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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방 회고

SiteOwner, 2014-04-26 22:38:45

조회 수
868

15년 전의 서울이라는 HNRY님의 게시물을 보다 보니 옛날 생각이 나서 글을 써 봅니다.

1990년대에는 무슨 신종업소가 생기면 "~방" 이라는 이름이 붙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노래방, 비디오방 같은 것은 오늘날에도 잔존해 있고, 한때 소주방, 편의방 등의 것도 성업했습니다. 이제는 멀티방이라는 것도 있나 한데 그건 이용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 중에 편의방이라는 게 생각나는데, 이름이 특이하지 않습니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편의점 식으로 운영하는 술집입니다.

이해를 위해서 한국경제매거진의 관련기사를 첨부하겠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서울에서는 대략 1997, 1998년경 주요 대학가에서 꽤 많이 성업한 듯 합니다.

그리고 다른 대학 사람들을 좀 알다 보니 신촌로터리 일대나 안암로터리 일대에서 영업하는 가게 몇 곳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내부시설은 술집같은듯 편의점같은듯 해서, 한 구석에는 편의점같은 주류 및 즉석식품 매대가 있고 다른 쪽에는 테이블이 여러 개 놓여 있어서, 과자 및 즉석식품을 안주삼아 맥주를 마실 수 있게 되어 있었습니다. 편의점은 매대가 메인이고 간이테이블이 부수적으로 있는데, 편의방은 그 반대로 테이블이 메인이고 매대가 부수적으로 있는데다 보통 지하에 있어서 인테리어나 조명방식은 호프집 등의 것보다는 확실히 덜 꾸며진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가격이 저렴해서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던 것이, 군복무를 마친 이후 서울에서는 급격히 퇴조했는지 편의방이라는 것은 안 보이게 되었습니다. 대신 세계맥주전문점이라는 것이 많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편의방이라는 것은 관심에서 멀어졌습니다. 사실 그것들을 접했던 두 해에도 그런 것에 특히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었던 터라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15년 전의 서울 게시물을 보니 갑자기 그게 생각납니다.

그게 생각나는 것도 신기하고, 편의방이라는 게 그렇게 옛날 거였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나이를 먹었음을 실감합니다.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14 댓글

대왕고래

2014-04-26 22:56:41

편의방이라니 처음 들어보네요. 편의점같은 술집이라...

왠지 느긋하게 마시기 좋을 거 같아요. 마시다가 터벅터벅 가서 안주 사서 가져와서 또 느긋하게 마시다가...

...눈치보일지도 모르겠지만요.

직접 본 적이 없어서 이미지가 명료하지 않게 얼추 떠오를 뿐이지만, 정말 한번 보고 싶네요.

대왕고래

2014-04-27 15:24:25

아무래도 약 10년 전이면 이미지가 없을 만도 한 거 같아요.

10년 전에 봤던 이미지나 그런 것은 오히려 찾기가 힘들더군요.

따로 찍어둔 사람이 있다면 모를까...

아무튼 싸고, 느긋하게 마실 수 있다니, 그야말로 최고에요. 대체 왜 사라졌지...

SiteOwner

2014-04-26 23:42:14

요즘은 접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져서, 모르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사실 간편하게 싸게 마실 수 있다는 것을 빼고는 별 메리트는 없었습니다. 그때를 떠올려 보면, 대왕고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그렇게 느긋하게 마시는 사람들도 꽤 있었습니다.

구글에서 이미지를 검색하고 있는데, 적절한 게 없네요. 

한 시대에 잠깐 유행했다가 급격히 몰락한 탓인지는 몰라도 이미지 구하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안샤르베인

2014-04-26 23:59:03

처음에 연상이 잘 안되서 PC방에서 PC를 빼고 테이블을 놓았다...로 생각하니 그럭저럭 납득이 되네요.

재미있는 곳이었군요.

SiteOwner

2014-04-27 00:15:22

맞습니다. 그 분위기를 생각하시면 상당부분 들어맞습니다.

연상능력이 좋으시군요. 그 표현에 정말 감탄했습니다.


싼 가격에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건,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대학생들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이어서 그 당시에는 편의방을 보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당시 호프집, 전통주점 등은 영업시간 제한이 있어서 지하에 위치한 어떤 가게의 경우 간판의 조명을 끄고 영업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상당히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셰뜨랑피올랑

2014-04-27 03:29:08

아하. 말씀하신것과 거의 100% 가까운 것이 전라북도 전주엔 '가맥'이란 이름으로 있답니다.

