있게 쳐부술 때 주로 나오는 BGM이지만....
힘을 너무 빼버렸네요. 주먹으로 때리는 것보다 면봉으로 때리는 게 더 아프겠네요.
파이널 판타지 7의 One-Winged Angel (원곡)
파이널 판타지 BGM 중에서도 그 인기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카리스마 그 자체인 곡이지만...
여기서는 힘없게 바뀌었습니다.
저 칼로 두부나 자를 수 있을까요?
언더테일 BGM 중 Spider Dance (원곡)
얼마나 더우면 거미들까지 맛이 갔네요.
블루아카이브 BGM 중 Unwelcome School (원곡)
뭔가 폭발하는 개그신에서 주로 나오는 BGM으로 알고 있는데... 여기서는 콩알탄 터트리고 노는 거 같아요.
영화 터미네이터 테마곡 (원곡)
존 코너 왜 찾는가 했는데, 얘가 뭐 천원 빌려가놓고 안 갚아서 그러는건가요?
통칭 "관짝춤"으로 알려진 곡 Astronomia (원곡)
친구들하고 공공칠빵 하다가 죽었나...
스타워즈 하면 모두가 아는 그 곡 The Emperial March (원곡)
이 버전은 다들 알 거 같네요.
...다스베이더가 이렇게 하찮아보일 줄은 몰랐어요.
이외에도 여러가지 하찮고 힘빠지는 편곡버전의 곡들이 있지만, 일단 이 정도만 올리도록 할게요.
긴장 풀린 하루 되시기를...
저는 대왕고래입니다. 대왕고래는 거대한 몸으로 5대양을 자유롭게 헤엄칩니다.
대왕고래는 그 어떤 생물과 견주어도 거대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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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ter
2024-07-08 05:37:22
저도 요즘 잠이 미치도록 쏟아지는데 알 수 없는 이유로 잠이 안 와서 문제입니다. 피곤한데 잠들 수가 없네요. 영상 첫 번째에 나온 G.E.R.도 아니고... 고향집에서 제습기를 보내주시긴 했는데 이걸로 충당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후반부의 곡인 임페리얼 마치(와 아마도 Astronomia 포함)는 곡조가 익숙해서 봤더니 일본의 연주 그룹인 "쿠리코더 콰르텟(栗コーダーカルテット)"의 작품이네요. 할아버지의 11개월로 유명한 그 그룹 맞습니다.
p.s. 임베드 편집기에서 링크를 떼는 과정에서 </object>까지 삭제되면서 링크가 모두 깨진 것 같습니다.
마드리갈
2024-07-08 15:44:36
임베드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모두 다 운영진 권한으로 수정해 두었어요. 이제는 제대로 나올 거예요. 위에서 레스터님께서 지적하신 것처럼 끝부분의 </object>가 잘려서 링크가 깨진 게 맞아요.
편집작업을 하면서 들었는데 정말 의욕이 전혀 안 느껴지는 힘빠지게 편곡된 게 멋지네요. 이렇게 편곡하고 연주하는 것도 정말 대단한 역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그러면 구체적인 감상은 소개해 주신 기묘한 편곡판과 원곡을 모두 다 비교한 이후에 별도의 코멘트로 작성할께요.
마드리갈
2024-07-10 23:23:00
이제 각 악곡에 대한 감상평.
죠죠의 기묘한 모험 5부의 황금의 바람(Il Vento d'Oro)이 뭐랄까, 개척시대 마을의 건물 지붕 밑에서 기타나 밴조 등을 연주하는 팔자 좋은 아저씨의 여유로운 휴식시간같네요. 그 처형용 BGM이 맞나 싶을 정도로...
파이널 판타지 7의 One-Winged Angel은 아예 뭔가 소풍 나가는 감각이기도 하고.
언더테일의 Spider Dance는 더워서 늘어진 거미줄을 탄 거미들이 낮잠을 자면서 꿈 속에서 아라비안나이트를 본 듯한...
