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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숙어 중 근묵자흑(近墨者黒) 및 근주자적(近朱者赤)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근묵자흑은 먹을 가까이 하면 검어진다는 의미이고 근주자적은 도장의 인주(印朱)나 부적을 쓰는 데에 사용하는 주사(朱砂) 등을 가까이 하면 붉어진다는 의미로, 무엇을 접하는가에 따라 쉽게 물들 수 있다는 의미의 경구(警句)이기도 합니다.
최근 국내의 언어생활에서 넘쳐난 중국어 제일주의 덕분에 국내여론을 선도하는 제일의 언론까지 철저히 중국의 관점에서 말하는 게 보이니 이것이야말로 근주자적에 딱 부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이제 소개해 보겠습니다.
바로 이 기사입니다.
화웨이 스마트폰, 네덜란드 ASML에 뒤통수 맞았다 (2024년 9월 1일 조선일보)
이 기사의 제목만 보면 중국의 IT기업 화위기술(華為技術, HUAWEI)이 네덜란드의 반도체 제조장비 제조사인 ASML의 변심으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한국어로 쓰여졌을 뿐 철저히 중국의 관점입니다. 그런데 일련의 사태가 그냥 기업간의 사정변경이라는 것이 아니고 중국에 대해 미국 주도로 일본, 네덜란드 등의 제1세계 국가들이 제재를 단행중인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제재의 이유는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국제사회에 전방위적으로 끼치는 악영향과 폭력인데다 온갖 만행을 일삼는 북한을 사실상 비호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를 사실상 두둔하고 있는 데에서는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저렇게 중국의 관점에서 마치 네덜란드 기업이 상도덕을 어긴 것같이 표현해서 무슨 득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다고 해서 중국이 우리나라의 입장을 헤아려준 적은 없었던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줄기차게 추진했던 중국어 제일주의 덕분에 근주자적이 자연스럽게 정착해서, 이제는 국내의 대표언론도 자연스럽게 중국의 관점에서 기사제목을 붙일 정도가 되었습니다.
요즘 중국에서 외국의 직접투자(Foreign Direct Investment, FDI)가 매월 마이너스를 기록한다고 합니다. 즉 유입되는 자본보다 탈출하는 자본이 많아서 매달 순유출 상태가 지속적입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렸고 가장 핫한 경제거점이기도 했던 중국의 그 모습은 계속 과거의 것이 되고 있고, 언어에 관심없는 사회가 그 중국의 언어를 숭상한 결과 자연스럽게 중국의 관점을 답습해서 소중화(小中華)를 실천해 나가고 있으니 이제 이 나라도 피크코리아(Peak Korea)가 현실화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에의 FDI도 순유출을 기록할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지난주에 나온 기사 중에 이런 것이 있었습니다.
한국 부자들이 떠나간다… 백만장자 유출 세계 4위 (2024년 8월 26일 조선일보)
부자들이 우리나라를 떠나는 것도 중국의 경향을 추종한 결과라고 본다면 지나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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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고래
2024-09-02 22:52:27
중국 vs 네덜란드면 중립을 표방해도 문제없을 언론이 중국 편으로 내용을 작성한다니... 뭐하러 한국에서 중국 눈치를 보고 있는 걸까요?
한국은 한국이고 중국은 중국이니, 외국을 빨 시간에 우리나라를 신경쓰기만 해도 될텐데...
SiteOwner
2024-09-04 22:59:38
사실 정확히 따지면 중국과 네덜란드의 사안도 아닙니다.
미국을 필두로 일본, 네덜란드 등의 반도체 기술강국들이 중국의 횡포에 맞서는 것이니 정확히는 자유진영과 중국의 대립이고 우리나라는 그 자유진영의 일원이니 크게 보면 자유진영의 관점에서 서술되어야 하고, 최소한 우리나라 고유의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당연한데, 역시 저런 논조는 의심이 안 갈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