'가게맥주'의 준어로 슈퍼에서 술을 파는거지요, 여기서 말하는 가게는 슈퍼랍니다. 풍경은 말씀하신 것과 상당히 유사해요. 안주도 정말 저렴한건 1000원부터 하지요. 한가지 덧붙이자면 소위 원조 가맥집들은 그냥 슈퍼로 충분히 이용 가능한 반면 최근 생긴 가맥집은 슈퍼로 이용하긴 좀 어려운 구석이 있지요. 물론 대개의 경우고, 안 그런데도 있지만 최근엔 대형할인점이나 편의점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가맥집에서 슈퍼역할을 해내는데는 그 수가 적답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기간에는 편한 사이끼리 만나서 중계를 보며 술을 마시기도 하지요. 그런 스포츠 기간에 한정 이벤트 같은 것들도 하고요. 가끔 가맥집에서 '가맥'이란 글자 옆에 '얼맥'을 적어놓기도 하는데 이건 '얼음맥주'의 준어랍니다.


편의방이랑 가맥 중에서 어느 쪽이 먼저인진 모르겠지만 상당히 흡사해서 댓글 달아 봤어요!

셰뜨랑피올랑

2014-04-27 19:29:54

첫세대 가맥집은 확실히 촌티나지만, 요즘 아파트 사이에 있는 가맥 같은데는 또 가벼운 호프집 분위기라서 말이지요... 가맥이 더 오래되었군요. 어쩌면 편의방도 가맥을 보고 영향 받은 걸지도 모르겠네요~

SiteOwner

2014-04-27 14:29:40

전주의 가맥이라는 건 처음 들어봅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이미지검색을 해 보니 가맥집은 옛날 촌에서 살 때 봤던 동네 점방(발음은 "점빵")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보통 점방 한구석에 테이블과 의자가 있고, 거기서 어른들이 술을 마시고 있던 것이 기억나고 있습니다. 편의방은 저것보다는 그래도 인테리어가 호프집에 가까운 형태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가맥이 더 오래전부터 있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편의방이라는 것은 1996년에는 보이지 않았는데 1997년 쯤에 서울에서 급속히 생겼으니까요.

Lester

2014-04-27 20:38:06

전주 10년 이상 살면서 가맥집도 많이 보고 많이 불려&끌려다니기도 했습니다. 휘황찬란하고 음악이 너무 큰 술집에 비하면 좀 초라합니다만, 그래도 상당히 조용한 편인지라 여유롭게 마실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입니다.

SiteOwner

2017-08-04 21:13:37

전주에서 가맥집은 젊은 연령층에서도 꽤 이용하고 있는가 봅니다.

신기합니다. 1990년대 후반의 편의방과 비슷한 것이 지금도 남아 있다는 것이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이런 지방색 있는 문화에 관심이 많은 터라, 전주를 방문할 일이 있으면 가맥집에 대한 것도 눈여겨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TheRomangOrc

2014-04-28 09:54:23

보드방도 한때 꽤 유행했었다가 요즘은 거의 그 모습을 보기가 힘들죠.

만화방도 역 근처에서나 가끔 보이는 수준이고...

아 그러고보니 다방도 뒤에 방이 들어가네요.


그러고보면 확실히 @#방이 참 많군요.

SiteOwner

2014-04-28 20:56:24

보드게임을 별로 하는 편은 아니간 했지만, 지나다니면서 보드게임방은 꽤 많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확실히 시들한지 서울시내에서조차도 남아있는 곳은 얼마 안 되고, 대구나 구미에서는 최근에 본 적은 없습니다.

그리고 보니 플스방도 있었지요.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콘솔을 설치해 놓고 영업하는 그런 곳이었나 보는데, 게임콘솔은 가정용 기기니 굳이 밖에서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보니 가 본 적은 없어서 잘은 모르겠습니다. 


각종업소에 ~방이라는 게 많은 것도 한국식 특징일까요.

아스타네스

2014-04-29 16:48:14

전공 공부를 위해 7-80년대를 배경으로 한 현대 소설을 읽다 보면 지금은 찾아보기 거의 힘든 문화나 장소를 발견하고 호기심이 생길 때가 있어요. 가끔씩 부모님께 그 때 동네는 어땠는지, 어떤 시설이 있었는지 듣긴 하지만 막상 떠올리기 어려운 점도 있고요. 글로 볼 때는 머리 속으로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그 때 내가 거기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자주 해요. 본문의 편의방도 어떤 느낌이었을까 상상하게 되네요.

SiteOwner

2014-04-29 17:07:06

아무래도 경험한 적이 없는 과거의 것은 연상하기 상당히 힘들어집니다. 특히 자료가 상당히 빈약할 경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편의방이라는 것도 한때의 유행이었다가 급속히 퇴조해 버려서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응답하라 1994라는 드라마가 있지요? 불과 20년 전의 상황을 묘사하는데도 고증이 틀린다느니 하는 등의 이야기가 많이 나올 정도로, 과거에 어떤 것이 있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야사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해야겠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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