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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길러본 적이 없다 보니 고양이의 행태를 잘 모르는 저로서는 고양이의 특이한 행동을 보면 역시 신기하게 한참동안 볼 수밖에 없어요. 그것에 대해서 9월중 고양이 목격담을 정리해서 써 볼께요.
우선 지난주의 경험담.
귀가 도중에 본 흰색 바탕에 검은색 얼룩이 있는 고양이는 넓은 공터 한켠의 덤불 있는 자리 옆에서 똥을 누는 중이었어요.
그리고 똥을 다 눈 뒤에는 그 똥의 냄새를 한참동안 맡다가 앞발로 모래를 조심스럽게 끌어당겨서 그 자리를 덮었는데 고양이는 그제서야 제 존재를 알아채고는 눈을 크게 뜬 채로 놀라서 대략 10초 동안 정지해 있다가 캬악 하는 소리와 함께 자리를 떴어요. 그 고양이가 간 곳을 보니 털색이 같은 고양이가 2마리 더 있어서 결국 그 자리에는 그 얼룩고양이가 3마리 있었고 서로 냥냥거리며 갈 길을 갔고, 저도 귀가를 서둘렀어요.
이번주의 경험도 지난주의 그 같은 장소를 배경으로 하는 것이었어요.
어디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면서 저를 노려보는 시선이 느껴졌는데, 이번에는 그 발원지가 덤불 안.
쳐다보니 고등어무늬의 아기고양이 한마리가 있었어요. 그리고 저와 눈이 마주치자 냐앙 하다가 갑자기 캬악하는 소리를 내더니 고개를 숙이고 숨어 버리네요. 조금 기다리고 있으니 그 덤불을 빠져나간 아기고양이는 지난주의 그 얼룩고양이가 간 길을 그대로 따라갔고 거기에는 비슷한 무늬의 어미고양이가 있었어요.
고양이의 행태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인데다 역시 저는 고양이들이 경계하는 사람인가 보네요.
그래도 이전에 고등어무늬 고양이를 무서워하던 건 이제 과거의 일이 되었네요. 예전에는 그 무늬에서 뱀을 연상해서 기피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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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대왕고래
2024-09-09 06:35:46
고양이가 캬악하면 괜히 슬프죠. 제가 만난 고양이들은 죄다 절 무시하더라고요.
예전에 어머니랑 통화하면서 고양이 보고는, "엄마 방금 돼지같은 고양이 봤어"하니까 그 고양이가 캬악! 했던 게 유일한 리액션이었어요. 한국말을 알아듣는 고양이였나봐요.
마드리갈
2024-09-09 16:39:15
고양이는 영물이라고 하는데, 대왕고래님의 사례는 정말 그 영물다운 면모가 잘 드러나는 일화임이 틀림없어요. 한국어를 알아듣는지 아니면 "돼지" 라는 말의 발음을 싫어하는지는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싫은 반응을 보이니...
사실 저도 고양이에게 돼지라고 해 본 적이 있어요. 역시 싫어했어요. 못 들을 말을 들은 것처럼 눈을 사납게 치켜뜨고는 캬악하다가 자리를 떠 버렸어요.
Lester
2024-09-09 11:59:18
고양이가 야생적이거나 맹수 감성이 강하게 남아 있긴 하더라고요. 유튜브 쇼츠 같은 데에서 나오는 것처럼 근처를 쉽게 내주는 법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낮이건 저녁이건 다가가기만 하면 그새 눈치를 채고 도망가기도 하고... 중앙일보 기사에서 보듯이 고양이 눈을 오래 쳐다보면 싸우자는 신호로 간주된다는데, 저는 그걸 알고 깜박이며 쳐다봤는데도 결국 도망가더라고요. 인간의 눈하고는 메커니즘이 다르기라도 한 건지... 그래서 애묘인은 웁니다. 그렇다고 누구들처럼 무턱대고 키웠다가 힘들다고 버리는 만행을 저지를 생각은 없지만요.
마드리갈
2024-09-09 16:42:07
동감이예요. 맹수감성이 매우 강해요.
개를 오랫동안 길렀다 보니 제가 동물을 대하는 방식은 확실히 개를 다루는 방법과 비슷해요. 여우쥐는 그렇게 시선이 마주치면 매우 좋아해서 꼬리를 흔들면서 저에게 안기고 뽀뽀를 하려 들었는데 고양이는 좋은 반응을 보인 적이 없었어요. 거의 예외없이 캬악하는 기분나쁜 반응을 보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