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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침략자의 영토로 밀어낸다" 라는 말의 힘

SiteOwner, 2024-08-11 13:04:30

조회 수
114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물론 펜의 물리력은 칼의 것을 당해내지 못하는데다, 칼을 든 사람이 펜을 든 사람을 베거나 찔러 죽이면 상황종료가 되는 것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역설적인 수사법을 담은 문장이 긴 생명력을 지니면서 끊임없이 회자되는 것인가를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칼은 발언자를 죽일 수 있지만 그 발언 자체는 없었던 것으로 만들 수 없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오늘 접하고 깜짝 놀란 발언이 있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Володимир Зеленський, 1978년생)의 연설에 등장하는 발언인 "전쟁을 침략자의 땅으로 밀어낸다" 라는 표현이 전율(戦慄) 그 자체였다 보니 안 다룰 수가 없겠습니다. 현재의 저에게는 우크라이나어의 해득능력이 없다 보니 그 연설의 내용은 바로 알아들을 수는 없습니다만, 영어로 옮겨진 것을 통해 그 발언의 무게는 여실히 느꼈습니다.

예의 발언은 여기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전쟁을 침략자의 영토로 밀어낸다(pushing the war into the aggressor's territory)라는 이 표현은 우크라이나의 땅이 전쟁에 시달리도록 내버려주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의 표명이자 이제 전쟁의 공포와 참상은 침략자 러시아가 맞이해야 할 차례라는 무서운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손쉽게 다른 나라에 쳐들어가서 목적달성을 하려던 침략자가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상황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간결하게 그리고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 발언은 올해의 명연설로 선정되더라도 반대할 사람이 나올 것 같지 않습니다. 

이제 러시아는 이 발언을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부정한들 젤렌스키의 연설을 없앨 수도 없을뿐만 아니라 긍정하면 러시아의 기만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것이니 더더욱 할 수 없습니다. 무대응도 불가능합니다. 러시아가 고전하고 있는 지역인 쿠르스크(Курск)는 1943년 7월에서 그 해 8월에 걸쳐 세계최대규모의 지상전이 벌어진 곳이자 소련군이 침략자 나치독일군을 격파한 고전장(古戦場)이지만 81년이 지난 2024년 8월에는 침략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에 격파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침략자가 이길 것이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우크라이나에 영광을(Слава Україні, 슬라바 우크라이니).
SiteOw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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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Lester

2024-08-11 20:39:34

읽고 보니 표현에 강한 코미디언이기에 짧고 강한 표현을 찾기 위해 고심했을 거라는 게 느껴지네요. 피해자로서 단순히 막기 위해 싸운다가 아니라 '침략자'에게 '(침략자가 일으킨) 전쟁을 밀어낸다'고 했으니... 실제로 최근에 우크라이나가 역으로 러시아 본토에서 지상전을 벌인다는 뉴스도 봤고요. 부디 우크라이나의 의지가 꺾이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우크라이나에 영광을. (찾아보니까 우크라이나 공군의 구호더군요)

SiteOwner

2024-08-12 22:22:03

이런 수사법은 정말 코미디언 출신인 젤렌스키니까 가능한 것이라고 봐야겠지요. 그리고 러시아는 상당히 혼란스러운 듯합니다. 러시아가 자초한 것이니 러시아를 동정할 나라는 거의 없는데다 설령 동정한다고 한들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전쟁 전인 2021년에 쓴 Not back in the USSR - 우크라이나 공군의 미국화 제하의 글에서 예견했듯이 우크라이나는 더 이상 소련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소련을 지향하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밀어낸 전쟁의 불덩이를 끌어안아야 합니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큰 화상을 입을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남은 것은 우크라이나에 다시 찾아올 영광의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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