블루아카이브의 Unwelcome School은 정말 아이들의 비밀아지트 놀이같기도 하고. 음악이 마치 그 아이들을 따라다니며 연주하는 듯한 감각도 느껴지고 있어요.
터미네이터 테마곡을 이렇게 편곡해 놓으니 터미네이터의 수명이 다되어가는 것 같네요.
Astronomia는 이렇게 연주되니까 중세의 리코더나 트라베르소 등으로 연주되는 음악같은 맛이 나네요. 그나마 가장 정상적인 편곡같네요.
임페리얼 마치(Imperial March)는 왜 이렇게 하찮아졌나요. 뜨거운 한낮의 거리에서 열심히 공연했지만 결국 반응도 수입도 시원찮은 멕시코의 유랑악단인 마리아치(Mariachi) 단원들이 "오늘은 어쩔 수 없지..." 하면서 위로하면서 힘든 몸을 이끌고 석양을 등지고 거리를 떠나는 듯한...
모두 잘 들었어요.
역시 편곡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이렇게 음악이 달라지네요.
SiteOwner
2024-07-11 23:30:34
그러면 저도 감상평을 쓰겠습니다.
황금의 바람(Il Vento d'Oro)은 지중해 너머에서 불어오는 뜨거운 바람에 당한 것 같군요. 적들이 그냥 녹아버린 듯한...
One-Winged Angel은 악기연주에 갓 재미를 들인 아이가 제한적으로 낼 수 있는 소리로 장난을 하는 것 같습니다.
Spider Dance는 정말 거미의 춤이 맞나 싶을 정도입니다. 더운 날에 늘어져 자는 개가 간혹 존재감 발휘를 한다고 소리에 반응해 보고 짖기도 하고 귀를 움직이기도 하는 등...
Unwelcome School은 뭐랄까, 탐정놀이를 하는 아이들 모습이 연상됩니다.
터미네이터 테마곡에서 차지맨 켄의 그 부실하기 짝없는 연주를 느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58화(유튜브 바로가기)에 나오는 아름다운 천연(美しき天然) 연주보다는 낫습니다만.
Astronomia는 좀 더 좋은 리코더나 플루트로 연주하면 꽤 들을만한 연주가 될 듯 합니다. 문제의 관짝댄스는 연상되지 않습니다.
The Empire March는 가장 웃깁니다. 위에서 동생이 쓴 표현이 이렇게 적절할 수가...흥행에 실패한 마리아치의 파장 모습 그 자체입니다. 라틴풍 악곡으로 유명한 하카세 타로(葉加瀬太郎, 1968년생)의 정열대륙(유튜브 바로가기)와는 완전히 대조적입니다.
재미있게 잘 들었습니다.
다른 사항에 대해 코멘트할 게 있으니 이건 따로 쓰겠습니다.
SiteOwner
2024-07-11 23:44:13
소개해 주신 편곡 스타일과 비슷한 게 사실 르네상스 말기에서 바로크 초기에 걸친 서양음악사에 있습니다. 남성형 시칠리아노(Siciliano) 또는 여성형 시칠리아나(Siciliana)로 통하는 이 양식은 6/8박자 또는 12/8박자로 작곡되는 것으로 꽤 늘어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 단조곡입니다. 이탈리아에 가본 적은 있습니다만, 이탈리아 지도에서 장화 앞 돌에 해당되는 시칠리아 섬은 가본 적이 없어서 그 지역의 여름이 어떤지는 겪어본 적은 없습니다만, 사하라사막에서 불어와 지중해를 건너 시칠리아에 당도한 더운 바람인 시로코(Scirocco)의 영향을 받아서 음악도 그렇게 늘어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좋은 예가 있습니다. 협주곡 제2번 BWV 1053 E장조의 제2악장이 대표적인 시칠리아노 스타일로 쓰여진 것. 네덜란드의 음악가 구스타프 레온하르트(Gustav Leonhardt, 1928-2012)를 독주자 겸 지휘자로 하는 레온하르트 콘소트(Leonhardt-Consort)가 연주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